시크릿데이(Secret They)
A War. 2
오늘 하루 종일 사람들한테 시달리고 남편에게 조롱당하고, 뭐 이런 저런 일로 해서 몸에 피로가 가득히 쌓였다.
난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눈을 붙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비행기가 상륙하기도 전에 깊은 잠에 들었다, 내가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열심히 자고 일어나니 식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먹을 복은 타고 났어.
“몸도 그렇고 잠도 제대로 못 잔거 같아~으함.”
기지개를 쭉 피며 하품까지 작렬했다, 사실 비행기 안에서 자서 그렇지 잠 하나는 제대로 잔 것 같다, 그냥 내 신랑이 혼자 심심했을 것 같
아서 해본 말이었다.
“코까지 골면서 잘 만 자던데요, 정 은실 씨.”
그 말에 안 떠지는 눈으로 배시시 웃으며 신랑의 팔뚝을 부여잡고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내가 코를 언제 골았다고...자기야, 근데 내가 왜 정 은실 씨야?”
음..이 느낌이 아닌데, 내 남편의 팔뚝은 이것보다 약간 뭉클했다.
그런데 이 팔뚝은 뭉클하기는커녕 목석같이 딴딴하다, 이건 뭐지?
이상하다 싶어 안 떠지는 눈을 힘겹게 떴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내 옆에 있는 신랑 일 거라고 생각 되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누, 누구세요?”
내 입에서 나온 이 말, 상황이 그대로 설명 해주었다, 이 남자는..내 남편이 아니다.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는 내 모습에 어이가 없는 건지 좋아서 웃는 건지 활짝 웃는다.
이 남자...웃는 게 우리 신랑 뺨친다.
내 신랑이 아닌 사람의 팔뚝을 부여잡고 자기야~ 요러고 앉아있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재빨리 그 목석같은 팔뚝에 손을 때어 버렸다.
어허,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니 우리 신랑은, 우리 남편은 어디로 가고 이 남자가 내 옆에 앉아 있냔 말인가?
“나 기억 안나요?”
주저리주저리 혼자 중얼 거리는 나를 향해 말하는 듯 말하는 이 남자
이 남자의 말에 나는 엉덩이를 가상이로 바짝 밀어 붙였다, 왠지 수상한 태도에 방어 태세부터 취하는 것이다.
내가 저를 언제 봤다고 기억이 나니 안나니 묻고 저런데?
그 남자를 이상한 눈초리로 훌 터 봤다, 아무리 봐도 나는 저 남자를 모른다, 상습범인가?
“정말 기억 아나나 보네.”
도대체 우리 서방은 어디로 갔냐고, 왜 나를 버리고 가버린 거냐고!
순간 불안한 마음부터 들었다, 웬 모르는 남자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남편이 극도로 그립게 느껴졌다.
흔들리는 시선을 어디에 둘 수가 없어서 고개를 팩 숙여버렸다.
“나, 나 그쪽 모르거든요. 누구신데 우리 남편 자리에 앉아있는 거죠? 우리 남편은 어디 간 거예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하는 은실의 귀여운 행동에 꾹꾹 참았던 웃음이 연실 나온다.
정말 자신을 모르는 듯 한 말에 약간의 실망은 있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뒤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여기 내 아내가 앉아있던 자리에요.”
“....네?”
남자의 말에 은실은 놀라 고개를 다시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는 그 남자의 살인적인 웃음에 다시 고개를 숙이는 은실이다.
수줍은 홍조가 볼 위를 옅게 뒤 덮은 것을 그는 보았는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려는 손을 중간에 끊어 버리곤 고개를 흔들면서 손을 접었
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우리..우리 신랑은 어디 있죠?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떨리는 음성을 감추려는 은실의 가녀린 떨림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여 은실의 귓가에 작게 속삭여 말한다.
“당신의 남편, 당신 옆에 있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의 속삭임에 난 당혹을 금치 못했다.
귀에 입을 들이대고 말하는 건 또 뭐람. 역시 수상한 사람이다.
정말 고개를 돌려 옆 자리를 보니 우리 남편이 잘도 취침을 취하고 있었다.
‘허’
기가차서 말이 다 안 나온다, 도대체 왜 내 남편이 저기에서 취침을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이 남자 옆에서 자고 있었는지…
“뭐가 뭔지는 몰라도, 아무튼. 가,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려는 내 움직임을 제지 하는 남자
“아니, 움직이지 말아요.”
내 신랑도 잡기 어렵다는 손목을 잘도 잡아 체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이 남자
당황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나왔다.
“...네?”
내 말에 히죽 웃더니 비상 안내 표시를 확인 시켜 준다, 벨트를 매라는 표시가 떠있다.
“당신이 자고 있을 때부터 기상이 좋지 않았어요, 저 표시가 사라 질 때까지 앉아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고, 계속 내 손목을 놓아 주지 않으려는 이 남자의 목석같은 힘에 이까지 악 물며 힘을 주어 빼내려고 했다.
이런, 망할...이게 어디서 힘자랑이야? 생판 모르는 사이에 이게 무슨 추태야 추태긴.
“이 손 좀 놓으시죠.”
어금니 꽉 깨물며 말했다, 내 말에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는 듯 ‘아’ 라는 감탄사와 함께 내 손목을 풀어 주었다.
“미안해요”
“아니, 됐어요. 지금 내가 알고 싶은 건 내가 왜 여기에 앉아있냐는 거예요.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 거죠? 당신 아내는요? 어째서 나를 당신
자리로 끌어 들인 거죠?”
몰아붙이며 따져 말하는 은실의 태도에 당혹스러운 감도 있지만 그 모습이 귀엽게만 보인다.
“나는 끌어 들인 적이 없는데, 당신이 내 옆에 앉은 겁니다.”
이 남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지 옆에 와서 앉았다고 하는 건지
그때 소리와 함께 벨트 표시가 사라졌다, 나는 그 표시가 사라지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로 옮겨갔다. 우리 남편이 세상모르고 곤
히 잠들고 있는 자리로…
“정 은실 씨, 나 정말 몰라요?”
아, 저거 또 저러네.
“모른다고 했을 텐데요. 난 당신 모르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사양 해주세요.”
내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미모의 한 여성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 남자 옆자리에 앉는다.
아, 그 아내라는 여자 인가보다, 저 남자 활짝 웃고 있지만 아까랑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아까 웃던 모습이 더 났다고 할까나? 아니, 내가 왜 남의 남편 웃음을 참견하고 그러지.
내가 봐도 나를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고 일어나서 정신이 없나봐...이상해.
****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깊은 잠에 든 은실.
한번 잠들면 누가 엎어 가도 모른다는 전설의 그녀다, 그러기에 시후는 에라 모르겠다, 라는 생각으로 같이 잠을 청하였다.
그리 고 바로 옆 좌석에서 들려오는 아주 낯익은 남자의 음성
“아영 씨, 푹 자요. 피곤할 텐데.”
그렇다, 그 남자다.
“아니에요, 현우 씨. 피곤한 건 현우 씬데요 뭘, 준비는 다 당신이 했잖아요.”
분명 노 메이크업인데도 잡티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에 약간의 볼륨이 들어가 있는 긴 머리, 게다가 나올 때 잘 나오고 들어갈 때 확실히 들
어가 주는 착한 몸매의 소유자.
송 아영.
그녀는 할리우드 스타 송 아영이다, 세계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면 간첩에 가까웠다.
그만큼 그녀 아영의 인기 세는 더 할 나위 없이 높았다.
아영의 말에 짓궂게 웃어 보이며 눈 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에이, 거짓말인데? 아영 씨 눈 아래 어둠은 장식용인가.”
그런 그녀가 평범한 셀러리 맨 지 현우와 오늘 결혼을 했다.
지 현우.
그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외국 대기업에서 능력 있는 사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런 그가 할리우드 스타 송 아영과 오늘 결혼을 했다.
“농담 말아요, 나는 그런 거 한번 도 생겨 본적이 없다구요.”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순진한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다 아영의 눈 밑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하는 현우.
“진담 아니에요, 할리우드 스타 송 아영의 눈에 어둠이 있으려구요.”
그녀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다 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화장실 갔다 올게요.”
그러라고 말한 뒤 현우는 숨을 크게 고르듯 내쉰다.
‘후’
역시 아영과 있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너무 거대한 여자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거대하다.
색이강한여자는 분명한데..역시 할리우드에서 이름 날리는 여배우라 그런지 연기력이 대단하다.
“송 아영, 역시 대단해.”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간 아영,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현우와 같은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한 건 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였다.
결혼을 하면 나만의 사적인 여유가 생길 것이고 너무 평범한 현우와는 다른 남자를 손아귀에 쥘 수가 있다.
“박 시후, 역시 그렇고 그런 남자.”
그때 그녀의 핸드백에서 진동소리가 울려 퍼져 나왔다, 휴대폰을 집어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곤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 인다.
“나야”
끈 적한 그녀의 말소리에 수화기 너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 당신 앞에 있어]
남자의 말에 놀라 문을 연다,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서있었다.
그 사람의 등장에 요염하게 웃어 보이는 아영이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그에 그녀 아영을 와락 끌어안아 칸막이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입에선 간간히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녀와 그는 예정된 만남이었을지도 모른다.
“역시…당신 센스 있어.”
아영의 색 기 가득한 눈빛에 흥분이 될 때로 된 남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한다.
“하자”
그 시각, 은실이 잠결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갔다 오다가 잘못하다가 현우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
현우의 어깨에 얼굴까지 기대며…
“음냐, 음냐...첫날밤...절대 못 넘겨...”
그녀의 민망한 잠꼬대에 헛기침이 저절로 나오는 현우.
그럼에도 현우는 그런 은실이 귀엽다고 생각할 뿐이다, 현운은 그녀를 알고 있다.
아주 잘...하지만 그녀는 현우를 기억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이 인간은 지 마누라가 어떤 봉변을 당한지도 모르고 세상모르고 자고 있네?”
순간 화가나 남편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세게 날려 쳐버렸다.
헉, 강도가 너무 셌다.
‘퍼억-’
퍽도 아닌 퍼억- 이 내 귓가를 울렸다, 나는 이제....죽었다.
행복하게 잠을 청하고 있던 신랑의 얼굴을 삽시간에 찌푸려지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꼭 잡아 먹을 듯 한 눈으로 덤비는 남편.
“야!!”
조용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나와 내 남편으로 인해…
뒤통수를 부여잡고 씩씩 거리는 남편을 보다 어색하게 웃어 보이곤 고개를 획 돌려 버렸다.
“네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그렇지. 흥”
앞 뒤 사정 말 안하고 무작정 맞기만 한 시후는 그저 당혹스럽고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런 시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장난 끼 가득한 눈으로 그녀의 고개를 돌린다.
“내가 맞을 짓을 했으면 너는 혼날 짓을 했지?”
“....어?”
자신의 어깨를 잡으며 사악하게 말하는 남편의 행동에 급 수그러들어 자신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이었다.
“너 분명 ‘어’ 라고 했다, 뒤에 내 책임 아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는 은실의 표정을 보다 ‘씨익-’ 웃어 보이다 은실의 손목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끌고 간다.
“뭐, 뭐야. 어딜 가는 건데.”
“아까부터 거슬려.”
“뭐가?”
“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자연스럽게 말하는 남편의 말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다 급 놀라 소리치는 은실
“아 머리부터 발끝까지.....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칸으로 은실을 끌고 들어간다.
그리곤 은실을 벽으로 몰아 붙여 아까의 짧은 입맞춤으로 옅게 부풀어 있는 입술을 순식간에 잡아먹어 버린다.
‘음’
냅다 달려드는 남편에 숨고를 틈도 없다, 그래도 괜 시리 기분은 좋았다.
한참 달아올라 아까 도중에 끊겼던 것까지 모조리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 날벼락.
벨트를 매라는 소리가 들리고 비행기가 약간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자 갑자기 입술을 때어 버리는 남편, 뭐야?
“여기까지.”
‘씨익’
저 악마.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나쁜 자식! 천하에 나를 가지고 놀아? 넌 오늘 죽었다.
‘퍼어억-’
또 다시 한번 남편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이번엔 더 세게.
“야!!”
“짧은 시간이나 나마 즐거웠으니까, 뭐 이정도로만 해주지. 흥”
그러곤 약간 미안한 마음에 신랑, 우리 남편을 꼭 안아 주었다.
그러자 멈칫 하던 남편도 내 허리를 감싸 안는다, 우훗. 내 첫날밤은 오늘 밤이라고...으후후.
그런데 화장실에서 이게 무슨 로맨스람.
말은 안했지만, 시후는 알고 있었다. 아니 듣고 있었다, 둘의 만담을.
재수 없는 자식. 이 여자는 내 여자다, 내 여자라는 걸 확인 시켜 주고 싶었다.
분명 자신과 은실의 말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후.
그의 질투심은 하늘 모르고 치솟았다.
아무도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
시크릿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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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시크릿데이(Secret They) A War. 2
아스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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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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