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역세권에 위치한 집합상가가 하나 눈에 강하게 들어왔다.
경매에 나오는 다수의 상가들이 공실이거나 입지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재계약의 어려움, 적정 임대료를 받기가 만만치 않음을 생각할 때 이 상가는 공실의 위험은 내가보기에는 낮아 보였다. 전철역앞에 위치하여 가시성이 좋으며, 집합건물의 규모 또한 지상8층의 상당한규모이고, 입점업체로 병의원이 다수 포진해 있어 엘리베이터에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곳이다.
해결해야할 과제도 몇가지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이 상가는 3개호가 물건번호 3개로 나왔다. 그런데 임차인은 3개호를 내벽을 허물고 전체를 하나의 소호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소호사무실로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3개호를 모두 낙찰 받아야 한다는 문제와, 그중 일부만 낙찰 받은 경우 나머지 낙찰자와 협의하여 건물의 사용방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중 하나만 낙찰 받아서 단독으로 임대하기 위해서는 내부 시설에 대한 철거와 소호사무실을 이용하는 60여개호의 전차인에 대한 명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호사무실은 약 2년전 내부공사를 한 상태로서 임차인이 3억원이 넘는 인테리어설비 내지 바닥, 내벽 등에 대해 유치권신고를 하였음은 물론이고, 임차인은 사실상은 채무자의 여동생으로 어찌보면 채무자이자 소유자가 직영하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 이다.
관리비 또한 본 소호사무실에 대해 3천만원이상이 연체중이라 한다. 관리비협의 또한 다른 2개호 낙찰자와 협의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나면 괜잖은 상가, 장기보유해도 되는 상가, 굳이 단타로 출구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가라고 판단되어 입찰 하기로 했다.
5명이 입찰하여 낙찰이 되고, 임차인을 만났으나 유치권을 운운하며 명도를 거부한다. 임차인을 조사해 보니, 예전에 이 자리에서 공인중개사 학원을 운영한 원장이었다. 부동산공법을 담당했다 한다. 그리고 과거 다른 장소를 낙찰받아 학원으로 사용한 흔적을 확인했다.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바로 인도명령 신청을 하였다. 신청서는 인터넷과 기존에 봤던 경매 책자 등을 참고하고, 유치권의 요건 등을 나열하여 성립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임차인에 대한 인도명령은 어렵지 않게, 생각보다 빨리 인용결정이 났다.
임차인은 내가 별도로 통지하지 않았지만, 인용결정이 난 것을 알고 우리 3명의 낙찰자들을 상대로 명도에 대해 합의를 하기 위해 조급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으니, 혹시나 약속을 파기할까봐 전화가 계속왔다.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조급한 상황이다. 관리비를 3천만원이나 체납했는데 그걸 떼먹고 도망가고 싶고, 입점한 수십명의 전차인들로부터 1인당 10만원의 보증금도 떼먹고 도망가고 싶고, 전차인들이 3개월에서 많으면 1년이상을 계약한 상태인데, 1인당 월 사용료로 30여만원에 대해 잔여 미사용기간의 임대료도 떼먹고 도망가고 싶고, 이런것 모두 떼먹고 낙찰자가 3명이나 되니 인테리어 공사비에 대해 합의금을 또 두둑히 받고 도망가고 싶을 것이다.
낙찰자 3명은 임차인과 4자회동을 하여 합의에 이르렀다. 임차인은 현금으로 합의금을 받고, 우리에게 사무실 열쇠, 소호사무실의 60개실 호별 열쇠, 전차인과 임대차계약서 전부를 우리에게 넘기고, 사무실내 책상, 의자, 에어컨 등 집기 비품을 모두 우리에게 처분권을 위임하고 쇼핑백 2개를 들고 야밤에 유유히 사라졌다.
임차인은 전차인들과 아무런 이해와 협조도 없이 떠났으며, 체납관리비에 대해서도 관리실과 협의 없이 떠났다. 다만, 우리와 한 합의각서에는 체납관리비를 임차인이 책임정산한다고 명시를 해놓았다.
며칠후 임차인이 도망한 것을 전차인들과 관리실에서 알고는 난리가 났다.
관리소장은 자기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관리비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들에게 항의를 하고, 관리비를 받지 못해 소호사무실에 단전조치를 하겠다고 예고문을 붙였다. 수십명의 전차인들도 1인당 작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사용할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사장이 도주하여 업무에 지장을 받는 상황이었다.
관리비 문제로 관리소장과 참 많이 다투었다. 3천만원을 넘게 청구하면서 거기에는 전용, 공용, 연체관리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며, 낙찰자는 공용부분만 납부의무가 있다고 아무리 판례를 들이 밀어도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냥 전액 납부하지 않으면 단전하고, 엘리베이터도 못쓰게 하고, 임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재임대를 위해서는 관리실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새로 입점하려는 자는 관리실에 와서 관리비며, 간판, 주차 등등 영업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얻고 협의해 나가는데, 관리소장이 비토를 놓아버리면, 입점할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이다. 멀쩡한 상가도 많은데 왜 굳이 그런 골치아픈 상가에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 이다.
관리소에서는 관리비 체납을 이유로 단전을 시작했다. 압박과 회유를 거듭하여도 진척이 없었다. 비장의 최후 카드를 꺼냈다. 형사고소다. 업무방해다. 단전 단수에 대한 형사판례를 보면 주거용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 단전 단수가 위법하다는 다수 판례가 있다. 그런데 상가는 생활공간이 아니고 영업공간이라 일정한 요건하에서 단전 단수가 위법이 아니다. 절차적으로 상당한 과정을 거쳐 그래도 안되면 단전 단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경찰서가서 고소장을 썼다. 담당경찰에게 최대한 억울함을 어필했다. 다행히 젊은 경찰은 나를 좋게본 모양이다. 경찰은 즉시 관리소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여기는 ㅇㅇ경찰서입니다. 어쩌고 저쩌고 ~ 단전문제로 ~ 형사고소 ~~~ 어쩌고 저쩌고 ~ 경찰서로 언제 출두해 주셔야 겠습니다.”
나는 너무 고마웠다.
이 한통의 전화로 단전조치는 해제되었고, 관리소는 굉장히 고분고분 해졌다. 관리비 또한 3천이 넘게 청구했다가, 내가 요청한 사항을 모두 받아들였고, 최종적으로 호별로 3백만원대로 줄어 들었다.
관리비는 그렇게 해결되었다.
그다음 유치권 문제이다. 허위 유치권임을 이유로 인도명령은 받았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대출문제가 있다. 나는 낙찰 받아 나오면서 대출 영업사원들에게 나의 연락처를 모두 뿌렸다. 그 후 그들은 나에게 대출조건등을 문자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이 물건 유치권 신고된 물건인데 확인 하셨나요?’ 이렇게 반문을 한다. 대부분은 잘 모른다.
‘사건내역 다시보고 대출조건 제시해 주세요.’
몇군데 비교하고 나서, 좋은 조건이 제시되었다. 대출비율 90%, 금리도 낮은 금리로 제시되었다. 다만, 법무사측이 법무사비용을 다소 높게 요구하여 실랑이도 좀 있었다.
재임대 문제를 고민했는데, 내부 시설을 철거하고 각자 개별임대하기로 했다. 내가 받은 위치가 전면이어서 가장 좋았고, 나머지는 측면과 후면 상가라서 다른 낙찰자는 나와 함께 병의원등으로 임대하길 원했다. 그렇게 하려면 일종의 임대 동업자가 되는데, 여러모로 신경써야할 것이 많은것 같아 나는 독자임대를 하기로 했다. 업자를 불러 철거했다. 3층으로 작은 포크래인이 들어와서 내벽을 다 부쉈다. 칸막이가 합판이 아니고 ALC벽돌이라서 두께도 있고, 방음시설도 되는 것이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내부에 있는 책상, 의자, 에어컨은 업자에게 중고가로 팔았다. 설비공사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아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철거하고 옆의 호와 경계벽을 올렸다. 출입구도 만들고, 어였한 독립된 상가가 완성되었다. 철거를 한고 나니 어두컴컴한 실내가 밝아 지면서 깨끗하고 좋은 상가로 변신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 일찍 철거를 해야 했는데, 다른 낙찰자와의 협의문제, 관리비문제로 전기사용등의 협조문제 등이 걸려서 철거가 늦어진 점이 실책요인이었다.
철거후 임대는 어렵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브랜드 미용실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멋지게 해서 들어와 있다.
[낙찰당시]
첫댓글 좋은경험하시고 멋지게 임대완료 하셨네요
좋은가격에 매매하시길 바랄께요~~
소중한 경험담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상가 역시 멋지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와 멋지네요. 쉽지 않았을것 같은네. 임대 전 후사진까지 있었으면 더 몰입될것 같아요.
임대전후 사진 올렸습니다. ㅋ
경매는 배워도 배워도 잘 모르겠네요...많이 배워가겠습니다.
도움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경험 담 감사드립니다!
배울게 넘 많네요. 감사합니다.
와 임차인, 관리비, 소호사무실~해결해야할것들이 많으셨네요..과감하십니다..잘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와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가는 정말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어려운것같습니다ㅠ 그래도 나중에는 꼭 해보고싶습니다! 도움되는 자세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가를 올해 꼭 경험하려고 하고있는데 많은 자극과 경험을 받게 되네요 경험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후기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좋은결과 축하드려요
멋지네요!! 짧게 표현하셨지만 관리비+유치권을 아주 잘 해결하신거 같습니다. 좋은 경험 공유 감사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호사무실이라는 케이스도 있군요.
덕분에 상가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아서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경험단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멋진 간접경험이 되었습니다..감사드립니다..
잘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직 배우고 갈 길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대단하십니다
명도 사례 잘 읽었습니다. 특히 상가 명도할 때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소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훌륭한 경험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오~~ 쉽지않는 투자였을텐데..
멋지게 해결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경험을 해봐야 하는데....
전 3~5층근생시설(상가)의 경매에 관심이 있습니다.
한번 알아보려고 가입했거든요.
글을 읽을때마다 쉬운일 아니였을탠데 고생하셨스니다!
명도 등 어려우셨을텐데 말끔히 처리하셨네요^^
어려운 일이었던거 같은데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빨리 고수가 되고 싶네요
헛...여기는 혹시 화정역??????????????
화장역 이군요~
저도 예전에 이물건 봤었어요~~^^
감사함니다,
상가는 정말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어려운것같습니다. 나중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도움되는 자세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임차인과 전차인의 명도, 관리비문제, 유치권, 대출, 실내공사, 임대등 정말 멀고도 험한길을 걸으셨네요..판단하나하나 얼마나 생각도많이하고 고민하셨을지.. 성공적인임대축하드리고 글 감사드립니다..
3천만원 체납관리비가 어떻게 3백만원으로 줄었은까요?
협상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