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 사람 [93] : 전업투자자 표형식
전업투자자 표형식 씨와 수인사를 나눠본 사람들은 곧이어 명함을 교환하면서 조금은 당황하게 됩니다. 표 씨가 명함을 세 장이나 한꺼번에 건네기 때문입니다. ‘일성신약주식회사 주주 표형식’, ‘제일약품주식회사 주주 표형식’, ‘대원제약 주주 표형식’의 명함이 그것입니다. 명함 뒷면에는 그 회사가 생산하는 의약품이 소개돼 있습니다. 표 씨의 명함은 그의 투자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꿈과 비전이 있는 기업의 주주가 돼 경영성과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다 보면 배당도 받게 되고 결국엔 경영성과가 주가에 반영돼 상당한 시세차익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세차익만 노리고 투자하기 때문에 시세만 쫓다 쪽박을 찬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표 씨는 순전히 주식으로 돈을 벌어 ‘큰 손’이 됐습니다. 1994년 1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 길로 나섰지만 외환위기 당시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리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저평가주를 발굴해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림으로써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럼에도 표 씨는 일반투자자들이 현혹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표 씨는 현재 일성신약 주식 4.99%를, 제일약품과 대원제약 지분은 각각 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표 씨를 ‘슈퍼개미’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일성신약의 경우 2년 7개월 前 4만5,000원에 일괄적으로 넘겨받았습니다. 2008년 3월 21일 종가가 11만1,500원이니 주당 2.5배 가량의 투자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표 씨가 제약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간 생명을 다루는 기업인데다 부가가치도 높은 업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제약회사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으로 봤습니다. 표 씨는 “개인적인 능력으로 여러 업종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제약업종만 관심 있게 지켜봤고, 그 결과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떡잎’ 세 회사를 발굴했다”고 말했습니다.
일성신약과 제일약품은 유보율이 1,600% 이상으로 업종 평균 500%를 크게 웃돕니다. 또 세 회사의 부채비율 역시 100% 이하여서 망할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자본금 이상의 순익을 올리는 회사도 있습니다. 특히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현금성자산만 3,000억원이 넘습니다.
표 씨는 주주행동주의를 실천하는 ‘슈퍼개미’로도 유명합니다. 기업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행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2006년엔 주총을 앞두고 일성신약이 주당 400원 배당방침을 밝히자 신문광고를 통해 이의 부당성을 알리고 소액주주를 결집해 회사의 감사선임안을 부결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281억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주당 400원을 배당한다는 것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그래서 주총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자 언론이 관심을 보였고, 그 때문인지 주총장에 소액주주가 대거 참석해 감사선임안을 부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표 씨는 자신의 행동이 회사 지배주주와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창업 주주들이 맨주먹으로 출발해 오늘의 기업을 일궈놓았다는 점을 무시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지배주주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소액주주들을 포용하면 회사발전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구현해나갈 수 있다고 믿기에 주주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표 씨는 일반투자자들에게 ‘3·3·3 투자원칙’을 권했습니다. 맨 앞의 ‘3’은 최소 3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하라는 원칙입니다. 두 번째 ‘3’은 재무제표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세 가지 이상의 지표를 분석한 다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3’은 3명 이상의 동료와 함께 투자하다 보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표 씨는 수백억원대 재산가지만 자가용도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또 독실한 기독교신자여서 술, 담배도 일절 안 합니다. 그러나 기부와 나눔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받는 배당금은 장학금이나 대학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