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과학 학원 선행 심각.. '최고7년, 평균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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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최근 3년 동안 ‘교육특구’ 지역 수학 과학 학원들의 선행교육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선행 정도는 4년. 많게는 중학생들에게 대학교 2학년 과정인 정수론을 가르쳐 7년 정도의 선행하는 학원까지 있었다.  9월부터 시행된 선행교육 금지법이 학교교육 위주여서 오히려 학원선행에 면죄부를 준 것이  선행을 부추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선행교육금지법의 규제대상에서  영재학교가 제외된 점역시 수학 과학 학원의 선행을 더 강화시킨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정부가 내세운 '쉬운 영어'기조가 불러온  수학의 풍선효과까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하 사걱세)'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사교육 과열지구의 대표적인 중/대형 10개 학원의 수학/과학 선행교육 상품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까지 평균 3.8년이던 선행교육 정도가 올해는 4년으로 상승했다고 7일 밝혔다. 올해부터 조사대상에 포함된 3개 학원을 합하면 선행정도는 4.2년으로 더욱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교육 업계에서 수학/과학 선행이 증가한 이유는 선행학습 규제법에서 사교육 규제가 부실하다는 점, 영재학교가 규제법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쉬운 영어 기조로 인해 발생한 수학의 변별력으로 풍선효과가 난 점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때문으로 보인다./사진=베리타스알파 DB

<주요 학원들의 선행 실태>
지난 3년간 수학 선행 정도가 가장 심했던 학원은 평균 8.3년을 선행한 민성원연구소였다. 민성원연구소는 2012년 10년, 2013년 10년 등으로 최고 수준의 선행정도를 보여주다 올해 5년 수준으로 낮췄다. 반 정도 줄였지만 청산학원 강서본원과 미래탐구학원에 이어 올해 선행정도 3위를 차지했다.

2위는 4.7년을 선행한 대치동 미래탐구학원이었다. 2012년 4년, 2013년 4년, 2014년 6년 등으로 선행 정도가 증가했다. 3위는 4.3년(2012년 5년/2013년 4년/2014년 4년)의 선행정도를 보인 중계동 하이스트학원이었다. 이어 대치동 미래영재 4년(3년/5년/4년), 대치동 엠솔교육 4년(5년/3년/4년), 장학학원 잠실본원 4년(4년/4년/4년), 청산학원 강서본원 3.3년 (1년, 2년, 7년) 목동 대학학원 3.0년(3년/3년/3년), 중계동 세일학원 1.7년(2년/1년/1년), 목동 대성학원 1.3년(1년/1년/1년) 순이었다. 올해 조사대상에 추가된 학원 중에서는 대치동 플라즈마 학원이 6년으로 가장 선행정도가 컸으며, 대치동 CMS학원과 송파구 청어람수학원이 4년으로 뒤를 이었다.

2012~2014 서울시내 주요 학원 연도별 최고 선행정도
학원명	지역	평균	2014	2013	2012
민성원연구소	대치	8.3	5	10	10
미래탐구	대치	4.7	6	4	4
하이스트	중계	4.3	4	4	5
미래영재	대치	4.0	4	5	3
엠솔교육	대치	4.0	4	3	5
장학학원	잠실본원	4.0	4	4	4
청산학원	강서본원	3.3	7	2	1
대학학원	목동	3.0	3	3	3
세일학원	중계	1.7	1	2	2
대성학원	목동	1.3	2	1	1
청어람수학원	송파	4.0	4	미조사	미조사
플라즈마	대치	6.0	6	미조사	미조사
CMS	대치	4.0	4	미조사	미조사
3년간 조사된 10곳 평균		3.9	4.0	3.8	3.8
13곳 평균		4.1	4.2	3.8	3.8
* 자료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무학년제로 운영하면서 선행교육을 시키고 있는 학원은 민성원연구소, 대치동 CMS, 목동 대학학원 등 3곳이었다. 평균으로 따졌을 때 선행정도가 심했던 민성원연구소는 초5부터 고1까지 무학년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선행만 돼 있다면 초등학생도 고등학교 과정 수강이 가능하다. 대치동 CMS도 선행만 돼 있다면 수강 학년을 불문하고 강의 수강이 가능하다. 중1도 고2에서 배우는 미적분을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동 대학학원 역시 중1부터 중3까지 무학년 과정을 통해 고1과정까지 수강이 가능했다. 중1 대상 3년 선행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난해 2년에서 올해 7년으로 크게 상승한 청산학원 강서본원은 사걱세가 꼽은 선행교육이 가장 심한 학원이었다. 중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과고/영재학교 프로그램에서 대학교2~3학년 과정인 정수론을 대학교재를 편집해 가르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대치동 미래탐구학원은 과고, 영재학교,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입상 목표 심화 경시 프로그램인 ‘스타워즈’에서 초등학교 4~5학년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수학Ⅰ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선전하고 있었다. 1단계에서 초3~4에게 중1 심화를 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3단계에 들어서면 KMO 1차 대비 정수이론까지 가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과정인 ‘정수론’이라는 표현을 활용하지 않았지만 대학과정인 정수론이 맞다면 실제 선행정도는 더욱 커진다.

대치 엠솔학원은 주1 대상으로 의대반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수학Ⅰ부터 고급수학까지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 전체와 대학 수시 논/구술 문제까지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걱세 측은 “중3까지 심화 복습 시켜 완성시켜준다는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중1에게 대입, 그것도 의대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홍보를 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비교육적 선행 홍보 방식이다”고 말했다.

예비 중1과 예비 고1에 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학원은 중계동 하이스트와 목동 대성학원이었다. 중계동 하이스트는 올해 2월 예비 중1 학생들 수학 정기고사 시험범위에 수학Ⅰ과정이 들어있어 4년 선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목동 대성학원은 예비 고1 대상으로 수학Ⅰ과 수학Ⅱ, 미적분과 통계 기본을 가르치고 있었다.

대치동 미래영재학원과 장학학원 잠실본원은 수학경시대회 및 올림피아드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래영재는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경시기초반을 운영해 중1~중3 과정을 가르친다. 장학학원 잠실본원은 2~4개학년 맞춤 선행을 한다는 문구를 제시하고 있었다.

대치동 플라즈마는 올림피아드 대비반을 통해 초등학생들에게 물리Ⅱ와 화학Ⅱ를 가르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사걱세는 “수능에서 2과목을 선택하는데다 일반고 3학년 학생들도 어려워서 기피하는 과목임에도 초등학생에게 고3도 어려워하는 과정을 가르친다고 홍보한다”며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이 과고 영재학교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사걱세는 학원가의 선행교육을 막고 지난 2월 제정된 선행교육 규제법에 나온대로 선행교육 상품을 선전/광고하지 못하도록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선행규제법에서 사교육기관이 선행교육 상품을 선전/광고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실태 파악 및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학과학 학원의 선행증가 배경은>
우선 ‘반쪽짜리’ 선행학습 규제법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초에 지난해 4월 16일 이상민(민주) 의원이 사교육 규제를 골자로 한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이어 지난해 4월 30일 강은희(새누리) 의원이 공교육 규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 했으나 두 법안 합쳐지면서 이상민 의원안에 담긴 사교육 규제 내용이 대거 빠진 상태로 법안이 통과됐다.  사교육 관련해 남은 내용은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뿐이었다. 이마저도 과태료 부과나 교습중지 명령 등의 행정제재 내용도 빠져 실효성 담보 장치도 없는 상황이어서 학원들이 선행교육 광고에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사교육 선행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 였다. 사걱세 측은 “선행교육 규제법에 포함하지 못한 사교육기관의 선행교육 상품 규제를 위해 추가적인 법률 보완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영재학교들은 선행학습 규제법의 시행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법시행당시부터 우려됐던 지점이다 . 공교육 차원에서 선행교육 규제의 예외가 된다는 점에서 자녀에게 좀 더 유리한 교육환경을 심어주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영재학교 입학을 위한 수학/과학 선행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사걱세 관계자는 “수학/과학 과목으로 선행학습이 집중되며 ‘타고난 영재’가 아니라 ‘만들어진 영재’가 집중 양산될 경우 학습 진도를 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하는 등 숱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쉬운 영어' 기조’로 인해 수학으로의 풍선효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사교육 부담이 큰 과목으로 영어를 보고 영어를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6월 모평에서 응시자의 5.37%인 3만1007명이 영어에서 만점을 받는 일이 벌어지면서  수학/과학을 향한 변별력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장 대입을 치를 학생은 아니지만 교육특구에 소재한 학원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걱세 관계자는 “실제 선행학습 정도가 심해진 학원들은 초등생 학원과 중등생 학원을 막론하고 모두 수학/과학 강의를 개설한 경우”라며 “입시 부담이 줄어드는 영어를 대신한 사교육 ‘풍선효과’가 실제로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