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통해 ‘억눌린 감정’ 치유한다 우울증 환자도 찾는 부암동 ‘춤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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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통해 ‘억눌린 감정’ 치유한다

우울증 환자도 찾는 부암동 ‘춤의 학교’

*출처=중앙일보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는 무용가 최보결(56) 대표가 운영하는 ‘춤의 학교’가 있다. 최 대표는 그곳에서 가슴에 박혀 있는 아픔을 춤을 통해 풀어내는 법을 가르친다. 

사람들은 그의 춤을 ‘명상’이라 부른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명상이 아니라, 팔다리를 움직이며 몸으로 하는 명상이다. 

어떻게 춤을 통해 마음까지 수양할 수 있는 것일까? 중앙일보의 <백성호의 현문우답>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 “춤의 본질은 자기표현”

경희대 무용과를 나온 그는 대학시절 친구들과 자신의 춤을 비교하며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친구들은 팔 다리도 길고, 몸도 예쁘고, 동작도 아름다웠다. 정해진 동작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일. 내게는 그게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춤의 의미는 단순히 아름다운 동작을 나열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최 대표는 나중에서야 그게 춤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춤의 본질은 ‘자기표현’이다. 그는 “원시 시대의 언어는 몸짓이었다. 춤은 본래 자기 생각과 감정의 표현이었다. 그게 춤의 본질이다.”라고 전했다.

춤을 통한 자기표현은 왜 중요할까? 그 답은 최 대표의 다음 답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 감정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저마다 자기 삶에서 억눌린 대목이 있다. 그게 억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는다. 그런 방식은 근원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언젠가는 터지고 만다. 나는 오히려 그런 억눌림을 참지 말고 드러내라고 말한다.” 

즉, 춤은 내면의 억압을 표출하는 치유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 퇴직 후 타말페이즈 산에서 접한 ‘춤을 통한 치유’

이러한 깨달음은 최 대표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최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가 됐다.

서울 숙명여중에서 10년간 무용 교사로 근무했다. 다들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답답한 일상일뿐이었다. 그 사이에 암에 걸려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겪기도 했다. 

결국 학교에 사표를 낸 그는 우연히 세계적인 치유 춤의 대가인 안나할프린의 저서 『치유예술로서의 춤』을 접했다.

책에서 큰 감명을 받은 그는 곧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타말페이즈 산으로 날아가 할프린을 만났다. 꼬박 30일간 그의 스튜디오에 머물며 춤을 익혔다. 최 대표는 거기서 춤을 통한 치유를 체험했다.

그는 “자기 삶의 상처를 느끼고, 그 내면적 감각을 춤으로 드러내니까 저절로 치유가 됐다. 이런 치유의 과정이 놀라웠다. 이걸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출처=중앙일보

◆ 춤의 학교에서 치유 전파

그는 자신의 수강생들 중에서도 춤을 통해 정신적 치유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까지 느꼈던 기업체의 CEO가 있었다. 병원도 다녔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그분도 춤을 춰본 적이 없었다. 억눌렀던 자신의 감정과 아픔과 기억을 춤으로 토해내기 시작하면서 달라지더라. 정말, 시든 화분에 물을 준 것처럼 사람이 살아나기 시작하더라.

 또 어떤 사람은 이 춤이 자신에게 하늘이자 바다라고 했다. 자기 삶에서 마음껏 날고, 마음껏 헤엄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춤의 학교에서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짜인 틀 없이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가르친다. 

학생뿐 아니라 전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점도 눈에 띈다. 수강생들은 몸을 털면서 마음도 털기, 상대방의 동작에 나의 동작을 더하고 빼기 등을 익힌다. 

정신건강의학 의사인 이시형(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박사도 ‘춤의 학교’에 온 적이 있다. 이 박사는 ‘최보결의 춤’을 이렇게 평했다.

 “그의 춤은 인류 최초의 움직임과 유전적으로 코딩된 무의식까지 들춰낸다. 이를 통해 상상과 창의성을 발현시킨다. 그 춤을 추다 보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된다.”

종교에도 갖가지 명상법이 있다. 그러나 어떤 명상법은 문턱이 너무 높아서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이에 반해 최보결의 춤 명상은 문턱이 낮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춤이기 때문이다. 춤은 무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감정과 상처, 아픔과 두려움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통해 누구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