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 첫 불금 … 강남역·홍대앞 빈 택시 줄섰다
입력2022.12.04. 오후 5:28
수정2022.12.04. 오후 7:05
할증률 높이고 밤 10시로 당겨
심야택시 하루만에 19% 급증
시민들 "바로 택시잡혀 신기
너무 많이 오른 요금은 걱정"
연말 택시대란 해소될지 관심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 인근에 택시들이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전날부터 적용된 서울 심야 택시요금 인상 영향으로 빈 차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조동현 기자>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후 처음 맞이하는 금요일인 지난 2일 밤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에서는 1년 넘게 시민을 괴롭히던 '택시대란'이 대부분 해소됐다. 강남, 건대, 홍대 등은 그동안 심야시간대마다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택시를 타려는 승객으로 붐볐지만 이날 이곳을 찾은 대부분 시민들은 택시 승차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지난 2일 매일경제가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거리 곳곳에는 빈 차가 꾸준히 정차해 있었고, 시민들은 거리에 늘어선 빈 택시를 골라 타거나 앱 택시 호출에 바로 성공해 긴 대기 없이 귀가했다. 오후 11시가 넘어서자 홍대입구역에는 택시가 10대 이상 대기하고 있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택시기사 수가 감소하면서 지난 1년간 심야시간대 택시대란이 해소되지 않자 정부는 요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택했다.
이에 지난 1일부터 서울 심야 택시 할증 시간이 오후 10시부터 2시간 앞당겨졌고, 택시요금 심야 할증률도 최대 40%까지 올랐다.
그 결과 심야시간대에 운행된 택시가 늘어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요금 인상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11시부터 2일 오전 2시까지 서울 시내에서 운행된 택시는 2만3649대로 전날 1만9945대가 운행되던 것에 비해 18.6% 급증했다. 이는 개인택시 운행이 1만2166대에서 1만6195대로 33.1% 증가한 결과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과 비교해보면 전체 심야 택시 증가율은 42.9%를 기록해 증가폭이 더 크다. 다만 지난달 24일에는 한국 월드컵 첫 경기가 열렸고 한파로 인해 승객이 줄어든 것일 수 있다는 분석에 서울시는 계속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들도 원활해진 택시 승차를 실감하고 있었다. 지난 2일 홍대입구역에서 택시를 탄 직장인 문상규 씨(37)는 "이전에는 택시 잡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거리가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호출한 지 1~2분 만에 택시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 모씨(24)도 "빈 택시가 많아 바로 잡아서 탔다"며 "평소 같았으면 30분 이상 기다렸을 텐데 신기했다"고 전했다.
택시 승차장에서 승객을 태우면 건당 최대 1만2000원의 인센티브를 서울시와 개인택시조합이 지급하는 제도로 인해 번화가 곳곳에 마련된 승차장에는 승객이 없어 빈 택시 수십 대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서울역은 승객이 많아 보통 20~30분 이상 기다려야 택시를 탈 수 있었는데, 공급이 늘어나며 대기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택시기사 김 모씨(68)는 "원래대로라면 사람이 줄줄이 서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번화가에 사람보다 택시가 더 많아졌다"며 "호출 콜도 없어 빈 차가 정말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월드컵 거리응원이 열려 인파 수천 명이 몰린 광화문에서는 경기 후 택시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거리응원에 다녀온 직장인 김 모씨(27)는 "택시를 기다리다 잡히지 않아 첫차를 기다리거나 따릉이, 킥보드 등을 통해 이동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며 "경기가 끝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종로5가에서 택시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요금 인상으로 시민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택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박준하 씨(19)는 "할증요금 인상이 반갑지는 않다"며 "팀플이나 술자리 때문에 심야 택시를 타는데 학생이라 돈이 많지 않아 부담된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에 택시기사들이 몰려 승차난이 잠시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아직 제도 도입 효과에 대해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이수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홍보본부장은 "요금 인상 이후 오히려 승객난이 벌어질 정도로 공급이 늘어났지만 단기간 반짝하는 효과일 수 있다"며 "당장은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나은 기자, 김혁준, 이호준, 정호준, 조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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