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한테 처음으로 바둑을 배웠다.
그 때, 화점 9개는 물론 그 사이사이에 바둑판이 까맣도록 검은돌을 놓고 바둑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아버지와의 바둑이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을 지나면서 승패가 막상막하가 되더니, 언제부턴가 아버지께서 내게 백돌을 양보하시고 바둑을 두게되었다.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아버지와 바둑을 두었다.
아버지께서는 대전 오정동에 사신다. 재작년 늦가을에 어머니를 먼저 보내신 후, 그 아파트 그 방 그 침대에서 혼자 주무시고 일어나신다. 다행이 한 아파트 앞 동에 누나가 살고 있고, 남동생들이 가까이에 살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는 대부분 씩씩하게 아버지 혼자 해결하신다.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아버지를 뵈러 갔다.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바둑을 한 판 두자고 하신다.
나는 나대로 바둑을 통해 아버지의 정신(건강) 상태를 짐작해보고 싶었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당신의 두뇌(건강) 상태를 가늠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내가 백을 잡고 네 점 접바둑으로 시작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흑 사석이 쌓인다. 노인 아버지의 사기와 체면을 생각해서 내가 모른척 실수를 할까도 생각했으나 비교적 정석으로 바둑을 끝냈다.
물론 불계 이기는 하지만, 아버지와의 그 승패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옛날에 날카롭던 수 읽기와 전체 판을 적당히 조율하시던 여유로움이 많이 무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한 시간이 넘도록 바둑판을 응시하며 바둑을 두시는 그 끈기와 집중력을 통해 아직 건강함을 유지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버지는 금년에 우리나이로 96세가 되셨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몇 판을) 더 아버지와 바둑을 둘 수 있을까?
그저,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지낼뿐이다.
2023. 06. 15 16:00 아버지 아파트 거실에서
첫댓글 참 대단도 하십니다.그 연세에 바둑도 두시고 가사를 대부분 혼자 해결하신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정말로 대단하시다.
장수 유전자를 물려받은 김교수는 110세는 무난할 듯 합니다.
인생 길게 보셔야 할 듯 합니다.
100세에서 10살은 덤으로 더 주셨나요? ㅎ ㅎ
암튼, 감사합니다!
아버님의 건강하신 천수를 빕니다.
친구가 부러운 만큼
나 자신 부끄러워 눈이 촉촉해지네요 ㅠㅠ
고맙습니다!
이 회장께는 고맙다는 인사 뿐 더 할 말이 없. . . .
아버님이 연세에 비해 무척 건강하십니다
만수무강 무병장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 .
96세 고령의 아버님과 바둑을 둘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두고 있는 사진을 보니 참 부럽습니다.
게시된 사진속 용경兄은 매우 젊고 아버님께서 우리들 세대처럼 건강하시니
효자가 따로 없는 시절에 眞孝子시네요.
그래도 초기 동창명부 작성시부터 친구들 기력등을 대체로 상세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제가
용경兄의 기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있다니...
추신) 이 카페의 좌측상단에 있는
친구찾기속에 동기주소록(사진,ㄱ~ㅅ)을 클릭하니
용경兄의 졸업사진 및 현재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백이오니 참고하세요
<대전고등학교총동창회> 동창검색에서는
졸업사진과 현재모습이 잘 수록되어 보게되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력이라고 할 건 없구요, 예나 지금이나 동네 바둑 수준이지요.
친구 찾기를 들어가 보니 정말 사진 자료가 빠졌네요!
조만간 채워 넣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우리 기우회 모임에 한번 모셔야 겟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런데, 시골 동네 바둑 실력으로 어떻게 한양에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 ㅎ ㅎ
대단하신 아버님이십니다.
덕영이 어머님과 네분이 식사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싶네요. ㅎ
그게 가능할까요?
아천의 友意라고 생각하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