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풀어주자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 풀어주는 거 아닌가요?"
7일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송파구 잠실동 및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결정과 관련해 잠실주공5단지 상가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잠실 주민 80~90%는 (안 풀어줄 걸로) 체념하고 있는데 이 제도 모순이 뭐냐면,
진짜 돈 있는 사람들은 사놓고, 들어와서 살기엔 집이 너무 낡아 싫으니 비워둔다.
그렇게 빈 집도 여럿 있다. 이제 대출도 어느 정도 나오고 전세 내놓는 것만 막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는 이날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를 포함해
△잠실동 5.2㎞ △삼성동 3.2㎞ △청담동 2.3㎞ △ 대치동 3.7㎞ 총 14.4㎞ 내 모든 토지에 대해
6㎡를 초과하는 주거지역·15㎡를 초과하는 상업지역·15㎡를 초과하는 공업지역·20㎡를 초과하는 녹지지역 거래계약은
모두 시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를 내년 22일까지 유지키로 결정했다.
지난 2020년 6월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첫 지정 이래 4년간 규제 지역으로 묶이는 셈이다.
◇"거래 막히니 작은 평형으로 이사하는 데 2년 걸려…실거주자 고통"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 성행 또는 지가 급등 지역이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지정, 토지는 물론 해당 지역 주택과 상가 거래 시
구청장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어기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해, 전세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부동산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투자 수요를 억누르는 핵심 사항이기 때문이다.
오는 23일까지였던 토허제 재지정 여부가 지역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잠실엘스와
트리지움 등 일대 아파트 단지에는 '재산권 침해, '(규제를) 즉각 해제하라'는 항의성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2008년부터 잠실동에 거주한 A씨(72·남성)는 "리센츠 대형 평형에 살다가 애들 출가해서
레이크팰리스로 이사했다. 집 파는 데 2년이 걸리더라"면서 "잠실은 이런 규제를 받을 정도로
비싼 동네도 아니다. 반포보다 비싼 것도, 압구정만큼 비싼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서울시의 토허제 지정 이유는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에 따른 투기수요 유입 우려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한다'는 것이다. A씨는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만들어 놓으니
가장 고통받는 건 실거주자"라고 반박했다.
또 "젊은 사람들도 열심히 일하면 전세 끼고라도 잠실 정도는 집을 살 수 있게 해줘야지
세금 한 푼 탈세 않고 열심히 노력한 주민은 도둑놈 만들고 젊은이들 상향이동은 가로막는 제도"라면서
"대학에서 가장 리버럴(진보적)하다는 사회학으로 30여 년간 교편을 잡고 퇴직한 나조차도 부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삼성동 규제 풀리면 대치동 시세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
서울시가 이들 4개동에 대한 규제를 연장한 건 삼성동 코엑스에서 현대차GBC(옛 한전부지),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66만㎡에 4가지 핵심산업시설(국제업무·스포츠·엔터테인먼트·전시컨벤션)과
수변공간을 연계한 마이스(MICE) 거점 조성 사업이 예정돼서다.
이에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 등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야말로
정부가 콕 집어준 최상급지'란 말이 공공연히 나온 터다.
삼성동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삼성동이 지금은 대치동보다 5억~6억원 낮은 시세인데,
지금 봉은사역-삼성역 지하 상가 조성과 현대차GBC 주변으로 협력사들까지 따라오면
그야말로 초대형 호재라 금방 (대치동 시세를) 따라잡는다고 자신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거래가 막혔어도 호재가 확실해 규제 풀면 바로 급등할 지역"이라고 전했다.
다만 서울시는 지난 4월 18일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이 오는 10월 19일 시행 예정인 데 따라,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구역 내 사실상 모든 토지거래를 묶어두는 방식이 아닌, 용도와
지역을 특정해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식을 검토해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지난 4월 서울시에 의해 토허제 지정이 연장된 △압구정 아파트지구 △여의도아파트지구
△목동택지개발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4구역 4개 주요 재건축단지, 5월 국토부에 의해 연장
된 △용산 이촌1구역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있는 정비창 부지에 대한 규제 방식도 일부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상업용 부동산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 건 부당하다"면서
"기업은 투기 목적과 관계 없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빌딩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거래 허가를
받으려면 일정 부분을 직접, 당장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