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랑진철교를 건너
유월 첫날은 토요일이다. 달력에 의해 구분 짓는 방식에 의하면 여름이 시작되는 첫날이기도 했다. 초여름 계절감은 이미 오월 중하순부터 감지해 오고 있다. 주말을 맞아 오래전 스친 제자의 아버지가 중년이 된 딸이 보여줄 야외 문화 행사에 불러줘 고맙기는 했으나 정중히 사양했다. 그 자리를 우연히 들리게 되었다면 반갑고도 축하해 줄 수 있겠으나, 초대가 오히려 부담되었다.
봄날 즐겨 다닌 산채는 끝났고 지난 주말은 고향의 큰형님이 짓는 마늘 농사 일손을 돕고 왔다. 서툰 일손이라 보탬은 되지 못했으면서 손에 쥔 연장에 물집이 생겨 아직 덜 아물었다. 부곡으로 길을 나서 온천수에 몸을 담가 불편한 종아리를 풀어주고 싶어도 손바닥이 덜 나아 후일로 미루었다. 이른 아침 근교로 나가는 산책 코스는 열차를 이용하려고 창원중앙역으로 향해 갔다.
퇴촌삼거리로 나가 창원대학 앞에서 도청 뒷길을 따라 창원중앙역으로 가니 맞이방은 주말에 서울로 가려는 다수 승객으로 붐볐다. 매표창구에서 한림정으로 가는 표를 구해 진주를 출발 동대구로 향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가는 길이다. 비음산터널을 통과한 열차는 진례역에서 수서행 SRT를 앞세우느라 대피 선로로 들어 머물다 진영역에 멈춘 후 다음 역인 한림정으로 미끄러져 갔다.
차창 밖으로는 화포천 습지가 드러났는데 물억새와 갈대는 녹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했다. 간간이 물웅덩이를 비켜 우거진 갯버들은 밀림을 연상하게 했다. 한림정역에 닿아 내린 승객은 나 혼자였다. 이용 승객이 적어 역무원이 한 명도 근무하지 않은 무인역으로 운영되는 한림정역이다. 역사를 빠져나가 철로를 따라 북녘 들판으로 가는 일직선 포장도로를 따라 강변으로 향해 갔다.
찻길과 인접한 농지에는 밭작물을 가꾸었고 더 먼 곳은 모내기를 앞두고 무논으로 다려 놓은 구역이 보였다. 농수로 언저리 농익은 딸기가 보여 가까이 다가가 한 줌 따서 입에 넣으니 달달했다. 가려진 풀숲에 익은 딸기가 더 있어 따 먹었더니 간식으로 삼은 듯했다. 부평마을을 지난 시전마을 동구에서 금곡교를 건너 모정마을로 가던 길섶에도 산딸기가 더 보여 넉넉하게 따 먹었다.
화포천이 샛강으로 낙동강에 합류하는 지점은 커다란 배수장이 설치되어 홍수에 대비하도록 했다. 저수지를 연상하는 웅덩이에는 어리연이 수를 놓은 듯 노란 꽃을 피워 동동 떠 있었다. 폐선이 된 예전 경전선 철길 모정터널은 자전거길로 바꾸어 놓아 산책로로는 더 좋았다. 마사터널을 빠져나간 카페에서 찬 커피로 목을 축이면서 딴섬 일대와 밀양강이 흘러온 뒷기미를 바라봤다.
마사터널 입구 카페 쉼터에서 마을 앞을 지났다. 들판 둑 너머 둔치는 노란 금계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저무는 즈음이었다. 둑 바깥 딴섬은 상류 수산에서 흘러온 물길이 밀양강과 합수를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지점이다. 화포천에서 흘러온 샛강에는 어리련이 꽃을 피웠고 물억새와 갈대가 시퍼렇게 자랐다. 딴섬에는 김해 시민 상수원을 퍼 올리는 여과수 취수정이 있는 곳이다.
마사 동구를 지나니 산딸기를 재배하는 밭에는 딸기가 잘 영글어 한창 따는 시기였다. 인근 오토캠핑장에서 자녀와 밤을 보낸 젊은 엄마는 아이가 먹으려 한다고 산딸기를 한 상자 사 나와 같이 강변 길을 걸었다. 수산에서 흘러온 낙동강이 화포천을 품어 밀양강과 세 갈래 물길로 된 강심으로는 경전선 철로와 58번 국도 교량이 걸쳐졌다. 예전 경전선 철로는 레일파크로 조성했다.
트러스트 공법으로 놓인 옛길 58번 국도 삼랑진철교를 건너 낙동마을에 닿았다. 지난날 낙동 나루터였던 자리는 공원으로 꾸며 밀양 3대 신비와 8경을 석조 부도로 장식해 놓았다. 읍사무소와 초등학교가 있는 송지삼거리에서 삼랑진역으로 가다가 마트에 들러 생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더위를 식혔다. 삼랑진역에서 부전역을 출발해 순천으로 가는 무궁화로를 타고 창원으로 복귀했다. 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