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바다로 얼어버린 빙하기를, 금강산 장기임차지를 달라는 친구의 하이개그로 깨뜨려버렸다, 어이없는 향숙이의 웃음으로 정상으로 돌아온 것에 안도하며.
드디어 왕갈비와 장어탕이 나왔다.
장어탕을 왜 시켰냐는 물음에 그냥 문득 생각나더란다, 혹시 ? 라는 19금을 떠올려봤다.
갈비가 나오자마자 집게를 잡더니 고기를 굽기시작한다. 화려한 된장녀로 의심했으나 헛된 의심병이었나보다.
" 고기도 구울 줄 알아요? "
" 우화오라버니, 제가 사회생활만 7년 넘었어요.은행에서 회식할 때 제가 다 했어요."
" 엇, 진짜로요? 어찌 여자에게 시키지, 줘봐요. 나도 고기 잘 구워요.
전에 수원에 유명한 가보정이라고 소갈비집 있죠? 거기서 먹을 때 아줌마에게 굽는 걸 배웠거든요."
그렇게 뻥을 치고 비쥬얼좋게 가위질을 해나가는데 친구녀석이 열심히 아재개그를 치고 있다.
" 고기 잘 자른다. 향숙이는 이런 돼지갈비말고 한 끼당 10만원짜리 먹으니까 돈 많이 벌어라."
" 네, 많이 버셔야 돼요."
뭐라는거야, 웬수놈아, 한 끼당 10만원을 내가 어찌 감당하냐, 1만원도 힘들다, 라고 투덜대는데 계속 이어지는 친구의 구원투.
" 놀라지는 마라, 향숙이네 부자니까 돈 좀 가져갈 거다, 넌 복받은 거지, 일명 혼테크라는 거지"
오, 울그락불그락하는 내 얼굴의 표정관리가 안된다.
"그 결혼테크 말고 이혼테크라고 최근 추심팀에서 들은 게 있어요 "
" 혹시 위장이혼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말하나요?"
" 네, 속사정은 같아요.
새로운 아파트 매수자가 대출신청을 했길래 여신계에서 서류검토하다가 임대차를 체결한 것을 보고 이상해서 해당 물건에 실사를 나갔어요. 임대차가 진성이라면 감정가에서 전세보증금을 공제하고 나서 대출을 심사해야거든요."
" 아, 임차인의 대항력을 확인하겠다는 거죠?
세대열람원상 전입자가 있더라도 실거주를 하지 않는다면 대항력이 없을테고 우선변제권도 주장 못하고요?"
" 잘 아시네요?"
" 재빨리 네이버 검색했죠, 평소 갈고 닦은 서치의 산물이죠."
"대~~단 하시네요.
현장실사를 가서 임차인이 있으면 대출금액이 얼마 안된다고 했더니, 임차인은 소유주의 부인이래요, 나중에 어찌될 지 몰라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뒀대요.임대차를 주장하면 대출금이 적어지니 알아서 하시라 했더니, 임대차부존재확인서에 써줬대요. "
" 아하, 부존재확인을 해주면 말소기준권리인 근저당설정일보다는 배당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니까 은행은 추심에 무리가 없겠군요? "
" 오, 검색 정말 빠르시네요? 혹시, 검색왕?"
" ㅎㅎ 제 사주가 제왕지상이라고 나오지요, 큼큼."
" ㅎㅎ, 암튼 몇 년 후에 발생한건데, 그 부부는 대출실행이후 협의이혼을 했고, 낙찰자로부터 전세보증금까지 챙겼다네요."
" 부부간 임대차는 판례에서 인정안해주던데요?
그래서 저 임차인의 대항력은 최초전입일이 아닌 이혼시점으로 기산될 것 같은데요, 네이버가 그렇다네요."
" 오, 검색제왕님, 맞아요.
그 당시 낙찰자가 어설픈 실력으로 나섰다가 크게 손해본 거여서 회자가 되고 있대요."
" 오, 향숙님, 되게 똑똑하시네요.
그걸 다 기억하고 그대로 어나운싱을 하다니요,
엄지 척."
" 야, 뭔 이상한 소리를 그리 하냐, 한 잔 혀.
둘이 결혼하면 양복은 됐고"
"금강산 무상임차해달라고? "
" 역시, 니가 뭘 아네"
그렇게 아재개그가 섞인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소개팅을 마치고 배를 움켜주고 목포역으로 달렸다.
그 이후...
된장끼없이 스마트하고, 예의바르고, 쭉쭉빠진 향숙이의 행복한 미래를 기도하며
향숙이에게
애프터를 넣지 않았다.
나이, 키, 몸무게, 직업, 외모, 학력, 부모형제의 학력및직업을 알고 만나는 결정사와는 너무 다른 블라인드 소개팅이라 신선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신선한 거일지도.(끝까지 아재개그하는구나)
------------------------------------------------ 종결
제글을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 번 더 머리 숙여.
앞으로는 짜리몽땅영감이 이런 완벽여성을 만날 일이 없겠지요.
마지막이라 생각하여 나중의 추억으로 삼고자 후기를 올려봤습니다.
********************************************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1DF4F57CE53480D)
첫댓글 인연은 노력하면서 만드는 것이잖아요.
여성분이 우화등선님을 싫어하지 않으면 좀 더 만나보세요.
그러다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애시당초부터 감당하기 힘들었요.
여자 고생시키면 안되지요. 좋은사람 만날 여자분이지요.
잉? 기대한 스토리가 아닌데요 ㅠㅠ 소풍님 말씀대로 1번 정도는 더 만나볼 수 있지 않나요? ㅠㅠ
물론 향숙이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면 할말 없습니다만... 저는 우화님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
감사합니다만,
못올라갈 나무 계속 쳐다보면 목이 꺽일것 같아요.
@우화등선 이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대광보국숭록대부 감당할 수 없어서 , 사랑은 저 멀리로 떠나갔지요~
@우화등선 목포의 사랑 말고요. ㅎ
@대광보국숭록대부 이해할 수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요.
목포의 눈물과 서울의 사랑인가요?
@우화등선 우화님을 좋은 사람으로 보는 분이 있잖아요. ㅎㅎㅎ
@대광보국숭록대부 ㅎㅎ 얼핏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찍찍이님은 남자지요 ㅎㅎ
@우화등선 그렇군요. 어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광보국숭록대부 ㅋㅋ 그렇게 , 찍찍이님, 화내겠어요ㅠ
@우화등선 저녁 퇴근길은 엉망이고, 이후 일정이 죄다 망이라서 오늘 무슨 날인가 했더니... 이런 댓글이 있었었군요 ㅋㅋㅋ 저 남자맞고요~ 이상한 뜻의 좋은 사람이란 말 아님을 알아주세요 ㅎㅎ 아직 귀가길인데 잠시나마 웃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찍찍이 ㅎㅎㅎㅎ 잠시나마 웃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망 망 이라니 안타까운 어제였군요.
오늘은 쾌 쾌 하기를 빌겠습니다~
결론으로는 애프터 신청을 안하셨다는 것인가요?
결론은 안했다는 것이지요.
미녀구경 한 걸로 만족합니다 ㅎㅎ
@우화등선 구경 두 번 하면 더 좋지요. 세 번 하면 더더욱 좋고요.
역시 시작부터 너무 먼건 힘들긴 하군요ㅠ
장거리도 문제긴 하나, 여자가 너무 완벽하지요. 설사 서울여자라 해도 들이대기가 심히 부담스러웠을 거에요.
많이 아쉽네요... ㅜㅜ
가보정 맛잇는데!!!! 침질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