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가정주간 방학을 맞아 나른한 몸과 마음을 잡아 보겠다고 겁도 없이 경북 상주의 사촌고모님댁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과 출발전부터 가느냐 마느냐?로 실갱이를 하다 우겨서 출발을 했죠.뭔가 새로운 삶의 모습들에 긴장하고 에너지 충만해서 돌아 올 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지고요.
까만 썬그라스를 끼고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최고였습니다.천천히 휴게소를 3군데 들리면서 맛난 것 사먹으면서 아이한테도 온갖 설명을 해주며 좋은 엄마의 모든 모범을 보이며 내려갔습니다.
저녁 6시경 도착한 고모님댁은 소,송아지,개2마리,강아지5마리와 새까만 파리떼만이 있더군요.
고모님이 20년전 서울생활에 실패하고 내려가서 이젠 알부자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고 간 시골집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너무나 바쁜 농사일에 치여서인지 방은 발로 치우면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옷이며 온갖 것들이 널어져 있고,부엌은 일단은 득시글한 파리떼에 질리고 나서보니 가득한 설겆이 그릇에 상보가 덮여진 점심상이 그대로 있더군요.
도착했다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나서부터 농촌 체험은 시작이 되었습니다.엄마와 나누어서 집청소,부엌청소,저녁밥 짖기를하고 아버지는 마당청소를 아이는 파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는 파리를 잡으며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다리다가 지쳐 8시경 먼저 저녁을 먹고나니 고모와 고모부는 9시경이 되어서야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미안해하며 돌아오시더군요. 작년까지 사과밭이었던 곳을 논으로 만들면서 포크레인으로 땅을 엎고 물을 채우느라 늦었다며 깨끗해진 집 풍경에 민망할 정도로 미안해하면서 고마워하더군요.식사후 "여인천하"라는 tv드라마를 꼭 봐야한다더니 중간에 졸기 시작하더군요.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날 밤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새벽 5시30분부터 걸려오는 전화소리에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모네가 큰 비닐하우스에 고추모를 파종해서 길러 여기저기 파는 중이더군요.주문갯수에 맞춰 트럭에 실고 배달을 하는일이었죠.주문량이 밀려 트럭으로 경운기로 바쁘게 배달을 하곤 아침을 먹고 바로 논으로 밭으로 나가시더군요.저희는 다시 빨래에 김치담그기를 하며 오전을 보냈죠.아이는 연신 파리와 씨름을 하면서 강아지와 노느라 즐거워했습니다.나물 반찬을 해서 점심을 준비해서 먹고는 고추밭에 비닐 씌우는 일을 같이 했습니다.어렵데요.
처음해보는 호미질도 그렇고,땅에서 올라오는 더운 열기에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더군요.에고~허리야!!
고모네가 아이들이 4명인데 다들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대학생이 2명,고등학생1명,시집 간 딸1명인데 뒷바라지에 엉덩이를 땅에 붙일 짬이 없어 보였습니다.
또 당장 현찰이 필요해서인지 대규모로 기계작업을 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원없이 식사준비에 빨래,청소만 실컷하였습니다.
또 이런일이 고모에게 제일 도움이 되는일이라는걸 금방 느낄 수 있었죠.
김치를 3가지로 담아 드렸더니 그렇게 좋아하실수 없더군요. 오랫만에 친정 김치맛을 본다구요.
3일째날 오후에 고추모를 밭에 심는 일을 하였습니다. 100평정도 되는 밭에 고랑에 맞춰 고추모를 하나하나 심고,물을 주고 다시 흙으로 덮어주는 일을 했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쭈그리고 앉아서 3시간 정도했더니 꼼짝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마침 고모가 내온 참으로 포도주와 산나물을 먹으며 잠깐 쉬곤 마저 일을 하였죠.아이는 모판을 날라주는 일을 하면서 아주 신나하더군요.
어렵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밤에도 늘 바쁘셔서 우리 식구들끼리만 저녁을 먹고는 기다리면 9시가 넘어서야 돌아들 오셨습니다.그때마다 미안해하시며 아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오시더군요.
농촌이 바쁘데요.새벽부터 밤까지..
물론 풍경은 너무 좋았지만, 한가하게 둘러볼 짬이 안 생기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은 어렸을때 시골생활을 해서인지 무척 지겨워하시면서 안쓰러워하기도 하고,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이 고생을 하며 산다고 고모를 욕하기도 하데요.
밤이면 안방을 군불을 떼더군요.주로 저희 아버지가 하셨지요. 쩔쩔 끓는다는 표현이 딱 맞더군요.
낮동안의 고단함을 아랫목에 허리를 지지면서 풀고,이런저런 옛얘기를 나누면서 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참,불장난 엄청 했습니다. 아이는 불속에 감자를 구우느라 장난을 치고 저는 나무 타는 냄새가 좋아 쭈그리고 앉아 아궁이만 헤집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마다 들리는 개구리 소리는 거의 환상이었죠.
낮에 개구리를 잡겠다고 아이랑 시도를 해봤지만 서울사람 손에 잡힐 눈 먼 개구리가 없더군요.
또 3일째 낮에 아이에게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꼬셔서 면에 걸어서 나갔었죠. 걸어서 1시간이 족히 걸리더군요.겨우 가게를 찾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는 근처에 모서초등학교에 들렀습니다.아담한 크기의 학교가 너무 좋아보이더군요. 안으로 들어가봤더니 한 학년에 한 반씩뿐이고.반이름도 1학년 아름반,2학년 착함반.. 이런식이고,교실도 유치원처럼 너무나 예쁘게 꾸며져 있었어요.
잠시 아이가 이 학교를 다니면 어떨까?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했죠.
더 있다가 가라는 고모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다싶히 4일째 오전에 그곳을 떠나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아이는 강아지와 헤어지는게 아쉬웠던지 "여름방학에 또 올께.잘있어"하고 강아지와 작별을 하데요.
여름방학에도 가렵니다.힘도 들고 고모네 사는 모습에 속 상하기도 했었지만,나의 작은 수고에 고마워하시는 그분들의 마음이 좋아 또 갈려고 합니다.
체험! 삶의 현장 제대로 했죠.
희소식 한가지! 고모네 포도밭에서 딴 포도만으로 만든 포도주를 그곳에서도 실컷 먹고는 여기 식구들 생각나서 1.5펫트병으로 하나 얻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