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산악마라톤클럽에 다니고, 산악마라톤을 무엇보다 좋아하면서 막상 올해 산악마라톤 대회 참석은 오산종주와 금정산악마라톤대회가 전부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대구산악마라톤대회 참가 신청. 얼떨결에 입금까지 했는데, 하고 나니 같이 가는 사람이 없어 다소 맥이 빠진다. 그래도 어쩌랴 돈이 아까워서라도 가야지...
설상가상으로 어제 일기예보에 오늘 종일 비가 온다니 겨울비 추적추적 맞으며 질퍽한 산길 갈 생각을 하니 처량하기 짝이 없다. 다행인 것은 강수량이 6~9밀리 이하로 비라고 부르기 보단 먼지나지 않게 산길을 적셔줄 것만 같다는 것이다.
아침 5시40분. 세수하고 어제 챙겨둔 짐을 들고 간만에 자가 운전을 하고 나선다. 날씨 상황에 따라 갈아 입을 바지만 세벌을 준비한다.
주말 새벽 고속도로는 조용하다.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는 나는 속도감과 상대적인 차안의 평온함을 즐긴다. 여행 떠나는 가벼운 흥분마저 느낀다.
고속도로의 차량 흐름은 신기하다. 차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무리를 지어서 달리고, 그 무리를 지나치면 도중엔 차량이 별로 없다가 다시 저 앞에 차량의 무리가 나타나곤 한다는 것이다.
달리기 대회에 나가봐도 마찬가지이다.
하수들이 떼로 한무리를 지어 가지만 그 앞을 살짝 추월해 보면 또 코스 앞뒤로 사람이 드문드문 있다. 그러다가 다시 저 앞에 또 한무리의 떼가 뛰어간다. 중수들이다.
중수들 떼를 추월해 보면 다시 또 사람들이 드물고 그 한참 앞엔 다시 고수들의 무리가 떼를 지어 가는 현상이 종종 보인다.
그 간격 - 하수와 중수 사이, 중수와 상수 사이 - 을 넘어서야지만 진정 한 단계 업글이 된다.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상념에도 잠겨보고, 휴게소에 들러 일부러 따뜻한 우동으로 여행의 맛을 느끼기도 하며서 대구 월드컵 경기장옆 자동차 극장에 있는 대회장 도착. 시간이 7시10분이다. 너무 일찍 도착했네.... 차안에서 다시 잠시 눈감고 누워있는다.
시간되어서 일어나 등록하고 이것 저것 준비하니 박하 박점석님과 고라 이세진님이 오셨다. 금정산악마라톤대회처럼 늦어도 두 시간이면 완주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마음 편하게 왔다고 했더니 고라님이 그렇지 않다며 코스가 험해 3시간 안에 들어오면 고수라고 겁을 준다. 세 시간 뛸 마음의 준비는 안해 왔는디....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스트레칭. 정각 9시 출발이다. 비는 오는 듯 안 오는 듯 하다.
산초입까지 아스팔트 평지와 콘크리트 오르막 따위를 선두권은 걷지 않고 뛰어간다. 나도 막 따라가는데 중과부적이다. 내 스타일이 초반 약 20분 정도는 걷거나 천천히 오르면서 몸을 푸는 것이라 분위기에 휩싸여 같이 갔다간 분명히 오버 페이스로 고생한다.
대회 때는 그걸 알면서도 잘 안된다. 중간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다소 무리한다.
산엔 안개가 자욱하다. 전방 10여미터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랜턴으로 앞만 보고 가는 야간 산행이랑 똑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얀 밤이다. 하얀 밤.... 내가 생각해도 멋진 표현인데? 자뻑하며 언덕을 오른다.
코스를 잘 모르니 언제부터 능선인지도 헷갈린다. 이 코스는 좀 희안하다. 능선 중간 중간에 만나는 이름없는 작은 봉우리들이 하나같이 급오르막, 급내리막이다. 안개로 앞이 안보이니 오르막의 길이도 내리막의 거리도 가늠이 안된다. 뛸 자리에 걷기도 하고 걸을 자리에 뛰기도 한다.
내리막 달리기가 불편하다. 뭔가 기분이 안좋다. 몸이 경직된 느낌....30분이 채 못되어 기어이 정강이가 아프다. 겨울철 몸을 충분히 풀지 못한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를 하면 반드시 나타나는 고질 증상인 정강이 근육 뭉침.
경험상 지금 풀어야 한다. 이제막 3명을 추월했는데.... 아쉽지만 멈춰서 스트레칭으로 정강이를 풀고 1분 동안 산보가듯이 천천히 걷는다. 1분은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지만 대회하면서 느끼는 이 1분은 조바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어쨌던 이렇게 달래준 것이 효과를 봐서 그 다음부턴 그다지 통증이 오지 않는다. 코스 안내는 현수막을 잘 걸어 놓아 길찾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코스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다. 그냥 평지와 내리막은 뛰고 오르막은 속보하면서 갈뿐이다.
산악달리기는 넓은 능선을 달릴 때보단 산옆으로 난 오솔길을 달리는 것이 제맛이다. 이 코스는 그런 곳이 두군데가 있다. 낙엽을 밟으며 이런 소로를 달릴 때는 대회를 떠나 정말 신이 난다.
약 10km 지점인 성암산에 도착. 일단의 등산객이 제를 지내는 데 무슨 제인지 관심 가질 마음의 여유는 없다. 1시간12분 소요.
지금 이 구간엔 주자가 없다. 내 뒤 주자를 추월한 것도 한참이고, 내 앞 주자가 어디 있는지는 감도 잡을 수 없다.
예의 그 간격을 느낀다. 나는 분명 소위 중수들의 무리를 앞지른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상수들의 무리 속으로 끼이지는 못하고 있다. 그 중수와 상수 사이의 긴 무인지대를 나는 외롭게 가고 있는 것이다. 늦추면 중수, 따라 잡으면 상수인데 그 간격이 너무 넓음을 통감한다.
성암산부터 대세 내리막, 13km 지점인 덕원고 앞으로 가는 급경사를 조심스럽게 내려와 급수처로 간다. 여기까지 오늘 두번이나 미끄러졌다.
급수처에서 물 한잔 마시고, 물통 바꿔 저수지 돌아 다시 긴 비알을 오른다. 선수는 보이지 않고 등산객만 많다. 1시간 40분만에 파워젤을 하나 짜 먹는다. 파워젤이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이 언덕 오르는 부분이다. 큰 효과 보기를....
쉬지 않고 오르니 드디어 저 앞에 선수가 한명 보인다. 무지 반갑다. 마치 저 사람이 상수 무리 속에 들어가는 출입구 같아 보인다. 오르막은 잘 오르니 거침없이 오른다. 드디어 추월. 만세....
15km 지점를 지나니 저 앞에 또 한명의 선수가 보인다. 내 페이스 유지해 가며 부지런히 걷고 뛴다. 급수처를 지나면서부터 몸이 가벼워져 다소 급한 내리막을 막 뛰어가도 몸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갈수록 점차 간격이 줄어드는데도 추월은 정말 쉽지 않다. 이런 고수들을 볼때마다 내가 얼마나 훈련이 부족한지, 또 내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깨닫게 해주어 고맙기 그지 없다.
17km 체크 포인트. 나보고 8위라고 얘기해 준다. 내가 그렇게나 빨랐나...? 의외라 여기고 이제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내리막을 미끄럼 주의 하며 내려간다. 잠시 7위를 추월도 했지만 이 사람 내리막 달리기는 나보다 빠르다. 그리고 청계사 앞부터 이어진 포장도로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나마 그 앞 5위, 6위 선수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는 것에만 만족할 뿐이다.
공식 기록 2시간27분25초. 전체 8위로 골인.
다리에 힘이 남아 돈다. 주차장을 뛰며 쿨다운 실시. 역시 나는 장거리 체질이야... 산마에서 하는 훈련이 6시간, 7시간인데 두시간반은 좀... 풀코스로 했다면 더 많이 따라 잡을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다.
시상을 10위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뜻하지 않게 상장도 다 받게 된다. 참가 선수가 100여명으로 인원이 적고, 이름난 고수들이 참가하지 않아 어부지리로 받는 상이다. 허허 참! 호랑이 없는 산에 여우가 왕노릇하는 꼴이네.....
노익장(?)을 과시하며 힘차게 들어오는 박하님, 그리고 여성 3위 주자에게 지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리며 골인하는 고라님의 모습에 감명 받는다.
출발전 고라님과 박하님. 사진을 부탁했던 분이 내 폰카를 다룰 줄 몰라 3명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 쩝!!
산마의 트레드마크인 치마각반을 못 챙긴 실수로 신발에 돌 들어가고 양말 다 버렸다.
궃은 날씨로 저 멀리 우리가 가야할 산이 구름에 잠겨 있다.
완주후 먹는 막걸리와 시락국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보약입니다. ㅎㅎ
허허 참! 달리기하면서 상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록 아무도 안 알아주는 상이지만...ㅋㅋ
첫댓글 대구대회 참가하신 박하님, 고라님, 박이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박이사님의 입상을 축하드립니다. 부산산악마라톤의 이름값이라도 한 대회로 기록되겠습니다.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존 성적으로 입상을 축하 합니다 평소 열심이 훈련한 결과라 봅니다
축하드립니다...박이사님 열정 아름답네요...늘~~건강, 열정 쭈~~~~~~~욱 하시길.....박이사님 화이팅!!!
..... 이젠 고수의 반열에 섰네요... 드리며 참가신 모든분 수고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이제 몸이 만들어져 탄력이 붙는것 같습니다
허허참^*^입상하오이다^*^ 이제부터 시작인것같네요^^박이사님그탄력받아쭈욱역시숨은고수였어요^^함께하신 박하님과고라님도 우중에 고생많았습니다-
허허참^*^입상하오이다^*^ 이제부터 시작인것같네요^^박이사님그탄력받아쭈욱역시숨은고수였어요^^함께하신 박하님과고라님도 우중에 고생많았습니다-
좋은 성적으로 입상을 축하 합니다 평소 열심이 훈련한 결과가 아닐까요?박이사님 힘ㅁㅁㅁㅁ
축하 합니다 고생했어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점점 좋은일 만들어 질겝니다
정말 정말 고생많이 하셨고 추카추카 드립니다.....내년에는 나도 함 따라가거슴다...많은 지도 편달 부탁하것음다.....
박하님! 정말 대댠하십니다...고생많이 하셨읍니다....
축하합니다. 빠른 회복기원합니다
산악의 고수등극 함을 축하합니다
박이사님께 희망을 걸어도 좋습니다.이번기록이 작년 우승자 기록과 거의 같으며 올 우승자와는 큰 차가 없었기에, 앞으로 희망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고라님은 처음의 고라님이 아니였습니다.그동안 대구산악대회 1회부터 쭉~ .김해산악,의령 산모롱이등 주로 산악과마라톤과 청정지역대회를 참여해와 건강이좋아 의료인 후배들이 놀랠정도라며,모두 산마훈련 덕분이리고 하내요.멋지게 땀 흘린것 기쁘게 생각합니다. 빠른 회복을 기원 합니다.
세분 모두 수고 하셨고 특히 박이사님은 슬슬 탄력이 붙기 시작하네요. 추카 추카
박이사님의 입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내년에는 필히 최고수 반열에 오르시기를... 그리고 젊음과 노익장의 저력을 보여주신 박하님의 열정 정말 존경합니다.
내년 오산종주도 박이사님 책임져야 합니다~~~~ㅅ세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