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관한 시모음 38)
4월에게 /김덕성
4월은
아름다운 달이라 하고 싶어
오늘을 낳기 위해
참바람 몰아내고 숱한 꽃을 피운 너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피고
온 세상에 벚꽃이 피우더니
곳곳마다 벚꽃으로 축제가 열려
봄날 흥을 돋우는 장한 너
이제 떠나야 한다니 아쉽지만
헤어지고 만나는 것은
이 세상의 순리가 아닌가
떠나가서도 재회의 꿈은 잃지 말고
사랑의 마음으로 신부처럼
꽃잎 카펫을 밟고
우아하게 가렴
4월이여
4월, 너를 배경으로 /최수지
찰칵,
그녀 웃는다
나 덤으로 웃는다
햇살도
잦은 비 달래듯 웃는다
첩첩 산 안개비 돌아
구멍마다 집 비운 배암
너도 나오고 나도 나오고
등진 그늘 비껴 앉은 숲이
사람 사이로 풍경을 옮긴다
그리워 목 메이는 바람에 기대어
숨어도 들키는 진달래꽃 몰래 지는데
이름 불러주길 기다리는
산목련 산벚나무 조팝 이팝
깜박 눈인사에
소리 없는 폭죽으로 터지는 대책 없는 저 꽃무리
살아남을 또 하나의 기억
웃음이 평행으로 모두 모여
찰칵,
쉼표로 정지 되는 봄
초록이
하루치 봄날을 밀봉한다
사월의 봄 밤 /김시윤
아름다운 4월의 봄 밤
가슴깊이 감춰놓은 님 그리움
달빛속으로 흩어지는 밤..
바람의 속삭임에
목련꽃 하얗게 마음 열었네
살금 살금 방울도 없는
검은 고양이
달빛에 안겨 춤추는
목련꽃 그림자의 유혹에
안절부절 머리만 갸우뚱
목련꽃 흐드러지게 핀
봄 밤에
검은 고양이 봄 담을 넘는다
오늘도, 달빛 밟으며
뜨거운 흐느낌 속으로..
사월의 꽃구름 /허정인
고목으로 버티던
벚나무들이
사월의
축포를 터트렸다
와~~! 벚꽃이
하늘에서 내리는구나
세상이 온통
둥실둥실 꽃구름이다.
예쁜 4월 봄 /노정혜
차디찬 겨울
시린 가슴 잊은
예쁜 4월 봄
4월 나뭇잎
어미 꽃 잃고
눈물 삼키고
홀로서기하는 나뭇잎
참 예쁘다
연초록으로 태어나
진초록 물 들여가는
4월 예쁜 나뭇잎
비에 젖고
찬바람에 시험을 당해도
싱그러운 나뭇잎
참 좋다
코로나가 물러가고
4월 예쁜 나뭇잎 닮은 지구촌아면
참 좋겠다.
4월에는 /목필균
축축해진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떨구렵니다
새벽마다 출렁대는
그리움 하나
연둣빛 새잎으로
돋아나라고
여린 보라 꽃으로
피어나라고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
떡잎 하나 곱게 가꾸렵니다.
잃어버린 4월의 달력 /곽상희
새벽녘 문득
달력에 눈을 보낸다
바다 건너 어제의 그 일이
푸른 광목 같은 돌 하나로 멈추어 있고
4월은, 달력 속에서만 민들레 노랗게
뿌리 채 흔들리네
처음부터 먼 그 날까지
변함없는 바람을 타고 목젖 밑에서
더듬거리는 목마름이어,
날수들 온도계를 잃어버린 달력 안에는
변함없는 4월의 꽃길이 숨 가삐 차오르고
뼈 속을 흐르는 중립을 위해
사막의 모랫바람 얼굴 따갑게 달아오르는데
바람아, 우리들의 4월을 보여라!
빛깔의 그림자로도
첫봄의 향기 헛바람으로도
너는 얼굴을 내밀라
너는 얼굴을 내밀라
죽은 밀알이 꿈꾸는 4월의 거리,
4월의 겨울 /오승한
가치 없는 분주한 태양이
어김없이 뜨는 아침
행복이라는 꿈은
구름처럼 떠 있다.
스쳐 가는 수많은 사람
기쁨 없는 얼굴들
애써 웃는 웃음이 어색하다.
봄꽃 흐드러지게 핀 가지에
겨울바람이 걸려 있고
꽃잎엔 눈이 앉아 서럽다.
눈 속에서 웃고 있지만 울고 있는
그래서 더 서러운 오늘
붉은 몽우리 속에 감춘 웃음은
내일을 기약하며 추운 잠을 잔다.
4월에 사랑은 /김연식
사랑은 이렇게 왔다가 가는 것인가
불처럼 타오르다 떠나는 게 사랑인가
4월의 마지막 밤
쓸쓸히 내리는 비는 사랑을 적시고 있다
사랑 피기도 전에
목마른 짐승처럼 길목에 서서
곁에 오기만 기다리던 봄은
그다지 질척이지도 못하고 이슬비
몇 방울 슬쩍 뿌리고 지나가고 말았다
성질 급한 목련이나 벚꽃 사랑은
트로트나 발라드를 좋아하던
내게 어울리지 않아
길옆 수줍게 핀 제비꽃 사랑을 하고 싶다
세월 훌쩍 지나 가을이 될 때면 해바라기
나팔꽃, 코스모스, 사랑이면 어떠리
초가지붕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고
메주콩 뜨는 냄새나는
그런 사랑이면 더 좋겠다.
4월 /박인걸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 뒷골에
진달래 얼굴 붉히면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나물 캐는 처녀들
분홍치마 휘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두견새는 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동심은 막연히 설레고
半白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마당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다.
사월이 오면 /鞍山백원기
사월이 오면 생각이 나요
기억해야 할 젊은 날
오 일은 결혼기념일
1.21사태 다음 해
가난한 결혼식이라
됫박 쌀에 십구공탄 두 개씩
구멍가게서 사다 땠지요
칠 일은 진해 해병 입대 기념일
모자 벗은 까까머리로
겁도 없이 하사관 학교 들어가
넉 달 모진 훈련에
이등 병조 계급장 달았지요
이십이 일은 임관 기념일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轉軍하여 광주 상무대로 가
일곱 달 고된 훈련 끝에
육군 소위 반짝였지요
다사다난했던 시절
방황의 발걸음 돌이켜 보면
채우지 못해 안타까운
미완성의 삶이었습니다
사월의 그리움 /김희영
싱그러운 봄 햇살
가득 품은 빨랫줄에
그리움을 털어 넌다.
손가락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열리듯
대청마루도 열리고
연초록 잎이 봄 바닥에 드러눕듯
그리움도
어머니의 발자국 끊긴 마당에
앞다투어 눕는 사월
댓돌 위 주인 잃은 고무신
공허함에 나뒹굴고
낯선 손길에 움츠린 툇마루
세월의 더께를 움켜쥐는 날
붉은 그리움 안은 자목련
금방이라도 울음 터질 듯 슬프다.
어머니의 손길인 양
장독대를 쓸어내는 봄 햇살에
파르르 웃음 짓는 꽃잎들
다시 마주하고픈
어머니의 미소를 품었다.
4월을 보내며 /최경숙
봄이 열리고
세상이 꽃물결로 새 인사를 하고
움추렸던 가슴마다
풀리는 햇살처럼 한아름씩
희망의 씨앗을 다시 심는 계절
가고 오는
시간이건만 나이테의
헤아림이 주는 아쉬움과 연민들
스스로를
잘 가꾸고 돋우어
마음의 텃밭에 꽃을 심어
고운 빛깔과 향기로
미소의 열매를 맺고 싶은데
미적거리는 사이
어느새 4월은 떠나가고
5월 열린 하늘이 다가온다
사랑도 계절처럼 가고 오는 줄을
미쳐 깨닫지 못하였는데
내 생애에도 아직 남아 있을까
안개꽃 같은 사연 4월을 보내며
마음의 갈대들 달불로 태우고
보드라운 새싹하나 가슴속에 심어 보련다
그리움의 씨앗이 시들지 않게
내 詩 의 노래 그치지 않도록
4월의 戀歌 /김정윤
폐쇄된 철문 안에는
한발쯤 길어진
저녁노을에 결박된
전령사들의
마지막 춤사위와
떨어진 꽃잎이 길을 맴돌고
속살 파고들듯
삶의 공간을 파고든 세균의 공포
예고 없는 꽃샘바람에
꽃비를 뿌리며 막을 내린
슬픈 축제 뒤편에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며
달아오른 햇살이
여린 풀잎사이를 자맥질하며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갈라진 수피 자락을 땜질하며
분주하게 봄을 나르는
4월이 있었다
청명한 하늘
초록빛으로 짙어가는 대지 위에
이별의 아픔만큼 성숙해 가는
4월의 봄
온 누리에
꿈을 담는 너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