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다녀온 부곡 온천

[주오돈]

빗속에 다녀온 부곡 온천

지난밤부터 비가 흩뿌리는 유월 둘째 토요일이다. 오키나와 부근에 머무는 장마전선과 무관한 기압골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역은 주말에 비가 예보되었다. 주말 강수는 골퍼를 비롯해 야외 활동에 지장을 받을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다수가 기다리던 단비다. 특히 농사는 밭작물은 물론 벼농사에도 비가 넉넉히 내려도 좋을 듯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꽃밭도 흡족하게 적셨으면 싶다.

강수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주말은 부곡으로 온천욕을 다녀올 일정을 정해 놓았다. 지난주에 가려던 계획이 그 전에 시골의 마늘 뽑는 일손을 돕다가 손바닥에 생긴 물집이 낫지 않아 한 주 늦추었다. 재작년 귀촌한 친구 표고목 통나무를 자르다가 다친 무릎은 아직도 시큰거려 치료 중이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종아리와 발이 풀리는 효험을 봐 틈을 내 가끔 들린 부곡을 갈 생각이다.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었다.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반송 소하천은 도심 속에 생명체가 살아 움직였다. 습지 식물이 무성한 냇바닥에는 어미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들과 먹이활동을 했다. 한때 생태계 교란종으로 밉상 받은 황소개구리는 암수가 엉켜 짝을 짓고 있었다. 녀석들은 천적에게 다수 잡아 먹혀 이제는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 귀하신 몸이 되었다.

이른 아침 반송 소하천 생태를 내려다보면서 원이대로로 진출해 불모산동에서 북면 마금산 온천장으로 가는 17번 버스를 탔다. 버스로 이동하는 차내에서 며칠 전부터 준비되어 있기는 했지만 ‘반송천 황소개구리’를 사진과 같이 아침 시조로 보냈다. 열흘 전보다가 몸집이 더 불어난 흰뺨검둥오리 새끼 모습 사진도 곁들여 나와 이웃이 살아가는 도심 하천의 건강한 생태도 소개했다.

마금산 온천장에 닿아서 거기 대중탕을 이용하지 않고 부곡으로 다니는 영신교통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마금산에는 원탕을 비롯해 몇 군데 대중탕이 있기는 해도 공간이 비좁고 부곡보다 온천수가 미지근했다. 목욕비도 부곡 대중탕보다 2천 원이 비싸 발품을 팔고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굳이 마금산 온천에 매달릴 일이 없었다. 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부곡으로 오가는 교통편이 있었다.

창녕읍을 출발해 영산과 부곡을 거쳐온 영신교통을 타고 부곡으로 향했다. 내 말고 창녕과 연고가 있는 두 아낙이 탔는데 한 사람은 텃밭 일을 가고, 다른 한 사람은 나처럼 그곳 대중탕을 찾는 이였다. 북면에서 백월산을 비켜 본포교를 건너니 내게는 익숙한 강변 풍광이 드러났다. 학포에서 한 할머니가 창녕 장날을 맞아 저자에 내다 파려는 푸성귀 보따리를 안고 올라 도와주었다.

부곡 온천에 닿아 가끔 들렸던 거문마을 호텔 사우나를 찾았다. 부곡에는 10여 군데 온천 대중탕이 있는데 각자 취향 따라 드는 곳이 다를 테다. 내가 찾는 사우나는 비교적 근년 지은 호텔로 공간이 넓어 혼잡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온천수는 어디나 유황 성분이 듬뿍 함유된 고온이다. 주말이라도 대중탕 입욕객은 적어 평소 목욕보다 곱절로 머문 2시간이나 지내다가 나왔다.

입욕객이 적어 넓은 공간 뜨끈한 온천수에 느긋하게 몸을 담갔더니 최면 효과인지 시큰거리던 무릎과 종아리가 좀 나아진 듯했다. 대중탕을 나와 아침에 이용했던 영신교통 버스틀 탔다. 창녕읍을 출발 영산을 거쳐 부곡에서 하루 3 차례 본포교를 건너다녔다. 전에는 1,500원이던 차비가 연초부터 1,000원으로 내려 카드 결제는 100원이 할인되어 왕복에 든 교통비는 1,800원이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는 아침에 참아주던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빗방울이 맺힌 유리창에는 모내기가 마무리되는 들녘과 강변 풍광이 드러났다. 마금산 온천에 닿아 한우국밥으로 점심을 요기하면서 적은 액수나마 지역 경제에 일조하고 시내로 왔다. 귀가 전 이웃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꽃대감 친구와 만나 커피잔을 앞에 두고 한담을 나누었다. 창밖은 여전히 비가 내려 대지를 적셨다. 2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