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빗물은 막아주고 투습, 즉 땀과 같은 습기는 뺴준다는 기능성 원단이요. 방수과 발수가 있는데, 발수는 빗물이 또로로 떨어지는 겁니다. 방수보다 더 성능이 좋은 거죠.
고어텍스는 방수, 발수는 되는데 투습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나가야할 땀이 100이라면 10 정도만 빼준다는 느낌이랄까요. 생각해보세요. 땀은 나오는 순간 잠깐 습기가 되지만 곧바로 물방울이 돼 이마 등 피부에 맺힙니다. 고어텍스 원단이 빗물을 중간에서 막아주니 물방울이 된 땀이 나갈 구멍도 없는 거죠. 고어텍스는 투습이 아닌 방수, 발수에 초점을 맞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 방수, 발수도 오래 가지 않는다.
고어텍스 옷을 빨거나 비오는데 몇 번 입고나면 발수 성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등산복 전문 세탁 매장도 있고 방수 스프레이로 있습니다. 그거 쓰고 나면 그나마 있는 투습 성능이 더 떨어지겠죠. 결론적으로 고어텍스 의류는 비싸기만 할뿐 가성비는 떨어집니다. 사실 웬만한 빳빳한 원단의 자켓(전문용어로 하드쉘이라고 합니다)은 폭우가 아닌 이상 웬만큼 방수가 다 됩니다. 고어텍스가 들어간 등산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방수가 잘된다는데 산다니면서 첨벙청범 물 밟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등산화 모든 부위에 고어텍스를 골고루 쓴 게 아닙니다.
3. 비오는 날, 산가지 않는다.
최선은 비 예보가 있으면 산 가지 않는 겁니다. 길은 미끄럽고 사람도 없고 정상 가봐야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이고 춥고 등산가방 젖어 안에 음식물도 젖는데 그냥 집에서 쉬는 게 낫습니다. 다만 날씨예측이 불가능하고 다양하게 변하는 1500미터 이상 높은 산을 가신다면 방수자켓을 비상용으로 꼭 챙겨가셔야 합니다.
4. 등산은 땀내는 운동이 아니다.
땀이 그렇게 나는데 등산이 땀내는 운동이 아니라뇨. 맞습니다. 등산은 땀이 나는데 그 땀과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손쉽고 과학적이고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그냥 옷을 벗는 겁니다.
지난 겨울, 태백산을 간 적 있습니다. 출발점인 주차장 온도가 영하 15도입니다. 정상은 서있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가 아마 영하 30도에 달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반팔에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더군요. 상상이 가시나요? 저 역시 올해 3월에 지리산과 한라산을 다녀오면서 반팔로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숨이 차고 몸은 더운데 땀은 하나도 나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5. 그럼 왜 자켓이 필요한가?
산 중간이나 정상에서 잠깐 쉴 때 바람을 막아주고 보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덥기 전에 벗고 춥기 전에 입어라. 이게 등산복 입는 방법(레이어링)입니다. 정상 부근에 거의 다 왔다 싶으면 그 아래에서 옷을 두세겹 겹쳐있어야 춥지 않게 정상에서 경치도 보고 간단한 라면이라도 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설악산 정상 부근엔 이런 안내문도 있습니다. “이제 곧 정상이고 추우니 옷을 겹쳐 입어라” 특히 겨울 등산에서 비바람과 눈을 막아주는 고기능성 자켓은, 폼이 아니라 생존장비이기도 합니다.
6. 겨울엔 어떻게 입어야 하는가?
3겹이 기본입니다. 먼저 등산 중엔 땀을 잘 배출해주는 속옷(베이스) 또 그 땀을 밖으로 배출해주는 플리스(미들)를 입고 산에 오릅니다. 땀이 진짜 많은 분이라면 플리스만 입고 올라가도 됩니다. 이건 본인이 테스트해보면 압니다. 중요한 건 아무리 영하의 날씨라도 열과 땀이 나지 않게, 서늘하게 가야 한다는 겁니다. 중간에 쉴 때는 그 위에 바람을 막아주는 자켓만 겹치면 됩니다.
추위를 많이 타신다면 자켓 안에 솜으로 된 조끼나 패딩을 하나 더 입어도 됩니다. 오리털이 아닌 솜 패딩을 추천한 이유는, 오리털은 땀에 젖으면 보온 성능이 떨어지고 무거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 등산 브랜드 보온패딩 중에 솜으로 된 패딩이 오히려 더 유명합니다.
절대 하시면 안되는게 두꺼운 패딩을 입고 계속해서 산에 오르는 행위입니다. 해보시면 알겠지만 덥습니다. 그런데 더운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배출되지 못한 땀이 결로가 되기도 하고 체온을 급격하게 뺏어 사망한 분도 있습니다.
5. 그렇다면 여름은?
여름에 옷을 홀딱 벗고 등산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죠. 여름엔 땀을 배출하지 않고 흡수해 머금는 면 소재 옷만 피하면 됩니다. 그리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의외로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합니다. 햇볕에 피부가 닿으면 타기도 하고 더 덥기 때문입니다. 서늘한 냉감 소재의 옷만 잘 입어도 됩니다. 사실 저같은 경우 여름엔 벌레와 더위 때문에 의외로 등산을 잘 안합니다.
6. 등산화는?
산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낙상사고입니다. 등산화는 아무리 작은 산을 가도 꼭 신고 가세요. 발목까지 오는 크고 무거운 등산화가 싫다면 트레킹화로 충분합니다. 동네 뒷산이라도 런닝화 같은 운동화 신고 가다가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발목을 잘 다쳐서 발목까지 보호해주는 가벼운 등산화(트레일러닝화)를 주로 신습니다.
7. 그래서 브랜드는?
자켓 하나가 10만원 하는 브랜드부터 100만원 넘는 브랜드까지 다양합니다. 비싸면 나름 기능이 좋지만 가격 만큼 그 기능을 다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고가 등산의류는 기능성보단 브랜드빨입니다. 이건 개인취향이니 선택의 문제입니다. (좀 웃긴 건 해외 유명 등산 브랜드의 비싼 고어텍스 자켓을, 왜 지하철타고 학교갈 때 입고 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선택의 문제니까...)
또 고가 의류일수록 한 라인업에 여러 모델을 두고 그에 따라 가격도 10만원 이상 크게 차이가 나는데 성능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해외 브랜드의 경우 정말 고산지대 등산을 감안해 만든 옷이 많은데 우리나라 등산 환경에 비하면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브랜드 안 따진다면 그냥 쭉쭉 늘어나는 스판 원단이 최고입니다. 국산 등산 브랜드 중 “XX이면 충분하다”고 광고하는 브랜드 있는데 매장가서 옷 만져보니 정말 쭉쭉 늘어나더군요. 가격은 외국산의 1/20 정도입니다. 다만 디자인과 색감은 개취입니다.
8. 마지막으로...
제가 대학생 때 산 다닌 사진을 이제야 보니까 그냥 운동화에 면바지, 면티 입고 다녔더군요. 그땐 다람쥐처럼 날아다녔는데 몸도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고 허벅지 근육도 탄탄했을 겁니다. 결국 등산은 장비가 아닌, 가벼운 몸과 허벅지로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땀과 열이 많이 나는 운동이니 사실 많은 옷을 살 필요도 없죠.
가을 단풍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가볍게 준비하시고 동네 뒷산이라도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첫댓글 오... 좋다 안그래도 장비병 걸려서 등산 갈 때 이것저것 쟁여야되나 욕심 있었는데...
딱하나 사야한다면 옷이아니라 등산화임 진짜 제일중요
2 등산화가 제일 중요 다음은 스틱이라고 생각함
333 꼭 사
산에 가끔 가서 등산화 사긴사야되는데 어디걸 살지 .. ㅠ
캠프라인
@whrkdudk 헉헉 고마워
브랜드 뭐 추천해?! 싸고 입문용
나도 등산 많이다니고싶은데 아싸라서 아쉽다..수영만 조지는중
다들 기능성보다는 패션으로 사는거지뭐 ㅋㅋ
나도 장비충이라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200씀 한번 가보고 필요한거 하나씩 사다보니
등산화만 신으면 옷은 진자 노상관인 듯 안다치는게 제일 중요,,,,
무릎 보호대 꼭 처음 살때 비싸고 고급인걸로 사 한번나간 연골은 돌아오지않는다 꼭 제발 꼭 젤 비싸고 좋은걸로 투자해 꼭..
혹시 추천 가능하신가요
@내등도긁어줘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것중에 잠스트 제품이 제일 좋은거같은데 일본거야ㅜㅜㅋㅋ 노재팬 중이라면 참고해서 구매해!!
@주르르의 아기여우 오오! 고마워!!!
아 등산가고싶다…….
두꺼운 패딩을 입는데 어케 체온을 급격하게 뺏겨?
패딩입고 산타면 안에 옷 진짜 상상이상으로 축축하게 젖어 그럼 정상가면 개춥고 바람많이불어서 패딩입어도 그게이미안에서 축축해져서 덜덜떨게되어 있으 젖은옷입고 바람맞는겨
등산화 캠프라인 접지력 미쳤음 코오롱 신을때 아주 가끔 미끄러졌는데 캠프라인은 거의 빨판급이야 역시 어른들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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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요즘 밑창 다 비슷하게 나와서 그런거 사도 됨ㅇㅇ 단 발목까지 올라오고 밑창이 비브람창인거로 사면 됨ㅎㅎ
@용맹한 폭주 젤리코 막 설악산 공룡 뭐 이런거 할거 아니면 아울렛에서 사도 좋슴다!
나 이번에 등산화 처음으로 장만 했는데 진심 무조건 신어보고 사길 바람 ㅠㅠㅠ등산 양말 신고 등산화 신는게 진짜 착화감이 다르고 사이즈도 완전 다르게 느껴져!!!!!
그냥 온라인으로 사려고 했는데 진짜 신어봐야겠구나ㅜ 여시도 캠프라인 샀어??
@세후연수입10억 아니 나 레드페이스 샀어 ㅋㅋㅋㅋ
오..그렇구나..!!
나는 얇은 등산티셔츠. 경량자켓. 바람막이 입고. 목에 두르고 얼굴까지 올리는 마스크? 그거 쓰고 산에 감.
가다보면 더워서 경량자켓으로 충분한데. 정상은 추우니 바람막이 필수여.
바람막이는 아무거나 사도 돼?
@세후연수입10억 응 나는 k2꺼 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