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四章】 樂遊原會獵鬪春色 油壁車招搖占風光 ●鴻月入楊府之後에 丞相侍人이 日益多矣하고 各定其居處하다. 正堂曰 慶福堂이니 大夫人이 居之하고 慶福之前曰 燕喜堂이니 左夫人英陽公主가 處之하다. 慶福之西曰 鳳簫宮이니 右夫人蘭陽公主가 處之하고 燕喜之前은 凝香閣 淸和樓이니 丞相處之하야 時時로 設宴於此하다. 其前太史堂은 禮賢堂이니 丞相이 接賓客聽公事之處也라. 鳳簫宮以南은 尋興院이니 卽淑人秦彩鳳之室也라. 燕喜堂以東은 迎春閣이니 卽孺人賈春雲之房也라. 淸和樓東西에 皆有小樓하니 綠窓朱欄이 蔽虧掩映하고 周回作行閣하야 以接淸和樓凝香閣하니 東曰賞花樓요 西曰望月樓이니 桂狄兩姬가 各占其一樓하다. 적경홍과 계섬월이 양승상의 부중에 들어온 후, 승상을 모시는 사람들이 날로 더욱 많아졌고 그 거처가 각각 정하여졌다. 대청의 큰방은 慶福堂이라 부르는데 대부인이 살고, 경복당 앞 건물은 燕喜堂이라 부르는데 좌부인 영양공주가 살며, 경복당 서쪽 건물은 鳳簫宮이라 부르는데 우부인 난양공주가 살았다. 연희당 앞에 있는 凝香閣과 淸和樓는 승상이 거처하며 때때로 이곳에서 잔치를 베풀고, 그 앞의 太史堂과 禮賢堂은 승상이 손님을 접대하며 公事를 살폈다. 봉소궁 남쪽의 尋興院은 숙인 진채봉의 거실이고, 연희당 동쪽의 迎春閣은 곧 유인 가춘운의 방이었다. 청화루 동서에 각각 작은 누각이 있었는데, 푸른 창과 붉은 난간이 이지러져 가리어 그늘지게 하고, 행각(行閣)으로 주위를 돌아 청화루와 응향각에 접하였다. 동쪽은 가로되 賞花樓라 하고, 서쪽은 가로되 望月樓라 하여 계섬월과 적경홍이 각각 한 누씩 차지하였다. ★招搖 : 逍遙. ★油壁車 : 婦人이 타던 수레로서, 벽에 기름칠을 하여 꾸민 수레를 말한다 *당대(唐代) 온정균(溫庭筠)의 〈춘효곡(春曉曲)〉의 싯구에 “油壁車輕金犢肥 流蘇張曉春雞報” [유벽거 가벼운데 금빛 송아지 살졌네.]하였다. ●宮中樂妓八百人이 皆天下有色有才者也러니 分作東西部하여 左部四百人을 桂蟾月이 主之하고 右部四百人을 狄驚鴻이 掌之하야 敎以歌舞하고 課以管絃하니 每月會淸和閣하야 較兩部之才하다. 丞相이 陪大夫人하고 率兩公主하야 親自等第以賞罰하니 勝者는 以三盃酒로 賞之하고 頭揷彩花一枝로 以爲光榮하며 負者는 以一杯冷水로 罰之하고 以筆墨으로 畵一點於額上하야 以愧其心하다. 以此로 衆妓之才가 日漸精熟하여 魏府越宮女樂이 爲天下最하니 雖梨園弟子라도 不及於兩部矣리라. 궁중의 樂妓 팔백 인이 다 천하에 미모와 재주가 있는 자로, 이를 동서부로 나누어 좌부 사백 인은 계섬월이 거느리고, 우부 사백 인은 적경홍이 맡아 가무를 가르치며 管弦을 시험하고, 매달 淸和樓에 모이게 하여 동서 양부의 재주를 비교하였다. 승상은 대부인을 모시고 두 공주를 거느리며 친히 등급으로서 상주고 벌 내리니, 이기는 자에게는 석 잔 술로써 상을 주고, 머리에다 채색 한 가지를 꽂아서 광영을 삼았으며, 지는 자에게는 한 잔 냉수로 벌을 주고, 먹붓으로 이마에다 점 하나를 찍어서, 그 마음에 부끄러움이 들게 하였다. 이로서 모든 기생의 재주가 날로 점점 精熟해져, 魏府와 越宮의 여악사들이 천하에 최고가 되었는데, 비록 梨園의 제자라 할지라도 이 양쪽 기녀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一日兩公主與諸娘이 陪大夫人한대 而丞相持一封書하여 自外軒而入하여 授蘭陽公主曰 此卽越王之書也니이다. 公主가 展看其書하니 曰 春日淸和에 丞相鈞軆蔓福이닛가. 頃者에 國家多事 公私無暇하여 樂遊原上에 不見駐馬之人하고 昆明池頭에 無復泛舟之戱러니 遂令歌舞之地가 便作蓬蒿之場이니이다. 長安父老는 每說祖宗朝繁華古事하며 往往有流涕者러니 殊非太平之氣像也라. 하루는 두 공주가 모든 낭자와 더불어 대부인을 모시고 앉아 있는데, 승상이 한 통의 편지를 갖고 바깥 마루로부터 들어와 난양공주에게 내어주며 이르기를, “이는 곧 越王의 글월이오.” 공주가 펴 보는데 그 글월에 적혀 있기를, “봄날이 아주 맑고 화창하온데, 승상은 몸 편안하시고 널리 만복하시나이까? 지난날에는 나라에 일이 많고 공사에 겨를이 없어, 樂遊原에 말을 머무르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昆明池 머리에 다시 배를 대는 즐거움이 없었으니, 마침내 가무를 즐기는 곳이 어느덧 잡풀의 마당을 이루었소이다. 장안의 노인들이 매양 선대 왕의 성덕으로 시절이 번화하던 옛일을 그리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으니, 이는 자못 태평한 모습이 아니외다. ●今賴皇上聖德과 丞相偉功하여 四海寧謐[寧溢]하고 百姓安樂이라. 復開元天寶間樂事하니 卽今日其會也라. 况春色未暮하고 天氣方和러니 芳花嬾柳가 能使人心駘蕩이라. 美景賞心이 俱在此時矣니이다. 願與丞相으로 會於樂遊原上하여 或觀獵하고 或聽樂하여 舖張昇平盛事러니 丞相이 若有意於此어든 卽約日相報하여 使寡人으로 隨塵이면 幸甚이니이다. 公主가 見畢謂丞相曰 相公은 知越王之意乎닛가. 이제 황제 폐하의 성덕과 승상의 훌륭한 업적으로, 온 세상이 태평하고 백성이 안락하게 되어, 開元과 天寶 사이의 즐거운 시절로 돌아왔으니 오늘이 그때외다. 하물며 봄빛이 아직 저물지 아니하고, 바야흐로 하늘의 날씨도 화창하여, 고운 꽃과 부드러운 버들이 사람의 마음을 넓고 크게 하니, 아름다운 경치와 완상하는 마음이 이때에 있는가 싶소이다. 승상과 더불어 낙유원 위에 모여서 혹은 사냥하는 것을 보고, 혹은 풍악을 들으면서 나라의 태평과 성대한 일을 펴서 넓히기를 바라리다. 만일 승상의 마음이 이에 있거든, 곧 날짜를 정하여 회답을 주어, 과인으로 하여금 따르게 하면 매우 다행이로소이다.” 공주가 글월을 보고 나서 승상에게 이르기를, “상공은 월왕의 생각을 아시나이까?” ★卽今日其會也 : 곧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 *亦今日其會也. ●丞相曰 有何深意리오. 不過欲賞花柳之景也러라. 此固遊閑公子風流事也라. 公主曰 相公은 獨未盡知也니이다. 此兄이 所好者는 惟美色風樂이라. 其宮中은 絶色佳人이 非一二이며 而近聞所得寵姬가 卽武昌名妓玉燕也라. 越宮美人自見玉燕으로 魂喪魄褫[혼상백치]하여 以無鹽嫫母로 自處하니 可知其才與貌가 獨步於一代也라. 越王兄이 聞吾宮中多美人하고 欲效王愷石崇之相較也니이다. 丞相이 笑曰 我果泛見矣요. 公主先獲越王之心也로다. 승상이 말하였다. “무슨 깊은 뜻이 있으리오? 花柳의 경치를 완상하려는 것에 불과한즉, 이것은 진실로 遊閑公子다운 풍류로다.” 공주가 말하였다. , “상공은 유독히 [일의 소이를] 다 알지 못하고 계시나이다. 이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바는 오직 미색과 풍악이옵니다. 궁중에 절색 가인이 한둘이 아니려니와, 요사이 들리는 바로는 얻은 바 寵姬가 武昌의 명기 玉燕이라 하나이다. 越宮의 미인이 옥연을 보고는 혼이 빠지고 넋을 잃어, 스스로 無鹽과 嫫母와 같이 아리땁지 못한 여자로 자처한다 하오니, 그의 재주와 용모가 일대에 독보임을 알 수 있나이다. 월왕 오라버니가 우리 궁중에 미인이 많음을 듣고, 아마도 王愷와 石崇이 서로 비교함을 본받고자 하는 것 같소이다.” 승상이 웃으며 말하였다. , “내가 과연 범연히 보았소이다. 공주가 먼저 월왕의 뜻을 알아차렸소.” ★無鹽嫫母[嫫鹽은 줄인말] : 嫫母[모모]는 중국 고대 軒轅의 次妃. 어진 덕의 소유자였으나 단지 모습이 추했다는 이유로 춘추전국시대 제(齊) 나라의 宣王의 부인인 무염(無鹽)과 더불어 세인들의 비난과 조롱을 당함. ★王愷石崇 : 晉나라의 富豪 石崇)[자가 季倫]과 王愷가 서로 豪華를 다투어 자랑하였는데, 왕개에게 한 자 높이가 넘는 산호수(珊瑚樹)가 있었다. 왕개가 이를 석숭에게 내보이며 자랑하였더니, 석숭이 쇠방망이로 그 산호수를 때려 부쉈다. 왕개가 깜짝 놀라니, 석숭이 자기 집에 있는 석 자 높이가 넘는 산호수 수십 개를 가져다 보이자, 왕개의 입이 떡 벌어졌다. 《晉書 卷33 石崇列傳》 ●鄭夫人이 曰 此雖一時遊戱之事나 不必見屈於人也라. 目鴻月而謂之曰 軍兵은 雖養之十年이라도 用之在一朝라. 玆事勝負는 都在於兩敎師掌握中矣니 汝輩須努力焉하라. 蟾月이 對曰 賤妾은 恐不可敵也니이다. 越國風樂은 擅於一國이오 武昌玉燕은 鳴於九州이니 越王殿下가 旣有如此之風樂하고 又有如此之美色하니 此天下之强敵也라. 妾等은 以偏師小卒로 紀律不明하고 旗鼓不整하니 恐未及交鋒에 便生倒戈之心也니이다. 妾等之見笑는 不足關念이나 而只恐貽羞於吾府中也라. 정부인이 말했다. “이것이 비록 한 때의 놀이지만, 남에게 지는 것은 안 되옵니다.” 정부인이 경홍과 섬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군사를 비록 10년 동안 길러도 쓰는 것은 하루 아침의 일인데, 이번 일의 승부는 오직 두 敎師의 손아귀에 달렸으니 그대들이 모름지기 힘쓸지어다.” 섬월이 대답하였다. “천첩은 아무래도 대적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나이다. 越國의 풍악은 한 나라를 진동하고, 武昌의 玉燕은 九州를 울립니다. 월왕 전하께서 이미 이렇듯 풍악을 거느리고 또 이렇듯 미인을 두시고 있으니, 이는 천하에 강적이라. 첩들은 작은 군대의 보잘것없는 병사들로서 기율이 밝지 못하고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싸우지도 않고 문득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까 두렵나이다. 첩들이 비웃음을 받는 것은 마음에 두지 않사오나, 다만 우리 승상의 부중에 수치를 끼칠까 두려워하나이다.” ●丞相이 曰 我與蟾娘이 初遇於洛陽也에 蟾娘이 稱有靑樓三絶色이로되 而玉燕이 亦在其中矣니 必此人也라. 然이나 靑樓絶色이 只有三人이오 而今我는 已得伏龍鳳雛러니, 何畏項羽之一范增乎아. 公主曰 越王姬妾中美色은 非獨一玉燕也라. 蟾月이 曰 越宮中에 粉其腮而臙其頰者가 無非八公山草木也니 有走而已 吾何敢當哉리오. 願娘娘은 問策於狄娘하소서. 妾은 本來 膽弱하여 聞此言하고 便覺歌喉自廢하여 恐不能唱一曲也니이다. 승상이 말하였다. “내가 섬랑과 낙양에서 처음 만났을 때, 섬랑이 청루에 세 절색이 있다고 일렀는데, 옥연도 또한 그 가운데 있거늘 필연 이 사람이로다. 그러나 청루의 절색은 다만 세 사람만이 있을 뿐, 이제 나는 伏龍과 鳳雛을 얻었으니, 어찌 項羽가 얻은 일개 范增 따위를 두려워하리오.” 공주가 말하였다. “월왕의 총애하는 첩 중에 미색을 지닌 자가 비단 옥연 혼자뿐만 아니나이다.” 섬월이 말하였다. “그러면 월궁 속에서 볼에 분을 바르고 뺨에 연지를 바른 자가, 八公山의 초목이 아닌 것이 없으니 오직 도망갈 뿐인데, 우리가 어떻게 감히 당해 낼 수 있사오리까? 마마께서는 狄娘에게 계책을 물어보시길 바라나이다. 첩은 겁이 많아 이 말을 듣고는, 문득 저절로 목이 막히어 노래를 부르려 하여도, 한 곡조의 노래도 부르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八公山草木 : 중국 5호 16국의 전진(前秦) 3대 왕(재위 : 357~385).符堅이 382년 동진(東晋) 정복의 대군을 남하시켰다가 비수(肥水)의 大戰에서 대패하여 큰 혼란이 일어났다. 그 후 그는 자살하고 말았으며 동진에게 멸망하였다. 이때 부견이 너무나 놀라고 두려움에 질려, 八公山의 草木이 모두 晉[東晉] 나라 군사처럼 보였다고 한다. ●驚鴻이 憤然曰 蟾娘子는 此果眞說話耶아. 吾兩人이 橫行於關東七十餘州하여 擅名之妓樂하여 無不聽之하고 鳴世之美色하여 無不見之러니 此膝이 未曾屈也인대 何可遽讓於玉燕乎아. 世有傾城傾國之漢宮夫人하고 爲雲爲雨之楚臺神女하면 或有一毫自歉之心이나 不然이면 彼玉燕을 何足憚哉아. 蟾月이 曰 鴻娘發言이 何其太容易耶아. 吾輩曾在關東하여 所叅者가 大則太守方伯之宴이오 小則豪士俠客之會러니 未遇强敵이 固其宜也로다. 경홍이 발칵 성을 내면서 말하였다. “섬낭자의 그 말이 과연 참말인가? 우리 두 사람이 關東 칠십여 주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기생의 풍류로 이름을 드날리어 그것을 듣지 아니한 이가 없었도다. 세상을 울린다는 미색을 보지 아니한 이가 없었지만, 이 무릎을 남에게 꿇어 본 적이 없는데, 어찌 옥연에게 문득 그 자리를 사양하리오? 세상에 미모로서 성도 무너뜨리고 나라도 기울게 하는 漢宮夫人과, 구름도 되었다 비도 되었다 하는 巫山의 神女가 있으면, 혹시 일호의 부끄러운 마음이 있으려니와, 그렇지 않다면 저 옥연 따위를 어찌 꺼리리오?” 섬월이 말하였다. “홍낭자는 말을 어찌 그리 너무 쉽게 하는가. 우리가 일찍이 관동에 있을 때, 참가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큰 것은 太守, 方伯의 잔치이고, 작은 것은 호기로운 선비와 俠客들 모임이어서, 강한 상대를 만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今越王殿下는 生長於大內萬玉叢中하고 眼目甚高하고 評論太峻이니 所謂觀泰山 而泛滄海者也라. 丘垤之微와 涓流之細가 豈入於眼孔乎리오. 此는 以孫吳而爲敵하고 與賁育而鬪力이니 非庸將孺子가 所抗也러니 况玉燕卽帷幄中張子房也리오. 能決勝於千里之外하리니 何可輕之리오. 今鴻娘이 徒爲趙括之大談하니 吾見其必敗也로다. 이제 월왕 전하는 황궁에서 나서 자라시고, 귀하신 사람 중에서도 안목이 매우 높고 평론함이 매우 高峻하시도다. 이른바 泰山을 관람하고 滄海에 떠 본 분이니, 언덕에 있는 미미한 것, 작은 내에 졸졸 흘러 떠다니는 미세한 것들이, 어찌 안중에 들어오리오. 이는 孫子와 吳子를 적으로 삼고, 賁育과 더불어 힘을 다투는 것으로, 사리에 맞지 않아 장차 젖먹이 어린이에게나 항거하는 것이로다. 하물며 옥연은 곧 帷幄 속의 張子房이라, 천 리 밖에서 승패를 내다 볼 수 있으니 어찌 그를 가벼이 여길 수 있으리오. 이제 홍랑이 부질없게도 趙括처럼 큰소리를 치나, 내 보기에는 반드시 패하리로다.” ★趙括之大談 : ‘조괄의 큰 소리’ *昔秦君悔不用蹇叔之言, 趙王悔聽信趙括之謀, 始皇不用王剪, 而李信奔還, 符堅不聽王猛, 而符融敗北....*조괄은 중국 전국(戰國) 시대의 조(趙) 나라 장수. 마복군(馬服君) 조사(趙奢)의 아들. 진(秦) 나라 장수 백기(白起)와 싸움을 벌여 화살을 맞고 죽었으며, 그의 45만 대군은 백기에게 패해 생매장되었음.*조괄이 조(趙)나라 조사(趙奢)는 병사 쓰는 것에 능하였더니 죽은 후에 임금이 그의 아들 진나라의 반간계에 빠져 염파를 물리치고 조괄(趙括)을 장수로 삼고자 하였다. 그러자 괄의 어머니가 말하되, “괄이 한갓 어버지의 글을 읽었으나[徒能讀] 〈병사를〉 능히 쓰지 못하므로 첩의 지아비가 첩에게 일러 말하되, ‘괄이 병법을 알지 못하며 엉뚱한 주장을 하니 장수로 삼으면 반드시 군대를 상하게 하고 욕되게 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니, 임금이 듣지 아니하자 그 어머니가 말하되, ‘괄이 만일 패하거든 청하건대 첩을 연좌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여, 임금이 허락하였더니, 후에 과연 대패하여 병사 40만을 죽게 하였다. ★自歉之心[자겸지심] : 겸연쩍어하는 마음. *或有一分自歉之心 혹시 일분의 찜찜한 마음이 있을 것이지만. ★觀泰山 而泛滄海者 : 王内史는 왕희지. 그가 회계 내사(㑹稽内史)를 역임하였기 때문이다. 《어정연감유함(御定淵監類函)》 권307에 “진나라 왕희지가 관직을 버리고 동토의 인사들과 함께 산수에서 주살질하고 낚시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또 도사 허매와 함께 복식을 수행하여 좋은 약초를 두루 캐기 위해 유명한 산을 유람하고 푸른 바다에 배를 띄웠는데, 탄식하며 말하기를 ‘내가 마땅히 즐겁게 죽을 것이다.’ 하였다.〔晉王羲之去官, 與東土人士, 營山水弋釣之娛. 又與道士許邁, 共修服食, 徧采名藥, 遊名山泛滄海, 歎曰, 我當以樂死.〕”라는 내용이 있다. /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공자가 동산에 올라서는 노나라를 작게 여겼고, 태산에 올라서는 천하를 작게 여겼다.〔孔子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 하였다. 《孟子 盡心上》 ★爲明日計矣 : 내일의 계책을 삼도록 하라. ★我亦因君而有憂乎 : 나 또한 그대로 인해 걱정이 있도다. ●仍告丞相曰 狄娘有自多之心이어니 妾請言狄娘之短處하나이다. 狄娘之初에 從相公할새 盜騎燕王千里馬하여 自稱河北少年하고 欺相公於邯鄲道上하니 使鴻娘이 苟有嬋娟嫋娜之態런들 則相公豈以男子知之乎리오. 且承恩於相公之日에 乘夜之昏하여 假妾之身하니 此所謂因人成事者也라. 今對賤妾하여 有此誇大之言하니 不亦可笑乎아. 인하여 승상에게 말하였다. “적랑에게 우쭐거리는 마음이 있사옵기에, 첩이 적랑의 생각이 부족한 점을 말씀드리려 하옵니다. 적랑이 처음으로 상공을 좇을 적에, 燕王의 천리마를 도적질하여 타고 河北少年이라 자칭하며, 상공을 邯鄲의 길 위에서 속였나이다. 홍랑이 진실로 그 모습이 선연하고 자태가 예뻤으면, 곧 상공께서 어찌 남자로 아셨겠사옵니까? 또한 상공의 사랑을 받던 날, 밤의 어둠을 틈타 첩의 몸을 빌렸사옵니다. 이는 이른 바 다른 사람으로 말미암아 일을 이룬 것이거늘, 이제 천첩에 대하여 이렇듯 작은 일을 크게 떠벌리니 어찌 우습지 아니하오리까?” ★自多之心 : 우쭐대는 마음. 잘난체하는 마음. ●驚鴻笑曰 信乎아. 人心之不可測也라. 賤妾之未從相公也에 譽之如月殿姮娥하더니 今乃毁之를 如不直[値]一錢者하니 此는 不過丞相待妾於蟾娘이라. 故로 蟾娘이 欲專相公之寵하야 有此妬忌之言也라. 蟾娘及諸娘子가 皆大笑하다. 鄭夫人曰 狄娘之纖弱은 非不足也오. 自是 丞相一雙眸子가 不能淸明之致也라. 경홍이 웃으며 말하였다. “진실로 사람의 마음이란 측량치 못하겠나이다. 천첩이 상공을 따르지 아니할 적에는 월궁의 姮娥처럼 첩의 몸을 칭찬하고 기리더니, 이제는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것처럼 헐뜯사옵니다. 이는 승상께서 첩을 대하심이 섬랑보다 더하심으로, 섬랑이 상공의 은총을 홀로 차지하고자 내뱉은 투기 어린 말에 불과하나이다.” 섬랑과 모든 낭자가 다 크게 웃거늘, 정부인이 말하였다. “적랑의 부드럽고 가냘픔이 부족함이 아니라 남자로 보였으므로, 이로부터 승상의 한 쌍 눈동자가 청명하지 못한 것이라. ● 鴻娘名價가 不必以此而低也어니와 然이나 蟾娘之言이 盖是確論이라. 女子가 以男服欺人者는 必無女子之姿態也오 男子가 以女粧瞞人者는 必欠丈夫之氣骨也라. 皆因其不足處而逞其詐也라. 홍랑의 이름값이 이로 말미암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려니와, 섬랑의 말은 아마도 確論이라. 여자가 男服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필연 여자로서의 고운 태도가 없음이요, 남자가 여장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필연 장부로서의 기골이 없음이라. 모두 부족한 것으로 인하여, 그 거짓을 꾸밈이로다.” ● 丞相이 大笑曰 夫人此言은 盖弄我也라. 夫人의 一雙眸子도 亦不淸明이니 能辨琴曲而不能辨男子하니 此는 有耳而無目也라. 七竅無一則 其可謂全人乎리오. 夫人이 雖譏此身之殘劣이나 見我凌烟閣畵像者는 皆稱形軆之壯威風之猛矣로이다. 一座又大笑하다. 蟾月이 曰 方與勁敵으로 對陣이온 豈可徒爲戱談이닛가. 不可全恃吾兩人이니 賈孺人이 亦同往이면 如何오. 越王이 非外人이니 淑人도 亦何嫌之有리오. 秦氏曰 桂狄兩娘이 若入於女進士場中이면 當效一寸之力矣나 歌舞之場에 安用妾哉리오. 此所謂駈市人而戰也니 桂娘은 必不能成功也라. 승상이 크게 웃고 말하였다. “부인의 말은 아마도 나를 희롱함이로소이다. 부인의 한 쌍의 눈동자 또한 청명치 못하여 거문고의 곡조는 분별할 수 있어도, 여복을 입은 남자는 분별할 수 없었소이다. 이는 바로 귀는 가졌으되 눈이 없는 것이라면, 일곱 구멍 중에 하나가 없는 것인즉, 온전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리오. 부인은 비록 이 몸의 변변치 못함을 꾸짖었으나, 凌烟閣의 내 화상을 보는 자는 다 외모의 웅장함과 위풍이 맹렬함을 칭찬하더이다.” 모인 사람들이 또 크게 웃거늘, 섬월이 말하였다. “바야흐로 강한 적을 맞대하여 진을 칠 터이온데, 어찌 부질없는 우스개만 하시나이까? 오로지 우리 두 사람만 믿기는 어렵사오니, 또한 賈孺人도 함께 가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월왕이 또한 모르는 분이 아니시니, 淑人도 함께 간들 무슨 혐의 있으리까?” 진씨가 말하였다. “계랑, 적랑의 두 낭자가 만일에 여자의 科擧場 중에 들어가면 내 마땅히 미력한 힘이나마 도우려니와, 가무하는 마당에서 첩을 어디다 쓰겠사옵니까? 이는 이른바 시정아치를 몰아가 싸우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 계랑은 반드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리라.” ●春雲이 曰 春雲이 雖無歌舞之才나 惟妾一身이 貽笑於人이면 則不過爲妾身之羞하여 豈不欲觀光於盛會哉리오마는 妾若隨去 則人必指笑曰 彼乃大丞相魏國公之妾也오 鄭夫人及公主之媵也라하리니 然則此는 貽笑於相公也오 貽憂於兩嫡也러니 春雲은 決不可往矣리이다. 公主曰 豈以春娘之去로 而相公이 被笑於人이리오. 我亦因君而有憂乎리오. 춘운이 말하였다. “춘운이 비록 가무에 재주 없으나, 오직 첩의 한 몸 만이 남에게 비웃음을 받으며 곧 첩의 몸이 수치를 당할 뿐이라면, 어찌 성대한 모임을 구경코자 하는 마음이 없겠사옵니까? 다만 첩이 만일 따라가면 곧 사람들이 필연 손가락질을 하며, 저 여인은 대승상 위국공의 첩이요, 정부인과 공주의 잉첩이라고 하면서 비웃을 터이옵니다. 이는 곧 상공께 비웃음을 끼치고 두 정실부인께 근심을 남김이니, 춘운은 결단코 가지 못하리로다.” 공주가 말하였다. “어찌 춘운이 가는 것으로 상공께서 타인들에게 비웃음을 받으리오. 또 우리가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이 있으리오?” ●春雲曰 平鋪彩錦之步障하고 高褰白雲之帳幕하며 人皆曰, 楊丞相寵妾賈孺人來矣라하며 騈肩接武하고 爭先縱觀하리라. 及其移步登筵하니 乃蓬頭垢面也라. 然則 人皆大驚大咤하며 以爲楊丞相有鄧徒子之病也라하리니 此非貽笑於相公乎아. 至於越王殿下하여는 平生未嘗見累穢之物하니 見妾必嘔逆하고 而氣不平矣이리니 此非貽憂於娘娘乎아. 춘운이 말하였다. “채색으로 된 비단 步障을 나란히 펼치고 흰 구름과 같은 장막을 높이 걷으면, 사람들이 양승상의 총첩 가유인이 온다고 하며 어깨를 비비대고 발꿈치를 돋우며 앞을 다투어 구경할 것이나이다. 하지만 마침내 걸음을 옮겨 자리에 오르면 쑥처럼 흐트러진 머리와 때 묻은 얼굴일 것이옵니다. 그런즉, 사람들이 모두 크게 놀라 내뱉기를, 양승상이 登徒子와 같은 병이 있다고 할 것이니, 이 어찌 상공께서 비웃음을 받으심이 아니겠사옵니까? 월왕 전하는, 일찍이 평생에 누추하고 더러운 물건을 보지 못하였기로, 첩을 보시면 필연 구역질이 나서 심기가 편치 않으실 터이니, 이 또한 마마께 근심이 아니리이까?” ★鄧都子之病 → 登徒子之病 : 여색(女色)을 좋아하는 사람. 송옥(宋玉)의 등도자호색부(登徒子好色賦)에서 나온 말로 예쁘고 밉고를 따지지 않고 여자라면 다 좋아하는 색골을 말한다. *宋玉의 ‘鄧徒子好色賦’라는 <文選>의 글이 있다. [登徒子好色賦] 大夫登徒子 대부 <등도자> 가 侍於楚王 초왕곁에 시립하여 있더니 短宋玉曰 <송옥>을 헐뜯는 말이 玉為人體貌嫻麗 송옥이 말끔하게 생겨먹은데다 口多微辭 입으로 하는말은 청산유수나 又性好色 실은 계집을 좋아하는 호색한 입니다 願王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勿與出入後宮 그에게 후궁 출입을 못하게 하십시요 王以登徒子之言 왕이 등도자의 말을 듣고 問宋玉 송옥에게 사실인가를 물은대 玉曰 송옥이 대답하기를 體貌嫻麗 저의 잘생긴 용모는 所受於天也 하늘로부터 받은것이고 口多微辭 조리있게 말을 하는것은 所學於師也 스승에게 배운 덕택입니다 至於好色 여색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臣無有也 신은 아무것도 아는바 없읍니다 王曰 왕이 말하길 子不好色 "색을 탐하지 않는다 그말이렸다" 亦有說乎 그밖에 더 할말은 없는가? 有說則止 할말이 있으면 더 머믈러 있고 無說則退 할말 없으면 물러가라 玉曰 송옥이 말하기를 天下之佳人 천하에 미인을 말할것 같으면 莫若楚國 그야 초나라여인이 제일이겠지만 楚國之麗者 초국에서도 제일 예쁜여자는 莫若臣裡 신이 사는 동네에 있읍니다 臣裡之美者 우리농네에서도 제일 예쁜여자는 莫若臣東家之子 우리집 동쪽에사는 여자인데 東家之子 이여자는 增之一分則太長 일푼(2.5mm)을 보태면 키다리가 되고 減之一分則太短 일푼을 깍으면 난장이라 할수있읍니다 著粉則太白 분을 바르면 너무희고 施朱則太赤 입술연지를 바르면 너부 붉읍니다 眉如翠羽 눈섭은 푸른물총새 깃털같고 肌如白雪 살갓은 백설같이 희며 腰如束素 허리는 비단한필 묶은듯하고 齒如含貝 가즈런한 이는 오므린 조개같은데 嫣然一笑 눈웃음치며 한번 웃는날에는 惑陽(陌)城 양성의 귀인들은 술렁대고 迷下蔡 하채의 왕손들은 정신을 잃읍니다 然此女登牆 이여자가 담장 넘어로 窺臣三年 신에게 삼년이나 추파를 흘려도 至今未許也 이날 이때까지 흔들리지 않았읍니다 登徒子則不然 등도자를 말할것 같으면 其妻蓬頭攣耳 그의 부인은 머리빗질도 않하고 (齒只)脣歷齒 덧니가 입술밖으로 튀여나오고 旁行踽僂 구부정한 곱사등에 又疥且痔 종기는 곪고 옴은 번저도 登徒子悅之 등도자는 오직 여자이기에 기뻐하여 使有五子 아들이 다섯이나 됩니다 王孰察之 대왕께서는 誰為好色者矣 누가 호색한인지 살피소서. ●公主曰 甚矣라. 春娘之謙也여. 春娘이 昔者에 以人而爲鬼하더니 今欲以西施로 而爲無塩이오녀. 春娘之言은 無足可信也로다. 乃問於丞相曰 答書以何日爲期乎아. 丞相曰 約以明日로 會矣로다. 鴻月이 大驚曰 兩部敎坊에 猶未下令이온 勢已急矣니 可奈何哉오. 卽召頭妓而言曰 明日丞相與越王으로 約會於樂遊原하나니 兩部諸妓는 須持樂器하고 飾新粧하고 明曉에 陪丞相行矣어다. 八百妓女가 一時聞令하고 皆理容畵眉執器習樂하며 爲明日計矣하다. 공주가 말하였다. “춘운의 겸손함이 너무 심하도다. 춘랑이 옛적에는 사람으로 귀신이 되더니, 이제는 西施 같은 미녀로서 無鹽 같은 추한 여인이 되고자 하니, 춘랑의 말은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도다.” 이에 승상에게 물었다. “상공은 답서에 어느 날로서 기약하셨나이까?” 승상이 말하였다. “내일로 모임을 기약하였소.” 경홍과 홍월이 크게 놀라며 말하였다. “동서 두 敎坊에 아직도 영을 내리지 못하였는데, 일의 형세가 이미 급하니 어찌할까?” 곧 우두머리 기생을 불러 말하였다. “내일 상공이 월왕과 더불어 樂遊原에 모이기로 언약하셨도다. 두 교방의 모든 기생은 각자 악기를 준비하고 새 단장을 하여, 내일 새벽에 승상을 모시고 갈지어다.” 팔백 명의 기생이 일시에 명을 받고, 얼굴 치장을 하며 눈썹을 그리고 악기를 잡아 음악을 연습하면서, 내일 일을 준비하였다. ★會矣 : 알고 있다. / 모일 것이다. *已會矣 이미 알고 있다. ●翌曉天明에 丞相早起하여 着戎服佩弧矢하고 乘雪色千里崇山馬하고 發獵士三千人하여 擁向城南하다. 蟾月驚鴻은 彫金鏤玉하고 綴花裁葉하여 各率部妓하여 結束隨行할새 幷乘五花之馬하고 跨金鞍躡銀鐙하고 橫拖珊瑚之鞭하고 輕攬瑣珠之轡하여 昵隨丞相之後하다. 八百紅粧이 皆乘駿驄하고 擁鴻月左右而去하다. 中路에 逢越王하니 越王의 軍容女樂이 足與丞相之行과 幷駕矣러라. 이튿날 새벽에 날이 밝자 승상은 일찍 일어나 戎服을 입고, 활과 화살을 차고서 눈빛같이 흰 千里崇山馬를 타고, 사냥꾼 삼천 명을 불러 호위케 하며 성문 밖 남쪽으로 향하였다. 섬월과 경홍은 금과 옥을 아로새긴 의복 치장에, 꽃을 수놓아 입새를 그렸으며, 각기 수하 기생들을 거느리고 한 무리를 이루어 수행하였다. 五花馬 금 안장에 걸터앉아, 은으로 만든 鐙子를 디디고 나란히 올라타고, 산호 채찍을 비껴들어 구슬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승상의 뒤를 가까이 따랐다. 팔백 명의 기생들도 단장을 예쁘게 하고 모두 駿驄을 잡아타고서, 경홍과 섬월을 빙 둘러 좌우로 호위하며 나아갔다. 도중에 월왕을 만났는데 군대의 위용과 기생들의 가무는, 족히 승상의 행차와 더불어 맞먹을 정도였다. ★彫金鏤玉 綴花裁葉 금옥을 다듬고 꽃과 잎을 모아 마름질함. *매우 단장함을 이름.★橫拖[횡타] : 가로 누움. ★瑣珠 : 부스러기 진주 *瑣珠之轡 ●越王이 與丞相으로 幷鑣而行하다가 問於丞相曰丞相所騎之馬는 何國之種也오. 丞相이 曰 出於大宛國也니이다. 大王之馬도 亦似宛種也니이다. 越王曰 然하니이다. 此馬之名은 千里浮雲驄이니이다. 去年秋에 陪天子하고 獵於上林하니 天廐萬馬가 皆追風逸足이나 而無追及於此者하니 卽今張駙馬之桃花驄과 李將軍之烏騅馬도 皆稱龍種으로 而比此馬皆駑駘也라. 丞相曰 去年討蕃國時에 深險之水와 嶄截之壁을 人不能着足이나 而此馬는 如踏平地하여 未嘗一蹶하니 少游之成功이 實賴此馬之力이라. 杜子美所謂與人一心成大功者가 非耶아. 少游班師之後에 爵品驟崇하고 職務亦閑하여 穩乘平轎緩行坦途하니 人與馬가 俱欲生病矣라. 請與大王揮鞭一馳하여 較健馬之快步하고 試舊將之餘勇이리이다. 월왕과 승상은 서로 말머리를 가지런히 하여 나아가는데, 월왕이 승상에게 물었다. “승상이 타신 말은 어느 나라의 종자이오?” 승상이 말하였다. 大宛國에서 났나이다. 대왕께서 타신 말도 또한 宛種인 듯하옵니다.” 월왕이 말하였다. “그렇소이다. 이 말 이름은 千里浮雲驄인데, 작년 가을에 천자를 모시고 上林苑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나라 마구간에 있는 만여 필의 말이 모두 바람을 박차며 빨리 달렸지만, 이 말을 따라가지 못하였소. 지금 張駙馬의 桃花驄과 李將軍의 烏騅馬를 모두 龍馬라 부르지만, 이 말에 비하면 모두 느리고 둔하다오.” 승상이 말하였다. “지난해 蕃國을 칠 때, 깊고 험한 물과 높고 가파른 벼랑에 사람은 도저히 발을 붙일 수 없었는데, 이 말은 그곳을 평지 밟듯 하여 한 번도 실족함이 없었사옵니다. 소유의 공을 이룬 것이 실로 이 말의 힘을 입은 것인즉, 두보의 이른바 사람과 더불어 일심이 되어 큰 공을 이룬다고 함이 아니오리까? 소유가 군사를 돌이킨 후에, 품계가 높아지고 직무가 또한 한가해져서, 편히 平轎子를 타고 평탄한 길을 서서히 다니게 되니, 사람과 말이 모두 병이 나려 하였사옵니다. 이제 대왕과 더불어 채찍을 휘둘러 한 번 다투어 달려서, 健馬의 빠른 걸음을 견주어 보고, 옛 장수의 나머지 용맹을 시험해 보기를 청하옵니다.” ★幷鑣而行[병표이행] : 말을 나란히 하여 나아감. *鑣는 재갈표.★與人一心成大功 : 杜甫의 싯구. *호청총가(胡靑驄歌)에서, 此馬臨陳久無敵 ‘전진에서 이 말을 대적할 이 없구나’ / 與人一心成大功 ‘사람과 한맘되어 큰 공을 이루네’ ★穩乘平轎 : 평온히 가마를 타고. ★桃花驄 : 털빛이 붉은 말. ★烏騅馬 : 항우의 애마. ●越王大喜曰 亦吾意也라. 遂分付於侍子하여 使兩家賓客及女樂으로 歸待於幕次하고 正欲擧鞭策馬矣러니 適有大鹿이 爲獵軍所逐하여 掠過越王之前하니 王아 使馬前壯士로 射之하니 於是에 衆矢齊發이나 皆不能中이라. 大王이 怒하야 躍馬而出하야 以一矢射其左脅而殪之하니 衆軍皆呼千歲하다. 丞相이 稱之曰 大王神弓은 無異汝陽王也니이다. 王曰 小技를 何足稱哉리오. 我欲見丞相射法하노니 亦可試否아. 言未訖에 天鴉一雙이 適自雲間飛來하니 諸軍이 皆曰 此禽最難射也, 宜用海東靑也니이다. 丞相笑曰 汝姑勿放하라. 卽抽出金鞞箭於腰間[抽箭飜身]하여 仰射中鴉左目하니 而墜於馬前이라. 越王이 大贊曰 丞相妙手는 今之養由基也라. 월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그것 또한 나의 생각이오.” 드디어 시중드는 자에게 분부를 내려, 두 궁의 손님들과 기생들을 幕次에 돌아가 기다리게 하고, 채찍을 들어 말을 치려 하였다. 마침 큰 사슴 한 마리가 사냥꾼에게 쫓겨 월왕 앞을 지나치기에 왕이 말 앞의 장사를 시켜 쏘게 하였는데, 여러 장사가 일시에 활을 당기었으나 모두 맞히지 못하였다. 왕이 무척 노하여 말을 채를 쳐 나아가며, 화살 하나로 그 옆구리를 맞히어 거꾸러뜨리니, 모든 군사가 일제히 千歲를 외쳤다. 승상이 칭찬하였다. “대왕의 神弓은 汝陽王과 다름이 없사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작은 재주를 어찌 그토록 칭찬하시오. 내 승상의 활 쏘는 법을 보고 싶은데 또한 시험 해 줄 수 있겠소?”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니 한 쌍이 마침 구름 사이로부터 날아왔는데, 모든 군사가 말하였다. “저 새는 가장 맞히기 어려운지라, 마땅히 海東靑을 놓아야 하옵니다.” 승상이 웃으며 말하였다. “아직 서두르지 말지어다.” 곧 허리 사이에서 金鞞箭을 뽑아내어, 몸을 위로 하고 높은 곳을 향해 쏘았다. 고니의 왼쪽 눈이 맞아 말 앞에 떨어지니, 월왕이 크게 칭찬하였다. “승상의 묘한 솜씨는 금일의 養由基라.” ★汝陽王 : 여양왕은 당 예종(唐睿宗)의 손자이자 숙종의 조카인 이진(李璡)의 봉호이다. 외모가 청수하고 성품이 고상하여 두보(杜甫), 이백(李白)과 함께 절친한 우의를 다졌다. 두보의 〈팔애시(八哀詩)〉 가운데 하나인 〈증 태자태사 여양군왕 진을 애도하며[贈太子太師汝陽郡王璡]〉 시에 “한중 고을 저 아우 매우 흡사해, 고결함이 그 형을 보는 것 같네.[宛彼漢中郡 文雅見天倫]”라 하여, 이진의 아우 한중왕(漢中王) 이우(李瑀)의 고결한 기풍이 그의 죽은 형을 닮았다고 하였다. 《杜詩詳註 卷》 ★海東靑 : 우리 나라에서 산출되었던 사냥용 매. 우리 나라는 일찍부터 매사냥을 즐겼던 듯 ≪삼국사기≫ 김후직조(金后稷條)에는 진평왕이 사냥하기를 즐겨 매나 개를 놓아 돼지·꿩·토끼를 잡으러 다녔다는 기록이 보이고, ≪일본서기 日本書紀≫에는 일본의 닌토쿠왕(仁德王) 때 백제 사람을 통하여 매사냥을 배우고 또 매를 기르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보이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매사냥의 기관으로 응방(鷹坊)을 전국적으로 설치하기도 하였다. ★養由基 : 초나라의 장군이자 춘추 시대 제일의 신궁(神弓). 궁술(弓術)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많은 전설적인 일화를 남겼음. 워낙 백발백중이었기 때문에 '양유기는 화살 하나면 족하다'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함. B.C.575년의 언릉 전투에서 공왕(共王)이 적군인 진나라에게 밀리고 한쪽 눈까지 잃는 큰 부상을 당하자 화살 한 대만을 가지고 적진으로 가서 공왕에게 상해를 입힌 여기(呂錡)를 순식간에 쏴 죽여 공왕의 복수를 하고 큰 상을 받았음. 이후에도 초나라를 위해 수많은 전투에 출전해 신궁의 솜씨를 과시하면서 많은 전공을 세우다가 오나라와의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음. ●兩人이 遂揮鞭一哨하여 兩馬齊出하니 星流電邁가 神行鬼閃이라. 瞬息之間에 已涉大野하여 而登高丘矣[阜矣]러니 按轡幷立하여 周覽山川하고 領略風景이러니 仍論射法劍術이러니 娓娓不止[亹亹不止]하다. 侍者始追及하여 以所獲蒼鹿白鵝를 盛銀盤而進之하니 兩人이 下馬하야 披草而坐하고 拔所佩寶刀로 割肉啗炙互勸深盃하니 遙見紅袍兩官이 飛鞚而來하고 一隊從人이 隨其後하니 盖自城中而出也라. 一人이 疾走而告曰 兩殿宣醞矣니이다. 越王이 往候於幕中이러니 兩大監이 至於賜黃封美酒以勸兩人하니 仍授龍鳳彩箋一封하니 兩人이 盥手跪伏坼見하니 以大獵郊原으로 爲題而賦하여 進矣하라. 兩人이 頓首四拜하여 各賦四韻一首하여 付黃門而進之하니 두 사람이 드디어 채찍을 한번 휘두르니, 두 말이 일제히 나와서 별같이 흐르며 번개같이 힘써 나아가고 귀신같이 번득이어, 순식간에 너른 벌판을 가로질러 높은 언덕에 올랐다. 두 사람은 고삐를 당겨 나란히 서서, 산천의 경개를 둘러보고 풍경을 대략 살펴보더니, 이내 활 쏘는 법과 검술을 논의하는데, 그 대화가 길어져 그치질 않았다. 시중드는 이들이 비로소 뒤쫓아 따라와 푸른 사슴과 흰 고니를 은쟁반에 담아 바쳤다. 두 사람이 말에서 내려와 풀을 헤치고 앉아서, 허리에 찬 寶刀를 뽑아 고기를 베어서 구워 먹으며 서로 술을 권하였다. 이때, 붉은 옷을 입은 두 관원이 급히 달려오는 것이 멀리 보이는데, 그 뒤에 한 무리의 從人이 따르니, 성안으로부터 나오는 자들 같았다. 한 사람이 빨리 달려와 아뢰기를, “두 궁궐에서 술을 내렸사옵니다.” 월왕이 막사 안으로 가서 기다리니, 두 내관이 황상이 내리신 黃封美酒를 부어 두 사람에게 권하고, 이어 龍鳳의 무늬가 든 詩箋紙 한 봉을 전했다. 두 사람이 손을 씻고 꿇어 엎드려서 펴 보니, 교외의 들에서 크게 사냥놀이 함을 글제로 하여 글을 지어 바치라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머리를 조아려 네 번 절하고, 각기 四韻으로 글 한 수를 지어 내관에게 주어 바쳤다. ★領略 : ① (체험·관찰·시험 등을 통해 감성적으로) 이해하다 ② 깨닫다 ③ 감지하다 ④ 음미하다 ★割肉啗炙[할육담적] : 恩深啗炙이란 고기구이를 먼저 먹게 하는 등 특별대우를 해 준 은혜라는 말이다.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가 어려서 말을 더듬자 그를 기이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는데, 주의(周顗)가 그를 눈여겨보고는 당시에 귀하게 여겼던 소 염통구이를 다른 손님들보다 먼저 권하며 맛보게 하면서부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8 王羲之列傳》 ●丞相詩曰: 晨驅壯士出郊坰하니 劍若秋蓮矢若星이라. 帳裡羣娥天下白하고 馬前雙翮海東靑이라. 恩分玉醞爭含感이요 醉拔金刀自割腥이라. 仍憶去年西塞外하며 大荒風雪獵王庭이라. 越王詩曰: 蹀蹀飛龍閃電過하여 御鞍鳴鼓立平坡하다. 流星勢疾殲蒼鹿하고 明月形開落白鵝하네. 殺氣能敎豪興發하고 聖恩留帶醉顔酡하네. 汝陽神射를 君休說하라. 爭似今朝得雋多아. 승상이 시에서 말하였다. 새벽에 장사들을 몰고 들로 나아가니 / 칼은 가을 연꽃 같고 화살은 별 같도다. / 장막 속의 여인들은 천하의 미인인데 / 말 앞의 쌍 깃촉은 해동청이었구나. / 내리신 술 마시니 감동함을 머금었고 / 취했으니 금칼 들어 비린 것을 베었도다. / 지난해 서쪽 요새 지내던 것 생각하며 / 먼 하늘 풍설 맞으며 왕정에서 사냥하였도다. 월왕이 시에서 말하였다. 용마가 내달아서 번개같이 지나치니 / 안장에서 북 울리며 언덕 위에 서 있노라. / 별똥별의 기세인 듯 푸른 사슴 죽이었고 / 밝은 달은 훤히 비춰 흰 고니를 떨구었다. / 살기가 나타나니 흥취가 호기롭고 / 성은이 머무르니 취한 얼굴 더 붉도다. / 여양왕의 활 솜씨를 그대 말하지 말지어다. / 다투어 오늘 아침 살찐 고기 얻었도다. / ★郊坰[교경] : 郊外. ★天下白 : 鑑湖는 절강성 소흥현(紹興縣)에 있는 호수 이름인데, 당 현종(唐玄宗) 때 비서감(祕書監) 하지장(賀知章)이 사직하고 돌아가자, 현종이 그에게 경호 한 구비를 하사했다. 두보의 시 〈壯遊〉에 “월나라 계집의 살빛은 천하에 희고, 감호는 오월에도 서늘하네〔越女天下白, 鑑湖五月凉.〕”라는 구절을 빌려온 것이다. ★御鞍鳴鼓 : 안장을 어거하고 북을 울리다. ★顔酡 : 얼굴이 불그레해짐. ★爭似今朝得雋多 : 어찌....만 하겠는가? ★雋多 : 참으로 훌륭함. ★劍若秋蓮矢若星 : 이백(李白)의 시에 “유성처럼 빠른 화살 허리춤에 꽂아 넣고, 연꽃무늬 칼빛 번쩍 돌궤 속에서 꺼냈어라.[流星白羽腰間挿 劍花秋蓮光出匣]”라는 구절이 있다. 《李太白集 卷2 胡無人》*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이 땅속에 묻혀 斗牛 간에 자색 기운을 내뿜고 있다가 진(晉) 나라 뇌환(雷煥)에 의해 발굴되었던 고사가 있다. 《晉書 張華傳》 ★恩分玉醞爭含感 : 은혜로 내려주신 宣醞 다투어 感激[感泣]하네. ★大荒風雪裏 : 《산해경(山海經)》 권14 〈대황동경(大荒東經)〉에 “동해의 밖, 대황의 안에 대언(大言)이란 산이 있는데, 해와 달이 나오는 곳이다.” 하였으니, 보통은 먼 변경 지방을 가리키는데, 여기에서는 중국의 거친 황야를 가리킨다. ★爭似 = 爭如 = 爭若 어찌. / 무엇 같으냐. / 어떠 하냐. ●黃門이 拜辭而歸하다. 於是에 兩家賓客이 以次列坐하고 庖人이 進饌하니 飣餖生香하고 駝駱之峯과 猩猩之脣이 出於翠釜하다. 南越荔枝와 永嘉黃柑이 溢於玉盤하니 王母瑤池之宴은 人無見者요 漢武栢梁之會는 事已古矣니 不必强援而比之라. 人間之珍品異羞는 蔑有加於此者라. 女樂數千이 三匝四圍하고 羅綺成帷하니 環佩如雷하다. 一束纖腰는 爭妬垂楊之枝하고 百隊嬌容은 欲奪烟花之色이라. 豪絲哀竹은 沸曲江之水하고 冽唱繁音은 動終南之山이라. 내관이 하직 인사를 드리고 돌아갔다. 이에 두 집안의 빈객들이 차례대로 늘어앉고, 음식을 하는 이들이 술과 안주를 올리는데, 향기가 그대로 진동하였다. 낙타의 등과 猩猩의 입술은 푸른 솥에서 나오고, 南越의 荔枝와, 永嘉의 노란 귤은 옥쟁반에 가득 넘치니, 서왕모의 요지 잔치에서조차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한 무제 때의 栢梁會 일은 이미 오래되었으니, 억지로 그와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이 볼 수 있는 진귀한 물품과 음식들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기생 수천 명이 세 겹 네 겹으로 둘러쌌으니, 비단옷은 장막을 이루었고, 패물 소리는 우레와도 같았으며, 한 줌밖에 안 되는 가는 허리들은 마치 수양버들 가지처럼 부드러웠다. 수많은 무리의 교태 어린 얼굴들은 烟花의 빛을 훔치려고 하였고, 호방하고 애달픈 관현 소리는 曲江의 물을 끓어오르게 하였으며, 맑고도 시끄러운 소리는 終南山을 움직일 듯하였다. ★漢武栢梁之會 → 백량연(柏梁宴)의 갱가(賡歌) : 대궐 연회에 참석해서 멋진 시를 짓는 것을 말한다. 한 무제(漢武帝)가 장안(長安)에 백량대(柏梁臺)를 세우고 신하들과 연회를 베풀 적에, 칠언시(七言詩)로 화답하는 노래[賡歌]를 잘 짓는 신하만 누대 위에 올라가도록 허락한 고사가 전한다. 《三輔黃圖 卷 臺榭》 ★飣餖 : ①지공(支供). 곧 음식을 이바지하는 것에 관한 일. ②음식을 죽 늘어 놓고 먹지 아니함. 비유하여 의미 없는 문사(文詞)를 죽 늘어놓은 것을 뜻함. [유사어]두정(餖飣). ★永嘉黃柑 : 永嘉는 중국 저장성[浙江省] 원저우[温州]에 있는 현(縣). 농산물로 쌀· 밀· 고구마· 차· 누에고치· 황마(黃麻)· 감귤 등을 산출하고, 공업으로 기계·화학·전자제품·도자기 등이 발달하였다. 특히 차오터우[橋頭] 단추시장과 레이스 수예품이 유명하다. ●酒半에 越王이 謂丞相曰 小生過蒙丞相厚眷러나 而區區微誠을 無以自效라. 携來小妾數人이 欲賭丞相一歡하노니 請召至於前하여 或歌或舞하며 獻壽丞相이 何如닛고. 丞相이 謝曰 少游가 何敢與大王寵姬로 相對乎아. 妄恃姻婭之誼하고 敢有僭越之計矣하여 少游侍妾數人이 亦有爲觀盛會而來者러니 少游亦欲呼來하여 使與大王侍妾으로 各奏長技以助餘興하나이다. 술에 반취한 월왕이 승상에게 말하였다. “소생이 승상의 지극한 보살핌을 입었기로, 구차하고 작은 정성이나마 표할 길이 없어, 데리고 온 소첩 몇 사람으로 하여금 한번 승상의 즐거움을 돕고자 하오. 앞으로 불러서 노래하고 춤추게 하기를 청하며, 승상께 잔을 올리도록 하리니 어떻겠나이까?” 승상이 사례하였다. “소유가 어찌 감히 대왕께 극진한 사랑을 받는 여인과 더불어 상대할 수 있겠사옵니까? 무릇 처남과 매부지간의 정만을 믿고 감히 분수를 거스를 생각이 있사옵더니 소유의 첩 몇 명이 또한 구경하자 따라왔으니, 소유 또한 그들을 불러들여 대왕의 侍妾들과 더불어, 각기 잘하는 재주와 솜씨를 겨루어 남은 흥을 돕고자 하나이다.” ●王曰: 丞相之敎가 亦好矣니이다. 於是에 蟾月驚鴻及月宮四美人이 承命而至하여 叩頭再拜於帳前하다. 丞相曰: “昔者에 寧王이 畜一美人하니 名曰芙蓉이라. 太白이 懇於寧王하여 只聞其聲하고 不得見其面이라. 今少游가 能見四仙之面하니 所得이 比太白十陪矣리이다. 彼四美人의 姓名은 云何오. 四人起而對曰: 妾等은 卽金陵杜雲仙과 陳留少蔡兒와 武昌萬玉燕과 長安胡英英也니이다. 丞相謂越王曰 少游가 曾以布衣로 遊於兩京間일새 聞玉燕娘子之盛名이 如天上人이러니 今見其面하니 實過其名矣이니이다. 越王이 亦聞知鴻月兩人姓名하고 乃曰 此兩人은 天下之所共推者러니 而今者에 皆入於丞相之府러니 可謂得其主矣니이다. 未知丞相은 得此兩人於何時乎아. 왕이 말하였다. “승상의 말씀이 또한 좋도다.” 이에 섬월과 경홍과 월왕궁의 네 미녀가 분부를 받고 이르러, 장막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니, 승상이 말하였다. “옛적에 寧王이 한 미인을 두었는데 이름은 芙蓉이라. 李太白이 영왕께 간청하여 다만 그 목소리만 듣고 그 얼굴은 보지 못하였는데, 이제 소유는 마음껏 네 선녀의 얼굴을 보니, 그 얻는 바가 태백보다 열 배나 더하도다. 저 네 미인의 성명은 무엇이오?” 네 미인이 일어나 대답하였다. “첩들은 곧 金陵의 杜雲仙과 陳留의 少蔡兒와 武昌의 萬玉燕과 長安의 胡英英이로소이다.” 승상이 월왕에게 아뢰었다. “소유가 지난날 선비의 몸으로 장안과 낙양 사이를 떠돌며 놀 적에, 옥연낭자의 훌륭한 이름이 하늘 위의 사람 같다고 들었사옵니다. 이제 비로소 그 낯을 보니, 그 이름보다 더 아름답사옵니다.” 월왕도 또한 경홍과 섬월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이 두 미인을 천하가 높이 우러르더니, 이제 모두 승상부로 들어갔으니 주인을 잘 만났도다. 승상이 언제 두 미인을 얻었는지 모르겠소이다.” ★寧王 : 당나라 玄宗의 兄. *玄宗의 형인 寧王(李憲)은 무소불위의 권력과 향락을 즐기는 호색한이었다. 그를 풍자한 왕유의 시가 전한다. ●丞相對曰 桂氏는 少游赴擧之日에 適過洛陽일새 渠自從之하고 狄女는 曾入於燕王之宮이러니 少游가 奉使燕國也에 狄女抽身隨我하여 追及於復路之日矣이니이다. 越王은 撫掌笑曰 狄娘子之俠氣는 非楊家紫衣者所比也라. 然이나 狄娘子가 從相公之日에 相公은 職是翰林이오. 且受玉節하니 則麟鳳之瑞를 人皆易見이라. 桂娘子는 昔當相公之窮困하여 能知今日之富貴하니 所謂識宰相於塵埃者也니 尤亦奇也라. 未知丞相은 何以得逢於客路乎아. 丞相이 笑曰 少游는 追念其時之事하면 誠可咍也니이다. 승상이 대답하였다. “계씨는 소유가 과거 보러 올 적에 낙양에 다다르니 저 스스로 따라왔고, 적씨는 일찍이 연왕궁에 들어갔다가 소유가 연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에, 몸을 빼 나와 나를 따라서 돌아오는 날에 뒤쫓아서 따라왔사옵니다.” 월왕은 손뼉을 치며 웃으며 이르기를, “적랑의 호방한 기상은 楊家의 비단옷 입은 자들에 견줄 바 아니로다. 그러나 적낭자가 상공을 따르던 날에, 상공의 직함이 한림이었고 또한 玉節을 받았으니 귀한 벼슬임은 누구나 쉽게 알 것이오. 계낭자는 옛날 상공이 궁곤한 시절이었지만, 능히 오늘의 부귀를 알았으니, 이른바 먼지와 티끌에서 재상을 알아본 것이니 더욱이 기이하오. 어떻게 승상이 먼 길 도중에서 만날 수 있었는지 모르겠소이다.” 승상이 웃으며 말하였다. “소유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진실로 우습군요.” ★復路[복로] : 歸路. *復路之日은 돌아가는[오는] 날. ★咍 : 웃음소리해. 기뻐할해 ●下土窮儒가 一驢一童하고 間關遠路하여 爲飢火所迫일새 過飮村店之濁醪하고 行過天津橋上하니 洛陽才子數十人이 大張娼樂於樓上하고 飮酒賦詩하니 少游가 以弊衣破巾으로 詣其座上한대 蟾月이 亦在其中矣니이다. 雖諸生僕隸라도 未有如少游之疲弊者언마는 而醉興方濃하여 不知慚愧하고 拾掇荒蕪之語하여 構成一詩하니이다. 지방의 궁한 선비가 나귀 한 마리에 시동 하나로, 틈틈이 먼 길에 잠을 자가며 시장기에 절박해 하면서도, 주막의 탁주는 과음했었사옵니다. 천진교를 지날 때에 마침 낙양의 선비 수십 인을 만났는데, 길 위에서 기생들에게 노래하게 하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짓고 있었사옵니다. 소유는 낡고 허름한 차림으로 그 자리에 나아갔는데 섬월 또한 그 자리에 있었사옵니다. 그곳에 있는 선비들과 시종들도 소유처럼 피폐한 차림을 한 자는 없었사옵니다. 하지만 취흥이 무르익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거친 말을 주워 모아 시 한 편을 지었사옵니다. ●不記其詩意何如하고 句格何如로되 而桂娘이 拈出其詩於衆篇之中하여 歌而咏之하니 盖座中이 初旣相約曰 諸人所作이 若入於桂娘之歌者則 當讓與蟾娘於其人하자. 故로 不敢與少游相爭이 且亦然也라. 越王이 大笑曰 丞相이 爲兩場壯元을 吾以爲天地間에 快樂之事러니 是事之快는 高出於壯元上也라. 其詩必妙也러니 可得聞歟아. 시의 뜻이 어떠한지, 격식을 어떻게 갖추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계랑이 여러 편 중에서 뽑아내어 읊었사옵니다. 대개 좌중에서 이미 서로 약속하기를, 여러 사람의 작품 중 계랑의 노래에 들면 마땅히 섬랑을 양보하자고 했었사옵니다. 그러므로 감히 소유와 다투지 않음이 그러했사옵니다.” 월왕이 크게 웃었으며 말하였다. “승상이 두 과거에서 장원한 것을 나는 천지간 유쾌한 일로 여겼더니, 이 일의 유쾌함은 장원을 한 것보다 뛰어나오. 그 시는 반드시 미묘할 것이니 들을 수 있겠소이까?” ●丞相이 曰 醉中의 率爾之作을 何能記乎아. 王謂蟾月曰 丞相雖已忘之로되 娘或記誦否아. 蟾月曰 賤妾이 尙能記之이오니 未知以紙筆로 寫呈乎아. 以歌曲奏之乎아. 王이 尤喜曰 若兼聞娘子之玉聲 則尤快矣리라. 蟾月就前하여 以遏雲之聲으로 歌而奏之하니 滿座가 皆爲之動容하다. 王이 大加稱服曰 丞相之詩才와 蟾月之絶色淸歌는 足爲三絶也라. 第三詩의 所謂 花枝羞殺玉人粧하고 未吐纖歌口已香이라 者는 能盡出蟾娘하니 當使太白으로 退步也라. 近世之棘句飾章은 抽黃媲白者이니 安敢窺其藩籬乎아. 遂滿酌金鐘하여 以賞蟾月하다. 鴻月兩人이 與越宮四美人으로 迭歌交舞獻壽하니 賓主가 眞天生敵手이니 小無參差하니 而況玉燕도 本與鴻月齊名이니 其餘三人이 雖不及於玉燕이온 亦不遠矣러라. 王頗自慰喜而已하고 醉甚止巡하고 與賓客出하여 立於帳外하여 見武士擊刺奔突之狀하다. 승상이 말하였다. “취중에 대충 지은 작품을 어찌 기억할 수 있겠사옵니까?” 월왕이 섬월에게 말하였다. “승상은 이미 잊었을지라도, 낭자는 혹 기억하여 읊을 수 있겠는가?” 섬월이 말하였다. “천첩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종이에 써 드리오리까, 노래로 아뢰오리까?” 월왕이 더욱 기뻐하며 말하였다. “겸하여 낭자의 고운 목소리를 듣는다면 더욱 유쾌하겠도다.” 섬월이 앞으로 나아가 구름이 사라지는 목소리로 노래하여 아뢰니, 자리를 채운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왕은 크게 칭찬하였다. “승상의 글 재주와, 섬월의 미모와, 사랑 노래는 족히 三節이 될 만하도다. 세 번째 시에서 ‘꽃가지가 미인의 화장을 부끄러워하고 가녀린 노랫소리 나오기도 전에 입안은 이미 향기롭도다.’라고 한 것은, 섬랑의 미모를 다 그려내어 마땅히 이태백도 물러나게 할 것이라. 근세의 꾸밈이 심한 문장들은 黃媲白에서 뽑은 것들이니, 어찌 감히 울타리인들 엿볼 수 있겠소이까?” 드디어 금잔에 술을 가득 부어 섬월에게 상으로 내렸다. 경홍과 섬월 두 사람과 월궁의 네 미인이 번갈아 가며 춤추고 노래하여 헌수하니, 손님과 주인이 진짜로 이미 정해진 호적수로 조금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았다. 하물며 옥연은 본디 경홍, 섬월과 이름을 가지런히 하였고, 나머지 세 사람도 옥연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 월왕이 기쁨을 스스로 만족하고 기뻐할 뿐이었다. 취하여 잔 돌리기를 멈추고 빈객과 장막 밖에 나와 무사들이 치고 찌르고 내닫는 모습을 보았다. ★棘句飾章 = 鉤章棘句 *원문의 ‘탁도(擢搯)’는 한유(韓愈)의 〈정요선생묘지명(貞曜先生墓志銘)〉의 “어려운 문장과 난삽한 구절에서는 간담을 짜내었다.[鉤章棘句, 搯擢胃腎.]”에서 인용한 것이다. 《五百家注昌黎文集 卷2》 각고의 노력으로 문장을 짓는 것을 비유한다. ★抽黃媲白[추황비백] = 抽黃對白 = 取靑媲白 = 抽靑媲白 = 抽靑轉綠 : *추황대백(抽黃對白)은 황색이나 백색 등 갖가지 색깔을 늘어놓는 것으로, 전하여 대구(對句)를 맞추어서 문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 변려문(騈儷文)처럼 구절마다 대우(對偶)의 형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遏雲 : 가던 구름이 음악을 들으려고 멈춘다는 뜻으로, 풍악이 멋지게 울려 퍼지는 것을 말한다. 진(秦)나라의 명창 진청(秦靑)이 노래를 부르자, 가던 구름도 그 소리를 듣고 멈춰 섰다는 향알행운(響遏行雲)의 이야기가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전한다. ★動容 : ① (감동된) 표정을 짓다 ② 거동과 표정 ③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리다 ●王曰 美女騎射도 亦甚可觀이니 故吾宮中에 精熟弓馬者 有數十人矣이니이다. 丞相府中의 美人도 亦必有自北方來者러니 下命調發하여 使之射雉逐兎하여 以助一場歡笑가 如何닛고. 丞相大喜하여 揀能習弓矢者數十人하여 與越宮善射者로 賭勝하다. 驚鴻이 起告曰 雖不習操弧나 亦慣見他人之馳射러니 今日欲暫試之矣니이다. 丞相喜之하여 即解給所佩畵弓하니 驚鴻이 執弓而立하여 謂諸美人曰 雖不能中이나 願諸娘勿笑矣하소서. 乃飛上於駿馬하여 馳突於帳前하니 適有赤雉가 自草間騰上이라. 驚鴻이 乍轉纖腰하여 執弓鳴弦하니 五色彩羽가 焂落於馬前이라. 丞相越王이 擊掌大噱하니 驚鴻이 轉馬還馳하여 下於帳外하여 穩步就坐하니 諸美人이 皆稱賀曰 吾輩는 虛做十年工夫矣라 하다. 此時에 所獲翎毛가 土委山積하고 兩家射女 所殪雉兎가 亦多矣러라. 各獻於座前하니 丞相與越王이 等第其功하여 各賞百金하다. 월왕이 말하였다. “미녀들이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 또한 볼 만하오. 내 궁중에 활과 말에 정통하고 익숙한 자가 수십 명이 있소. 승상의 부중 미인들 또한 북방에서 온 자들이 있으리니, 명을 내려 불러내어 그들에게 꿩을 쏘고 토끼를 쫓게 하여, 한바탕 즐겁게 웃게 함이 어떠하오?” 승상이 크게 기뻐하여 활쏘기에 능숙한 자 수십 인으로 하여금, 월궁의 활 잘 쏘는 자들과 승부를 걸었다. 경홍이 일어나 아뢰었다. “비록 활쏘기를 익히지는 못했으나, 다른 이들이 달리며 활쏘기하는 것은 익히 보아온 터이니, 오늘 잠시 시험코자 하옵니다.” 승상이 기뻐하여 차고 있던 활을 끌러주니, 경홍이 활을 잡고 일어나 여러 미인에게 말하였다. “명중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낭자는 비웃지 말기를 바라오.” 駿馬에 나는 듯이 올라타고 장막 앞으로 내달으니, 마침 붉은 꿩이 풀숲에서 날아올랐다. 경홍은 잠시 가는 허리를 틀어 활을 잡고 시위를 당기니, 오색 깃털이 홀연히 말 앞에 떨어졌다. 승상과 월왕이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으니, 경홍이 말을 돌려 반대로 달려 장막 밖에서 말에서 내려와, 평온한 걸음으로 자리에 나아갔다. 여러 미인이 모두 칭찬하였다. “우리는 십년공부를 헛하였도다.” 이때에 잡은 꿩의 깃털은 흙이 쌓여 산을 이룬 듯했다. 두 가문의 활 쏘는 여인들이 잡은 꿩과 토끼 또한 많았다. 각자 자리 앞에 바치니 승상과 월왕 등은 그들의 공에 순위를 정하여 각기 백금을 상주었다. ★大噱[대갹] : 크게 웃음. ★操弧 : 활을 잡음. ★下命調發 : 명을 내려 군사로 쓸 사람을 강제로 뽑아 모음. ●更成坐次하여 俾停重樂하고 只使五六美人으로 各奏淸弦하고 洗酌更斟矣하다. 蟾月이 內念曰 吾兩人은 雖不讓於越宮美人이나 彼乃四人이요 吾則一雙이니 孤單甚矣라. 惜哉라. 不拉春娘而來也라. 歌舞雖非春娘之所長이나 其艶色美談이 豈不能壓倒雲仙輩乎아. 咄咄嗟惋矣란대 忽騁矚하니 兩美人이 自野外로 驅油碧車하여 轉行於落花芳草之上하여 稍稍前進矣라. 俄而에 到帳門之外하니 守門者가 問曰 自越宮而來乎아. 從魏府而至乎아. 御車者曰 此車上兩娘은 卽楊丞相小室이니 適有些故하여 初未偕來矣니이다. 다시 자리의 차례를 정하여 무거운 음악은 멈추게 하였다. 다만 대여섯 미인으로 하여금 각자 맑은 현악기를 연주케 하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게 했다. 섬월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말하였다.“우리 두 사람이 비록 월궁 미인들에게 양보하진 않았지만, 저들은 네 사람이고 우리는 한 쌍이라. 외로움이 심하도다. 춘랑을 데려오지 못한 것이 애석하도다. 가무가 비록 춘랑의 장기는 아니나, 그 아리따움과 아름다운 말씨를 어찌 杜雲仙 무리가 압도할 수 있겠는가? 한스럽도다.” 문득 둘러보니 두 미인이 야외로부터 유벽거를 몰아 낙화방초 위로 구르는 듯 달리는데, 점점 앞으로 온다. 조금 뒤 장막 문 밖에 이르니 문지기가 물었다. “월궁에서 오셨소이까? 위부에서 오셨소이까?” 수레를 모는 자가 말했다. “이 수레의 두 낭자는 곧 양승상의 소실이니, 마침 볼일이 있어 처음에 함께 오지 못했던 분들이시오.” ★騁矚[빙촉] : 이리저리 둘러봄. ●軍卒이 入告於丞相하니 丞相曰 是必春雲이 欲觀光而來矣러니 行色이 何其太簡耶오. 卽招入하니 兩女子가 捲珠箔하고 自車中而出하니 在前者는 沈裊烟이라. 在後者는 宛是夢中所見之洞庭龍女也라. 兩人이 俱進丞相座下하여 叩頭拜謁하니 丞相이 指越王而言曰 此는 越王殿下也라. 汝輩는 以禮拜謁之하라. 兩人禮畢하니 丞相賜坐하여 使與鴻月同坐하다. 丞相이 謂王曰 彼兩人을 征伐西蕃時에 所得也라. 近緣多事하여 未及率來러니 必聞少游與大王이 同樂하고 欲觀盛擧而至矣니이다. 王이 更見兩人하니 其色與鴻月雁行이오 而縹緲之態와 超越之氣가 似加一節矣라 王이 大異之하다. 越宮美人이 亦皆顔如灰色矣라. 王이 問曰 兩娘은 何姓名也며 何地人也오. 군졸이 승상에게 들어와 고하니, 승상이 말하였다. “이는 필시 춘운이 관광 온 것이니, 행색이 어찌 간편한가?” 곧 불러들이니 두 여자가 주렴을 걷고 마차에서 나왔는데, 앞은 심요연이고, 뒤는 완연히 꿈속에서 만났던 동정호 용녀 백능파였다. 두 사람이 함께 승상 자리 아래에 나아가 머리 숙여 알현하니, 승상이 월왕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분은 월왕 전하이시니, 너희는 예를 갖춰 알현하라.” 두 여인이 예를 마치니, 승상이 자리를 주어 경홍 섬월과 같은 자리에 앉게 했다. 승상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 두 여인은 서번을 정벌할 때에 만났나이다. 근래 일이 많아 데려오지 못했었는데, 반드시 소유와 대왕이 함께 즐긴다 하니, 성대한 놀이를 구경하고자 이르렀사옵니다.” 왕이 다시 두 사람을 보니, 그 미색이 경홍 섬월과 형제 같았으며, 그윽한 태도와 뛰어난 기색은 한 단계 위여서 왕이 크게 기이하게 여겼고, 월궁의 미인들 또한 모두 낯빛이 잿빛이 되었다. 왕이 물었다. “두 낭자는 성명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一人이 對曰 小妾 裊烟은 姓이 沈氏로 西潦州人也니이다. 一人이 又對曰 小妾은 凌波로 姓은 白氏며 曾居瀟湘之間이니이다. 不幸遭變하여 避地西邊이러니 今從相公而來耳니이다. 王曰 兩娘子는 非地上人也라. 能解管絃否아. 裊烟이 對曰 小妾이 塞外賤妾也라. 未嘗聞絲竹之聲이니 將以何技로 以娛大王乎닛가. 但兒時多事하여 浪學劍舞러니 而此乃軍中之戱니 恐非貴人所可見也라. 王이 大喜하여 謂丞相曰 玄宗朝에 公孫大娘이 劍舞名於天下하더니 其後此曲遂絶하여 不傳於世라. 我每咏杜子美詩하고 而恨不及一快覩也러니 此娘子가 能解劍舞러니 快莫甚焉이라. 與丞相으로 各解贈所佩之劍하니 裊烟이 捲袖解帶하고 舞一曲於金鑾之上하니 倏閃揮霍하고 縱橫頓挫한대 紅粧白刃이 炫幻一色하니 若三月飛雪이 亂灑於桃花叢上이라. 俄而 舞袖轉急하여 劍鋒愈疾하니 霜雪之色이 忽滿帳中하더니 裊烟一身이 不復見矣라. 忽有一丈靑虹이 橫亘天衢하며 颯颯寒飇가 自動於樽俎之間하니 座中이 皆骨冷 而髮竦矣라.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소첩 裊烟은 성이 沈氏이고, 西潦州 사람이옵니다.” 한 사람이 또한 답하였다. “소첩 凌波는 성이 白氏이고, 일찍이 瀟水와 湘水 사이에서 살았사옵니다. 불행히 변란을 만나 서쪽 변방으로 피난 가다가, 이제 상공을 따라왔사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두 낭자는 지상의 사람이 아니로다. 관현악을 연주할 줄 아는가?” 요연이 답하였다. “소첩은 변방의 천첩이옵니다. 일찍이 관현악 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무슨 재주로 대왕을 즐겁게 하겠사옵니까? 다만 어릴 적에 일을 많이 겪어 대충 劍舞를 배웠으나, 이는 軍中의 놀이로, 귀인이 보실 만한 것이 못 될까 하옵니다.” 왕이 크게 기뻐하여 승상에게 말하였다. “玄宗 때에 公孫大娘의 검무가 천하에 이름을 떨치다가, 그 후 이 곡이 드디어 단절되어 세상에 전하였도다. 내가 매양 杜子美의 시를 읊을 때마다, 검무를 한 번 보지 못함을 한했는데, 이 낭자가 검무를 할 줄 안다니 유쾌함이 매우 크도다.” 월왕과 승상이 허리에 찬 검을 풀어 주니, 요연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띠를 풀고, 수레 위에서 한 곡조를 추었다. 홀연 섬광이 번뜩이고 종횡으로 뛰놀아 붉은 화장과 흰 칼날이 한 빛으로 번쩍이니, 삼월에 날리는 눈이 복사꽃 떨기에 어지럽게 뿌려지는 것 같았다. 이윽고 춤추는 소매가 더욱 급하고 칼끝이 더욱 빨라져, 서릿발과 눈빛이 장막 안에 가득하더니, 요연의 한 몸이 다시 보이지 않았다. 홀연 한 가닥 푸른 무지개가 하늘에 뻗치며, 서늘한 기운이 일며 회오리바람이 절로 술병과 도마 사이를 스치니, 좌중이 모두 뼛속까지 한기를 느껴 毛骨이 송연하였다. ★縱橫頓挫 : [문장 등이] 종횡하며 갑자기 꺾이는. ★倏閃揮霍 : 번개처럼 잽싸게. ★天衢 : 넓고도 평탄한 길을 뜻하는 천구(天衢)와 같은 말로, 임금이 있는 도성의 큰길. / 구름과 새가 날아다니는 하늘 길 / 하늘 거리〔天衢〕는, 막힘없이 통행할 수 있는 넓은 거리라는 말인데, 대궐이 있는 서울의 거리를 비유한다. ★金鑾 : 수레(?) / 金鑾은 金鑾殿의 준말로, 당 덕종(唐德宗) 때 금란파(金鑾坡) 위에 세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보통은 관각을 가리킨다. / 현종(唐玄宗)이 이태백(李太白)을 금란전(金鑾殿)에 불러들여 당시의 일을 논한 고사로, 이때 이태백이 시 한 편을 지어 바치니 그에게 음식을 하사하고 황제가 친히 국맛을 보고 간을 맞췄다고 한다. [명종실록(明宗實錄)] / 옛날에 황궁의 정전(正殿)을 금란전(金鑾殿)이라고 했고 그 곁에 있는 언덕을 금란파(金鑾坡)라고 하였다. 이 금란파가 한림원(翰林院)과 잇닿아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한림원을 금파(金坡) 또는 금란이라 하며, 이곳에 근무하는 것을 매우 영광으로 여겼다. 조선 시대에는 홍문관(弘文館)을 가리킨다. ●裊烟이 欲盡其所學之術이나 恐驚動越王하야 乃罷舞擲劍하고 再拜而退하다. 王이 久乃定神하고 謂裊烟曰 世人劍舞가 何能臻此神妙之境가? 我聞仙人多能劍術이니 娘子得非其人乎아. 裊烟曰 西方風俗에 以兵器로 作戱하니 故로 妾은 童稚之年에 雖或學習이나 豈有仙人之奇術乎아. 王曰 我還宮中이면 當擇美人中에 便捷善舞者而送之하리니 望娘子는 勿憚敎掖之勞하라. 裊烟拜而受命하다. 요연이 배운 술법을 다하고자 했으나, 월왕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검무를 마치고 칼을 던지고 두 번 절을 하고 물러났다. 월왕이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요연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의 검무가 어찌 이 신묘한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오. 내가 듣기에 신선은 검술에 능숙하다 들었는데, 낭자는 능히 그 사람이 아닌가?” 요연이 대답하였다. “서쪽 지방의 풍속이 兵器를 희롱하므로, 첩이 어린 나이에 혹 배워 익혔을지라도, 어찌 선인의 기이한 기술이 있었겠사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가 궁중에 돌아가, 마땅히 미인 중 민첩하고 춤에 능한 자를 뽑아 보낼 테니, 낭자는 직접 가르치는 수고를 꺼리지 말기를 바라노라.” 요연은 절하고 왕명을 받았다. ★敎掖之勞 : [기예등을] 가르쳐줌. / 가르치는 수고. ●王又問於凌波曰 娘子는 有何才乎아. 凌波曰 妾家舊在湘水之上이러니 湘水卽皇英所遊之處也라. 有時乎天高夜靜하고 月明風淸하면 則寶瑟之聲이 尙在於雲宵間이라. 故로 妾이 自兒時로 做其聲音하여 自彈自樂而已이러니 而恐不合於貴人之耳也니이다. 王曰 “雖因古人詩句로 知相妃之能彈琵琶이나 而未聞其曲流傳於世人也라. 娘子若能傳得此曲인댄 啁啾俗樂을 何足聆乎리오. 凌波가 自袖中으로 出二十五弦하여 輒彈一曲하니 哀怨淸切한대 水落三峽하고 雁號長天이라. 四座가 忽凄然下淚하니 而已에 千林自振하고 秋聲乍動일새 枝上病葉이 紛紛亂墜하다. 왕은 또 능파에게 물었다. “낭자는 무슨 재주가 있느냐?” 능파가 말하였다. “첩의 집은 옛날 상수 가에 있었는데, 상수는 곧 娥皇과 女英이 놀던 곳이옵니다. 때로는 가을날 고요한 밤에 달 밝고 바람이 맑으면, 비파소리가 여태 구름 사이에서 들렸사옵니다. 첩은 어릴 때부터 그 소리를 본떠 혼자서 뜯고 즐길 뿐이었는데, 귀인의 귀에 맞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옛사람의 시구를 인연하였기에, 아왕과 여영이 비파를 타는 데 능한 줄은 알았지만, 그 곡조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줄은 알지 못했도다. 낭자가 능히 이 곡조를 전할 수 있다면,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속악을 어찌 들으리오?” 능파가 소매 속에서 이십오현금을 끄집어내어 문득 한 곡조를 탔다. 애절하고 맑아서 물이 三峽에 떨어지고, 기러기가 먼 하늘에서 우는 듯하여, 주위의 모든 이들이 문득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미 온갖 수풀이 절로 흔들리며 가을 소리가 잠시 나더니, 나뭇가지의 누렇게 변한 잎들이 어지럽게 날려 떨어졌다. ★啁啾[조추] : 새 우는 소리 / 말 우는 소리 /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 시를 짓는 등 시끄러움. (의성어) ●越王이 大異之曰 吾不信人間曲律이 能回天地造化之權이러니 娘若人間之人이면 則何能使發育之春으로 爲秋오. 使敷榮之葉으로 自零也오. 俗人도 亦可學此曲乎아. 凌波曰 妾惟傳古曲之糟粕而已러니 有何神妙之術이란대 而不可學乎리오. 萬玉燕이 告於王曰 妾雖不才나 以平日所習之樂으로 試奏白蓮曲矣니이다. 斜抱秦箏하여 進於席前하여 以纖葱拂絃하여 能奏二十五絃之聲하니 運指之法이 淸高流動하여 殊可聽也라. 丞相과 乃鴻月兩人이 極稱之하니 越王이 甚悅하다. 월왕이 크게 이상히 여기며 말하였다. “인간의 음률이 능히 천지조화의 권능을 바꾼다는 말을 내가 믿지 아니하였도다. 낭자가 인간 세상의 사람이라면 어찌 발육하는 봄을 가을이 되게 할 수 있으며, 뻗어나는 잎을 절로 떨어지게 할 수 있는가? 속인들도 또한 이 곡조를 배울 수 있는가?” 능파가 말하였다. “첩은 옛 곡조에 남은 걸 전했을 뿐이옵니다. 무슨 신묘한 기술이 있어 배울 수 없겠사옵니까?” 만옥연이 월왕께 아뢰어 말하였다., “첩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평소 익힌 음악으로 시험 삼아 白蓮曲을 아뢰겠나이다.” 秦箏을 비스듬히 안고 자리 앞에 나아가 줄을 고르는데, 능히 스물다섯 가지 소리를 내며, 손 놀리는 법이 맑고 고아하게 움직여 특별히 들을 만했다. 양승상과 경홍, 섬월 두 사람도 극히 칭찬하였으며, 월왕도 심히 기뻐했다. ........................................................ ★無鹽嫫母 : 嫫母[모모]는 중국 고대 헌원(軒轅)의 차비(次妃). 어진 덕의 소유자였으나 단지 모습이 추했다는 이유로 춘추전국시대 제(齊) 나라의 宣王의 부인인 무염(無鹽)과 더불어 세인들의 비난과 조롱을 당함. *嫫鹽은 합칭어 ★自多之心 : 우쭐대는 마음. 잘난체하는 마음. ★卽今日其會也 : 곧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 *亦今日其會也. ★王愷石崇 : 진(晉)나라의 부호(富豪) 석숭(石崇)[자가 季倫]과 왕개(王愷)가 서로 호화(豪華)를 다투어 자랑하였는데, 왕개에게 한 자 높이가 넘는 산호수(珊瑚樹)가 있었다. 왕개가 이를 석숭에게 내보이며 자랑하였더니, 석숭이 쇠방망이로 그 산호수를 때려 부쉈다. 왕개가 깜짝 놀라니, 석숭이 자기 집에 있는 석 자 높이가 넘는 산호수 수십 개를 가져다 보이자, 왕개의 입이 떡 벌어졌다. 《晉書 卷33 石崇列傳》 ★自歉之心[자겸지심] : 겸연쩍어하는 마음. *或有一分自歉之心 혹시 일분의 찜찜한 마음이 있을 것이지만. ★八公山草木 : 중국 5호 16국의 전진(前秦) 3대 왕(재위 : 357~385).符堅이 382년 동진(東晋) 정복의 대군을 남하시켰다가 비수(肥水)의 大戰에서 대패하여 큰 혼란이 일어났다. 그 후 그는 자살하고 말았으며 동진에게 멸망하였다. 이때 부견이 너무나 놀라고 두려움에 질려, 八公山의 草木이 모두 晉[東晉] 나라 군사처럼 보였다고 한다. ★觀泰山 而泛滄海者 : 王内史는 왕희지. 그가 회계 내사(㑹稽内史)를 역임하였기 때문이다. 《어정연감유함(御定淵監類函)》 권307에 “진나라 왕희지가 관직을 버리고 동토의 인사들과 함께 산수에서 주살질하고 낚시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또 도사 허매와 함께 복식을 수행하여 좋은 약초를 두루 캐기 위해 유명한 산을 유람하고 푸른 바다에 배를 띄웠는데, 탄식하며 말하기를 ‘내가 마땅히 즐겁게 죽을 것이다.’ 하였다.〔晉王羲之去官, 與東土人士, 營山水弋釣之娛. 又與道士許邁, 共修服食, 徧采名藥, 遊名山泛滄海, 歎曰, 我當以樂死.〕”라는 내용이 있다. /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공자가 동산에 올라서는 노나라를 작게 여겼고, 태산에 올라서는 천하를 작게 여겼다.〔孔子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 하였다. 《孟子 盡心上》 ★趙括之大談 : ‘조괄의 큰 소리’ *昔秦君悔不用蹇叔之言, 趙王悔聽信趙括之謀, 始皇不用王剪, 而李信奔還, 符堅不聽王猛, 而符融敗北....*조괄은 중국 전국(戰國) 시대의 조(趙) 나라 장수. 마복군(馬服君) 조사(趙奢)의 아들. 진(秦) 나라 장수 백기(白起)와 싸움을 벌여 화살을 맞고 죽었으며, 그의 45만 대군은 백기에게 패해 생매장되었음.*조괄이 조(趙)나라 조사(趙奢)는 병사 쓰는 것에 능하였더니 죽은 후에 임금이 그의 아들 진나라의 반간계에 빠져 염파를 물리치고 조괄(趙括)을 장수로 삼고자 하였다. 그러자 괄의 어머니가 말하되, “괄이 한갓 어버지의 글을 읽었으나[徒能讀] 〈병사를〉 능히 쓰지 못하므로 첩의 지아비가 첩에게 일러 말하되, ‘괄이 병법을 알지 못하며 엉뚱한 주장을 하니 장수로 삼으면 반드시 군대를 상하게 하고 욕되게 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니, 임금이 듣지 아니하자 그 어머니가 말하되, ‘괄이 만일 패하거든 청하건대 첩을 연좌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여, 임금이 허락하였더니, 후에 과연 대패하여 병사 40만을 죽게 하였다. ★會矣 : 알고 있다. / 모일 것이다. *已會矣 이미 알고 있다. ★爲明日計矣 : 내일의 계책을 삼도록 하라. ★我亦因君而有憂乎 : 나 또한 그대로 인해 걱정이 있도다. ★幷鑣而行[병표이행] : 말을 나란히 하여 나아감. *鑣는 재갈표. ★彫金鏤玉 綴花裁葉 금옥을 다듬고 꽃과 잎을 모아 마름질함. *매우 단장함을 이름. ★橫拖[횡타] : 가로 누움. 瑣珠之轡 ★瑣珠 : 부스러기 진주 ★與人一心成大功 : 杜甫의 싯구. *호청총가(胡靑驄歌)에서, 此馬臨陳久無敵 ‘전진에서 이 말을 대적할 이 없구나’ / 與人一心成大功 ‘사람과 한맘되어 큰 공을 이루네’ ★穩乘平轎 : 평온히 가마를 타고. ★桃花驄 : 털빛이 붉은 말. ★烏騅馬 : 항우의 애마. ★汝陽王 : 여양왕은 당 예종(唐睿宗)의 손자이자 숙종의 조카인 이진(李璡)의 봉호이다. 외모가 청수하고 성품이 고상하여 두보(杜甫), 이백(李白)과 함께 절친한 우의를 다졌다. 두보의 〈팔애시(八哀詩)〉 가운데 하나인 〈증 태자태사 여양군왕 진을 애도하며[贈太子太師汝陽郡王璡]〉 시에 “한중 고을 저 아우 매우 흡사해, 고결함이 그 형을 보는 것 같네.[宛彼漢中郡 文雅見天倫]”라 하여, 이진의 아우 한중왕(漢中王) 이우(李瑀)의 고결한 기풍이 그의 죽은 형을 닮았다고 하였다. 《杜詩詳註 卷》 ★海東靑 : 우리 나라에서 산출되었던 사냥용 매. 우리 나라는 일찍부터 매사냥을 즐겼던 듯 ≪삼국사기≫ 김후직조(金后稷條)에는 진평왕이 사냥하기를 즐겨 매나 개를 놓아 돼지·꿩·토끼를 잡으러 다녔다는 기록이 보이고, ≪일본서기 日本書紀≫에는 일본의 닌토쿠왕(仁德王) 때 백제 사람을 통하여 매사냥을 배우고 또 매를 기르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보이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매사냥의 기관으로 응방(鷹坊)을 전국적으로 설치하기도 하였다. ★養由基 : 초나라의 장군이자 춘추 시대 제일의 신궁(神弓). 궁술(弓術)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많은 전설적인 일화를 남겼음. 워낙 백발백중이었기 때문에 '양유기는 화살 하나면 족하다'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함. B.C.575년의 언릉 전투에서 공왕(共王)이 적군인 진나라에게 밀리고 한쪽 눈까지 잃는 큰 부상을 당하자 화살 한 대만을 가지고 적진으로 가서 공왕에게 상해를 입힌 여기(呂錡)를 순식간에 쏴 죽여 공왕의 복수를 하고 큰 상을 받았음. 이후에도 초나라를 위해 수많은 전투에 출전해 신궁의 솜씨를 과시하면서 많은 전공을 세우다가 오나라와의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음. ★領略 : ① (체험·관찰·시험 등을 통해 감성적으로) 이해하다 ② 깨닫다 ③ 감지하다 ④ 음미하다 ★割肉啗炙[할육담적] : 恩深啗炙이란 고기구이를 먼저 먹게 하는 등 특별대우를 해 준 은혜라는 말이다.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가 어려서 말을 더듬자 그를 기이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는데, 주의(周顗)가 그를 눈여겨보고는 당시에 귀하게 여겼던 소 염통구이를 다른 손님들보다 먼저 권하며 맛보게 하면서부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8 王羲之列傳》 ★郊坰[교경] : 郊外. ★天下白 : 鑑湖는 절강성 소흥현(紹興縣)에 있는 호수 이름인데, 당 현종(唐玄宗) 때 비서감(祕書監) 하지장(賀知章)이 사직하고 돌아가자, 현종이 그에게 경호 한 구비를 하사했다. 두보의 시 〈壯遊〉에 “월나라 계집의 살빛은 천하에 희고, 감호는 오월에도 서늘하네〔越女天下白, 鑑湖五月凉.〕”라는 구절을 빌려온 것이다. ★御鞍鳴鼓 : 안장을 어거하고 북을 울리다. ★顔酡 : 얼굴이 불그레해짐. ★爭似今朝得雋多 : 어찌....만 하겠는가? ★雋多 : 참으로 훌륭함. ★劍若秋蓮矢若星 : 이백(李白)의 시에 “유성처럼 빠른 화살 허리춤에 꽂아 넣고, 연꽃무늬 칼빛 번쩍 돌궤 속에서 꺼냈어라.[流星白羽腰間挿 劍花秋蓮光出匣]”라는 구절이 있다. 《李太白集 卷2 胡無人》*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이 땅속에 묻혀 斗牛 간에 자색 기운을 내뿜고 있다가 진(晉) 나라 뇌환(雷煥)에 의해 발굴되었던 고사가 있다. 《晉書 張華傳》 ★恩分玉醞爭含感 : 은혜로 내려주신 宣醞 다투어 感激[感泣]하네. ★大荒風雪裏 : 《산해경(山海經)》 권14 〈대황동경(大荒東經)〉에 “동해의 밖, 대황의 안에 대언(大言)이란 산이 있는데, 해와 달이 나오는 곳이다.” 하였으니, 보통은 먼 변경 지방을 가리키는데, 여기에서는 중국의 거친 황야를 가리킨다. ★爭似 = 爭如 = 爭若 어찌. / 무엇 같으냐. / 어떠 하냐. ★漢武栢梁之會 → 백량연(柏梁宴)의 갱가(賡歌) : 대궐 연회에 참석해서 멋진 시를 짓는 것을 말한다. 한 무제(漢武帝)가 장안(長安)에 백량대(柏梁臺)를 세우고 신하들과 연회를 베풀 적에, 칠언시(七言詩)로 화답하는 노래[賡歌]를 잘 짓는 신하만 누대 위에 올라가도록 허락한 고사가 전한다. 《三輔黃圖 卷 臺榭》 ★飣餖 : ①지공(支供). 곧 음식을 이바지하는 것에 관한 일. ②음식을 죽 늘어 놓고 먹지 아니함. 비유하여 의미 없는 문사(文詞)를 죽 늘어놓은 것을 뜻함. [유사어]두정(餖飣). ★永嘉黃柑 : 永嘉는 중국 저장성[浙江省] 원저우[温州]에 있는 현(縣). 농산물로 쌀· 밀· 고구마· 차· 누에고치· 황마(黃麻)· 감귤 등을 산출하고, 공업으로 기계·화학·전자제품·도자기 등이 발달하였다. 특히 차오터우[橋頭] 단추시장과 레이스 수예품이 유명하다. ★寧王 : 당나라 玄宗의 兄. *玄宗의 형인 寧王(李憲)은 무소불위의 권력과 향락을 즐기는 호색한이었다. 그를 풍자한 왕유의 시가 전한다. [*뒷면 참조] ★復路[복로] : 歸路. *復路之日은 돌아가는[오는] 날. ★飢火 : 아주 심한 시장기. ★煙火 : ①봄철의 경치(景致). 춘경(春景) ②화약(火藥)이 터지면서 여러 가지 꽃무늬를 하늘에 드러내는 것. / 2. 옛날, 기생. [기생에 관련된 말에 씀] 3. 꽃불. 불꽃. (=烟火) ★棘句飾章 = 鉤章棘句 *원문의 ‘탁도(擢搯)’는 한유(韓愈)의 〈정요선생묘지명(貞曜先生墓志銘)〉의 “어려운 문장과 난삽한 구절에서는 간담을 짜내었다.[鉤章棘句, 搯擢胃腎.]”에서 인용한 것이다. 《五百家注昌黎文集 卷2》 각고의 노력으로 문장을 짓는 것을 비유한다. ★抽黃媲白[추황비백] = 抽黃對白 = 取靑媲白 = 抽靑媲白 = 抽靑轉綠 : *추황대백(抽黃對白)은 황색이나 백색 등 갖가지 색깔을 늘어놓는 것으로, 전하여 대구(對句)를 맞추어서 문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 변려문(騈儷文)처럼 구절마다 대우(對偶)의 형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遏雲 : 가던 구름이 음악을 들으려고 멈춘다는 뜻으로, 풍악이 멋지게 울려 퍼지는 것을 말한다. 진(秦)나라의 명창 진청(秦靑)이 노래를 부르자, 가던 구름도 그 소리를 듣고 멈춰 섰다는 향알행운(響遏行雲)의 이야기가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전한다. ★動容 : ① (감동된) 표정을 짓다 ② 거동과 표정 ③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리다 ★大噱[대갹] : 크게 웃음. ★操弧 : 활을 잡음. ★下命調發 : 명을 내려 군사로 쓸 사람을 강제로 뽑아 모음. ★騁矚[빙촉] : 이리저리 둘러봄. ★天衢 : 넓고도 평탄한 길을 뜻하는 천구(天衢)와 같은 말로, 임금이 있는 도성의 큰길. / 구름과 새가 날아다니는 하늘 길 / 하늘 거리〔天衢〕는, 막힘없이 통행할 수 있는 넓은 거리라는 말인데, 대궐이 있는 서울의 거리를 비유한다. ★金鑾 : 수레(?) / 金鑾은 金鑾殿의 준말로, 당 덕종(唐德宗) 때 금란파(金鑾坡) 위에 세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보통은 관각을 가리킨다. / 현종(唐玄宗)이 이태백(李太白)을 금란전(金鑾殿)에 불러들여 당시의 일을 논한 고사로, 이때 이태백이 시 한 편을 지어 바치니 그에게 음식을 하사하고 황제가 친히 국맛을 보고 간을 맞췄다고 한다. [명종실록(明宗實錄)] / 옛날에 황궁의 정전(正殿)을 금란전(金鑾殿)이라고 했고 그 곁에 있는 언덕을 금란파(金鑾坡)라고 하였다. 이 금란파가 한림원(翰林院)과 잇닿아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한림원을 금파(金坡) 또는 금란이라 하며, 이곳에 근무하는 것을 매우 영광으로 여겼다. 조선 시대에는 홍문관(弘文館)을 가리킨다. ★倏閃揮霍 : 번개처럼 잽싸게. ★縱橫頓挫 : [문장 등이] 종횡하며 갑자기 꺾이는. ★敎掖之勞 : [기예등을] 가르쳐줌. / 가르치는 수고. ★啁啾[조추] : 새 우는 소리 / 말 우는 소리 /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 시를 짓는 등 시끄러움. (의성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