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가장 신비로운 바닷길, 진도영등축제
1년을
기다려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 위로 길 하나가 오롯이 솟아 오른다. 소위 <모세의 기적> 이라 불리는 이 길은 자연의 섭리가 만들어낸
놀라운 마술 같다. 신기한 자연의 솜씨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그 길 위로 까맣게 몰려들어 자연현상 구경으로 세계 최대 인파라는 40만명의
관광객들이 2.8km의 바닷길을 건넌다. 이 때를 맞춰 진행되는 영등축제는 바로 이 신기한 바닷길을 위한 축제다.
바닷길이
열리는 신비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는 바다 위로 길이 생겨나는 모습을 여러 해변에서 볼 수 있다. 거의 매일 바닷길이 열리는 인천의
실미도나 화성의 제부도, 한 달에 절반 이상은 바닷길을 볼 수 있는 충남 보령의 무창포해변 등, 총 6개의 섬에서 이러한 신비한 현상이
일어난다. 바닷길이 생겨나는 것은 쉽게 말해 조수간만의 차이 때문이다. 해저면의 수심이 다르다는 것도 바닷길이 제각각 다른 주기로 생겨나는 한
이유지만, 다양한 원인에 의해 조수간만의 차이가 12시간 주기, 15일 주기, 또는 1년을 주기로 달라진다는 점이 바닷길의 빈도를 좌우하는 또
다른 이유다. 우리나라 바닷길 중 가장 길고 장관인 진도의 바닷길은 올해에는 5월 5~7일의 3일 동안 열린다. 이 바닷길은 1년에 약 8회
정도 열리는데, 해뜨기 전 새벽에 열리거나, 10분 내로 잠깐 열리는 경우들을 제외하면 그 중 2~3회 정도를 여행객들이 걸어볼 수 있다. 이번
바닷길 이후로 6월 3~4일에 또 한번 예정되어 있으나, 시기적으로 장마철이라 바닷물이 불어날 확률이 높아서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 올해
안으로 진도 바닷길을 걸어보고 싶다면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바닷길 풍경
바다가 열리기 시작하는 곳은 진도 동쪽
해변인 회동이다. 이곳부터 앞 바다 섬인 모도까지, 5월 5일에는 오후 5시 30분, 6일에는 6시 20분, 7일에는 6시 50분부터 바닷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2.8km에 달하는 그 길은 평균 폭이 10~20m(최대 40m)에 이르고 한번 열리면 약 1시간 20분간
열려있다.
신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며 바닷길이 열리는 장면에 탄성을 내쉬던 여행객들은 바닷길을 걸으면서 즐거운 체험으로 정신이
없어진다. 방금 전까지 바닷속이었으니 길 위에는 조개나 낙지 같은 해산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수 밖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질퍽거리는
바닷길에서 신발을 벗어 던지고 조개를 캐거나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 미역을 따면서 즐거워한다. 바닷길이 열려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므로
왕복할 순 없고, 한쪽 방향으로만 걸어볼 수 있다. 흔히들 진도에서 출발하여 모도 방향으로 많이 걷는데, 그것보다는 먼저 배를 타고 모도로
이동하여, 길이 열리면 거기서 진도로 걸어오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뽕할머니,
영등축제
진도 바닷길에는 뽕할머니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회동에는 호랑이가 많이 살아 사람들의 피해가 무척 심했다 한다.
호랑이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은 결국 앞바다 섬인 모도로 모두 피신하게 되는데, 이때 경황없이 이동하던 탓에 뽕할머니를 빼 놓고 가게
된다. 홀로 마을에서 모도를 바라보며 가족들을 그리워하던 뽕할머니는 용왕님께 간절히 기도를 하고, 이에 감복한 용왕님이 바다를 열어 주어 가족과
상봉하게 된다. 상봉한 기쁨도 잠시, 뽕할머니는 그러나 가족들의 품안에서 숨을 거둔다. 이 후부터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기에
뽕할머니를 위로하고, 풍어와 소원을 바라는 축제를 열었는데, 그것이 영등축제다. 뽕할머니 제사로 시작되는 축제는, 씻김굿, 강강술래, 뽕할머니
상봉 재현, 진도 북놀이, 남도 들노래, 농악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이와 더불어 인근의 체험장에서 조개 캐기 체험, 숭어 잡이 체험 등에
참가할 수 있다.
운림산방의 아름다운 풍경 유용한 정보
▷ 축제 기간 : 5월 5~7일
▷ 진도영등축제
위원회: 061-540-3136 http://jindo.go.kr/festival/youngdeung
▷ 주변 여행지
운림산방:
전통남화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운림 산방은 조선조 남화의 대가인 소치(小痴) 허유가 말년에 거처하던 화실의 당호로 일명 "운림각" 이라고 한다.
운림산방, 쌍계사, 상록수림이 한데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운림산방에서 약 150m 오르면 1995년 8월 15일에 세워진
진도아리랑비가 자리해 있다.
세방낙조: 진도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다도해의 경관은
압권이다. 이곳에서 보는 낙조는 환상적이다. 해질 무렵 섬과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일몰의 장관은 주위의 파란 하늘을 단풍보다 더 붉은 빛으로
물들인다. 오죽하면 중앙기상대가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선정했을 정도.
▷ 먹을거리
진도에서 가장
유명한 먹을거리는 간재미회다. 가오리처럼 생긴 생선, 간재미를 야채와 버무려 홍어회처럼 매콤하게 먹는 음식인데 10~11월이 제철이라 지금은 그
싱싱한 맛을 제대로 느껴보긴 어렵다. 그러나 진도는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기 때문에, 전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한정식이나 한우숯불갈비 등이
맛있다. 진도의 특산 술인 홍주는 알코올돗수가 40도에 이르는 독주이나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간재미회는
재진관(061-544-2419)이 유명하고, 대왕숯불갈비(061-543-7774) 등에서 맛좋은 한우요리를 맛볼 수 있다.
*낙조가 깃드는 곳 진도 그리고 섬 붉은해가 저문다... | |
짙은 먹구름 틈새로 하늘이 열린다. 태초의 그날처럼 황금색 빛줄기가 다도해의 조도군도로 쏟아지면서 화려한 색의 축제가 시작된다. 진도 다시래기의 애절한 가락과 춤사위가 진양조에서 자진모리장단으로 빨라지자 노루 꼬리만큼 남은 갑신년의 해가 서둘러 수평선을 향해 동백꽃처럼 낙화한다. 그리고 실루엣으로 가라앉은 섬과 황홀한 입맞춤을 시도하는 순간 섬과 섬,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되어 활활 타오른다. 진도의 겨울은 핏빛보다 더 붉다. 삼별초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몽골군에 의해 남편과 아들을 잃은 진도 여인들의 피맺힌 한이 서린 때문일까. 조선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1809∼1893)가 말년에 거처하던 운림산방에서 시작되는 첨찰산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107호)의 동백꽃은 유난히 붉다. 10월 말부터 앞 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동백은 벌써 꽃송이 째 뚝뚝 떨어져 계곡을 선홍빛으로 적신다. 붉기로는 지초 뿌리만한 것도 없다. 진도 홍주의 원료로 쓰이는 지초는 한겨울 눈속에서도 뿌리에서 스며나온 색소가 쌓인 눈을 빨갛게 물들여 ‘동백이 지초를 흉내 내다 멍들어 떨어진다’는 말까지 남겼을 정도. 하지만 핏빛을 닮은 것이 어디 동백과 지초뿐이랴. 해질녘 하늘과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는 진도의 낙조는 서럽도록 붉다. 진도는 남해에 위치한데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조도군도를 비롯해 230개의 크고 작은 섬에 둘러싸여 섬과 섬 사이로 뜨고 지는 해의 장관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진도기상대가 위치한 첨찰산(485m)은 진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일출과 일몰 풍경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 중의 하나이다. 정상까지 승용차로 오를 수 있는 데다 월동배추와 대파밭의 초록 기운이 완연한 남도의 겨울 풍경과 점점이 흩어진 부속섬의 수려한 자태가 발아래 펼쳐져 해마다 이맘때면 여행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진도대교를 넘자마자 조우하는 녹진전망대(150m)는 낙조의 명소. 강강술래터였던 팔각정에 서면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선 120여척을 격파했다는 울돌목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완도의 우수영과 왜군들의 피로 물들었다는 피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녹진전망대에선 섬 중앙의 산 정상에 엄지손가락 모양의 암벽이 솟은 주지도(손가락섬)와 발가락 모양의 암벽이 두 개나 있는 양덕도(발가락섬) 옆으로 지는 해가 짙은 질감의 유화를 그린다. 진도의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낙조도 사뭇 서정적이다. 햇무리가 그려내는 다섯 가지 색깔의 낙조로 유명한 ‘세방 낙조’는 지산면의 해안도로에 위치한 ‘세방 낙조 전망대’에서 볼 때 가장 감동적이다. 해질 무렵 섬과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해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오색의 향연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중앙기상대는 ‘세방 낙조’를 남해안 최고의 낙조로 꼽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낙조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은 낙조는 팽목항에서 철부선을 타고 30분쯤 달리면 닿는 조도의 도리산 돈대봉(210m)에 꼭꼭 숨어 있다. 상조도와 하조도로 이루어진 조도를 비롯해 154개의 크고 작은 유인도와 무인도로 구성된 조도군도는 구한말 영국 함선이 상륙했던 곳으로 영국의 해도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군도. 조선시대 봉화대 터였던 돈대봉에 서면 본섬인 진도는 물론 해수욕장과 수백 년 수령의 송림으로 유명한 관매도와 병풍도 등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새떼처럼 모여 있는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조도(鳥島)라는 섬 이름이 수많은 새가 날개를 접은 채 바다에 앉아있는 형상에서 유래된 것은 당연한 일. 해송의 솔향이 상큼한 돈대봉의 전망대에 서면 옥빛 바다에서 소곤거리는 독거군도,거차군도,맹골군도 등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6개 군도는 물론 맑은 날에 추자도와 제주도 한라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도리산 돈대봉의 하루는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화의 연속이다. 밤새 불을 밝힌 하조도등대와 상조도·하조도를 잇는 조도대교 가로등이 휴식에 들어갈 때쯤이면 독거군도 너머 암청색 수평선에서 붉은 해가 불끈 솟는다. 기다렸다는 듯 수십 척의 어선들이 중저음 뱃고동과 함께 섬과 섬 사이의 미로를 헤치며 고기잡이 나가는 풍경은 한편의 서정시와 다름없다. 짧아진 해 탓인지 옥색 바다에 어깨를 맞대고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섬들의 해조음을 듣다보면 어느새 조도군도는 황홀한 낙조를 연출하기 시작한다. 하늘이 갈라진 듯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빛줄기가 섬과 바다에 마치 손전등이나 레이저를 비추듯 쏟아진다. 귀항을 서두르는 어선 한척이 황금색 빛줄기 속으로 들어갔다가 금세 활활 타오르는 저녁노을 속에 묻힌다. 멀리 맹골군도 너머 수평선 아래로 해가 가라앉고 나면 조도 군도를 솜이불처럼 뒤덮고 있던 구름은 더욱 붉게 타오른다. 그러면 저마다의 전설을 주저리주저리 간직한 조도군도의 섬들도 황홀한 잠자리에 들어간다. ■여행메모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에서 2번국도와 77번국도,18번국도를 번갈아 타고 팽목항까지 간다. 팽목항에서 하조도 어류포항까지는 철부선이 하루 6회 왕복운항한다. 약 30분 소요. 편도 요금은 승용차 14,000원,승객 3,000원. 어류포항에서 상조도의 도리산 돈대봉 전망대까지는 승용차로 10분. 마을버스가 팽목항에서 도리산 입구까지 운행하나 자주 다니지 않아 불편하다. 조도에서 일몰을 감상한 후에는 진도로 나오는 배편이 없으므로 하조도의 여관이나 민박집에서 하루 묵어야 한다. 요금은 2만∼2만5000원. 진도읍내의 ‘사랑방음식점(061-544-4117)’은 요즘 간재미회와 바지락회가 맛있고,임회면 강계리 해변에 즐비한 20여개의 굴집에선 요즘 통나무에 구워먹는 석화구이가 한창이다. 5000원어치면 2∼3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면소재지인 하조도엔 여관과 민박집이 많다. 하조도 유토마을의 ‘주야식당(061-542-5132)’은 후박나무 평상이 멋스런 식당으로 후덕한 주인아주머니가 제철따라 신선한 해산물을 내놓는다. |
*고니떼 하얀 군무 뒤로 붉게 물든 낙조-1박2일 여행 | |||
둘째날|왕온의 묘 답사,운림산방 관람 -금갑해수욕장 해변 산책,남도석성 답사.
'진도라 천리길'이었으되 이제는 옛말 중에 옛말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을 빠져나가 영암방조제, 금호방조제를 건너면 해남군 문내면이고 진도대교를 건너는 순간 진도여행이 시작된다. "멀어서 어찌 갈꼬." 걱정스럽다면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좋다. 일요일 귀가길의 교통체증이 무서운 건 사실이나 토요일 새벽, 그것도 대여섯 시쯤에 집을 출발하면 진도읍내에서 점심을 먹게 된다. 진도에서 하룻밤을 묵고 일요일 점심 진도를 떠나는 식으로 스케줄을 짠다면 피곤하긴 해도 교통체증이 두렵지는 않다. 이 겨울에 진도를 찾아가는 이유는 그곳에 대파, 월동배추가 그려내는 녹색의 융단이 펼쳐져 있고 날갯짓이 한없이 우아한 고니(백조)의 군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는 땅이 기름지고 농사가 잘 돼 '옥주'라고도 불리며 '한해 농사 지어 3년을 먹는다'는 말도 듣는다. 여행명소는 내륙과 해안에 고루고루 퍼져 있다. 내륙의 명소를 들자면 운림산방, 쌍계사, 왕온의 묘, 진도기상대, 첨찰산, 용장산성, 남도석성, 남진미술관 등이고 바닷가에는 그 유명한 신비의 바닷길을 필두로 군내호 백조도래지, 지산면의 세방마을 낙조, 임회면 해안도로, 금갑해변과 가계해변 등이 산재한다. 군내면의 군내호는 간척지 사업으로 생겨난 인공호수로 백조 도래지다.
진도를 찾아가는 길이니 맨손이면 곤란하지 않을까. 차 뒷자리나 배낭에 담아 두기 좋은 책으로는 진도 태생 소설가 곽의진씨가 글을 쓰고 사진작가 허용무씨가 사진을 찍은 '향따라 여백 찾아가는 길'이나 소설가 김훈씨가 쓴 '원형의 섬 진도', 여행작가이자 개 전문가인 임인학씨가 쓴 '우리 진돗개' 등이 있다.
진도와 해남을 잇는 진도대교는 머지 않아 쌍둥이 다리로 바뀌게 된다. 기존 진도대교 바로 옆에 똑같은 모양의 교량을 만들고 있다. 애시당초 왕복 4차선으로 만들었더라면 진도군민들이나 여행객들이 그간의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진도대교와 울돌목 전경을 굽어보기에 좋은 곳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꺾어 만나는 망금산 정상 부근에 차려진 녹진전망대다. 울돌목을 빠져나가는 바닷물 소리는 전망대에서도 들릴 정도로 거세다. 이 바다에서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왜선 330여척을 무찌르며 명량대첩(1597년)을 거둔다.
진도대교를 건너 예전의 18번 국도를 따라가면 군내면 세동리를 지나 용장산성 안내판이 나타난다. 이를 따라 좌회전, 1.7㎞를 가면 용장산성 입구. 벽파진은 이곳에서 계속 바다를 향해 3.5㎞ 가량 가야 한다. 벽파진은 옛날부터 진도의 관문 구실을 했던 나루로 명량해협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포구 뒤편 암산에 오르면 이충무공전첩비가 우뚝 서 있다. 군내면 용장리의 용장산성 행궁터는 고려 중기의 무신 배중손장군을 위시한 삼별초군이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았던 유적지다.
진도에서 새로운 여행 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곳은 군내면 군내호 백조(고니) 도래지와 지산면 세방마을 낙조전망대. 진도군 북서부의 군내호는 군내지구 간척사업으로 방조제 도로(3.2㎞)를 만든 후 생긴 인공호수다. 러시아 북부 툰드라지대와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한반도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고니는 큰고니, 혹고니 등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방조제나 갈대숲 무성한 수로 등에서 몸을 낮추고,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그들의 눈부시도록 흰 날개, 지고지순한 부부애, 새끼들을 보살피는 자식사랑, 수면을 박차고 비상하는 광경 등을 보노라면 겨울 진도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된다. 고니가족의 이륙에서 상승비행, 착륙과정은 너무도 우아해서 기러기떼의 비행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진도 서부, 지산면 가치리에서 가학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길로 특히 세방마을 인근 세방낙조전망대에는 매일 저녁 일몰을 감상하려는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 사이로 하루를 마감하는 해가 떨어지고 붉은 기운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여행객들과 사진 동호인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둘째날에는 운림산방부터 들러본다.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유 선생이 말년에 거처하면서 그림을 그리던 집이다. 소치 선생은 진도읍 출신으로 초의선사의 가르침을 받고 고산 윤선도의 증손인 공재 윤두서의 화첩을 보면서 그림을 배웠다. 초의선사의 소개로 추사 김정희의 문하로 들어가서 남화의 대가로 성장했다. 운림산방은 소치 선생의 아들 미산 허형, 손자 남농 허건 등에게 전수되면서 남종화의 성지로 자리를 굳혔다. 먼 핏줄인 의재 허백련도 이곳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첨찰산 그림자가 드리워진 운림산방 연못 주변은 예술가들의 생애를 떠올리며 명상을 즐기기에 좋다.
소치기념관 바로 옆에는 진도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선사고대실, 삼별초실, 유배문화실 등으로 구성되었다. 운림산방 답사 후에는 왼편의 쌍계사로 이동한다. 신라 문성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절 양쪽으로 계곡물이 흐른다고 해서 쌍계사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운림산방 앞길을 따라 고군면으로 향하다 꼭 들러야 할 곳이 첨찰산(485.2m) 정상의 진도기상대다. 차량이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추천하는 코스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날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현실인데 기상대 진입로 이용을 굳이 반대할 구석이 있을까. 첨찰산 봉화대, 진도읍내는 물론이고 한라산, 해남의 고천암호와 두륜산~ 대둔산 ~ 달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차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면 고군면 향동리의 녹색 융단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파와 월동배추, 양배추 등은 듬직하게 자라나고 있다. 저 푸른 것들이 있어 우리의 겨울 밥상은 그리도 싱그러운 것이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61]
교통편 | 버스 |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도행 고속버스 하루 4회 운행, 목포~진도 간 직통버스 하루 24회 운행. 승용차 | (1)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영산호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77번 국도→해남군 문내면→진도대교 (2)호남고속도로 광산IC→나주시→영암군→강진군 성전면→13번 국도→해남군 계곡면→해남읍→진도대교. 맛집 | 사랑방식당(바지락회, 544-4117), 제진관(간재미찜, 544-2419), 의신면 제일음식점(곰탕, 543-4107). 숙박 | 개그우먼 이경실씨 친언니 내외가 운영하는 진도마린빌리지펜션 (544-7999)을 추천. |
*떠나자 南으로 ''진도 관매도'' | |||||
전남 진도군 서남쪽에 위치한 관매도는 멀고 외딴 섬이다. 진도만 해도 서울에서 자동차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5시간30분쯤 걸리는 외진 곳인데, 관매도는 여기서 자동차와 배를 타고 1시간20여분을 더 가야 한다. 자칫 배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진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관매도는 여행자의 피로를 보상하고도 남을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길이 2에 이르는 모래 해변과 3만여평의 해송숲이 장관을 이뤄 여름철 피서객들을 유혹한다. 관매도는 진도 팽목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을 달려야 닿는다. 배가 팽목항을 벗어나면 다도해의 비경이 여행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관매도 가는 뱃길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다. 섬들은 명암으로 자신의 거리를 알려준다. 먼 곳에 있는 섬은 안개에 싸여 희뿌연 색을 띠고, 그보다 가까이 있는 섬들은 검은색, 배에 근접한 섬들은 검푸른 색이다. 날씨가 맑을 때는 서남쪽으로 한라산이 바다에 둥실 떠 있는 제주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매도 인근 바닷물은 서해 연안의 탁한 황색과 달리 비취색을 띤다. 눈이 시릴 정도다. 맑고 깨끗한 바다 곳곳엔 톳 양식장이 자리잡고 있다. 진도는 파도가 거칠고 질산염 등 영양염류가 많아 전복과 같은 종패 양식장이 발달했다고 한다. 요즘 관매도를 찾으면 톳을 수확하는 어민들을 볼 수 있다. 관매도는 또한 우럭과 돔, 농어, 꽃게 등 어류가 풍부해 사계절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관매도에 도착하기 5분 전 서북쪽을 보면 섬 정상에 남근바위가 솟아 있는 방아섬을 볼 수 있다. 방아섬은 옛날에 5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과 함께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정성껏 기도하면 회임한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방아섬 맞은편에는 여성 성기 형상을 한 음부도가 있다. 진도문화관광해설가 허상무(55)씨는 “남근석과 여근석은 곳곳에 있지만 섬이 남근과 여근 모양을 한 곳은 진도뿐”이라며 “방아섬이 바라다보이는 하조도의 신전리 사람들은 관매도 주민들과 결혼하면 파경에 이른다는 속설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재담을 풀어 놓는다. 관매도엔 중심부를 칼로 자른 듯 똑바르게 갈라진 하늘다리 등 기암괴석이 많다. 또 섬 둘레는 가는 띠를 두른 것같은 다양한 표층이 드러나 있다. 이는 수억년 동안 바닷속 갯벌이 켜켜이 쌓이다 지각변동에 의해 수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 한다. 관매도의 갯벌층은 마치 전북 부안의 채석강과 같이 아름답다.
◇관광객들이 관매도 해변 뒤편에 있는 3만여평의 해송 숲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잇다. 해변 뒤편에는 소나무숲이 펼쳐져 있다. 수백년 모진 해풍을 견디며 아름드리 나무로 당당히 서 있어 경외감마저 든다. 관매도는 풍란의 자생지로 알려져 있지만 오래 전 남획으로 풍란이 사라졌다. 이에 환경부는 최근 관매도 해송숲에서 풍란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요즘엔 소나무 가지마다 풍란이 자라는 모습이 눈에 띈다. 또한 고목에서 자라는 일엽초가 해송 표면에 자라고 있는 드문 광경도 볼 수 있다. 관매초중등학교를 끼고 왼쪽으로 돌면 호젓한 오솔길이 나오는데, 걷기에 좋다. 관매도해수욕장은 19일쯤 개장할 예정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 ①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목포에서 진도읍까지(1시간 소요) ②고속버스 서울→진도읍(5시간50분 소요. 오전 7시35분, 9시, 오후 3시30분, 4시35분) ③직행버스 광주→진도읍(2시간40분 소요. 15분 간격으로 운행) ④진도읍→팽목항(자동차로 20분 소요) ⑤여객선 팽목항→관매도(1시간 소요) 오후 2시40분(여객 7300원, 승용차와 9인승 이하 승합차 2만8000원) ※하계 피서철 특별수송기간 (7월 20일∼8월 20일) 증편 운항 문의:조도농협(061-542-5383∼5)
▷민박 관매도는 여관 등 숙박시설이 없어 민박을 해야 한다. 2명 기준으로 방 하나에 2만원을 받는데, 피서철에는 2만5000원으로 오른다. 한 명 추가될 때마다 5000원을 내면 된다. 한끼 5000원을 내면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도 있다. |
*관매도의 겨울 ‘색다른 그림’ | |
여름철이 아니어도 둘러볼 만한 곳으로, 800년전 방풍림으로 조성했다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있다. 해수욕장 뒤 3만여평 터에 100~200년된 노송들이 빽빽히 우거져 있다. 풍란 보호지역이기도 하다.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관매초등학교와 조도중학교 관매분교가 그림같이 다가온다. 숲가에 서 있는 800년 묵은 후박나무(천연기념물)가 숲의 역사를 알려준다. 해마다 정월초 주민들은 후박나무 앞에서 당제를 지낸다. 관매도의 기암절벽도 볼 만하다. 선녀가 방아를 찧었다는 방아섬(남근바위), 할미도깨비가 살았다는 할미중드랭이굴, 칼로 자른 듯 깊게 파인 절벽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던 하늘다리 등 관매8경이 있다. 남근을 닮은 바위가 우뚝 서 있는 관매도 방아섬을 마주보며 멀리 하조도 신전리 앞엔 여자 성기를 닮았다는 음부도가 있다. 두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서로 바람이 날까 우려해 혼인을 꺼린다고 한다. 식당·민박을 겸하는 집이 7~8곳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 하조도 어류포 거쳐 관매도를 오가는 배편이 하루 2번 있다. |
*붉게 물드는 바다... | ||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
진도는 중앙기상대가 꼽은 최고의 낙조전망대를 가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늦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데다 떠나기 못내 아쉬운 석양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다. 세방리 낙조대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면 점점이 뿌려놓은 다도해의 섬 사이로 장렬하게 산화하는 불덩이 하나를 목격할 수 있다.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가사도 등 기기묘묘한 섬들이 타들어간다. 수온이 낮아 해무가 적게 끼면 낙조가 온전히 보이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관광객이 20명 이상이면 공연이 펼쳐진다. 진도군청이 마련하는 ‘찾아가는 민속공연’이다. 구성진 판소리와 춤사위가 펼쳐지고 관객도 소리꾼도 벌겋게 익어간다. 공연이 무르익을 때 낙조도 절정이다. 공연과 해가 하나가 되어 한눈에 들어온다.
낙조엔 홍주가 빠질 수 없다. 피보다 붉고 진한 홍주는 진도의 민속주. 쌀, 보리에 지초라는 약초뿌리의 성분을 넣어 숙성시켰다. 홍주가 한잔 들어가면 얼굴이 붉어 보이고 두잔 들어가면 세상이 붉어 보인다. ‘꾼’들은 홍주 폭탄주를 마시며 컵 속에서 오색낙조를 점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모두 빨간색이다. 낙조도 홍주도, 안주로 먹는 간재미회까지. 진도는 온통 빨간 세상이다.
해가 지기 전에 진도의 다양한 유적지에 들른다. 영화 ‘스캔들’의 촬영장소인 운림산방은 고즈넉한 멋을 자랑하고 명량대첩의 장소였던 울들목과 진도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녹진전망대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날이 좋으면 해남 땅끝마을까지 보인다고. 나홀로 짙푸름을 뽐내는 대파밭도 눈에 들어온다.
#유명하되 알려지지 않은 섬, 조도
조도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여름이면 조도의 섬 중 하나인 관매도에 해수욕 인파가 몰리긴 하지만 겨울이면 관광객의 인적이 끊긴다. 하지만 겨울에 가보는 조도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상·하조도, 관매도 등 유인도 35개와 무인도 119개로 이루어진 조도는 수십년전 원양어업을 하기 위한 중간기지로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4,000여명이 흩어져 사는 조그만 섬일 뿐이다. 다도해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지만 관광객의 손때가 묻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조도의 아름다움은 일찍이 외국인들이 인정했다. 19세기 한국 서해안을 항해하다 조도면의 점점이 뿌려진 섬들을 발견한 영국함대는 섬들이 새떼처럼 모여 있는 것을 궁금히 여기고 상조도 꼭대기에 올라서 전망을 본 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함대는 자신들이 지나친 섬들에 일일이 이름을 붙였다. 현재까지 영국지도에는 하조도는 앰허스트섬, 상조도는 몬트럴섬, 외병도는 샴록섬, 내병도는 지스틀섬이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1817년 영국의 해군장교이자 여행가인 바실 홀은 중국사절단으로 수행한 뒤 한국 서해안등지를 둘러보고 이듬해 ‘조선 서해안 및 류큐제도 발견 항해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올 여름 ‘10일간의 조선항해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항해기에는 조도 일대 주민들의 모습이 상세히
바실 홀은 아궁이를 보며 ‘페치카가 있는데 심히 그을렸다’고 적는 등 조선사람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했다. 조도는 조선을 대표하는 생활상을 서양에 선보인 셈이다.
진도에서 조도까지 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다. 파도가 높진 않지만 매서운 바람이 옷깃에 스며든다. 하지만 가는 길이 심심치 않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섬들이 줄을 이어 반긴다. 남성의 성기를 닮은 바위가 있는 방아섬, 끊어진 절벽사이로 이어진 하늘다리 등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상조도에 도착한다.
역시 남도의 섬이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전라도 본토와 다른 특이한 억양의 사투리가 푸근하다. 제주도와 전라도를 섞어 놓은 듯한 억양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꾸불꾸불 이어진 외길을 따라 차로 5분가량 올라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 오른다. 하늘과 바다에 머리를 맞댄 섬들이 기다리고 있다. 구름이 끼어도 상관없다. 뿌연 해무 사이로 비쳐나오는 햇살이 신비감을 증폭시킨다. 멀리 상조도와 하조도를 이은 510m의 조도대교가 눈에 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지만 다행히 어색하진 않다.
서서히 해가 진다. 해가 지기로서니 시간을 탓할 일이 아니다. 지는 해가 아쉬워, 가는 해가 서러워 눈물지을 필요도 없다. 세방리의 낙조가 첫키스의 추억처럼 화려하고 날카로웠다면 도리산에서의 풍경은 아낙네의 몸매처럼 푸근하다.
배를 타고 관매도로 옮긴다. 관매도엔 송림이 있다. ‘애국가’에 나오는 ‘철갑을 두른 소나무’가 지천에 널려있다. 해수욕장 뒤편에 있는 남도 특유의 해송숲으로 들어가면 곳곳에서 풍란을 볼 수 있다. 남획으로 많이 사라져 지금은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기고 관리중이다. 소나무에 삐죽이 나와 있는 풍란과 일엽초가 자라는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다. 해수욕장과 숲을 끼고 도는 20분 거리의 산책로는 고즈넉하다.
▲여행길잡이
▶교통
KTX로 목포에 도착한 후 진도읍에 가는 버스를 타거나 진도읍까지 바로 가는 고속버스를 탄다. 진도읍에서 팽목항까지는 자동차로 20분. 팽목항에서 상조도로 오가는 배는 하루 5차례 있다. 1시간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 자체가 관광이다. 섬 유람을 하려면 상조도에서 개인 배를 사서 타야 한다. 흥정이 필요하지만 7만~1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상조도와 관매도를 오가는 배도 있다. 조도농협(061-542-5383~5)
▶숙박
진도읍에 남강모텔, 보은모텔, 프린스모텔 등이 모여 있는데 성수기가 아니면 굳이 예약을 할 필요는 없다. 조도나 관매도에도 산수장 등 숙박시설이 있지만 민박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먹거리
홍주와 곁들여 먹는 바지락회가 일품. 진도향토문화회관 인근의 음식점 사랑방(061-544-4117)이 잘 만든다. 쪽파와 배, 참기름 등을 넣고 고춧가루에 버무리는데 밥에 비벼먹어도 좋다. 간재미회와 장어탕도 선보인다.
듬북이라는 해초로 만드는 듬북국은 숙취해소에 좋다. 진도군청 옆 궁전식당(061-544-1500)에서 맛볼 수 있다. 소갈비를 3시간 고아서 만들어 걸쭉한 맛이 별미다.
세방낙조대 인근에 있는 다도해 관광회센터(061-543-7227)에선 20여가지의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진도군 조도의 호젓한 해돋이 · 해넘이 | ||
한 해가 저물 무렵, 사람들은 다시 지는 해와 뜨는 해를 생각한다. 지는 해와 함께 한해를 되돌아보고, 뜨는 해를 보며 새 각오를 다지고 싶어한다. 해넘이·해돋이 여행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하는 매력을 지닌 여행 주제다. 하지만 실상 그 여행의 대부분은 허탈하고 피곤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세밑에 몇몇 지역으로 여행객이 몰리면서 생기는 교통체증 때문이다. 전망 좋은 바닷가나 이름난 산들은 대개 관광객들로 덮여 홍역을 치른다.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밤을 지새다 길에서 해돋이를 맞는 이들이 많다.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데 특정한 장소와 날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탁트인 섬 꼭대기 섬무리 한눈에 굳이 해넘이·해돋이 여행을 떠나겠다면 연말을 피하고, 구름이 덜 낀 평일을 골라,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게 좋다. 일단 외지고 높은 곳이 유리하다. 탁 트인 전망과 매섭게 파고드는 바람이 각오를 더 새롭게 해줄 터다. 세찬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수많은 섬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남도의 섬 꼭대기로 간다. 진도군 조도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비교적 찾는 이가 드문 섬이다. 도리깨질한 타작마당에 콩 깔리듯한 다도해의 섬무리가 기다린다. 섬의 정상에 서서 그 섬들을, 360도 눈 돌리고 몸 돌리며 바라보는 맛은, 돌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134개의 유·무인도가 빽빽한 섬의 숲을 이루고 있는 곳, 새떼가 모여 앉은 것처럼 섬이 많다 해서 조도(새섬)라는 이름을 얻었다. 섬을 비집고 떠올라 섬 사이로 떨어지는 해돋이, 해넘이는 장엄하기까지 하다. 조도 군도는 중심 섬인 상조도와 하조도(면소재지)를 비롯한 35개의 유인도와 119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다. 이 섬들은 가사군도·성남군도·독거군도·거차군도·맹골군도·상도군도 등 이른바 ‘조도 6군도’로 나뉜다. 4000명이 채 안되는 주민이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대파·배추 등을 재배하며 산다. 하지만 조기·꽃게잡이가 성업을 이루던 20여년 전엔 진도군 전체 인구의 절반인 2만여명이 각 섬에 흩어져 살던, 남해안 어업과 해산물 유통의 중심지였다. 당시 서남해안의 웬만한 포구에선 어선이 출발할 때 “조도가리!(조도 갈 이)”를 외치며 배 탈 사람을 모으는 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관매도 등 일부 섬만이 피서철 관광객을 불러모을 뿐이다. 그러나 가슴까지 통쾌해지는 상·하조도의 산꼭대기에 올라, 전후좌우 사통팔달의 풍광을 휘둘러본 이들이 그 감동을 전하면서 다시 ‘조도가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조도 주변의 100여개 섬무리를 감상하기 좋은 곳은 상조도의 도리산 돈대봉(210m)과 하조도 돈대산 정상(230m)이다. 돈대란 높은 언덕에 옹벽을 쌓은 곳이나, 성벽을 쌓아 적의 침입 등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던 곳을 말한다. 흔히 이곳에서 봉화를 올려 다른 지역으로 위험을 전하는 구실을 했다. 상조도 도리산 돈대봉 정상엔 한국통신 중계소가 있고 그 앞에 통나무로 만든 전망대가 있다.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수많은 섬떼의 이합집산을 여기서 목격하게 된다. 멀리 가까이로, 크고 작은 섬들이 몸을 섞으며 흩어지며, 아수라장을 이루는 장면이 펼쳐진다. 특히 중계소 건물 옥상에 서서 섬무리를 따라 360도 돌며 바라보는 기분이 상쾌한데, 물론 허가를 얻어 올라가는 게 좋다. 진도 본섬을 비롯해, 조도대교와 나배도·관매도·거차도·병풍도·맹골도와 멀리 목포·신안의 섬무리까지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관매도 너머로 제주도 한라산까지 눈에 잡힌다고 한다. 하조도 능선 위에서 떠오른 해가 조도대교를 비추며 점점이 흩어진 섬마을을 깨우는 모습이나, 맹골도 쪽으로 잦아들며 금물살·은물살을 조직해내는 해넘이는 참 아름다워 혼자 봐도 쓸쓸하지 않다. 해돋이·해넘이 하루에 모두 보다 하조도 돈대산에서의 전망 감상엔 20~30분 산길을 오르는 재미가 곁들여진다. 유토마을 보건소를 지나 국궁장에 차를 대고 소나무·정금나무 우거진 산길을 오른다. 쟁반으로 뚜껑을 해얹은 약수터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팔라진다. 능선에 오르면 왼쪽으로 치솟은 바위무리가 보이고, 창유리(창리와 유토마을) 마을의 집들과 일제 때 막았다는 창리저수지, 그리고 조도 최고봉 신금산(234m)이 푸른 바다를 배경에 두고 또렷이 다가온다. 오른쪽 가시밭길을 올라 정상에 서면 역시 막히는 게 없는, 사방이 트인 전망대다. 발밑 나래마을 포구의 배들이 정겹다. 전망은 좋으나 전망대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 해는 조랑말을 길렀다는 대마도와 거차군도, 맹골군도가 겹치는 쪽으로 떨어진다. 숲길이 다소 거칠어 해넘이보다는 새벽 산행을 곁들인 해돋이 감상 코스로 알맞다.
상·하조도는 길이 510m의 조도대교로 이어져 있어 차를 타고 오가며 두 전망대를 다 둘러볼 수 있다. 덜 때묻은 조용한 섬에서 하루 묵으며 해넘이·해돋이를 감상할 만하다. 철부선을 이용해 섬으로 승용차를 싣고 들어갈 수 있다. 버스는 한 대가 있다. 면소재지에서 출발해 각 마을로 하루 네번 정도씩 운행한다. |
[진도 조도 여행정보] | |
수도권에서 서해안 고속도로 타고 목포 나들목에서 나가 2번 국도를 따라 영암·강진 쪽으로 가다 영산호 방조제 건너 대불 산업단지 쪽으로 좌회전, 영암 방조제와 금호 방조제를 건너 화원 거쳐 18번 국도를 만나 진도로 간다. 18번 국도 따라 진도읍 지나 내려가면 팽목항에 이른다. 팽목항에선 조도 어류포행 조도고속훼리, 신해고속페리가 하루 여섯편 운항한다. 이 중 두편은 관매도까지 간다. 조도까지 편도 3000원, 승용차 운반비 1만4000원(운전자 포함). ● 먹을거리 조도에 생선회 등 해산물을 내는 식당 10여곳이 있다. 하조도 유토마을 주야식당(061-542-5132)은 20년째 제철 생선회를 내는 집. 돔·우럭 등 회와 매운탕, 맛깔스런 기본반찬들을 먹을 수 있다. ● 묵을곳 조도에 여관 2곳, 민박집 30여곳이 있다. 시설에 따라 1만5000~2만5000원. 조도면사무소 (061)540-3567. 조도인포( www.jodo.info ) 운영자이자 조도 지킴이 오명삼(30)씨에게 연락하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016-665-6610. 진도군청 문화관광과 (061)540-3125. |
[향토기행] 황해와 남해의 물목에 자리 잡은 ‘원형의 섬’ | |||
진도의 삼보삼락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을 빠져 나와 해남 고을의 우수영(右水營)이 가까워지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섬이 있다. 진돗개·구기자·돌미역의 삼보(三寶)와 노래·서화·홍주를 일컫는 삼락(三樂)의 섬 진도(珍島)다. 진도를 찾는 여행객은 먼발치서 진도대교라도 보일라치면 누구라도 진도아리랑 한 구절을 읊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어찌
진도아리랑에 삼보삼락뿐이랴. 육지로 보면 한반도 서남단, 바다로 따지면 황해와 남해의 물목에 자리한 진도는 섬이면서도 한국 농경문화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또한 섬이기 때문에 우리 정신세계의 근원을 잘 보존해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도를 ‘원형의 섬’이라 부른다.
누구보다 울돌목의 조류를 극적으로 이용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한 이는 조선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충무공이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단 12척의 배로 130여 척의 적선과 당당히 맞서 물리친 명량대첩의 현장이 바로 여기다.
울돌목을 지나는 북서해류는 가공할 만한 유속이었다. 울돌목은 조류가 잠시 멈추는 정조기(停潮期)의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물살이 빨랐다. 더구나 조수 이동이 심한 보름사리라 물살은 어느 때보다 거칠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적보다 물살을
바르게 읽고 있었다. 좁은 해협에서 일자진(一字陣)으로 적을 맞이한 이순신은 바뀌는 조류를 이용해 순식간에 일본 군선 31척을 무찔렀다.
대승이었다. 아군의 피해는 미미했다. 이 묘역의 무덤들이 명당도 아닌 데다가 울돌목이 있는 북향을 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희생자 묘역임이 분명하다는 게
이곳을 조사한 목포대 박물관 조사팀의 지적이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두었으나 곧바로 북서 밀물을 타고 신안 당사도로 빠지는
바람에 우수영을 비롯한 해남과 진도 주민들이 적군 잔당의 보복에 시달렸던 상흔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은 1984년 진도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만 계속되었다. 그런데 대동여지도에 이곳을 벽파진이 아니라 벽파정이라 기록한 것으로 보아
제법 이름 날리던 정자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허나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벽파정(碧波亭)터를 찾는 일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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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어떤 곳인가] | |||
전남 진도군(珍島郡)은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섬으로서 한반도 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동쪽은 명량해협(鳴梁海峽) 일부를 사이에 두고
해남반도로 이어지고, 서쪽은 황해, 남쪽은 제주해협으로 트여 있으며, 북쪽은 명량해협을 사이에 두고 해남반도의 일부인 화원반도(花源半島) 및
신안군의 여러 섬들과 마주한다. 진도군은 본섬인 진도를 포함해 상조도·하조도·가사도 등 45개 유인도와 185개 무인도 등 230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림산방
소전미술관
남진미술관
신비의 바닷길
진돗개 진도의 자랑인 진돗개(천연기념물 제53호, 세계명견 제334호)는 한국 특산의 개 품종이다. 석기시대 사람이 기르던 개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개 중에서 나온 한반도 토종견으로서,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고유의 품종으로 유지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견이다. 기원은 중국 남송(南宋)의 무역선에서 유입되었다는 설과 조선 초기에 진도군 지산면에 설치된 군마 육성 목장을 지키게 하기 위해 몽골에서 들여온 개가 진돗개의 원종이라는 설 등이 있다. 대륙과 격리된 채 비교적 순수한 형질을 그대로 보존해온 진돗개는 여러 우수한 품성을 지녔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기본으로 용맹성과 수렵성이 뛰어난 사냥개다. 또한 귀소본능, 대담성, 결벽성, 경계성, 비유혹성 등의 우수한 품성을 지니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진도에서는 매년 10월 한국진도개 전국품평회를 개최한다. 진도읍 동외리의 진돗개시험연구소는 진돗개의 우수 혈통을 보전하고 세계적인 명견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소다. 진돗개의 질병·체형·유전자·인공수정 등 진돗개 연구와 관리 등이 주요 업무로서 훈련장과 사육장, 진료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선 다양한 진돗개 종류를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엔 진돗개의 묘기와 훈련과정 등을 구경할 수 있으며, 도우미로부터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주차와 관람은 무료다. 전화 061-540-3389
진도홍주
국립남도국악원
진도해양생태관
남도석성 임회면 남동리 바닷가에 자리한 남도석성(南桃石城)은 고려 원종 때 배중손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진도로 남하하여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고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성이다. 패주하던 삼별초가 돈지에서 둘로 나뉘었는데, 임회 방면으로 패주했던 배중손 장군과 그 부하들은 남도석성에서 최후를 마쳤다 전한다. 금갑에서 배를 탄 김통정, 유존섭은 제주로 건너가 그곳에서 2년 남짓 항몽전을 펼치다가 여몽연합군에 섬멸되었다. 이곳엔 삼국시대에 이미 성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현재의 성은 조선 초기 진을 설치하면서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1765년경(영조 41)에는 둘레 1,040척, 높이 12척의 성이었다고 한다. 동·서·남문이 있던 자리가 잘 남아 있으며, 둘레가 400여m 정도이지만, 해안지방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위치임을 보여주고 있는 유적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 성문 앞에 있는 쌍운교와 단운교는 석성의 외곽을 건너다니기 위하여 축조한 것인데, 편마암의 자연 석재를 사용한 것으로는 드물어 학계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왕온의묘
배중손장군사당
관매도
세방낙조
금골산 5층석탑
첨찰산 쌍계사 길에서 만난 별미 l 간재미찜 간재미는 가오리와 비슷하지만 맛은 홍어에 뒤지지 않는 바닷고기다. 간재미 살은 부드럽고 담백해 별미로 꼽히는데, 영양분을 비축해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겨울부터 이른 봄 사이 춥고 눈 올 때가 제 맛을 낸다. 다른 계절엔 뼈(연골)가 드세져서 맛이 덜하다. 간재미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고르게 서식하지만, 진도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데다가 맛도 좋아 오래 전부터 진도 사람들이 즐기는 요리로 자리를 굳혔다. 진도 사람들은 서부 해안의 서촌 간재미를 가장 쳐준다. 모래가 아니라 뻘 바닥이라 더 맛있기 때문이다. 또 진도는 같은 섬이라 해도 동부 해안과 서부 해안의 온도 차이가 심한데, 수온이 차가운 서부 해안에서 잡은 물고기가 맛이 좋다고 한다. 진도사람들은 간재미를 된장에 찍어서 곧바로 먹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무침·탕·찜 등으로 내놓는다. 홍어처럼 톡 쏘는 맛이나 비린내가 없어 회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쉽게 맛볼 수 있다. 회무침을 할 때는 우선 얇게 포를 뜬 간재미를 막걸리로 씻어 낸다. 막걸리 속의 유기산이 생선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고깃살이 풀어지지 않고 쫄깃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포를 뜬 간재미를 채 썬 무, 미나리를 함께 푸짐하게 넣고 여기에 해풍 맞고 자라 향이 독특한 진도 대파와 마늘, 참깨,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 식초 등을 넣어 맨손으로 잘 무친다. 그러면 새콤달콤하고 오들오들 씹히는 간재미회무침이 완성된다. 여기에 진도 전통 명주인 홍주를 곁들이면 상은 더없이 푸짐해진다. 싱싱한 간재미 한 마리를 통째로 쪄내는 찜은 양념이 밴 속살과 연골이 입에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맵지 않고 부드러워 누구나 먹을 수 있다. 간재미를 토막 내 신김치와 함께 넣고 푹 끓여낸 탕은 국물 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해 숙취해소에 제일이다. 진도파출소 맞은편의 문화횟집(061-544-2649), 성내리의 제진관(061-544-2419)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간재미찜 한 접시(2~3인분) 20,000원, 회무침은 20,000~30,000원, 탕은 20,000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