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 한국의 3대 암산, 주왕산 (周王山) 알아보기

[전상수]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히러 주왕산에 가다

대한민국의 여름은 어딜 가든 혹독하다. 추운 걸로 소문난 강원도 북부 지방인 철원과 속초도 예외는 없다. 피서철만 되면 한국의 해변이 사람들로 미어 차는 것도 한반도의 여름이 참기 힘들 정도로 덥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름휴가철에 괜히 나가서 바가지요금을 쓰는 것보다 집에서 에어컨 아래 찬 바람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나는 집돌이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인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밖에 나가는 걸 더 좋아한다. 뜨거운 여름 주말 더위를 식히면서 가 볼만한 곳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다. 바닷가는 혼잡할 게 뻔하기 때문에 조용한 계곡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때마침 친한 형들도 계곡에 가고 싶다고 하여 가까운 곳이 어딘지 찾아보았다. 당시 포항에 거주하고 있을 때라 '주왕산'이라는 걸출한 산이 눈에 띄었다.

 

주왕산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산이지만 쉽게 발걸음이 닿지 못한 곳이다. 포항에서 차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지만 당시엔 차도 없었고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진-영덕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주왕산은 국립공원 중 가장 오지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덕분에 현재도 태백산 국립공원, 월출산 국립공원과 함께 탐방객 순위 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2020년 북한산이 656만 명, 주왕산은 60만 명, 월출산은 32만 명이었다.)

국립공원 이야기 63 - 주왕산 국립공원

주왕산은 우리나라 중앙부에 해당하는 태백산맥의 지맥에 위치하고 경북의 청송군과 영덕군 지역에 걸쳐져 있으며 1976년 3월 30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지정 면적은 총 105.595㎢에 달한다.

 

주왕산 국립공원 및 주변은 백악기 회류 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은 한반도 화산 폭발 활동(운동)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지질학습장으로 지질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지질명소는 기암 단애, 연화 굴, 용추 협곡, 급수대 주상절리, 용연 폭포, 절골 협곡, 주방천 페퍼라이트, 노루 용추 계곡, 주산지 등이 있다.

이 지역 지형은 크게 북서부에 태행산(933.1m), 대둔산(905m)이 솟아 있고 중앙부에 주봉 격인 가메봉(882.8m)등 평정봉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을 흐르는 주왕 계곡에는 기암이 병풍처럼 펼쳐져 절경을 이루어 특색 있는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뛰어난 자연경관 요소가 많은데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 앞으로 넘어질 듯 솟아오른 급수대, 주왕과 마 장군이 격전을 가졌던 기암,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구경을 하였다는 망월대, 멀리 동해가 보이는 험준한 지형의 왕거암, 주왕이 숨었다가 숨진 전설의 주왕굴, 그리고 폭포, 약수 등 탐방객을 매료시키는 곳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문화재는 약 1,300년 전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창건한 대전사, 주왕의 딸 백련 공주의 이름을 딴 백련암 등을 들 수 있다. 주왕산의 식생으로서는 신갈나무, 소나무 군락이 아름다운 경관을 더욱 빛나게 해 주고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알려진 망개나무, 노랑무늬 붓꽃, 둥근잎꿩의비름 등이 자생하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은 대표적인 자연경관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주왕계곡의 코스가 대다수의 탐방객이 찾고 있으며 가메봉과 주봉, 장군봉을 등산하는 코스와 월외계곡, 절골계곡으로 횡단하는 코스도 많이 찾고 있다.

한국 제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계곡, 주왕계곡

주왕산 국립공원이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건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 속에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주왕산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가 주말이었음에도 다른 국립공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주왕산에서 가장 인기 많은 곳은 상의 지구로 90% 이상의 탐방객이 이곳에서 탐방을 시작한다. 상의 지구 주차장에서 주왕산을 바라보면 신비한 모습의 기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왕산과 함께 3대 암산으로 꼽히는 설악산과 월출산이 수많은 기암들이 신비로운 조화를 이룬 모습이라면, 주왕산은 적은 수의 바위가 엄청난 크기로 압도하는 느낌이다.

 

 

주왕산 탐방로 입구에는 대전사가 있지만 조선 중기에 불타 없어진 이후로 보광전을 제외하면 오래된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광전은 임진왜란 때 불탄 뒤 1672년에 중창한 건물이다. 맞배지붕의 단출한 건물인 보광전은 조선 시대답게 다포 양식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내부 단청과 벽화의 회화성이 돋보인다. 보광전 외에는 이렇다 할 문화재가 없기 때문에 주왕산 기암 아래 보광전의 조화로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주봉인 주왕산 (720m)으로 향했다.

 

 

 

 

주왕산은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높이가 낮아 오르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등산로 내내 수풀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대전사에서 1시간 20분 정도 올라가면 주봉이 나온다. 주왕산의 정상임에도 아래를 조망할 수 없어 올라온 보람은 별로 없다. 주봉은 또 다른 봉우리인 가메봉으로 가는 길과 주왕계곡으로 가는 지름길인 칼등 고개의 갈림길이다. 우리는 계곡이 목적이었으므로 칼등 고개를 통해 하산하기로 했다.

 

 

 

 

칼등 고개를 통해 40분 정도 내려가면 후리메기 삼거리가 나오며, 여기서 3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주왕계곡을 만날 수 있다. 주왕계곡은 세 폭포로 유명하다. 예전에는 1폭, 2폭, 3폭과 같이 숫자를 붙인 멋없는 이름이었지만 최근에 용연폭포, 절구폭포, 용추폭포와 같은 멋진 이름이 붙여졌다.

 

 

 

 

제일 상류에 있는 폭포는 용연폭포로 2줄기의 낙수 현상으로 인해 쌍폭 또는 용폭이라고도 하며, 주왕산 폭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뽐낸다. 용연폭포는 2단 폭포로, 1단 폭포에 의한 침식혈과 폭호가 존재하며 전체적인 높이는 10m 내외이다.

 

 

 

용연폭포가 규모로는 아름다움으로 따지면 절구폭포가 더 낫다. 절구폭포는 주왕산 응회암에 발달한 세로 방향의 틈에 의해 생긴 폭포이며, 용연폭포와 같이 2단 폭포로 이루어져 있다. 1단 폭포 아래에는 선녀탕이라 불리는 돌개구멍이 있으며, 2단 폭포 아래에는 폭호가 발달되어 있다. 절구폭포는 협곡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습도가 높고 폭포 주변 바위에는 이끼류가 자라고 있다.

 

 

 

가장 하류에 있는 용추폭포(龍湫爆布)는 용꼬리에 해당하는 폭포란 뜻으로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과 2단 폭포 아래 돌개구멍은 각각 선녀탕, 구룡소라고 불린다. 주차장에서 주왕계곡코스를 따라 걸어오면 제일 처음 만나는 폭포로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신선세계에 발을 딛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응회암으로 되어 있는 특이한 지형 때문인지 주왕산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 또한 많다. 주왕계곡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해 걸으면 주왕암에 들릴 수 있는 길이 나오며 무장굴과 주왕굴도 함께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소대・금소대・연화굴 등의 신비한 자연 풍경이 끝없이 등장해 걷는 내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주봉 코스는 10.1㎞로 4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주왕산 국립공원은 규모로만 따지면 다른 국립공원보다 작을지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은 설악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1,000m도 안 되는 높이임에도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그 아름다움은 50년 전에도 잘 알려져 있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