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이맘때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NADI를 난디로 발음합니다)
오염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 천혜의 휴양지 무인도 섬에 가서 적도의 뜨거운 태양에 하루는 작은 섬 바닷가를 찾아 물고기와의 유영도 즐기고 전신을 바닷물에 절궈가며 잘 말리고 구웠으며, 이틀간은 대통령 골프를 즐기고 방금 잡아 올린 냉동하지 않은 싱싱한 참치회와
코코넛을 먹고사는 코코넛 크랩이라는 게 요리도 맛보며 잘 먹고 즐기고 잘 쉬다 왔습니다.
피지는 정말 개발이 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국민들이 개발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와이나 주변의 국가에서 보았듯이 개발이 잘 되고 관광객이 몰려오면, 그들은 저녁 만찬 장소의 한 구석에서 백댄서 신세가 되어 구슬픈 노래와 전통 춤이나 추며, 먹고살아야 할 처지를 역사를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먹는 것이라고는 천지에 널려있는 바나나, 야자(코코넛), 고구마 같이 생긴 것, 사탕수수, 수많은 바다 물고기...
한마디로 반바지에 티셔츠 하나면 먹고 입고 자는데 문제가 없는 나라입니다.
망고라고 알려진 맹고가 큰 나무에 수천 개씩 거리의 가로수에 매달려 있습니다.
누가 따먹어도 괜찮답니다.
고구마나 사탕수수 같은 것 뚝 잘라 꼽아만 놓으면 수시로 내리는 열대성 스콜 즉 소나기 맞아가며 저절로 자라는 나라.
일 년 내내 열매 맺는 바나나.
잡고 또 잡아도 계속 잡히는 각종 바다 물고기.
천지에 널린 것이 먹을거리이므로 적당히 게을러도 사는데 별로 불편함이 없는 나라입니다.
신기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경찰도 흰색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아마도 더운 날씨에 거시기에 바람이 잘 통하라고 그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식인종이었는데 영국이 지배하면서 ‘카바’라는 나무뿌리를 갈아서 마시게 했는데 이게 약간의 마취제와 환각 작용을 일으켜 사람을 순화 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원주민 마을을 방문했을 때 이 ‘카바’라는 뿌리를 갈아 만든 쥬스를 마셨더니 혀끝이 얼얼하니 몽롱했던 일이 기억이 납니다.
몇 해 전에는 특별히 추장의 허락을 받아 선물 꾸러기 싸가지고 우리 직원들(승무원 16명)을 데리고 공식 방문 했는데 전통의식과 예를 갖추고 공연도 베풀어 주며(민속 노래와 춤) 전통 요리도 해주어 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온 일도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키가 보통 190 정도이고 머리가 곱슬입니다.
시커먼 피부에 무섭게 생겼습니다.
체중이 100킬로를 다 넘습니다.
해외에 용병으로 잘 팔려 나간다고 합니다.
여자들도 비슷해서 키가 170~190 이고 체중은 보통이 90킬로에서 110킬로가 나갑니다.
기골이 장대하고 가슴이며 배며 엉덩이며 엄청나게 큽니다.
곱슬머리 여자들도 콧수염에 다리에도 시커먼 털이 나 있습니다.
우리가 묵는 호텔에 9홀 짜리 골프장이 있긴 하지만 워낙 좋은 데가 있어서 여기서는 공을 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무료라는 말에 아침 일찍 혹은 저녁에 연습 삼아 몇 홀을 골프채 몇 개 달랑 가지고 연습라운딩은 하곤 했지요.
택시로 15분만 가면 DENALU 라고 하는 골프장이 있는데 너무 코스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골퍼 숫자보다 코스 관리하는 인부가 더 많은 골프장입니다.
평일에 보통 20팀 내외로 라운딩을 한다고 합니다.
주말이라야 40팀 정도의 내장객이 전부입니다.
과거엔 한화로 5만원만 주면 전동카트 포함하여 18홀을 돌 수가 있었고, 추가 18홀은 2만 8천 원만 주면 대통령 골프를 즐길 수가 있는 곳 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올라 18홀 라운딩 요금이 11만원 정도(100달러) 듭니다.
물론 캐디는 없고 SELF로 전동카 운전하고 공을 칩니다.
1번 홀 전에 천연 잔디 연습장이 있어서 공 한 박스를 치며 몸을 푼 후에 라운딩을 하게 합니다.
홀과 홀 사이에는 바닷물이 둘러 있어서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물귀신 되기 쉽지요.
외국인들은 휴가 여행 차 왔다가 골프를 즐기지만, 여기 사는 그들은 워낙 비싼 값이라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첫날 나가보니 필드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이 10 명이 안 되었습니다.
반면 그린을 보수하고 일하는 인부는 족히 30명도 더 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도 20 여명 밖에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한겨울에 반바지에 반 팔 입고, 썬블럭 진하게 바르고, 땀에 촉촉이 젖어가며 공을 치는 것에 너무 행복을 느낍니다.
계절이 우리와 정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둘이서 18홀 돌고 점심 먹고 다시 한 바퀴 돌아도 6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비제이 싱 동생이 이곳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정말 똑 같이 생겼습니다.
아직 PGA무대에는 등극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여기서 스코어가 문제이겠습니까?
옥빛 바다를 지나온 바람이 야자수 잎 사이를 지나노라면, 잎사귀는 이내 부끄러워 누렇게 자알 익어 가는 야자를 감싸 안는 것 같습니다.
인부들에게 야자수 먹고 싶다 말하면, 잠시 일손 멈추고 두어 통 따와서 입구를 잘라내 먹기 좋게 구멍을 만들어 줍니다.
건네주는 2불 팁에 고마워하는 그 순수함.
갓 따서 마시는 천연 야자수의 그 맛을 어느 청량음료가 대신 하겠습니까!
살짝 뿌린 소나기 뒤의 무지개를 바라보고, 바다 위를 가르며 윈드 써핑 즐기는 이들 바라보고 있노라면 방금 치는 샷이 몇 타인지 생각 안 날 때가 있으니 이걸 어찌 치매라 하겠습니까!
주변에는 무인도도 있고, 낮에만 관광객이 머무르는 섬도 있고, 숙박 시설이 되어있는 섬도 있습니다.
섬 하나에는 신혼부부 한 쌍만 받아 한 채의 별장에 단 둘만 머무르게 하고, 저녁에 배와 종업원은 육지로 나오고, 다음날 오전 11시에 섬에 들어오는 미화 400 불짜리 섬도 있다고 합니다.
단 둘만의 첫날밤을 위해 철저히 준비 된 곳!
진작 알았어야지 이런 곳으로 신혼여행을 오지요! 세월이 미워집니다.
이 섬은 일본에게 더 잘 알려져 거의 일본인으로 1년 치 예약이 차 있다고 하니, 신혼부부는 여기 오려면 일 년 뒤로 결혼을 미루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도 이 섬에서 첫날밤을 보냈다고 합니다.
배로 1시간을 들어가면 나타나는 섬!
이런 섬들이 피지 부근에 열 개쯤 되나 봅니다.
태양이 따갑도록 강하고, 섬의 모래는 바다 속 부서진 조개껍질로 만들어졌습니다.
섬 주변에는 코발트 빛깔은 온갖 산호초로 이루어져 불과 1~2미터 깊이에 여러 형태의 장관을 이루고 있고 그 주위엔 수십 종류의 물고기가 우리를 유혹하여, 물속으로 우리를 불러 들여 함께 어우러져 유희를 즐겼습니다.
정말 투명하고 물고기들 색깔이 컴퓨터 윈도우 화면보다 더 선명하고 깨끗합니다.
(손에 든 먹이로 제가 물고기를 유혹했을 겁니다.)
피부에 곰팡이가 자주 펴서 고약한 냄새에 평생 시달리는, 보기에는 파란 눈에 쭉쭉 빵빵!
그러나 늘 컴플랙스에 시달리는, 태양이 그리운 유럽에서 여행 온 여자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버금 부끄럼 가리개(?)를 벗어 던진 뒤, 썬텐 오일 바르고 벌러덩 누워 우리의 시선을 곤란하게 만드는 섬.
여기서 하루를 자알 보내긴 했지마는, 너무 그을린 나머지 서울 갔을 때 못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어쩌랴!
허기야 겨울철에 오른손과 왼손 때깔 다른 사람들 술집 가면 더 잘 모신다는데......
가까운 거리에(30분) 온천이 솟아나지만 개발이 되지 않아 노천 상태로 있습니다.
수십 년 간 수 십억을 준대도 추장이 꿈쩍 않는답니다.
그러나 이제 유혹에 넘어가 개발이 시작 된다고 합니다.
천연 화산재 머드탕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피부는 10년을 젊어지고 기미 주근깨가 쏘옥 빠진다는 기가 막히게 좋은 온천이 있는 곳!
토속 언어는 말만 있고 글자가 없고, 공식 언어는 영어랍니다.
영국령에 속해 있기 때문이랍니다.
물가는 외국인을 봉으로 취급하여 만만치 않으니 미국 버금갑니다.
현지인들이 사고파는 가격의 2배 내지는 3배를 외국인에게는 받습니다.
마을마다 이장이나 통반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추장이 있고, 목사(기독교신앙의 토착화)와 원로가 있고, 공동체 생활로 내 것 네 것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없답니다.
바나나가 천지이고, 고구마 같은 것을 재배하기도 하며, 돼지와 소를 그리고 닭을 키우며, 물고기가 워낙 흔해 먹고 사는데 불편함이 없답니다.
난방이 필요 없으니, 연료비 걱정 안 해도 되고, 영어가 통용어이므로 유학도 보낼 필요가 없고 자연 속에서 그냥 이대로 사는 것이 그들은 천국이라고 느끼며 사는데 외부에서 개발하라고 하니 그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일 것입니다.
개발 이익은 외부로 유출 될 것이고, 그들의 문화는 깨어질 것이며, 좋지 않은 문화는 깊숙이 침투되고, 오염이 심각해 질 테니까요.
인터넷이 있기는 하나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하고,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하기에, 그야말로 나는 몇 일간을 18세기의 삶을 살아야 했기에 진정 휴가다운 휴가였을까요?
며칠을 지내다보니 시계 차는 일도 귀찮아졌고 모닝콜이 필요 없는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은 새들이 깨워주고 굳이 시간에 얽매일 필요조차 없이 살아도 되기에 살이 찌든 말든 맛있으면 신나게 먹고, 음악이 있으면 흔들고, 술이 있으면 마시고, 일해도 살고 안 해도 살고, 문화생활만 안 하면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나라.
여기 사는 그들이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합니다.
한차례 쏟아 부은 소나기 뒤에 밝은 햇살이 눈부시고 수시로 나타나는 무지개 사이에서 성경의 약속을 되새기게 되고, 기독교를 토착화시킨 그들은 “하나님 주시겠다!” 하던 천국이 이런데 비슷하려니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 겁니다!
경쟁이 없고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갈 수가 있는 나라.
교통 신호등이 없고 교차로에서는 알아서 가는 나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불라” (안녕하세요) “불라” 외쳐대는 나라.
화내거나 싸움하는 것을 본 일이 없는 나라.
여기가 피지섬입니다.
5월에서 11월까지는 천국이지만 12월에서 4월까지는 더워지는 날씨에 모기와 도마뱀이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열심히 일도하고 휴식 기간은 그야말로 휴가여행!
DUTY WITH VACATION을 즐기며 피지 예찬론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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