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고철이 되어 역사의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용광로 이름은 대중의 성난 심장이다.
영국의 전 수상이었던
대처의 죽음에 대해 상스러운 이런 저런 말들이 나부꼈던 한 주일이었다.
세상의 존경을
당연히 받았을 것으로 여겼던 '철의 수상 대처'에 대해 내가 퍼붓는 증오가 무척 낯설고 깜짝 놀랍고 뜻밖이라고 어리둥절해 할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세상 다른 켠에서는 그녀를 어떻게 참고 견뎠는지에 대해 우리 애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오늘 내 임플란트 잇빨 본전을 좀 뽑어볼라고 한다.
처음 그녀가
우리 언론에 등장했을 때 그녀의 이름을 '쌔처'라 써야 하는지 '대처'라 써야 하는 지를 두고 설왕설래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의 이름이 Thatcher 이다보니 이 놈을 제대로 발음하는 데 따른 논란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차츰 '대처'라고 써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가 되어 이제 모든 언론이 별 이의없이 그녀를 대처라 부르고 그렇게 써왔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들어설 당시에도 역시 그런 설왕설래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리건'이 맞다느니 '레이건'이 맞다느니 하느라 한 동안 난데없이 영어발음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대한민국의 언로를 잠식했었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닐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아륀지' 파동을 일으켰던 당사자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줄창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었던 걸 보면 그 사람들 모두 태생적으로 발음하는 것 자체부터 문제를 일으키면서 시작한거구먼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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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의 굴레
한겨례 [크리틱]
등록 : 2013.04.12 19:28
한 여인이
고철이 되어 역사의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용광로 이름은 대중의 성난 심장이다. 벨파스트거리 붉은 바람벽에는 ‘철의 여인, 평화 속에서 녹슬어라’라는 그라피티가 선명하고, 폐차장에 내동댕이친 고물차 카툰에도 그는 등장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대처 사후 첫 토요일을 파티로 즐기자는 기획을 해온 아나키스트 그룹들은 이날이 진짜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13일 저녁 여섯 시에 열리는 파티 지참물은 물 한 병, 젤리, 아이스크림, 그리고 환희다..
철의 여인,
신자유주의의 스탈린(강철인간). 이 쇠인간은 채 장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참이다. 처칠 이후 처음으로 여왕이 참석하는 수상 장례행렬을 경찰은 팔로 ‘쇠고리’를 엮어 생 폴 성당까지 호위할 계획이다. 생 폴은 금융자본과 맞선 런던 오큐파이가 있던 자리다. 빈손들이 쫓겨난 교회를 철제인간이 차지하는 셈이다. 이렇게 한쪽에서는 망가진 쇳덩이로, 다른 쪽에서는 그를 트래펄가광장에 동상으로 세우려 하고 있지만, 어차피 녹슬기는 마찬가지다. 살아서는 철, 장례는 사슬, 죽어서도 쇠의 굴레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다.
마거릿 대처.
그를 위하여 저승으로 영화 세 편을 부친다. 장송곡을 연주할 검은 악대 따위는 달리 필요 없다. 그의 손에 거덜 난 광산 밴드부의 마지막 공연, <브라스트 오프>(1996)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쇼 또한 잘 준비되어 있다. 먹고살기 위해 옷을 벗어야 하는 철강노동자들, <풀 몬티>(1997)를 무덤 앞에 헌정한다. 신자유주의는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세상을 덮쳐왔다. 노동주권 파괴와 공공영역 사유화를 타고.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무도 또한 빠뜨릴 수야 없다. 광부 아들이 추는 춤 <빌리 엘리엇>(2000)을 내생에서 돌려보면 되겠다. 이들은 다 그가 낳은 네오리버럴 체제의 거룩한 문화적 성과물들이다. 산업혁명 전사들인 광부들은 그를 만나 비로소 갱 밖으로 끌려나왔다. 지하생활자들은 땅 밑보다 더 캄캄한 현실에 눈조차 뜨기 어려웠다. 그 검은 햇살의 이름은 대량실직이었다.
이 대목에서
영화보다는 짧은 시 한편을 소개하는 게 낫겠다. 1981년 아일랜드공화군(IRA) 지도자 보비 샌즈는 감옥에서 화장지에 시를 써 몰래 밖으로 내보냈다. ‘한 마리의 종달새를 가둘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노래까지 가둘 수는 없다’ 대처는 스물일곱 북아일랜드 청년이 물 한 모금 입에 대질 않는 66일 단식 끝에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철저히 외면했다. 북아일랜드는 내부 식민지였고, 밖으로는 말비나스(포클랜드)전쟁을 통해 그는 입지를 굳혔다. 요컨대 그는 가장 제국주의적이면서, 가장 신자유주의적이었다. 친오라비처럼 지낸 레이건과 함께.
훌리건이 등장한 것은
이때였다. 일터에서 내쫓긴 노동자들은 축구장으로 향했다. 축구공은 둥글지 않았다. 1989년 힐즈버러경기장 입석 테라스가 무너지면서 96명이 사망했다. 훌리건들이 광부이거나 그 형제, 아들이라는 걸 대처는 결단코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사회가 누구냐. 사회, 그런 것 없다. 개별자로서 남자와 여자, 그리고 식구가 있을 따름이다.’ 그는 분명히 사회를 인격화해서 비아냥거렸다. 역으로 이는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반인간적·반사회적인지 명료하게 입증하는 말이었다. 시민혁명으로 성립한 근대의 가치를 실로 뿌리부터 부정하는 독설이었다.
철의 여인.
이 말은 맞다. 그는 강한 여인이었다기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여인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쇠(쩐)의 여인이었다. 돈으로 바꿔서는 안 되는 것들을 그는 자본가를 위해 팔아댔던 것이다. 어떤 쇠도 결국 녹슬어 내린다. 마거릿 대처는 오늘 이를 새삼 증거하고 있다. 그는 사람은 쇠가 아니라 감성을 품은 단백질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서해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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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이름에 대한 발음 보다도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는 그녀를 언급할 때면 꼭 '철의 여인(鐵-女人)'이라는 호칭을 덧붙였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별칭이 참 섬찟한 표현이었을 텐데 무엇에 홀린 듯이 모두들 좋은 의미로, 강인한 의미로, 대단하다는 의미로 칭하고 받아 들였던 듯 하다. 조금도 부정적인 의미부여를 할 엄두를 못 낸 것을 보면 신 자유주의 바람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지경이다만.
그녀가
총리를 하던 시절에는 제딴에는 너무 기고만장해져서 "사회 따위는 없다'는 말을 내뱉기도 할 정도여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섬뜩한 기분을 던져준 주인공으로도 유명했더랬는데 오직 그녀의 입장에서는 끊임없는 효율의 추구만이 진정한 '사회'의 가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노골적으로 철저하게 경쟁 우선을 국가 시스템의 토대로 만들어 버린 것이 오늘날 저네 나라의 가장 큰 독이 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저네들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휘몰아 치다가 기어이 우리나라에 까지 날아와서 우리의 지난 5년을 헝컬어 버린 계기가 되기도 한 셈이다.
한 사람이 죽으면
대게는 그의 공을 치사하는 게 관례일테지만 저지른 죄악이 너무 컸던지 아니면 저네 나라가 쌍놈 나라여서인지 당장의 시신 운구조차 쉽지가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영제국의 수상을 세 번이나 하도록 그녀를 밀어 준 영국인들도 대단하지만, 알고보면 그녀를 그토록 밀어 준 바로 그 '영국인들'이라는 어휘 속에 절반이 넘는 또다른 영국인들은 그 이름 속에 들어있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러길래 그녀의 시신이 묻히러 가는 연도를 경찰이 그 유명한 '쇠고리 팔'을 만들어 보호해야 할 지경이었겠지...
우리 사는 사회를
방황, 표류, 상실, 패배감의 산실로 만들고, 서로가 끌어주는 곳이 아닌 정글로 만들어 버린 것. 그리고 무한 독주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죄는 두고 두고 갚아야 할 부채가 된 셈인데, 그 첫 부채를 운구하는 곳에서 갚는 중이라고 볼 수 있겠지.
당시 그녀의 영국은
노조에 치를 떨고 있던 대다수 중산층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있던 중이었고, 철저하게 북구의 복지정책에 대항하는 그런 노선을 견지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녀의 그런 '사회 따위는 없다'는 신념이 결국 오늘날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에도 영향을 그대로 끼치고 있으니 그녀가 우리들의 복지에 대해서도 두고 두고 자신의 이름이 씹히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신나게 춤을 추었던
80년대의 총아들...온 세상을 "이따위로" 미쳐 돌아가게 만든 장본인들..
미국의
꼭두각시 대통령이라 칭하던 레이건과 더불어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 등의 신조어로 한 시대를 거꾸로 뒤집어 버렸던 여인으로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만사 세옹지마인거라.
레이건을
기업가의 꼭두각시라고 칭한 유명한 영화가 바로 'Capitalism; A Love Story' (-Michael Moore) 인데 '99:1' 이야기 때 언급했던 바로 그 이야기에서도 레이건은 등장한다.
'그녀가
'영국병'으로 규정했던 그 노조들로 인해 구축됐던 탄탄했던 고용 시스템은 어느정도 경제 발전을 더디게 하고 대기업들의 운영에 짐이 될 수 있었겠으나, 그것이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최악의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노조를 가혹하게 탄압하고 없앤 결과, 지금 영국 경제든 미국 경제든 '내실 없는 외화내빈'의 성장이 됐고, 결국 기초가 약해진 경제는 그들이 집권한 지 한 세대만에 내부 모순의 극대화를 경험하며 거의 붕괴할 지경이 됩니다.'
- 권 종상(국민뉴스)
그렇지만 문제는
그들이 뿌린 폐해를 우리가 맨 손으로 씻어 내어야 한다는 데 있다. 온 세상 곳곳에 퍼진 그 독소로 인해 사람 사는 세상이 사라져버린 그 근원을 어떻게 닦아낼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질 일이어선지 위 '더보기'에 언급한 저 소설가의 저주가 조금도 거북하지가 않다. 그들은 지금 실제로 우리들이 겪고있는 숨막히는 경쟁구도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기에 이제 그녀의 죽음이 새삼스레 다시 무딘 상처를 들어내고 있는 것이리라
분탕질한 그들은 갔고
이제 남아있는 우리 새끼들이 고스라니 전 생애를 걸고 떠맡을 차례이다. 우리가 그 독소를 마시며 힘겹게 신 자유주의의 광풍을 견디며 지내오느라 숨이 막혀했다면 이제 새끼들은 숨을 좀 돌릴 만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힘든 여정을 겪어 나가야 할 터인데 과연 그들은 그 새로운 세상에 제대로 진입이나 할 수 있을라나 몰라. 생각할수록 우리의 새끼들이 살아 내어야 할 앞으로의 세상이 낯설어만 지고 그들의 앞날이 불쌍하기만 하다.
첫댓글 아, 대처가 죽었구나. 난 신문을 안 보고 뉴스를 안 보니 처음 알았다. 그 유명한 TINA(지금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를 대신할) "다른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antive"의 발언자이자, 돈이 되는 것이 최고선이라서 우체국에서도 물건을 팔게 하여 수익을 창출해놓고는 이게 바로 신진경영이라고 한국에서도 따라 하게 만든 그 녀인. 대처가 갔구나. 잘 갔다.
호옥시, 독재자 딸래미도 반찬가게 딸래미 뽄보는 거 아인가 모르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