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관한 시모음 36)
오월의 노래 /은파 오애숙
훈풍에 노를 저어
배 띄워라 노래하는 오월
하늬바람! 그대의 이름
비단결이로구나
영산홍이 붉게
채색하던 봄날의 연가
현 타고 노래하다 목련꽃
화르르 앞마당에서
꽃을 피우더니
오월의 산자락에
아카시아 향기 휘날려
상춘객에게 환희로 물들여
꿈 익게 만드는 심연
훈풍이 불고 있어
돛단배 훈풍에 저어
배 띄워라 노래하는 오월
하늬바람! 그대의 이름
비단결이로구나
꽃 피는 오월 /홍사윤
꽃이 먼저인지
여자가 먼저인지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
한이 없어라
입술을 유혹하는
붉은 장미여!
화장하며 피어나는
여인의 향기여!
향기 품은 꽃
나비를 기다리고,
꽃으로 피어난 여인
님을 기다리네
사랑을 받기 위한
꽃들의 향연
남자의 마음 사로잡는
계절의 여왕이어라
5월이 사랑하고 싶데 /虛天 주응규
갓 태어난 새순
보드랍게 안아주는 햇살
애무하듯 살결 스치는 바람
유혹하는 장미의 짙은 향
내 몸 안 최음제 불어 넣어
몸 가눌 바 모를 비몽사몽(非夢似夢)
오월이
사랑해 달라 애걸을 해 댄다
어디론가 무작정 밀월여행 떠나자
내 마음 부추기며
사랑하고 싶다 졸라 된다
나
내숭 떨며
한 번쯤 튕기어 보지만
이미 너에게 취해
은근슬쩍
네 몸 깊은 곳 빠져들어
너랑 달콤한 밀회 즐긴다.
5월의 기운 /성백군
들어와, 기운
5월의 문은 열려 있어
망설이지 말고
언제까지나 유년일 수는 없잖아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가야지
시간에 밀려 겉늙을 수는 없는 일
이젠 청년이냐
펄펄 뛰는, 너는 초록이야
꽃 진다고 서러워하지 마,
그동안 성장을 끝마쳤으면 일을 해야지
텃밭 채소들도 쑥쑥 자라
해도 해도 허기지고
찾아도 찾아도 막막하다는
일자리 구하는 사회 초년생들, 고초 알아
생각해 봤어? 춘궁기를 왜 보릿고개라 했겠어
곧 지나가니까 고개라고 했겠지
감당하지 못할 식욕 채우느라
여름 맞을 준비하는
하늘 땅 햇볕의 새참 준비에,
밭둑에 앉은 아지랑이 바쁘다. 바빠,
5월을 요리하느라
5월의 향기 /주명희
은근히 코 끝을 간지르는 꽃내음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지면
추억도 한잎두잎 떨어진다.
아름다운 계절에 손 흔들듯
바람에 흔들거린다.
5월엔 나도 당신에게
아카시아 꽃이 되고 싶다.
오월의 산야 /정성택
푸석한 사월의 대지
뿌옇던 질풍노도를 가라앉히고
계절의 여왕을 반기고 있다
신록은 연둣빛
초목은 싱그런 수액을 끌어 올린다
낭창하던 발걸음 사뿐히 모아
표표이 딪는 마음 저절로
산허리 나즉히 천리향은 드리워지고
푸르른 물감 번지듯
벚꽃 의상 재빠르게 벗는 숲
언뜻, 잠룡의 자태 드러내 보이나니
오월의 아가 /이해인
칼로 물을 베는 식의
사랑 싸움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하느님,
아름답다 못해 쓸쓸한
당신과의 싸움은
늘 나의 눈물로
끝이 났지만
눈물을 통해서만
나는
새로이 철드는
당신의 아이였습니다
푸른 보리를 키우는
오월의 대지처럼
나를 키우는 당신
가슴에 새를 앉히는
오월의 미루나무처럼
나를 받아 주시는 당신
당신께 감히 싸움을 거는 것은
오월의 찔레꽃 향기처럼
먼데까지 도달해야 할
내 사랑의 시작임을
믿어 주십시오, 하느님.
5월의 덩굴장미 /정상화(鄭相和)
비를 맞고 선 장미
막 샤워를 끝낸
아낙네 젖가슴처럼 퍼덕거려도
논두렁 애래 별꽃 같은 유혹은 없으니
아픔이 자라 슬픔이 되고
슬픔이 쌓여 눈물이 되고
눈물이 응고된 가시가 되었을까
왠지, 다가설 수 없는 마음
시퍼런 낫에 베여
펑펑 솟구쳐 떨어지는 핏빛
심장의 움직임따라 울컥울컥
토해내는 주체할 수 없는 끼
붉은 슬픔으로 시들어도
도도한 향기는 그대로이니
넌 분명
심장을 관통당한 5월의 영혼으로
부활한 게야
오월이 핀다 /금헌 정기현
반짝이는
연초록 잎새 사이로
아카시아 꽃송이
숫처녀 가슴처럼 몽글몽글
부푸는 날
산까치 걸음 따라
언덕길 올라서면
옹기종기 분칠한 하얀 찔레꽃
순백의 화원을 만들고
벌 나비 불러 모아
질펀한 사랑 놀음 벌리면
함박웃음 머금은 햇님
붉은 휘장 드리우고
수줍은 달님 연등을 켠다.
달동네 개구쟁이
해 저무는 줄 모르고
계집아이 까르르 웃음꽃
피어나는 밤
무논의 개구리
밤새워 사랑가 부르며
짝을 찾는 소쩍새
애타는 울음소리에
찔레꽃 하얀 오월이 핀다.
푸른달 5월 /구분옥
푸른달 5월에는
마음도 하늘도 푸른
모든이들의 달
사람들 가슴 마다
희망이 부풀어
꿈이 실현 되는 달
가정의 평화
기쁨이 배가되어 웃음꽃 피는
핑긋빛 사랑이 샘솟는 달
사랑을하고 사랑을 나누고
나눈사랑이 배가되어
행복이 넝쿨째 굴러 오는 달
신록(新綠) /박인걸
숲에 들어서자 하늘은 없고
계곡에 이르니 개울물도 수풀이다.
바람은 그늘 아래 잠들고
햇빛도 제 영역(領域)을 포기했다.
신혼 방 보다 더 비밀스러움에
발소리마저 죽여야 했고
신생아실처럼 신비(神祕)하여
숨소리마저 낮춰야 했다.
낡은 것들은 종적을 감추고
오로지 새것들만 충만(充滿)한
신천지(新天地)의 중심에는
무딘 양심(良心)도 날이 선다.
정념(情念)들은 잎이 흡수하고
원인간(原人間)으로 거듭나는
푸르른 오월(五月) 숲에는
신(神)의 호흡(呼吸)이 가득하다.
5월 화단 /오일도
월의 더딘 해 고요히 내리는 화단.
하루의 정열도
파김치 같이 시들다.
바람아, 네 이파리 하나 흔들 힘 없니!
어두운 풀 사이로
월계의 꽃조각이 환각(幻覺) 에 가물거리다.
5월...... /최금녀
여기 저기
언덕 기슭
흰 찔레꽃
거울 같은 무논에
드리운
산 그림자
산빛
들빛 속에
가라앉고 싶은
5월.
찬란한 5월이 안겨옵니다 /김수잔
땅을 부드럽게 포용하고
키우는 5월의 대지가
신록으로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풋풋한 초록향 바람은
우릴 정원으로 공원으로
꽃들의 잔치에 불러냅니다
새 옷 입은 연두색 나무에선
이름 모를 뭇 새들의 노래와
하늘은 파란 물로 가득하고
싱그런 푸른 대지 위엔
당신의 숨결과 미소
당신의 순한 바람으로
건사한 당신 창조에
황홀한 5월의 빛깔은
무한한 행복을 안겨줍니다
시리도록 하얀 아카시아 향이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5월
감사와 찬양의 노래로
찬란한 5월이 안겨옵니다.
5월은 즐거운 아침 /민경대 무슨 소리라도 오월은 즐거운 아침 바람이 불거나 노래소리를 듣거나 향기로운 메아리를 타고 들어 온다 참으로 즐거운 아침 누구나 정겨운 소리 들으며 이 아침에 노래를 불러보자 누구나 5월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우리들은 즐거운 노래 부른다 더러운 가면을 집어치우고 대지를 적셔보자 대지는 고개를 쳐들고 바람을 적신다
나의 오월 /김연식
오월의 들판에는
화사한 꽃들의 잔치가 한창입니다
장미, 아카시아, 찔레, 수선화, 모란
내가 느끼며 스쳐 지나온
수많은 꽃의 향기는
나를 지배하여
주저앉게 하고 말았습니다
향기가 진해서일까
꽃잎이 뜨거운 것일까
눈은 감기고 나의 입술은
그저 타들어 갈 뿐입니다
오월은 조금 더 진하고
조금 더 붉어지고 있을 뿐인데
나의 육신은 그대의 늪에서
한 걸음도 퇴보하지 못하였습니다
비라도 살짝 내려 그대 몸이
젖으면 나 그냥 내 몸 불사라
신비로운 그대의 꽃잎 떨리는 음파 소리에
흥분하는 음계가 되겠습니다.
포근하게 느껴지던 꽃들마저
상처만 남기고 떠나갑니다
진한 향기와 꽃잎을 흩날리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그렇게 떠나갑니다.
오월 /하청호
장미꽃 봉오리
그 봉오리에
해님은 쉼 없이
햇살을 부어넣고 있다
하루
이틀
햇살의 무게에 못 이겨
장미꽃 활짝 벌어졌다
장미꽃 속에서
차르르
차르르
쏟아져 내리는
빛구슬, 구슬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