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에 버려지는 순간에도 개는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저를 버리고 떠난 주인의 차를 쫓아 수백 리 먼 길을 달려 옛집을 찾아왔다 주인은 이미 떠났으나 개는 옛집 앞에 앉아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낯선 사람들이 쫓아내면 달아났다가 돌아왔다 몇 밤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났다 먹을 걸 찾아다니다 다시 돌아왔다 몇 번의 천둥과 몇 번의 세찬 비바람이 불고 몇 번의 눈이 왔다 어느 겨울, 옛집 앞에서 개는 엎드려 자는 듯이 죽었다 밤새 흰 눈이 쌓였다 봄이 오자 그 자리에 개의 네 발이 새싹처럼 돋았다 수백 리 먼 길을 달려왔던 발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붉은 꽃이 가려주었다 여름이 오자 개의 네 다리가 나무처럼 솟았다 수백 일 기다리던 슬개골에서 진물이 흘렀다 장맛비가 씻어주었다 가을이 오자 주인을 쫓던 코와 귀가 벌어지고 펼쳐지더니 마침내 떨어져 쌓였다 흰 눈이 덮어주었다 또 어느 겨울, 옛집 근처를 지나던 주인이 눈사람처럼 솟은 땅을 보며 이건 뭐지? 우리 개를 닮았네, 혼잣말을 건네며 어루만졌을 때 그제서야 개는 귀와 코와 다리와 발과 하염없는 기다림을 땅속으로 거둬들였다 환하게 녹아내렸다
끝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외곬의 믿음, 너를 향한 나의
- 모래는 뭐래, 창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