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죽었다. 밤새 땅위를 덮은 폭설과 함께 온 죽음이 그를 덮쳤던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 ‘출장 가는 차 안’이라며 내게 전화를 했던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볼 수도 없었다. 그와 나의 관계는 나와 그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기에 그의 장례식에 갈수 없었다. 그와 나는 서로 사랑이라고 합리화를 시키곤 했지만 결코 세상은 우리를 그렇게 봐줄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남남이고 각각 가정을 이루고 있는 남자와 여자이고, 서로 사랑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우리는 불륜일 뿐이다. 그와 나의 관계는 그런 것이었다.
전쟁처럼 딸애와 애아빠를 깨워서 내쫓듯 내보낸 후 설거지를 하면 9시가 조금 넘는다. 그 시간에 그는 집으로 전화를 했다. ‘출장 갔다가 내일 올 거니까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 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다정하게 전화를 끊고 아침 연속극을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간밤에 내린 폭설에 교통사고가 잇따랐다며 사상자의 숫자를 말해주고 있었다. 과속을 하던 버스가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를 들이받아 승용차에 타고 있던 마흔 일곱의 최 모씨가 그 자리에서 죽고 버스 승객 이 모씨가 죽고 몇 명이 다쳤다는 둥의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눈발이 휘날리고 있는 길 위로 찌그러진 자동차와 그 뒤로 붉은 테일램프 불빛을 보이고 있는 차들. 그리고 구급차 몇 대. 하얀 길 위에 묻어 있는 핏자국들이 교통사고의 흔적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안됐네. 나는 혀를 차며 다시 리모콘을 들었다.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는 순간 전화가 걸려 왔다. 친구였다. 소식 들었니? 예전에 너 좋다고 따라다니던 그 남자 아침에 죽었다더라.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고 아무리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농담 하는 거 아니라면서 넘기고 친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 분위기가 싸늘하게 느껴졌다. 설마 뉴스에 나왔던 교통사고 중에 그에 관한 교통사고가 있었던 것일까? 누가 자살했다거나 다른 소식은 보지 못한 것 같은데……. TV의 토크쇼 프로그램에서는 여자 텔런트가 초대손님으로 나와서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가며 울먹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티비 채널을 돌렸다. 연속극에서 주인공과 시장 아주머니가 싸우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멍하니 리모콘을 계속 눌렀다. 티비는 파칫 거리며 계속 다른 화면을 보여주었다. 괜스레 짜증이 올라와서 티비를 껐다. 갑자기 찾아온 적막함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안방으로 가서 가디건을 꺼내어 입었다. 무심코 꺼냈던 가디건이 그가 사준 것임을 확인하고는 심장이 크게 뛰었다. 부엌으로 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담고 전원을 켰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볼까? 컵을 꺼내고 티스푼으로 프림을 두 스푼 넣고 설탕 통으로 스푼을 옮겼다. 만약 전화를 걸었는데 그가 받지 않고 그의 아내나 다른 사람이 맞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혹은 아예 아무도 받지 않으면 정말 그가 죽었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삐익. 커피포트가 울렸다. 커피포트를 쳐다보니 이미 원두커피가 유리주전자에 담겨 있었다. 포트를 들어 컵에 부으려 하다가 보니 컵은 하얀 가루로 가득 차 있었다. 설탕 통의 설탕이 많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설탕 통에 흰 가루를 옮겼다. 어느정도 옮긴 것 같아서 커피를 컵에 부었다. 몇 번 휘젓고 한 모금 마셨다. 입안 가득히 초컬릿을 물은 듯 커피는 많이 달았다. 다시 전화가 왔다. 그 친구였다. 그 사람이 정말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그 사람의 차를 덮쳤다고 지금 티비를 틀어 몇 번 채널을 보라고 뭔가 흥미롭다는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나는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커피를 다시 마셨다. 커피 맛이 썼다.
커피를 싱크대에 부어버리고 안방 침대에 가 누웠다.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돌려야 할 텐데……. 하루쯤은 쉬고 싶다. 하지만 지저분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도 불쾌하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지나치게 깔끔을 떤다고 하기도 했지만, 모르겠다. 아무것도 할 기분이 아니었다. 갑자기 걸려온 친구의 전화 때문에 이상하게 불안감이 들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그가 멀리 서 있는 것을 본다. 같이 가요. 그가 내게로 다가와 손을 내민다. 파란 인형이 그의 손바닥 안에 놓여있다.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는다. 갑자기 그는 없어지고 그의 손과 그의 손위에 올려진 파란 인형만 내 손 위에 남는다. 갑자기 세상이 밝아진다. 하얀 세상. 그 위로 그의 손이 떨어진다. 파란 인형이 그의 손에서 떨어져 굴러간다. 인형이 멈춘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풍경과 그 위의 파란 인형. 동강난 그의 손. 하지만 나는 그 손을 놓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그 손을 붙잡고 자꾸 소리를 지른다.
비명이 들려서 나도 모르게 잠을 깼다. 비명의 주인이 나 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이불안이었기 때문이다. 답답해서 이불을 걷어냈다. 심장이 쿵 쿵 뛰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머리에 열이 나는 것도 같았다. 냉장고로 가서 냉동실을 열었다. 얼음 몇 조각을 꺼내 비닐 봉투에 담은 후 머리 위에 올려두었다. 쇼파에 가서 앉았지만 좀처럼 머리 아픈 것이 가시질 않았다. 상비약통을 열었다. 두통약이 없는 것을 보고 대충 돈을 추슬러서 츄리닝 위에 두꺼운 점퍼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눈이 길 위를 덮고 있었다. 간간히 흩날리는 눈이 허공을 장식하고 있었다. 다리가 시려왔다. 조금 더 점퍼를 여몄다. 미끄러운 길. 뒤로는 내 발자국만 남은 길. 어쩐지 쓸쓸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바닥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큰 길에 서있었다. 곧바로 눈앞에 보이는 약국으로 들어갔다. 두통약을 사서 곧바로 두 알을 먹었다. 약사가 놀래서 나왔지만 이미 두 알은 내 목을 넘어간 이후였다.
“그 약 한 알씩 안 드시면 위 상하는데…….”
약사는 걱정스럽게 이야기 했지만 쓸데없는 친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사를 향해 미소를 짓고 약국을 나섰다. 조금 걸어 다니니 그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저녁은 무엇으로 할까. 아무 생각없이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코너들을 돌아다녀도 저녁반찬을 할 것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어류 코너를 지나치려는데 생선 비린내가 갑자기 정겹게 느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나 딸은 생선요리를 좋아했다. 죽은 그도 생선요리를 싫어했다. 생선 비린내만 맡아도 둘 다 짜증을 냈다. 그와 내가 만날 때 생선으로 만든 요리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게, 굴, 조개 어묵, 김도 좋아하지 않았다. 바닷가에 놀러가 본 적이 전혀 없었던 그와 나. 하지만 이상하게 지금은 생선 비린내가 너무 좋다. 칼칼하게 고등어찌개나 해볼까. 나는 어류 코너 앞에 멈춰섰다.
어류코너에는 작은 아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크기의 넓적하고 둥근 나무통이 있고, 그 통에는 무뎌 보이지만 비늘이 붙어 반짝거리는 큰 칼이 박혀 있다. “찌개하게 고등어 두 마리만 다듬어 주세요.” 아주머니는 붉은 고무장갑을 주섬주섬 끼고 나와서 스티로폴 박스에서 고등어를 몇 마리 뒤적거리다가 맨 위에 있는 두 마리를 들고 와 커다란 나무통 위에 내던지듯 올려놓았다. 고무호스를 꺼내 나무통 위에 물을 뿌려 대충 훑어낸 후 장갑과 칼에 물을 뿌리고 다시 나무통을 씻는다. 마치 망나니가 사형수를 베기 전에 칼에 물을 뿜는 것처럼, 혹은 신에게 양의 피를 바치기 위해 칼에 포도주를 뿌리는 것처럼. 그 작업은 신성한 의식이었다. 그녀는 고등어 두 마리를 일렬로 놓고 커다랗고 새까만 칼로 비늘을 긁어냈다. 써억 써억 하는 소리가 내 심장을 썰어버리는 것 같이 살가웠다. 고등어 위로 물을 붓고 뒤집어 다시 비늘을 긁어내는 그녀의 행동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다시 고등어와 칼에 물을 뿌린 후 한 마리를 중앙에 올려놓은 후 다른 한 마리를 도마의 끝으로 밀었다. 그리고 날렵하게 고등어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턱! 순간 이상한 해방감이 들었다. 그 해방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턱 턱 턱 하고 고등어의 몸통은 그녀에 의해 사등분 되었다. 머리와 꼬리를 파란 봉투에 던지고 삼등분 된 고등어를 까만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리고 그녀는 구석에 밀어둔 다른 한 마리를 중앙에 놓고 다시 칼을 움직였다. 그녀가 칼로 고등어를 내리찍을 때 마다 내 몸이 조각조각 잘려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공포스럽게 속 시원한 턱턱 거리는 소리. 그녀는 어느새 까만 비닐봉투에 가격표를 붙여서 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고무장갑을 벗었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까만 비닐 봉투를 받아들었다.
“계산은 여기가 아니라 저리로 가서 하셔야 해요.”
충청도 억양이 가득한 표준어를 쓰는 그녀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계산대 앞으로 갔다.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고 거슬러주는 돈을 받아든 후 슈퍼마켓을 나오는데 귀에 삐익 하는 골 아픈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턱 턱 턱 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내 몸이 조각나는 기분. 나무도마와 칼이 고등어를 지나치며 만들어내는 둔탁한 소리.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갔다. 나무도마를 꺼냈다. 요리를 하더라도 칼로 무엇을 다듬을만한 요리를 하지 않아서 칼자국이 거의 없는 깨끗하고 밋밋한 나무도마 위에 방금 사온 고등어를 올려놓았다. 큰 칼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슈퍼마켓 여자가 들고 있던 칼보다 날카로워 보이는 은빛의 칼. 손에 가득 힘을 주어 칼을 쥔 후 조각나 있는 고등어를 내리 찍었다. 퍽 하고 고등어가 뭉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도마에 흠집을 낼만큼 말끔하게 두꺼운 소리가 아니라서 신경질이 났다. 고등어를 모두 꺼내어 도마 위에 어지럽혀 놓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그 살덩이들을 내리 찍었다. 이리저리 흩어지는 살덩어리들. 살아있는 것처럼 칼이 닿을 때 마다 피해 다니는 것들. 아무리 고등어를 내리찍어도 고등어의 살이 뭉개지는 소리나 나무도마와 칼이 부딪혀서 내는 딱딱한 소리만 들렸다.
“엄마 뭐해?”
누군가 나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을 걸기에 놀라서 칼을 잡은 상태로 뒤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어린 딸이 나의 모습을 보면서 같이 소리를 질렀다. 서로 한참 비명을 지르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딸애에게 고등어를 다듬는 중이었노라고 변명을 하였다. 초인종을 눌러도 문도 안 열어주기에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길래 궁금했다며 울먹거리는 딸의 말에 미안함과 왠지 모를 부끄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나무도마 위를 보았다. 다 뭉개진 고등어조각들. 고등어 조각들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딸애에게 저녁을 주기위해 냉동실에서 돈까스를 꺼내 튀기기 시작했다.
딸애와 둘이서 먹는 저녁은 조용하기만 했다. 가끔 밥그릇에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나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듣기 싫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딸아이의 젓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딸그락 거리는 소리.
“수연아.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 내는 거 아냐.”
딸애는 밥을 먹다가 말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나 아무소리도 안냈어.”
“그러면 엄마가 귀가 이상한거니?”
딸아이는 갑자기 숟가락을 놓더니 일어났다. 아직 김이 나는 밥이 밥공기에 반쯤 담겨져 있었다. 케쳡과 김치국물, 고춧가루로 윗부분은 붉은 빛을 띄던 하얀 밥. 그가 죽던 순간에도 눈 위로 그의 피가 저렇게 흘렀을까. 하얀 눈 위로 붉은 피가 조금씩 스며들었겠지. 갑자기 밥을 먹기가 싫어졌다. 딸애의 밥그릇 윗부분의 붉은 부분을 숟가락으로 대충 떠서 입안에 쑤셔 넣었다. 그의 피를 입안에 가득 담고 있는 듯 입에서 쓴 맛이 감돌았다. 대충 지저분해 보이는 부분들을 마구 입에 쑤셔 넣었다. 삼킬 수 없었다.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밥을 씹었다. 하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입 안에서 맴돌았다. 다시 헛구역질이 욱. 올라왔다.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입안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뱉어냈다. 그리고 이물질이 묻지 않은 밥을 전기밥통에 덜어내고 반찬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한 후 딸애의 방으로 갔다. 컴퓨터로 무엇인가를 하던 아이는 내가 들어서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노크도 할 줄 몰라?”
“엄마랑 얘기 좀 하자.”
나는 딸의 침대에 앉았다. 신경질 난 듯이 아이는 ‘숙제해야 한다. 뭐 해야 한다.’ 하면서 빨리 나가라고 하였다. 하지만 묵묵히 앉아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엄마 말도 안 듣고 밥 먹다가 갑자기 일어서는 건 누구한테 배운거니?”
아이가 홀겨 보았다. 고개를 휙 돌려 컴퓨터를 신경질 적으로 끄고 나를 향해 돌아앉았다.
“그러는 엄마는 가만히 밥 먹는 사람한테 왜 갑자기 소리 내면서 밥 먹지 말라고 그래? 난 아무 소리도 안냈는데 엄마가 소리 냈다고 했으니 나보고 밥 먹지 말라고 한 거 아냐? 그래서 밥 그만 먹고 일어난 건데 왜 그래?”
딸애의 말에 할 말이 없어졌다. 원래 말하려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엄마한테 누가 대들라고 가르쳐주던?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줬니? 엄마는 그런 거 가르친 적 없는 것 같은데?”
딸애의 눈이 붉어지고 아랫 눈꺼풀에서 물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곧 떨어질 것 같았다.
“오늘따라 왜 자꾸 트집 잡고 말꼬리 잡고 그래? 아까도 내 말도 안 듣고 막 소리나 지르고!”
아이의 왼쪽 눈에서 결국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옷을 챙기더니 방을 나갔다. 곧 현관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났다. 머리가 아팠다.
나 혼자 있는 집. 바퀴벌레도 싹 죽어버린 것 같이 고요했다. 시계가 아홉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똑 딱 똑 딱. 시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딸의 방에서 나와 거실 쇼파에 앉았다. 계속 시계소리가 똑 딱 똑 딱. 귓속을 울렸다. 뭔가 던져서 시계를 깨트리고 싶었다. 시계가 멈추면 시간도 멈출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시계의 초침소리라도 멈추고 싶었다. 똑 딱 똑 딱. 눈에 TV 리모컨이 들어왔다. 리모컨을 잡다가 실수로 버튼을 눌렀더니 TV가 켜졌다. 아홉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시계 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TV로 눈길이 갔다. 뉴스에서는 한참 폭설의 피해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어느 지역은 고립 되었고, 어느 공사 현장은 눈의 무게로 축대가 무너져서 몇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호남국도와 강원도 지방은 차량이 통제 되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서있는 리포터들은 하나같이 빨간 볼을 브라운관에 보여주고 있었다. 교통사고도 여러 건 일어났다며 화면이 바뀌었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호남 국도 어디쯤에서 과속을 하던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대학생 이 모씨와 승용차 운전자 최 모씨 등이 숨졌다는 뉴스. 화면은 찌그러진 검은 승용차와 버스를 비추고 있었다. 승용차 아래로 붉게 물든 눈이 부딪힌 순간에 그의 고통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 눈 위에 떨어진 핸드폰은 눈에 조금씩 덮혀 가고 있었다. 핸드폰에 달린 파란 인형. 붉은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자꾸 TV에서 나오는 소리가 멀어졌다. TV 화면도 깜깜해졌고 거실 안은 아무것도 없는 암흑 상태가 되는 것 같았다. 처참하게 찌그러진 검은 자동차, 그리고 붉은 얼룩이 묻어있는 파란 인형. 처참하게 찌그러진 파란 인형, 붉은 얼룩이 묻어 있는 검은 자동차. 처참하게 찌그러진 붉은 인형, 검은 얼룩이 묻어 있는 파란 자동차. 자꾸 겹쳐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꾸 눈앞에 어른 거렸다. 처참하게 찌그러진 붉은 자동차, 파란 얼룩이 묻어있는 검은 인형.
그에게 검은 인형을 사준 적은 없었다. 그와 잠실의 놀이공원에 갔다가 인터넷에서 유명한 만화의 케릭터 인형 핸드폰 고리를 파는 것을 보고 내가 두 개를 샀었던 적은 있다. 남자, 여자 인형으로 되어있는 파란 핸드폰 고리. 맞붙이면 인형들의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파란 핸드폰 고리. 그 핸드폰 고리를 산 것은 이틀 전 일이었다. 나는 핸드폰이 없지만 그와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어서 함께 샀었다. 헌데 나의 핸드폰 고리와 자꾸 맞붙여 놓고서 좋아하던 그. 눈가에 지어졌던 주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눈가에서 내려온 네모난 턱선. 그의 턱을 만질 때마다 까끌 거리던 수염. 두꺼운 입술. 그의 얼굴은 모두 굵직했다. 듬직한 인상이랄까. 커다란 눈과 두터운 코, 웃을 때면 작아진 눈은 압축하는 힘이 있는 듯 잔주름을 만들곤 했다. 핸드폰 인형 두 개를 맞붙여 하트모양을 만들고 내게 짓던 눈가의 잔주름. 웃는 입 사이로 보이던 가지런하지 못한 치아. ‘내가 원래 좀 잘생겼었어요. 하도 여자들이 얼굴을 만져서 얼굴이 많이 닳은 것일 뿐이죠.’ 라고 말할 때 보이던 덧니. 그리고 널찍하던 어깨. 난 그의 뒷모습에서 보이는 널찍한 어깨선이 좋았다. 그는 내 손을 잡고는 좋아했다. 내가 노래 불러주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시집을 읽어주는 것을, 내가 그의 눈을 바라봐 주는 것을 좋아했다. 나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검은 인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직 그는 살아 있는 것이다. 죽은 것이 아니다. 친구가 잘못 본 것이다. 친구가 잘못 본 것이다. 그런데 콧등이 축축하게 젖어왔다. 눈이 자꾸 시려웠다. 집안 공기가 차가운 것 같았다. 몸이 떨려왔다. 내 육체의 내부에서 떨려오는 미세한 진동. TV 속에서 자꾸 하얀 배경의 영상들이 지나쳐 갔다. 다른 교통사고 소식인 걸까. 눈 위에 점점이 뿌려진 피. 내 눈 앞도 붉게 물드는 것 같았다. 호흡이 가빠졌다.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그는 살아있다. 전화라도 해봐야 겠다. TV를 끄고 전화기를 들었다. 그의 전화번호를 꾸욱 꾹 눌렀다. 전화기를 내렸다가 *23# 을 누른 후 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발신자 표시 제한 번호이다. 그가 살아있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텐데. 아니 혹시 그가 정말 죽어서 다른 사람이 받는다면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가 오히려 더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다. 다시 내려놨다. 그리고 다시 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 되오니…….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현관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현관으로 나갔다. 남편과 딸이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회식 끝나고 오는 길이야. 그런데 밥 먹던 애를 왜 그렇게 꾸중해?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야. 밖이 얼마나 추운데 애가 나가 있게 만들어?’ 딸은 남편의 등 뒤에서 신발을 벗더니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휙 들어갔다. 남편은 들어오자마자 안방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갔더니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서 바닥에 흩뿌려 놓고 있었다. 팬티와 러닝셔츠 바람으로 침대위에 걸터앉아 양말을 벗어서 벗은 양말을 가지고 발가락 사이를 닦아냈다. 좀 씻어. 더럽게……. 나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양말을 대충 안방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담배를 집어들고 베란다로 나가서 한 개피를 빼 물더니 불을 붙였다. 뭐가 좋다고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워대는지 모르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쁜 구석이 없는 남편. 아니 그냥 이쁜 구석이 없는 평범한 남편이라면 차라리 모르겠다. 밉상이란 밉상은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인간. 그게 내 남편이다.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 당신 담배 값이랑 술 값만 안 나갔어도 강남에 빌딩 세워 놓고 떵떵거리면서 살았을 걸! 남편은 못들은 척 베란다 문을 닫았다. 담배연기가 거실로 조금 새어 들어왔는지 코가 매콤했다. 번듯한 집안 장남이지만 고졸이었다. 부모가 대학에 보내려 했었지만 그는 고등학교도 힘겹게 나왔다. 그래서인지 대학을 나온 내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17년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겨우 7급 공무원 자격을 가지고 있는 그. 매번 5급 승급 시험에서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내가 볼 수 있는 면이란 공무원으로 깔끔하게 나를 만나러 오는 그를 보았을 뿐이니까. 결혼을 한 이후 나는 무능력한 그에게 빠르게 실망해 버렸다. 하지만 실망하기도 전에 아이가 들어섰다. 아이를 보면서 가정에 충실해보자는 생각을 하였지만 허사였다. 그는 내가 입덧을 할 때도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공무원이니 남들보다는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가 두 살 되던 해 국립연구원에서 서류를 조작해서 돈을 빼돌려 보려고 했지만 걸려서 징계를 받았다. 남편이 파직 당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징계로 끝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진급이 어려웠다. 그는 자기보다 어리고 늦게 일을 시작한 사람들도 5급 자격으로 어느 부서 부장, 과장 자리 하나씩 꿰차도 지금까지 과장자격에 끼지도 못했다. 그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나 어린 사람에게는 정말 심할 정도로 막 대하곤 했다. 하지만 그러던 사람들이 지금은 그의 상관이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지만 뒤에서 욕을 하기 일쑤였다.
아이가 커갈수록 가계부의 지출내역은 많아졌지만 자기 능력에 걸맞지 않은 중형차 한 대를 뽑았다. 물론 대출을 받아 산 차였다.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의 월급에서 3분의 1은 대출금으로 나가기 시작한지 벌써 3년째이다.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박복한 마누라 때문에 내 인생이 이 모양!’ 이라면서 신세 한탄이나 했다. 하지만 오래전에 적금을 깨서 분당에 농토를 조금 사놨다가 신도시 개발 되던 때 높은 값을 받아 꽤 많은 액수의 돈이 통장에 들어있다. 그 돈에서 적자를 메워가는 것이 내 생활이었다. 집도 내 명의로 되어있다. 집 한 채 사지도 못하는 그. 실직적인 권력자는 나인 것이다.
그는 담배를 피우고 거실로 들어섰다. 나는 그를 보다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미지근한 물을 받아서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막 얼굴에 묻은 비누거품들을 씻어낼 때였다.
“눈 때문에 여러 사람 뒈졌구만!”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신경이 송곳처럼 곤두섰다. 하지만 남편은 더 이상 뭐라 떠들어대지 않고 뉴스를 조용히 보기만 했다. 거품을 씻기 위해 두 손에 가득히 모아둔 물이 세안대에 똑 똑 떨어지고 있었다. 개중에 떨어지지 않은 물들이 손등을 타고 팔꿈치로 흐르기도 했다. 얼굴에 물을 끼얹어 거품을 제거하고 거울을 들여다봤다. 뿌옇게 안개가 낀 듯한 거울. 거울을 손으로 대충 닦아내고 다시 들여다봤다. 내 모습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푹 들어간 두 눈과 짙게 드리워진 쌍꺼풀. 몇 개는 더 생긴 것 같은 기미와 연분홍빛으로 여느 때보다 더 얇아 보이는 입술. 탄력이 없어 보이는 양 볼. 왠지 모르게 날이 바짝 선 은색 식칼 같은 내 모습. 앙상하고 날카로웠다. 세수를 끝내고 안방에 들어와 토너로 가볍게 마사지를 했다. 모이스춰 라이져를 얇게 펴 바르며 다시 거울을 쳐다보았다. 기미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파우더를 기미가 낀 양 볼 위로 톡톡 두드렸다. 기미가 가려질수록 창백해 보이는 얼굴. 파우더가 들 뜬 것 같았다. 괜한 짓을 한 것 같다. 다시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하였다. 머리와 배가 자꾸 아팠다. 점퍼 주머니에서 두통약을 꺼내서 두 알을 삼켰다. 생리가 시작하려나. 자꾸 기분이 찜찜해졌다. 수첩을 꺼내서 날짜를 확인 했다. 주기에 들어서기 이틀 전 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대 아래에 넣어둔 생리대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침대에 누웠다.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벽으로 돌아누웠다. 무거운 발소리가 들리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하고 문 잠기는 소리가 들린 후 곧 침대가 출렁거렸다. 이불 안쪽으로 남편이 들어왔는지 잠깐 추워졌다. 강여사. 우리 수연이 둘째 낳을까? 그는 내 손을 더듬으며 말했다. ‘돈 많으면 낳던지.’ 나는 되돌아 누우며 대답을 했다. 그의 손이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 사이로 들어왔다. 부장으로라도 승진 했어? 나의 말에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은 채 다시 내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 빼. 그날이란 말야. 둘째 키울 돈이라도 벌면 말이나 안하지. 그의 다른 손이 허리 밑으로 들어와 가슴을 잡았다. 이거 놔. 피곤해. 삼분도 못 버티면서.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였더니 그제서야 손을 슬그머니 뺐다. 부부관계 거부도 이혼 사유가 된다는 거 알아 몰라? 그는 짐짓 점잖게 나를 타일렀다. 차라리 이혼 하든가. 당신의 쥐꼬리만한 월급 평생 모아봤자 내가 가진 통장에서 이자로 먹고 사는 게 더 나을걸? 위자료 받고 수연이 양육비 받으면 나중에 사채놀이 해도 되겠네. 내가 뭐가 아쉬워? 당신이 아쉽지. 그는 조용해졌다. 짐짓 잠든 척을 하는 것 같았다. 괜히 안쪽을 건드려놔서 간지러웠다. 지저분한 새끼. 손이나 씻고 만지던가.
안쪽이 자꾸 간지러웠다.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긁었다. 하지만 간지러운 것은 여전했다. 샤워를 다시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러운 새끼. 손에 무좀이라도 있나? 남편이 조용히 잠든 것을 확인 하고 화장실로 갔다. 간단히 샤워하고 자야지. 뜨거운 물을 틀었다. 괜히 기분이 안 좋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새벽 두시였다. 간단히 샤워를 하려고 했었지만 남편이 안쪽을 건드려놔서 세네 번 씻었더니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았다. 수도세가 많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안방에 들어가서 베개를 들고 나와 거실 쇼파에 누웠다. 틱. 틱. 틱. 시계 초침 소리가 자꾸 귓전을 자극했다. 나를 삼킬 듯이 커져가는 시계 초침소리.
밤을 꼬박 샜다. 금요일이었다. 아이와 남편을 깨워서 아침을 먹여서 내보냈다. 남편은 출장을 가야 하는데도 계속 졸립다면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힘겹게 깨워서 내보냈다. 그와 남편이 바뀌어서 차라리 남편이 연락 두절 상태였다면 좋았을 텐데…….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정말 그가 죽은 걸까. 죽지 않았다면 연락을 했겠지. 어제 아침 이후 그에게서 연락이 없다. 정말 죽은 것일까? 커피포트가 삐익 하고 신호음을 울렸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은 이미 멀리 달아난 이후였다. 둔탁한 소리가 듣고 싶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머리를 대충 묶었다. 점퍼를 입고 츄리닝 바람에 슈퍼마켓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고등어를 두 마리 사들고 집으로 도망치듯이 들어왔다. 점퍼를 벗어 안방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곧 부엌으로 가서 비닐 봉투를 씽크대에 올려놓고 나무도마를 꺼냈다. 나무도마에 고등어를 꺼내두려다가 말고 도마를 쓰다듬었다. 칼날에 의해 조금씩 흠집이 벌어지기 시작한 나무도마. 손가락으로 결을 쓰다듬었다. 어제 나의 무지막지한 칼질에 의해 난 상처들. 뭉개진 고등어 살점들이 스몄던 상처. 마치 자신의 피 인양 고등어의 피를 머금었던 나무도마의 상처. 고등어를 나무도마위에 올렸다. 그리고 고등어와 칼에 물을 뿌렸다. 일순간 칼이 반짝 빛이 났다. 고등어를 내려봤다. 숨쉬지 않는, 혹은 숨쉬는 것을 잊은 것 같아 보이는. 두 마리를 잘 눕혀 놓은 후 슈퍼마켓의 아주머니가 했던 것처럼 칼로 비늘을 긁어냈다. 써억. 써억. 써억. 비늘을 긁어낼 때마다 들리던 소리가 팔뚝의 털들을 가지런히 일어서게 만들었다. 묘하게 행복해지는 기분. 나는 고등어를 뒤집었다. 다시 비늘을 긁어냈다. 등푸른 생선이라 비늘을 그다지 긁어낼 필요도 없지만 그 아주머니가 들려주었던 소리를 내가 만들어내고 싶었다. 다시 한 번 칼이 지나가고 난 후 털들은 일어섰다가 가라앉았다. 물을 뿌려 은빛의 비늘을 씻어냈다. 고등어 한 마리를 도마의 끄트머리에 올려놓고 정 중앙에 올려진 고등어를 향해 칼을 세웠다. 고등어 몸통을 잡고 칼을 높게 들어 고등어 머리를 내리쳤다.
턱! 나무도마가 갈라질듯 경쾌한 소리.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그대로 고등어의 몸을 동강내기 시작했다. 턱! 턱! 네 동강이 난 고등어 살 틈에서 피가 빠져나왔는지 나무도마 위가 붉게 물들었다. 갑자기 조각난 고등어의 몸통에서 푸른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위에 자꾸 그의 인형과 어제 꿈에 보였던 그의 잘려진 손이 오버랩 되었다. 그를 토막낸 것은 나다. 아니다. 내가 아니다. 자꾸 고등어는 연주황색으로 물들었다. 토막난 사람 팔뚝 같아 보이는 고등어. 아니 고등어 같아 보이는 토막난 사람의 팔뚝. 아니 사람 팔뚝 같아 보이는 고등어.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칼을 높게 들었다. 나무도마를 내리찍었다. 나무도마는 반항을 하는 듯 칼을 제 몸속에 가두고 쉽사리 빼지 못하게 했다. 칼을 흔들었다. 쨍. 칼이 깨졌다. 은색의 칼날이 파랗게 보였다. 은빛의 비늘이 조금 묻어있는 칼. 칼에 묻은 고등어의 피가 차가워 보였다. 토막난 고등어 조각들. 무자비한 나의 칼질에 상처난 도마. 뭉개지고 부서진 고등어 조각들. 이상하게 그 모습을 보다가 심장이 나무도마처럼 여러 군데 흠집이 났는지 저려왔다. 칼로 심장을 파내면 차라리 시원해질까? 나무도마를 봤다. 고등어의 피라고 보기에는 너무 선명하게 붉은 빛을 띄는 나무도마.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내 왼손의 중지와 약지의 끄트머리에서부터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손톱이 부러져 있었고 깊게 골이 파여 있었다. 눈에 상처가 들어온 순간부터 왼손의 손가락들이 아파왔다.
너덜거리던 두 손가락 끝 부분을 붕대로 싸매고 둘러보니 부엌은 난장판이었다. 여기 저기 튀어있는 고등어 살점들. 떨어져 있는 피. 하얀 바닥 위에 떨어져 있는 핏방울들은 자욱을 만들려는 듯 천천히 굳어가고 있었다. 칼을 그냥 씽크대에 놓고 안방으로 들어섰다. 피가 계속 흐르는지 붕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배가 쓰라려 왔다. 생리를 하려나 보다. 두통 치통 생리통에 좋다던 그 약을 점퍼에서 꺼내어 두 알을 삼켰다. 이제 네 알 남아 있다. 자꾸 눈앞이 어질어질 했다. 그는 왜 전화를 하지 않는 걸까? 전화를 다시 걸어 볼까? 또 그가 전화를 받지 않고 음성 메모함으로 넘어가면 어쩌지? 침대에 누웠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그래 그는 정말 죽은 것일까? 심호흡을 하였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꺼풀 안에 가득히 눈물이 고인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눈물을 내 몸속으로 가두어야지. 그의 죽음이 얼마간은 내게 상처가 되겠지.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상처를 속으로 삭혀가면서 나중엔 그 상처에 손댈 무언가를 꽉 물고 부러트려 버리는 것이 아니던가.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하고서도 30분이 지나있었다. 거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깜짝 놀라서 거실로 뛰쳐나갔다. 전화벨은 한 번 울린 후 끊어졌다. 전화기를 바라봤다. 다시 전화벨이 힘차게 울렸다. 혹시 그일까? 망설임도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당신이에요?”
“어. 나야.”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 그다. 그임에 확실 했다. 코끝이 잠시 따끔해 지고 목이 메였다. 그에게 말하면서 목이 메어서 내 목소리는 울먹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당신 죽은 줄 알고 놀랬어요. 뉴스를 보니까 교통사고 소식이 많아서……. 왜 연락도 없었어요? 걱정했잖아요.”
강여사 왜 평소엔 반말 하더니 갑자기 존댓말이야? 눈 오니까 남편이 그렇게 걱정 됐어? 하긴 나같은 남자는 걱정 할만 하지. 하하하. 그가 웃었다. 강여사. 강여사. 강여사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그가 아니라 남편이었나 보다. 이제 그의 목소리가 남편과 헷갈리는 것일까? 갑자기 신경질이 났다.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곧 다시 전화벨이 울려댔다. 남편은 눈 때문에 출장이 취소되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곧 끝나니 집에 가서 점심 먹을 것이라고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인지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래 남편도 출장이 취소되었으니 그도 출장이 취소되었을 지도 몰라. 남편은 눈도 적게 오는데 출장이 취소된 거니까 그도 분명히 취소되었을 거야.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잘못 걸은 것 같다. 마음이 들뜬 걸까? 하나하나 번호를 확인 하며 천천히 눌렀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지금 거신 번호는 없다며 여자 안내원의 녹음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아니야. 그는 죽었을 리 없어. 출장도 가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한 걸까?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에게 정말 그가 죽었냐고 물었다. 정말이라고, 이미 그의 장례식에 대학 친구들과 단체로 다녀왔다고 그녀는 대답했다. 다시 물었다. 정말 그가 죽은 거야? 그녀는 이제 화가 나는지 짜증을 내며 자신이 장례식에 다녀왔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의 시신은 가족 밖에 못 봤다고, 헌데 너무 끔찍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찢어지고 깨지고 부서진 상처투성이라서 처음에는 남편의 모습이 아닌 줄 알았다며 부인이 슬퍼하더라고, 핸드폰도 자동차도 그도 모두 부서져 있었다고. 그녀는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를 듣지 못하고 끊었다. 아악. 소리를 질렀다. 다시 소리를 힘껏 내 질렀다. 다시 소리를 질렀다. 볼에 따듯한 물기의 느낌. 거실 바닥에 누워서 소리를 질렀다.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너무 시끄럽다고 좀 조용히 하라고 화내던 누군가의 목소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양 볼과 귓가에 눈물이 흐른 후의 차가운 느낌. 부엌으로 갔다. 고등어! 고등어를 잘라내면 조금 괜찮을 거야. 더 이상 토막 낼만한 고등어는 없었다. 나무도마에 꽂힌 칼. 칼을 들었다. 끝이 부러진 칼. 남편이 집에 돌아왔는지 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밥 차려 놨어? 왠 고등어 냄새야? 나는 뒤돌아 봤다. 남편은 내 모습을 보더니 놀라서 소리 질렀다. 뭐야? 그 꼴은!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뒤로 한발짝 한발짝 물러서면서 말했다. 당신 미쳤어? 왜 그래? 칼 버려! 그는 물러서다가 어느새 거실 벽에 등을 기대고 옆으로 나를 피하고 있었다. 그에게 말했다.
“당신 좋아하는 고등어찌개를 하려고 했는데 손가락을 베었어. 그런데 고등어를 한 마리밖에 안 사왔으니 당신이 가서 두 마리만 더 사올래?”
그는 놀랐다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위엄있게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놀랐잖아! 아니 집구석에 있는 여편네가 밖에서 일하고 온 남편을 부려먹어야 되겠어?”
나는 그를 무표정하게 쳐다봤다. 그는 시선을 피하며 현관 밖으로 나갔다. 피가 묻은 결혼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냈다. 곧 남편이 돌아와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까만 비닐봉지를 건넸다. 낚아채듯 들고서 그에게 씻으라고 말하였다. 부엌으로 걸어갔다. 고등어를 꺼내 간단히 비늘을 긁어내고 사등분 하였다.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뚝배기에 고등어 몸통을 담았다.
양념을 해서 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남편이 욕실에서 목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에서 비린내가 나서 싱크대에서 간단히 퐁퐁으로 손을 씻었다. 왼손 약지에 하얀 반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씻고 칼을 물로 헹궈냈다. 신성한 의식처럼 조심스럽게 칼을 헹궈낸 후, 나무도마 위에 왼손을 올렸다. 칼을 약지에 가져다 댔다.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의 느낌이 왼손 약지에 느껴졌다. 하얀 반지자국 윗부분으로 칼을 옮겨 힘을 주었다. 고등어를 잘라낼 때 보다 맑은 ‘턱’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가락 있던 부분이 쓰라렸다. 붕대로 왼손을 꽉 묶었다. 그리고 손가락에서 뼈와 손톱을 발라내고 사등분 하여 찌개에 넣었다. 남편이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식탁에서 서성거렸다. 밥과 고등어찌개를 가져다 놓고 밑반찬을 몇 개 꺼냈다. 그리고 남편이 밥을 먹건 말건 나는 방 안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이런 종류(?)의 글은 독자가 얼마나 주인공에게 몰입을 하며, 화자와 동일시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아닐까요? 근데 제가남자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화자의 감정에 그다지 수긍이 가지를 않습니다. / 남편에게 실망하여 바람을 피웠다. 근데 그 바람난 상대가 갑자기 죽었다. 여자는 그 복수(?)를 자기와 남편에게 한다.... 불륜남에게 미친 바람난 여자의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구성상, 작가는 불륜남의 중요성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은 듯하고 단지 불륜이란 사건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춘듯 싶고, 남편 또한 별볼일 없는 남편이라는 점에만 신경을 썼을 뿐 둘다 여자와의 상관관계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어보입니다. 결국 여자 앞에 펼쳐진 상황에서의 감정처리를 주 내용으로 잡은 것 같은데.... 그 감정에 그다지 동화가 안되네요.
유덕님 말씀대로 남자쪽을 화자로 해서 쓰셨다면 훨씬 더 리얼하지 않았을까,,, 상황들이 더 잘 묘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과히 화자와 그 남자, 남편과 아이의 관계에서 상투적인 부분이 있어 좀 아까웠습니다. 또 마트에서의 자세한 묘사는 좀 지루하기까지... 여자들에게 마트는 무지 식상하고 지루한데죠. 저만? ㅎㅎ 그치만 남자의 눈으로 화자를 어느정도 자연스레 다룰 수 있었다는데, 자신있게 시도해 보셨다는데 놀랍습니다. 불륜에선 확실히 여자쪽의 이야기가 훨씬 꺼리가 되나요? ㅎㅎ 언젠가 유덕님의 남자쪽 이야기도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참, 좀은 밝고, 좀은 코믹(?)하고, 좀은 해피한 엔딩으루다가 기대해봅니다
닉넴 기발하게 지었는데요? ^^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시긴 하는군요. / 글구 문득 문득 드는 생각으로 소설속 여자 너무 밥맛인데요? 천연덕스럽게 바람피는거 하며, 집안을 늘 깨끗하게 할려는 것도(그런 여자들 밥맛이더라구여 ㅡ.ㅡ), 특히 그 중 제일은 남편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물론 결함이 있는 남편이긴 하지만서두 치사하게 돈,능력문제로 쏘아붙이고 말이죠 기죽게시리, 역지사지루다 생각해보면 말이져. ㅋㅋ
제글에 답글 다신거 보고 안유덕이란 분이 누구신가 찾았더니 여기 계시더군요. 앞전에 읽은것이든만요. 두번 방문한 셈인데 굳이 평을 한다면 우선 느낌이 지은이가 추구하는 경향이 이런 스타일인지는 모르나 면돗날처럼 섬뜩한 분위기가 작품 전면에 흐르는 상당히 쇼킹하고 무게 있는 글이군요.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아주 잘해 낸 것으로 보아 저는 작품속의 주인공과 실제 작자가 여성으로 착각할만큼 적어도 그런 부분에서는 수작으로 여겨집니다. 여성의 심리묘사를 잘 묘파한 작가로는 주요섭의 작품 사랑손님과 어머니. 아네모네의 마담 이 있지요. 물론 이런 작품과 나무도막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만 소도구, 일테면 도마,
칼, 반지등이라든가 나중에 그것을 버리고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은 상당히 유사한 면도 있지요. 그리고 각 인물의 성격은 잘살려내는데엔 성공했다고 보아집니다. 문장도 대단히 깔끔하고 단편소설에 맞는 구성을 잘 갖추고 있네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불륜을 소재로 한 것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문학으로 터치 할 수 도 있겠는데 하필 셜록홈즈(9)의 추리소설에나 나올법한 으시시한 분위기로만 가야하는건가(지은이의 의도였겠지만) 라는 점과 여자 주인공이 지나치게 속물적인 냄새를 풍겨 적어도 만일 이게 사랑을 주된 테마로 설정한 소설이라면 캐릭터가 적절하지 못하다 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군요. 그리고 결말처리에서 여자가
첫댓글 06년 1월에 썼던 것을 먼지를 털고 올립니다.
마지막은 손가락을 자른건가요? 또 중간의 파란 인형과 검은 자동차가 붉은 자동차와 검은 인형으로 바뀌는 이유는? 으..복잡하네요. 그래도 재밌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뭐 읽으신 대로 자른겁니다. 자동차와 인형의 색감이 바뀌는 이유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표현하려 한건데 너무 제 위주로 쓴 것 같군요. 반성하겠습니다;
기다렸습니다.^^ 또 지우시기 전에 얼른 다운받아 읽고 감상 남길게요 수고하셨습니다~~^^
뭐야, 맙소사 드러그 방지 하셨네요. ㅋ 얼른 읽어야겠네요 ㅎㅎ
지금 봤지만 드래그 방지에 체크가 안되어 있는데요;;; 그리고 지울 생각은 90% 정도 없으므로 안심하고 편히 읽으셔도 좋습니다 ^^;;;
드러그해 갑니다--;;어젠 왜 안됐지?^^;;;
이런 종류(?)의 글은 독자가 얼마나 주인공에게 몰입을 하며, 화자와 동일시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아닐까요? 근데 제가남자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화자의 감정에 그다지 수긍이 가지를 않습니다. / 남편에게 실망하여 바람을 피웠다. 근데 그 바람난 상대가 갑자기 죽었다. 여자는 그 복수(?)를 자기와 남편에게 한다.... 불륜남에게 미친 바람난 여자의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구성상, 작가는 불륜남의 중요성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은 듯하고 단지 불륜이란 사건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춘듯 싶고, 남편 또한 별볼일 없는 남편이라는 점에만 신경을 썼을 뿐 둘다 여자와의 상관관계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어보입니다. 결국 여자 앞에 펼쳐진 상황에서의 감정처리를 주 내용으로 잡은 것 같은데.... 그 감정에 그다지 동화가 안되네요.
여자가 바람(?)날 수밖에 없는 보다 더 디테일한, 혹은 결정적인 구성이 필요한듯 싶네요.
여자가 불륜남에 집착하는 계기와 불륜남에 집착하는 장면이 없다는 데에서 감정의 동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겠죠. 게다가 저역시 남자이기에 여자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실패한게 아닐까 싶어요. 속이 시원해지는 좋은 평 감사드립니다. 오래간만에 개운해지네요.
유덕님 말씀대로 남자쪽을 화자로 해서 쓰셨다면 훨씬 더 리얼하지 않았을까,,, 상황들이 더 잘 묘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과히 화자와 그 남자, 남편과 아이의 관계에서 상투적인 부분이 있어 좀 아까웠습니다. 또 마트에서의 자세한 묘사는 좀 지루하기까지... 여자들에게 마트는 무지 식상하고 지루한데죠. 저만? ㅎㅎ 그치만 남자의 눈으로 화자를 어느정도 자연스레 다룰 수 있었다는데, 자신있게 시도해 보셨다는데 놀랍습니다. 불륜에선 확실히 여자쪽의 이야기가 훨씬 꺼리가 되나요? ㅎㅎ 언젠가 유덕님의 남자쪽 이야기도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참, 좀은 밝고, 좀은 코믹(?)하고, 좀은 해피한 엔딩으루다가 기대해봅니다
갠적으루다 밝은 이야길 좋아해선가요. ^^ 또 '불륜은 다 불행이다(?)'란 통념을 전환시켜 보는것도 재밋을 듯. 여튼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함 써보고 싶어지는데요, 요런 소재루다 말이죠. 당연히 자신있는 여자쪽. ㅎㅎ
해피 엔딩이나 밝고 코믹한 것은 아무래도 저와 안맞아요 ^^;
닉넴(본명인지도 모를)으론 밝고 부드러운 이미지 ^^
필명으로 안유덕 씁니다 ^^;;; 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실명이 발음할때 조금 차가운 느낌이라 따듯한 느낌의 발음이 되는 이름을 원하기도 했고 별명도 뭐 누더기였고 해서... 그냥 그런대로 붙인 필명이자 닉네임이죠
닉넴 기발하게 지었는데요? ^^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시긴 하는군요. / 글구 문득 문득 드는 생각으로 소설속 여자 너무 밥맛인데요? 천연덕스럽게 바람피는거 하며, 집안을 늘 깨끗하게 할려는 것도(그런 여자들 밥맛이더라구여 ㅡ.ㅡ), 특히 그 중 제일은 남편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물론 결함이 있는 남편이긴 하지만서두 치사하게 돈,능력문제로 쏘아붙이고 말이죠 기죽게시리, 역지사지루다 생각해보면 말이져. ㅋㅋ
그러고보니 가장 치명적인 '삼 분'이란거도 있네요. 속내는 전혀없는 그런 여자같으니라궁. ㅋㅋ 그러다보니 저여자의 불륜은 도무지 기대할만한 동정표가 하나도 없을 듯. 더구나 후반부엔 독해빠지게시리 자해까지 눈하나 깜짝않고 저지르다니, 흐~ 끝까지.. 참으로 일관성있게 인물설정을 하신 듯 해요. ^^
제글에 답글 다신거 보고 안유덕이란 분이 누구신가 찾았더니 여기 계시더군요. 앞전에 읽은것이든만요. 두번 방문한 셈인데 굳이 평을 한다면 우선 느낌이 지은이가 추구하는 경향이 이런 스타일인지는 모르나 면돗날처럼 섬뜩한 분위기가 작품 전면에 흐르는 상당히 쇼킹하고 무게 있는 글이군요.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아주 잘해 낸 것으로 보아 저는 작품속의 주인공과 실제 작자가 여성으로 착각할만큼 적어도 그런 부분에서는 수작으로 여겨집니다. 여성의 심리묘사를 잘 묘파한 작가로는 주요섭의 작품 사랑손님과 어머니. 아네모네의 마담 이 있지요. 물론 이런 작품과 나무도막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만 소도구, 일테면 도마,
칼, 반지등이라든가 나중에 그것을 버리고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은 상당히 유사한 면도 있지요. 그리고 각 인물의 성격은 잘살려내는데엔 성공했다고 보아집니다. 문장도 대단히 깔끔하고 단편소설에 맞는 구성을 잘 갖추고 있네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불륜을 소재로 한 것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문학으로 터치 할 수 도 있겠는데 하필 셜록홈즈(9)의 추리소설에나 나올법한 으시시한 분위기로만 가야하는건가(지은이의 의도였겠지만) 라는 점과 여자 주인공이 지나치게 속물적인 냄새를 풍겨 적어도 만일 이게 사랑을 주된 테마로 설정한 소설이라면 캐릭터가 적절하지 못하다 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군요. 그리고 결말처리에서 여자가
자해로 사건을 매듭짓는 광경은 리얼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소설은 허구속에서 진실을 말하는 문학인데 사실감이 떨어진다면 좀 그러죠. 옥의 티라고 한다면 아마 이대목이 가장 결정적이라 말하고 싶군요. 단점을 지적한 것 같아 많이 미안해요.
솔직히 처음에는 여자가 남편을 찌르는 쪽으로 하려다가 조금은 상징적인 의미로 반지를 빼고 반지자국조차도 가만히 볼 수 없어서 손가락을 자르는 무식한 결말로 (양쪽 다 무식하지요) 하였습니다만... 적당히 타협할만한 다른 결말을 생각하지 못했었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