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일 : 2004년 2월 20일
병 원 : 강동고은빛
선생님 : 이영아 원장 선생님
아 가 : 여. 2.95kg
흠.. 시계는 거꾸로 두어도 시간은 간다더만 저도 이렇게 분만기를 올리네요.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죽을만큼의 고통이었지만 제 곁에 누워서 새근새근 잠자는 아가의 얼굴을 보면 정말 신기하고 예뻐서 머릿속이 하얗게 된답니다.
그래서 둘째 낳을 생각을 하게 되나봅니다..
그럼, 잼없는 제 분만기 시작할께요.
2월 12일.
예정일은 15일..
조금 일찍 만났으면 했던 나의 바램은 물건너간지 오래고 제 날짜에 나와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샌님의 말씀은 그런 나의 조그마한 바램마저도 비정하게 잘라버리셨다!!!
'앞으로 2주 동안은 절대 진통오지 않을것 같네요..
2주 뒤에 봅시다!!!'
아가를 원망하며 롯데리아에 들러 햄버거 2개를 먹어치웠다...
다 쳐다본다!!! 쳇!!!
2월 16일.
예정일은 지났고 나의 한계는 절정에 다다랐다.
혼자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내고 온 집안을 돌아댕긴다...
아... 내 뱃속에 있는게 정녕 아가가 맞긴 하겠지?
인젠 별 생각을 다 한다.. 내가 생각해도 반 정도 미친것 같다..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에 병원에 갔다.
간호사 왈..
'왜 오셨어요?'
말문이 막힌다..
내가 왜 왔던가....
진료후 샌님...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한마디 던지신다.
'자궁도 하나도 열리지 않았구여. 아가도 하나도 내려오지 않았다니까요'
2주 뒤에 봅시다..
그 놈의 2주....이가 갈린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의미심장한 얼굴로 샌님께 뻐꾸기를 날려본다.
'그럼.. 유..도분만은..어떻게.. 안 될까요?'
샌님.. 한숨을 쉬시더만..
'그것도 자궁문이 어느정도 열려있고 아가도 왠만큼 내려와 있어야 성공할 확률이 큽니다.. 산모분은..좀...'
이씨... 이래도 않되고 저래도 안되고..어쩌란 거야!!!!
또 혼자 웅얼웅얼 짜증을 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2월 19일 오전 6시.
잠을 자고 있는데 아랫배가 싸하니 아프다.
응아배인것 같아 부시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눈도 않뜨고 변기에 앉았다.
일을 보고 일어나서 속옷을 올리려고 눈을 떴는데!!!
헉!!! 내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난다....
이..것..은!! 말로만 듣던 이슬!!! 앗싸!!!
이제 진통만 기다리면 되는건가???
안방으로 뛰어들어가 자는 엄마를 깨운다.
'엄마! 딸내미 피 봤으!! ㅋㅋㅋ'
2월 19일 오전 9시.
참을만큼의 생리통 정도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엄마도 일을 나가시기 때문에 무쟈게 걱정하신다.
혼자 있다가 너무 아프면 아빠를 부르란다.
나는 아무 걱정 말라며 웃어보인다..
그때는....웃음이 났다.... 좀 뒤에 있을 고통은 꿈에도 생각 못한채....
2월 19일 오후 1시.
대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아무래도 오늘 아가를 볼수 있을것 같으니 올라오라고 했다.
남편 정말이냐고 수십번을 물어본다...
ㅋㅋ 정말이디...왠지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남편이 당장 올라온다고 기다리란다... 그럼그럼...
2얼 19일 오후 6시.
온가족이 다 모여 앉아 나만 쳐다보고 있다.
내 얼굴이 조금만 찡그려 져도 후다닥 짐을 챙겨든다..
그러나 분만기를 하도 많이 읽었던 터라 아직은 멀었다며 가족을 안심시킨다..
누가 산몬지 원....
2월 19일 오후 8시.
안되겠다..
이 정도에서 병원에 가야할것 같다.
간격도 5분에서 6분 정도를 왔다리 갔다리 하고 진통 강도도 식은땀이 배어날 정도다.
내가 병원 가자며 일어나자 가족들 모두 안심하는 얼굴이다.
집에서 애 낳는줄 알았다나....
2월 19일 오후 8시 30분.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태동띠를 두르고 진통강도와 간격을 체크한다.
30분 검사하더니만 바로 입원하잔다.
강도도 100을 넘을라 한다며 많이 참고 왔단다..
근데 자궁문은 겨우 15% 진행된 상태란다..
에구... 아즉 멀었구만...
2월 20일 오전 1시.
미치겠다...정말 이러다가 내가 미치던가 죽던가 둘중 하나일것 같다.
자궁문은 3센티...
아..진통을 하면서 절망했다.
엄마와 남편이 옆에서 손을 잡고 있지만 이미 그 사람들은 내 시야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천장의 오렌지색 불빛이 점점 번지더니 붉게 변하기도 하고 파랗게 변하기도 한다.
나이트의 사이키 조명같다...
2월 20일 오전 4시.
자궁문은 4센티..
초산이라 많이 힘들꺼란다.
이미 내 정신은 온데간데 사라졌고 시어머니 옷을 붙들고 사정하고 있었다.
'어머니..저좀 살려주세요... 엉엉'
시어머님 더 이상은 못 보겠는지 밖으로 나가버리신다...
남편은 연신 옆에서 눈물을 닦는데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눈물이 아니라 무통주사이다!!!
남편이 간호사에게 무통주사를 맞겠다고 얘기하러 갔는데..
난 이제 살았다며 마지막일지 모르는 진통을 죽을힘을 다해 참아내었다.
그.런.데..
이 병원은 자궁문이 7센티가 되어야 무통이 가능하단다..
이 무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말이다!!!!
난 말도 안된다며 소리소리 질렀다..
차라리 죽이라며..
2월 20일 오전 6시..
자궁문 5센티..
근데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진통이 배가 아니라 허리로 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이지....그 고통은..
차라리 배가 나았다..
전기 톱날로 허리를 두 동강 내는 듯한 느낌...
아가가 돌면서 허리 신경을 누르는 거란다.
정말 아가가 원망스럽고 하늘이 원망스럽고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허리로 진통이 올때는 소리도 않나온다.
숨도 안쉬어지고 발이 사시나무 떨듯 떨린다.
발끝까지 진통이 닿는듯 하다.
진통이 오면 남편 옷을 붙잡고 잡아뜯는다..
아...차라리 정말 이 자리에서 죽는게 낳을것 같다...
2월 20일 오전 8시.
어느새 부턴가 난 수술 시켜달라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남편도 그러는게 낳을것 같다며 간호사를 찾는다.
이상하게 아이가 내 옆구리에 와 있다.
배가 들어가고 옆구리가 불룩하게 나와있는게 정말 이상하다.
그런데..자궁문은 여전히 5센티..
더 이상 진행이 않된다며 간호사가 좀만 더 참으란다.
샌님도 출근 전이고 마취선생도 없다면서리..
이게 무신 병원이냐며 소리질렀다.
아홉시까지 참으란다..
그 와중에도 한시간이면 진통을 몇번 겪어야 되는지 계산하고 있었다.
정말 이러다가 이세상 하직할것 같다.
2월 20일 오전 9시..
샌님이 오셨다.
보시더니 골반이 작아서 이렇게 힘들게 진통하고도 수술할 확률이 크단다.
아..감사하다..수술할 명목이 생겼다...
그것 보라는 듯이 남편 얼굴을 쳐다본다.
남편도 그럼 수술하자며 수술동의서에 싸인한다.
남편이 넘 예뻐보인다...
그런데 앞에 20시간 진통하고 수술해야 하는 산모가 있다며 기다려야 한단다.
어허..이런... 끝까지 신은 내 편이 아니란 말인가!!!
최대한 빨리 수술 시작해서 끝낼 테니까 조금만 참으란다..
할말이 없다.. 나보다 더 진통을 오래했다니까 이해가 된다....
2월 20일 오전 10시 30분..
간호사가 들어온다.
다시 제모를 하고 소변줄을 꼽는다..
그 정도의 아픔은 축에도 안낀다..
머리는 귀신 산발을 하고 어그적 어그적 수술실로 들어간다.
침대에 눕고 새우처럼 꼬부라진 등에 마취주사를 놓는다.
다리가 금새 따뜻해 지더니 감각이 없다.
조금 뒤 편하게 주무시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긴 들은것 같은데 그 담부터 필름이 끊겼다.
2월 20일 오전 11시 15분..
울 예쁜 세현공주가 태어난 시간이다.
물론 이 시간에 난 꿈나라에 있긴 했지만....
정신이 가물가물 하고 꿈꾸는것 같다.
주위에서 웅성웅성 사람 소리가 들린다..
눈을 살짝 떴더니 시부모님과 엄마 아빠 남편...
남편은 그 사이에 어디서 샀는지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있다가 내 눈앞에 보여준다.
난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깨서 젤 첨 한 말이..
'아가 코 오똑해? 다리는 길어?'
였단다... 딸인걸 알고 있었기에 그게 젤로 궁금하긴 했었다...
몇시간 회복실에 누워 있다가 입원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4박 5일동안 치료받고 24일에 퇴원했네요.
남편은 25일에 다시 대구로 내려갔구요..
눈에 밟혀서 어떡하냐며 눈물을 보이더라구요..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전 강동고은빛에서 출산했는데 병원도 깨끗하고 간호사 언니들도 다 친절하고 좋았습니다.
입원실은 없어서 특실을 사용했는데 넘 좋았습니다.
산모방이 따로있고 보호자가 잘수 있는 침대도 따로 있고 무엇보다 응접실이 있어서 손님들이 오더라도 맘놓고 쉴수가 있더라구요.
화장대, 쇼파, 텔레비전등...
무쟈게 비쌀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100만원도 채 안나왔답니다..
아가 낳기는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아가를 보면 하늘에서 똑 떨어진 천사같답니다.
예정일을 앞두신 예비맘님들!!
전 비록 제왕절개 수술 했지만 수술도 진통 못지않게 출산후가 아프고 힘듭니다.
혹시 수술하시게 되더라도 아가와 가족에게 미안함 갖지 마시구요...
건강한 아가 낳으시길 바랍니다.
제 분만기는 여기까지구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저도 강동고은빛인데, 이번주 월욜에 가니 2주후에 보자구 하네여..이재학샌님인데, 저도 빨리 보구 싶은데,,,, 그래도 님글 읽으니 그나마 안심이 되네여[의사나 간호사가 친절하다 하니]. 아가 이뿌게 키우세여~~
우웅... 저도 님처럼 진통하믄서 남편 쥐어뜯어야지... 할말안할말 다 하면서 그동안 쌓인욕 다 해야지... 했는데 저는 거꾸로 있어서 수술 예정임당... 힘드셨겠네요...
저도 골반이작아서 힘들것같다는 선생님말슴때문에 고민이랍니다,진통만 열라하다가 수술하는게 아닌지... 예정일도 벌써 4흘째 넘기고 있거든요..참 그리고 이쁜 공주님 출산하신거 넘 축하드립니다.
저두 진통 15시간하고 결국 제왕절개... 님의 글에 아주아주 동감합니다. 수고하셨고 또 축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