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루타치온 제품이 `광풍`이라고 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바이오 분야를 공부한 사람에게 글루타치온은 `추억의 올드 팝스타`와 같다. 원래 유명한 `존재`였다는 얘기다.
글루타치온은 세포 내 포도당처럼 양이 많으면서 크기가 작은 단백질 구조다. 모든 세포에서 합성된다. 간은 체내 글루타치온 항상성을 조절하는 중심 기관이다.
그런데 글루타치온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글루타치온 자체를 섭취하거나 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따로 섭취해야 한다. 그보다 훨씬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글루타치온은 채소와 과일, 육류 등에 함유돼 있고,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 체내에서 잘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분자 크기가 아주 작아 장 세포를 잘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쉽고, 막 투과성도 낮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가 장관막으로 부터의 흡수에 회의적이었다. 즉, 구강 섭취 대상은 글루타치온보다 그 구성 성분인 시스테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2015년 전후로 유럽 임상영양저널(EJCN) 연구 등을 통해 글루타치온이 구강 섭취로도 체내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 분야 연구가들이 상당기간 믿었던 생각이 뒤집어진 것이다. 이후 영양제 회사들이 앞다퉈 제형 등을 연구하면서 필름, 과립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오늘의 글루타치온 광풍을 일으켰다. 어떤 제형이든 구강으로 섭취하면 글루타치온이 체내에 일부라도 유입할 수 있다.
`항산화 기능성`을 주로 연구한 필자는 글루타치온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고, 시스테인 형태이든, 글루타치온 형태이든 사람들이 먹어주니 반갑고 기쁘다. 시스테인은 중금속을 제독하는 메탈로티오네인 성분이기도 하고, 글루타치온과 메탈로티오네인 모두 우리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그렇다면 글루타치온은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안전할까?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최대 6개월 동안, 매일 최대 500㎎ 용량을 경구로 사용하면 안전하다고 본다. 그러나 임신부와 수유부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치 않으니 피하도록 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과는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구 섭취 시 부작용은 없을까? 연구를 더 해봐야겠지만, 아직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된 것이 없다. 다만 코로 흡입한 경우 기관지 수축을 일으켜 천식 환자에 기침과 숨이 차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니 유의해야 한다.
글루타치온은 어떤 사람이 보충하는 게 좋을까? 항산화제이므로 산화 스트레스가 많고, 노화, 음주, 흡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음주가 글루타치온을 고갈시킨다는 데이터가 있으므로 어떤 형태든지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359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글루타치온을 보충했더니 당뇨 환자에서 당화 혈색소가 개선됐다"는 보고가 있어 당뇨 치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를 낳았다. "필리핀 여성 30명에게 8주 동안 매일 글루타치온을 섭취하게 했더니 피부 멜라닌 색소가 옅어졌다"는 보고 등 몇 건의 임상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하지만 피부 미백 기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글루타치온이 강력한 항산화 기능을 가진 물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부디 봄나물과 과일, 시스테인이 풍부한 우유, 달걀, 육류 등 양질의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해 글루타치온을 체내에서 잘 합성함으로써 봄철 항산화력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