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20년 3월 초, 코로나19 환자의 급증으로 인해 주 정부 결정에 의한 락다운(lock-down)이 시작되었으며, 학교도 주 정부의 조치에 따라 폐쇄되고 전체 학교 활동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필자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의뢰로 4월에서 5월 사이에 8명의 학부모와 10명의 학생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미국 학교의 원격교육 현황을 조사했다1). 본 글의 목적은 해당 면담내용을 종합한 후 한국 학교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에 기초한 비동시학습중심 학습방법
면담 대상자들의 경험에 따르면, 미국학교는 구글미트(Google Meet)나 줌(Zoom) 등을 활용한 동시 학습(synchronous learning)보다는 접속 시간에 상관없이 인터넷에 접속하여 녹화된 비디오 또는 디지털 자료를 활용하여 학습하는 비동시학습(asynchronous learning)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동시학습도 교사가 직접 제작한 학습콘텐츠가 아닌 민간 교육업체나 전국의 교사들이 각자 제작하여 공유한 것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교사는 풍부한 학습콘텐츠 중 어떤 것이 학생들에게 적합한지를 동학년 또는 과목담당 동료 교사들과 함께 판단하여 구글클라스(Google Class), 시소(Seesaw), 스쿨로지(Schoology) 등의 학습관리체제(Learning Management System)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교사와 실시간 화상회의로 소통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실시간 학급모임(homeroom) 시간은 매일 30분에서 한 시간 또는 일주일에 두 번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였다. 일주일 중 고정된 시간에 담임 또는 과목 교사와의 일대일 자율상담시간(office hour)이 있어, 학생은 이 시간을 활용해 교사와 화상채팅을 하며 학업 등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교사에 따라 동시학습을 하며 토론 및 조별과제 등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다수는 아니었다. 학생들은 학습관리체제에 교사가 구성한 학습 내용을 직접 클릭해서 자료를 숙지하고, 퀴즈 및 과제를 수행하고 학습관리체제에 다양한 디지털 문서 양식으로 제출했다. 이후, 교사의 채점 및 피드백을 확인하여 과제를 수정 제출하기도 했다. 평가는 대부분 수행평가 위주여서 제출한 과제의 점수를 합산하여서 한 학기 성적을 냈다.
풍부한 온라인 학습콘텐츠 및 교육용 앱 활용 사례
미국 교사가 원격학습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학습콘텐츠는 매우 풍부하다. 상당수는 이미 많은 사용자로부터 검증을 받은 것이며, 연구를 통해 효과를 검증받은 프로그램도 있다. 교육기관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도 있고, 교육구 또는 학교와 단체계약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영어의 경우, 이미 고전 도서가 다양한 전자책 양식으로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으며,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삽화가 많고 글을 성우가 읽어주는 형태의 전자도서도 매우 풍부하다. 에픽(Epic), 텀블북스(Tumble Books), 쇼비(Showbie), 리딩 에이투 지(Reading A to Z), 브레인팝(Brainpop), 아마존 오더블(Amazon Audible), 비블리오 보드(Biblio Board), 스토리라인(Storyline Online) 등의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은 책을 읽고 퀴즈를 푼다. 교사와 학부모는 그 독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수업 과제로는 퀴즈 풀이 또는 에세이 작성, 통합교과 방식의 문제기반학습 과제 등이 있었다. 한 예로, 뉴욕의 한 고등학생은 사실주의 요소가 포함된 판타지 소설과 순수 판타지 소설의 차이에 대해 논하는 에세이 작성, 짧은 판타지 소설 쓰기 등의 과제를 했다. 캘리포니아의 한 중학생은 스스로 ‘핸드폰이 사람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만들어 교사의 승낙 하에 해당 질문을 나름대로 해결해 플립그리드(Flipgrid) 동영상, 테드톡(TedTalk), 팟캐스트(Podcast), 블로그 등 여러 형태의 미디어로 과제물을 제출하는 방식의 과제를 수행했다.
수학의 경우, 학생맞춤형(individualized) 학습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문제은행에서 수준에 맞는 시험을 만들고 채점과 보충설명을 해주고 개념별로 이해정도를 기록해 약점과 강점을 학생, 학부모, 교사가 대시보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주로 활용하고 있었다(예: EdCite, Brainpop, St Math, I know it). 게임화(gamification)를 적용한 수학프로그램도 활용했으며(예: Prodigy, Education Galaxy), 어떤 학교에서는 완전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칸아카데미(Khan Academy)의 비디오 강의를 활용했다. 사회와 과학의 경우, 교사가 여러 교육자료를 종합한 학습 슬라이드를 학습관리체제에 게재하면 학생이 자료를 직접 숙지하여 문제기반학습 과제 또는 프로젝트기반 학습과제를 개인 또는 모둠 단위로 진행하는 방식이 많았다. 온라인 토론 참여도에 따른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퀴즈풀이 결과를 평가에 활용하기도 했다.
스페인어 수업은 동시학습과 비동시학습 모두 활용되었다. 한 고등학생은 스페인어로 말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제출하기, 스페인어 에세이 쓰기, 퀴즈풀이 등의 과제를 했고, 화상채팅 서비스를 이용해 교사와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것이 기말고사였다. 한 중학생은 구글미트를 이용한 동시학습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음악의 경우에는 플립그리드라는 동영상 프로그램 또는 스케일(Scale)이라는 녹음앱에 악기연주를 녹음해 제출하기도 했다. 다른 예로, 스마트뮤직(SmartMusic)이라는 웹기반 악기 연습프로그램이 있다. 학생이 전자악보를 보면서 악기연습을 하면 실시간 녹음과 동시에 음정 및 박자를 분석해 악보 위에 실시간으로 정확도를 보여준다. 미술과목은 학생이 자신의 작품을 비디오로 찍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체육활동은 대부분 하루 30분가량 각자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운동했는지를 기록해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한 학생은 체조 동작을 연습한 후 동영상으로 찍어 제출하기도 했다.
미국의 원격학습 동향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미국 학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자기주도 학습, 문제기반 학습, 프로젝트기반 학습, 학생맞춤형 학습, 게임화된 학습 등의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하고 있었기에 자기주도 학습역량이 필수적인 원격학습으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었다. 또한, 검증받은 풍부한 디지털 학습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었다. 모든 교사가 디지털 학습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학습 코디네이터의 역할 및 교육 평가자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 학교가 미국의 상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은 원격학습 콘텐츠를 집중개발하고 전국 교사가 손쉽게 접근하여 본인의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교사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교육 콘텐츠의 질은 높아지고 교사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방법이다. 또한, 원격학습이 모든 학년/교과/단원에서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원격학습을 통해 효과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학년/교과/단원 등을 분석하여 원격학습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학교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원격학습 상황을 자기주도 학습으로의 학교문화 전환을 위한 기회로 삼고자 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에 적합한 교육과정 및 평가 방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은 가구의 소득수준에 따른 디지털 격차 및 교육격차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원격학습에 잘 적응하는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학력이 높은 학부모가 있는 중산층 가정 출신이다. 일부 중산층 학부모들은 비슷한 학령의 아동이 있는 이웃을 중심으로 5명에서 10명 내외의 학습동아리(learning pods)를 만들어서 현직교사 또는 과외교사를 사적으로 고용하여 소수의 고정된 학생끼리 집을 돌아가며 면대면 학습을 이어가거나 원격학습에 참여해 학생들을 보조하기도 한다2). 한편 저소득층 지역의 학교는 한 반의 50% 이상이 여러 가지 이유로 원격학습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3). 디지털 격차는 단지 디지털 학습기기 보유 및 초고속 인터넷 연결망 확보 여부뿐 아니라 학생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학습하는 것을 지도해줄 학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과 부모로부터의 안정적이며 정서적인 지지 정도를 포함하는 정서 격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학습 상황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디지털 리터러시 및 부모의 정서적 지지가 결여된 가정의 학습을 지원할 우리만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공공보건 대응의 세계적 교과서를 쓰고 있는 한국이 코로나19에 대한 학교의 대응에서도 세계적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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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현준(2020). “미국의 COVID-19 대응 원격학습 현황과 시사점: 학부모, 학생 면담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세계교육정책 인포메이션.
2) 뉴욕타임즈. (2020.8.18.). What Parents Need to Know About Learning Pods.
https://www.nytimes.com/article/learning-pods-coronavirus.html
3) 뉴욕타임즈 (2020.4.8.). As School Moves Online, Many Students Stay Logged Out.
https://www.nytimes.com/2020/04/06/us/coronavirus-schools-attendance-absent.html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준 연구원은 중앙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였다.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교육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학위 과정 중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미국 통신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University of Minnesota의 Extension Center for Family Development의 Research Associate으로 근무하고 있다.
필자김현준소속미네소타대학교 연구원(Research Associate)발행일2020.09.16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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