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해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6월 5일부터 6일까지 설악산으로 놀러 갑시다!"
"같이 가시죠!"
하지가 멀지않은 이 계절에는 무박 산행을 계획하는 경우가 더 많을텐데?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놀기도 하며 느리게 가자는 이야기였다.
"가야지요!"
한참 어리뻥뻥한 상태에서 깊이 생각지도 않고 즉답을 했다.
사실 나의 설악산 산행은 많은 경우 상당히 전투적 이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박 산행이 그러하듯이 토요일 늦은 밤에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 3시나 4시에 산을 오르기 시작하고, 서둘러 걷고 빨리 하산해서 돌아와야 월요일 출근이 정상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었으니까.
그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내가 꿈꾸었던 나로부터 변해 있었다.
평범한 삶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고, 나의 고독을 산의 큰 고독에 감추어 보고싶어 산을 오르기 시작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힘든 산길을 빨리 넘었다는 성취욕과 자기 만족에만 빠져 있었다.
그래, 맛있는 사탕을 아껴 먹듯이 순간의 시간도 길게 오래 느끼며 살았어야 했는데.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향하여 오르다 보면 마지막 오름의 바로 전에 좌측으로 쉼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귀청쪽의 서북능선을 바라보았더니 서북능선 자락 뒤로 슬며시 나타나는 수려한 점봉산
서북능선에서 능선길을 한 자락 돌아 오르다 뒤돌아 본 풍경, 기도바위 그리고 남설악의 파란 하늘
서북능선의 백운동계곡쪽의 아름다운 암봉과 주목이 어우러진 풍경
서북능선에서 (우)귀청 그리고 멀리 점봉산이 바라보이는 곳,
늘상 지난 날의 추억 속으로 나를 퇴행시키는 곳
용아장성과 귀청쪽 서북능선의 모습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아름다운 백운동계곡이 숨어있는 곳,
그 곳에는 정말 볼만한 백운폭포가 있다
쌍폭골과 구곡담계곡이 시작되는 그리고 용아장성이 시작되는 곳
한계령에서 끝청을 가는 중간에 가장 전망이 좋은곳에서 한컷
(좌) 1/3부위 하늘에는 외로운 수리 한마리가 무슨 생각을 하며 날고 있었을까?
끝청에서 바라다보는 현란한 용아장성 그리고 구곡담계곡
중청 대피소를 지나며 외설악쪽의 수려한 천불동계곡
그곳에서 바라보는 내일 가게될 공룡능선
대청봉 오르는 길, 고산에 적응해 낮은키로 땅바닥에 붙어 적응해 살면서 꽃을 피우는 진달래 군락
소청에서 바라보는 용아장성과 봉정암
설악의 풍경중에 가장 빼어나게 아름다운곳,
혹시 운무가 지날때는 우리의 영혼까지도 환상속으로 끌고가는 곳
소청산장의 정원이 되어있는 용아장성 그리고 내설악
낙조가 찾아드는 외설악
아침 햇살을 받으며 희운각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다보는 천불동계곡 입구의 암봉
걷게될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멀리 마등령을 지나 황철봉까지 조망하며
이전 공룡능선을 넘었던 추억들, 고달픔과 가슴 떨리던 감탄 그리고 떨치기 어려운 유혹들이 가득한곳
희운각에서 한번 힘들게 오르내리면 만나는 신선봉, 그 곳에서 바라보는 압축되어 보이는 공룡능선,
우측으로는 천화대능선 그리고 범봉
설악에 들 때 부터 날 때 까지 우리에게 애잔한 아름다움울 보여주던 야생화 큰앵초(꽃말 : 젊은 날의 슬픔)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 숲 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들길/도종환)
다시 한구비 내리고 오르면 만나는 모습, 오른쪽으로 암봉들을 차례로 따라 넘어 가면 오르게 될 제일 높은 1275봉,
그 곳에서 좌로 보이는 봉우리가 간봉, 그 너머 우측으로 나한봉
천화대능선에서 제일 빼어난 범봉의 모습
두어번 봉우리를 오르내린 후 바위 고개에서 돌아다 본 모습 신선봉
능선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길 양쪽을 흰 꽃길로 장식해주던 야생화 금강봄맞이
그다음 암봉을 오르며 왔던 길을 뒤돌아보며
저 수려한 1275봉,저곳이 이 능선의 중간쯤일까?
칠형제봉 이라고부르기도 하는 암봉을 넘어서 뒤돌아 본 모습
설악의 에델바이스 솜다리를 만나고(꽃말 : 소중한 추억)
공룡능선 좌측으로 멀리 용아장성이 보인다
1275봉의 바위 고개를 넘으며 뒤돌아본 풍경
넘어야할 저 봉우리 간봉, 아! 얼마나 높아 보이던지
능선길에서 듬성듬성 서 있다가 우리의 눈길을 붙들던 수수꽃다리(라일락), 꽃말 : 젊은날의 추억
간봉을 넘어가 뒤돌아본 모습
나한봉을 향하며 바위 협곡을 넘다가 뒤돌아 보았다. 멀리 보이는 화체봉
나한봉을 오르며 좌측의 암벽과 숲이 이루는 풍경
바위 사이에는 예쁜 돌단풍들이 피어있고
나한봉을 넘어 우측으로 보이는 외설악의 풍경
마등령이 가까운곳 너덜을 지날 때 보았던 야생화와 외설악 풍경의 아름다운 어울림
솜다리의 꽃말처럼 산행을 함께한 산우들과의 공룡능선 등반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당조팝나무꽃,
조팝나무꽃을 보자 나도 허기가 졌다, 그래서 마등령에서 점심식사후 백담사까지 가기로 했다.
(산행 후기)
이번 산행은 아침 7시에 서초구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초여름의 햇볕과 산과 들의 초록을 느끼며 한계령까지의 버스 여행 후 부담 없이 쉬어가며 서북능선을 올라 끝청 중청을 지나 설악의 정상인 대청봉에 올랐다.
먼 산 군을 바라보고 바다 건너도 바라보고 하며 산정에 머물다가 소청을 지나 소청산장에 도착 조별로 삼겹살을 구우며 술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적당한 취기가 오른 후 산장 앞뜰에서 용아장성과 외설악을 물들이는 낙조를 바라보며 선배님과 도란도란 설악의 능선들과 산들을 이야기하였다. 설악에 어둠이 덮혀 오고 그 후 밤 시간에 산장에서 만난 여러분들과의 인연을 밤 늦게까지 이어가다가 결국은 술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할 즈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매슥거리는 위장 증상과 두통 때문에 공룡능선의 산행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나를 믿고 따라 나선 산우와 솜다리를 보고싶은 욕망에 오전 5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길을 나섰다.
희운각을 지날 무렵 이근해 대장님 말고는 제일 꼴찌로 공룡능선을 향해 출발 하였다.
계속 오르고 내리는 길 만이 있는 곳, 그리고 능선 길이 끝날 때 까지 가슴 뛰는 소리와 떨어지는 땀방울, 앞서거니 뒤 서거니 하는 산우의 숨 소리, 길섶의 화려한 야생화들, 봉우리를 넘을 때 마다 시원하게 불어오던 설악의 바람이 함께 했다.
1275봉부터 간봉 까지의 구간에서 가장 많이 솜다리를 볼 수 있었다. 에델바이스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솜다리는 깊은 산 바위 틈에서 주로 자라기 때문에 만나 보기 어렵고 또한 "소중한 추억"이라는 꽃말처럼 솜다리가 어쩐지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솜다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공룡능선 길을 걸으며 좌측으로 수려한 용아장성과 서북능선을, 우측으로는 외설악의 절경을 감상하며 8~9회의 험하고 깊은 오름과 내림을 반복한 후 다리에 힘이 빠져 갈 무렵 마등령에 도착 하였다. 그 곳에서 간단한 점심 후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까지 3시간이 넘는 산길을 걸어 내려와서야 산행을 마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