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관한 시모음 37)
5월의 창 /황금찬
5월은 푸르러 가는 내 창 앞에 와서
한 밤을 말이 없다가
새벽이 되면 정다운 음성으로
나를 부르는 것이다.
비가 오는 언덕에는
어느 바레트의 채색처럼
풍경화를 수놓고 있는데
그것을 이 창 안에서 바라보기란
마음의 부담으로 하여
시계가 흐른다.
5월은 누가 간 달이냐
다시 누가 올 달이라더냐
아카시아 꽃이 비를 맞으며
서 있는 것은 내 창으로 봐
액자 속의 그림 같다.
5월의 창은 언제나
미술전시회장의 입구처럼
기대가 크고,
무도회의 권유를 연주하고 있다.
5월의 내 창을 통해 보면
고호의 그림폭이 나열되고
스테파노가 부르는 무정한 사람이 들리고
때로는 가부리엘라 뚜치의 소프라노가 감돌기도 한다.
5월의 창은 참 말이 없다.
그리고 그 낮은 음석으로 해서
다정한 풍경화와
조용한 음률을 생각하는
내 하나의 유산이다.
5월 /문추자
오월은 붓털이 그리는
액자속의 텃치와 흡사하다
아아!~~저 건너 점점이
하늘아래 번지는
붓살의 촉감
도시의 체온을 툭툭 쳐
어루만지며
풋풋한 선을 그으며
촉촉한 초록색 음영을 찍어댄다
테두리 안에서
오월은 목말라 울부짖으며....
5월의 창 앞에서 /은파 오애숙
늘 하루하루의 삶이
스페셜한 행복 살짝쿵 노크 해
5월의 꽃향기 속 동화나라에서
살아간다면 좋으련만
마음의 안경 끼고서라도
하루하루를 신록의 푸르름 만끽해
커트라인 없는 하루 계획 해 살면
그게 행복이라 싶은 마음
아파트 정원 중앙에 핀
빨간 장미빛 인생은 아니더라도
내님의 사랑의 향그럼에 활짝 펴
나래 피려 5월 창 엽니다
보길도(甫吉島)의 5월 /이은미
갠 날이면 멀리 남끝섬이 보인다고들 했다.
거룻배가 삐걱삐걱 들어서는 날이면
수선스레 뭍 풍물이 섞여 들고
어쩌다 하늘이라도 갈앉을라치면
물먹은 자갈밭은
창자 빠지는 소리로 하늘을 불러댔다.
그때가 5月이라
동백이 진다고들 했다.
그때가 5月이라
유채도 샛노랗게 흐드러지고
그때가 5月이라
왼섬이 가랑비 속에 흐르기도 했다.
그렇게 甫吉島엔 5月이 묵어갔다.
불쑥 소리없이 찾아든 사람닮은 6月이,
甫吉島의 5月에 그만 가슴을 비우고는
후지근한 열풍만을 안은 채
섬을 돌아 뭍으로 돌아와 앉은 후.
甫吉島엔 아직도 5月의 순한 사람들이
까치발로 서서 남끝섬을 보고 있으리라.
오월 /박종영
아무런 준비도 안 했는데 불쑥 찾아온 오월,
설렘으로 맞이했던 봄은
겨우 몇 날의 꽃핌으로 분주한 시간을 빼앗다가
푸른 열매 몇 알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바람에 부대끼게 하고
임자 없는 무덤가 접동새
처량한 소리만 남겨두고 떠나갔다
산비탈 묵정밭 귀퉁이 산돌배
뻐꾸기 울 때쯤 꽃망울 터트리고
뒤질세라 앞산 진분홍 철쭉, 아주 선명하게
끈끈한 빛깔 가슴에 달라붙는다
나른하게 익어가는 푸른 오월,
개울가 돌무덤 기어오르는 들 찔레
한 뼘 틈을 비집고 피어나
알싸한 향기 쏟아내면 키 큰 물푸레나무 사이
촐랑대는 곤줄박이 꼬리 치는 소리
상큼한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
기쁨으로 다투어 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5월의 다짐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5월 바다 /배준석
하늘을 쓸어도 5월의 색깔은 변하지 않는다.
푸르뎅뎅한 의미도 구름도 찢어지거나 내려앉지 않는다.
어느 귀퉁이로 한바탕 소나기라도 나뒹굴지 않을까. 않을까하는 무심한 공간에 바람을 한 켜 깎아 넣는다. 예리한 칼 끝.
파도는 늘 성급했다. 발버둥치며 나뒹구는 女人.
하얀 속옷자락. 끝에서 끝으로 가느다란 해안선을 끊고 깃터는 고깃배.
어부 한사람이 성큼 성큼 5월을 부려놓고 몸부림치는 女人의 속살로 사라졌다.
오월의 향기 /이정은
몽글몽글 하얗게 활짝 핀 아카시아야
축 늘어뜨리고
무얼 그리 한들한들하며
향기 뿜어 폼내누
푸른 잎 행운을 지니고
행복을 주는 네잎 클로버야
너는 기쁨을 떨치고
채우게 하고
희망을 주는구나
그 틈에 피어난 노란 민들레야
활짝 웃는 얼굴로 눈 맞춤 하더니만
훨훨 바람 따라 미련 없이 홀씨 되어 비상하고 날아가누나
다음을 기약하고
이 팜나무 가지 사이마다 하얗게하얗게 백옥같이 송이송이 고운 빛 피어남이네
고운 빛 자아내던 오월의 향기 들이
하나둘씩 너의 자리 내어주며
여운을 남겨가며
나를 두고 어딜 그리 떠나가누
오월의 시골 밤 풍경 /이의자
까만 밤하늘엔
총총 밖힌 은하수 물결
고요히 음률을 타고
개굴개굴 울음보 터트린
논에선 한 줌으로 선
모는 애처롭게 나풀거리고
가로등 및 홀로선
그 네에 앉아 고요한 밤 향기
그윽한 이 시간
심장으로 파고드는
시골 밤 풍경소리에
고요로 스며든 언저리
상념의 나래를 펴 봅니다
5월에 반하다. /박경남
창문을 두드리며
새벽 단잠 깨우더니
바람은 간곳없고
동창이 밝아 눈이 부신다
저 멀리 치솟은 빌딩숲 위로
요염하게 가로누운
초록 능선
하늘에 섬처럼 떠 있다
눈 비비고 일어나 얼떨결에
그저 받은 선물 같은 하루
창문에 걸린 풍경화까지
심장이 요동치고 설렌다
오늘같이 좋은 날 어디가 되던
떠나고 싶다
시리도록 푸른 5월의 풍경을
눈에 담고 가슴으로 느끼며
맛있는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러
들로 산으로 나가고 싶다.
5월은 계절의 여왕 /박외도
오월은 희망이요
계절의 여왕이라
지는 꽃 피는 꽃의
교차 속에
하루가 다르게
녹색향연 피어나고
봄이 점점 더 성숙함에
청춘을 노래하리라
오월은 찔레와 아카시아
향기 가득하고
물오른 장미와 함박이
수정 이슬 머금고 피는 계절
벌 나비도 날아들어
꽃들을 희롱하니
모든 만물 생기 넘치는
사랑으로 가득하여라
오월을 기점으로
계절이 시작되니
춘하추동 사시절이
돌고 돌건만
꽃이 없으면 열매도 없나니
봄은 꽃이요 오월은 그중에서도
가장 왕성한 청춘이니
어찌 계절의 여왕이라
아니 하리오.
5월 혼 불 뜨겁도록 /장수남
오월의 하늘은
핏빛하늘. 하얀 꽃구름은
그날. 오월십팔일을
잊지 않을까.
기억 속에 당신은
오월 천사의 꿈
그곳에 가보면 하얀 들장미
하얗게 꽃피웠을까.
당신. 조국은 영원히
사랑하고 있다.
독재 총부리 앞에
거침없이 흘린 내 자식
아름답고 선명한. 젊은 피
꽃다운 나이에 한번
피워보지 못한 젊은 꿈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
봄비 젖는 오늘
내일모래 지나면 그날
먼 그리움일까.
봄비 촉촉이 더 그리워진다.
하늘 찌르는 핏빛 함성
뜨거운 메아리 오월은…….
장미薔微가 오는 오월에 /박광현
봄도 아닌
그렇다고 여름도 아닌 오월
계절의 틈바구니에서 장미가
미소를 띄며 오월을 맞고 있습니다
이른봄의 꽃들이 지고난 제자리에
초록의 옷으로 치장을 하고나니
이제사 초록의 잎을 앞세워
화사하고 예쁜꽃을 피워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월을 장미의 계절이라
하는가 봅니다
뭐하나 내세울거 없는 오월!
그! 오월이 장미꽃 하나로
고개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잎만 무성한 꽃 나무들을 눈아래로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오월아 /(宵火)고은영
오월아
외로 꼰 네 목이 오늘은 서늘하다
저 사르르 감겨오는 푸른빛
홑겹의 옷자락들이 팔랑대는
싱그러운 바람, 바람
그리고 거리의 인파와 인파,
오월 바람에 살랑거리는
사람들의 검은 옷, 옷
지상에
오월 빛 실크로 꽃 단장하고
잊혀 진 숲으로 이제 우리 돌아가자
우리 임 가시릿고, 가시릿고
암울한 주검의 향기가 진동하는 어느 하늘
바람의 길목에 하루종일 풀피리 불고
가난한 눈물, 눈물들이 보도에 뒹굴 제
결 따라 휩쓸리는 우리 치맛자락에
오월의 풀빛으로 정화되어 가신
임의 촛불 하나
팔랑대는 바람의 장난에
세상을 배회하네
오월의 향기 /오석주
산과 들에 핀
하얀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나풀나풀
지나가는 이 구술 같은
꽃잎을 안아본다
오솔길 걷노라면
벌들의 향연에 기쁨 안고
석양은 해가
지는 줄도 모른다
당신의 향에 취해
꽃잎 따서 입 맞추면
그대의 미소는
나를 온전히 사로잡는다
애교스러운
눈빛은 나를 반기고
오월의 싱그러운 햇살
그대 곁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