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토대로 '중1리 → 사기막 고개 → 향로봉 → 임도 통과 → 로프 → 삼형제바위 → 동마내미고개 → 화인봉 → 로프1, 2 → 지장산 → 잘루맥이고개 → 지장계곡 → 주차장'의 10km 코스를 4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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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산[地藏山]
높이: 877m
위치: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지장산은 계곡미가 뛰어난 곳이다. 포천을 지나 38교 휴게소를 지나 좌측으로 접어들면 전곡으로 가는 37번 국도가 나온다. 여기서 30여 분 관인 쪽으로 접어 달리면 이내 한탄강을 건너게 되고 바로 앞에 종자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곳을 지나 중리에 도착해 좌측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중리 저수지가 나오고 주차장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계곡이 시작되고 넓은 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올라가면 화전민 터가 나온다. 이곳부터 지장산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능선까지 1시간 정도의 거리는 좌우로 다래나무가 빽빽이 늘어서 있고 능선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 올라서면 바로 북쪽으로 민간인 통제구역인 금학산과 고대산이 우뚝 솟아 있고, 동서로는 철원 평야 및 연천 일대가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은 화인봉을 바라보며 능선길을 계속 오르내리다 헬기장이 나타나면 30여 분 이어진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삼형제봉을 거쳐 화전민 터 입구로 내려선다. 화전민 터에서 주차장까지 약 4km의 계곡은 자그마한 소와 담이 여기저기 있고 기암괴석이 우뚝우뚝 솟아 있어 사시사철 찾을 만한 곳이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4월 마지막 주 일요일인 28일은 포천의 지장산에 오르기로 했다. 지장산은 한 안내산악회 산행 일정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산으로, 가까운 종자산과 연계해 달리는 계획으로 구미가 당겼으나, 이미 다른 중요한 산행이 잡혀 있어 신청하지는 못했다. 해서 다른 안내 산악회의 '가고 싶은 산행지 추천하기' 게시판에 그 산행을 추천했으나, 성원 미달로 무산된 후 포천이라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지 이것저것 찾아봤다. 그 결과 대중교통으로 얼마든지 가능해, 2023년 11월 시험 삼아 종자산행을 시도했다. 포천에서 농어촌 버스 종류와 정류장을 혼동해 약간의 혼란을 겪어 처음 계획보다 1시간가량 늦게 들머리에 도착했으나, 계획했던 산행을 마치고, 하산주까지 마시고도 귀가까지 무리가 없었다[산행기].
이후 이 산행에 자신을 얻어, 다음으로 지장산 환 종주, 그리고 종자산에서 다른 코스, 끝으로 종자산에서 시작해 지장산을 거쳐 고대산까지 종주하는 산행 계획을 세웠다. 이번 일요 산행은 그중 두 번째인 지장산행으로, 지난 종자산행의 날머리였던, 지장저수지에서 시작해 다시 지장저수지로 돌아오는 환 종주 산행으로 대략 10km, 4시간 코스 산행이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면 대략 6시간이 걸린다고 했으나, 4시간이면 충분할 거라는 게 내 예상이다. 미세먼지는 산행 당일 아침에나 알 수 있으나, 종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기온은 영상 22~28℃, 바람은 1~2m/s로 산행 중 더위 먹기 딱 좋은 날씨다. 해서 차가운 물을 많이 준비하고, 점심으로는 불광역표 김밥이나, 발열 도시락을 가져갈 예정이다. 산행 후 하산주는 원하는 메뉴의 식당이 영업 중이면 포천 시청 주변에서, 그렇지 않으면 주린 배를 움켜쥐고 귀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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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시장 건너가 의정부 시내버스인 34번과 360번 회차 지점이다. 그런데, 두 버스의 시간표가 명확하지 않아 대략 6시 30분부터 회차 지점에서 기다릴 계획이었으나, 김밥을 사야 해서 한 정거장 지나친 불광역 8번 출구 중앙 버스정류장으로 변경했다. 해서 5시경 기상해 볼일을 보며 날씨를 확인했다. 지난밤 확인한 것과 다른 게 없다. 그리고 지난밤에는 확인하지 못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둘 다 '좋음'이라 미세먼지가 시야를 방해하지는 않을 거라는 예보다. 그걸 확인하고, 늘 그렇듯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냉동실에서 며칠 전부터 보리차를 넣어 얼려두었던 1L 물병과 냉장실에서 650mL 차가운 보리차가 든 물병을 꺼내 배낭 옆 주머니에 넣었다. 이후 6시 15분경 집을 나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 8번 출구 중앙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9시 21분 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려 길을 건너, 24시 김밥집에서 김밥을 산 후, 다시 중앙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와 34번 또는 360번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의 운행 정보에 의하면 360번은 26분 후, 34번은 차고지다. 24분 동안 멍청히 앉아 있는 것도 짜증 나는 일이고, 괜히 환승 할인만 못 받을 상황이라, 5분 후에 도착한다는 704번을 타고 일단 송추까지 가기로 했다. 혹시나, 송추에는 의정부 가는 다른 버스가 있을지도 모른다. 해서 704번을 타고, 송추검문소에 내려서 버스 운행 정보를 보니, 34번과 360번, 막 타고 온 704번 말고는 아예 정차하는 버스가 없어, 대조시장에서 출발한 360번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나마, 운행 코스가 달라서인지, 불광역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을 때와는 달리 12분 후면 360번이 도착한다. 그리고 7시 36분 도착한 360번을 타고 의정부로 향해 8시 정각 파발교차로 정류장에 내렸다. 여기서는 지장산행 버스인 60-1번 포천 버스의 기점인 포천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버스가 많아 골라 타면 된다. 그중 가장 먼저 도착한 72번을 타고 포천으로 향해 9시 2분경 포천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려서 왼쪽을 보니, 9시 30분 출발하는 포천 60-1번 버스가 대기 중이다. 25분 이상 남은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어, 일단 주변에서 화장실을 찾아서 볼일을 보고, 가끔 지나가는 버스의 종류와 목적지를 확인하며 버스에서 읽던 책을 계속해서 봤다. 그리고 9시 30분 정각에 기점을 출발한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바로 그걸 타고, 지장산으로 향했다. 사실 60-1번이 하루 6번 운행하지만, 지장산계곡 정류장으로 들어가는 건 9시 30분, 15시 정각 두 대밖에 없다. 물론 중1리 버스정류장에 내려 1.4km를 걸어 들어가도 된다. 하지만 9시발 100번을 타고 중1리에서 땡볕에 포장도로를 걸어 들어가나, 9시 30분발 60-1번을 타고 한번에 가는 거나, 도착 시간은 대동소이하다. 물론 종점인 관인파출소에서 포천으로 가는 60-1번도 11시 정각, 15시 40분 등 하루에 두 번만 지장산계곡으로 들어간다. 고로 환 종주 후 버스를 타고 나오려면 15시 30분까지는 지장산계곡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야 한다.
20분이 넘게 기다려, 지장산계곡으로 들어가는 포천 60-1번 버스를 타고 가면서 딱히 할 일도 없어, 계속 책을 봤다. 그리고 종자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정류장 부근에 도착해 책을 대신한 패드의 전원을 내려 배낭에 넣고, 바람막이 또한 벗어 배낭에 넣은 후, 등산화의 끈을 조이는 거로 등산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종자산과 한탄강 하늘다리의 모습을 감상했다. 그런데, 종자산 들머리에 관광버스가 서 있어, 저건 뭐지 했다가, 오늘이 일요일이란 걸 깨달았다. 종자산이 까만 소 100+ 인증지 중 하나라 인증꾼이 온 거다. 해서 막 그 지점을 지날 때 어느 산악회인지 버스 앞창의 LED를 확인했다. 지방 산악회다. '응, 지방에서 여기까지?' 했다가, 지방이라고 인증꾼이 없을 리가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이상할 게 없었다. 어쨌든 종자산 들머리를 지나친 버스는 10시 27분 지장산계곡 버스정류장에 날 떨어트려 놓고, 종점인 관인파출소를 향해 떠났다.
※ 불광역 8번 출구 중앙 버스정류장 / 경기 34, 360 => 의정부 파발교차로 버스정류장 / 72, 72-3, 138, 138-1, 138-5 => 포천고 정류장 / 60-1(09:30) => 지장산계곡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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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이미 익숙한 주변이나, 다시 한번 둘러보고, 지난 적석산행[산행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등산 앱을 기록 모드로 바꿨다. 그리고 작년 11월 종자산행[산행기] 때 날머리였던 사기막골 하류 옆으로 난 임도로 위로 가며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13m,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지장봉이 877m니, 고도차는 764m로 꽤 높다. 말인즉 만만한 산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라, 그러려니 하고 임도로 올라가는데, 앞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고, 금줄이 막고 있다. 당연히 그 금줄에는 ‘사유지’라는 경고문이 여럿 달려 있다. 고로 여기는 등산로가 아니니, 첫 번째 알바다! 그때 번뜩 떠오르는 게 있어, 다시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내려와 사기막골이 지장산계곡과 합류하기 직전의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철책이 가로막고 있는 임도를 따라가, 지난 종자산행 때 본 철책 문으로 갔다. 지난 산행 때는 차마 개활지에 있는 문을 넘지 못해 임도를 따라 위로 100여 미터 올라간 후 으슥한 철책 문을 넘었다.
지금도 종자산행과 같아, 차마 개활지에 있는 문을 넘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철책을 따라, 위로 조금 올라, 그나마 나무가 좀 있는 곳에서 철책을 넘어 임도로 들어섰다. 이후 임도를 따라 위로 가던 중 지난 종자산행 때 넘은 철책 문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계속 위로 향하다가, 사기막골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궁금해 먼저, 자체 지도를 사용하는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없다! 즉 이 임도는 지도에 없다. 해서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있다. 이 임도가 있다. 대신 자체 지도 앱은 지난 종자산행 때 내려온 등산로가 있고, 네이버 지도에는 그 등산로는 없다! 어쨌든 사기막골 정상까지는 1km 이상 남았다. 임도는 계속 고도를 높이고 있다. 임도 오른쪽으로 난 철책을 감상하며 위로 가다가, 10시 48분경 다시 철책 문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거기에 달린 경고문을 확인했다. 왼쪽의 커다란 글자는 '사유지 출입 금지' 경고문이고, 오른쪽의 작은 글씨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전파를 막기 위한 차단 도구라는 경고문이라기보다는 안내문이다.
그걸 보자, ASF를 핑계로 토호 사유지에 세금으로 철책을 설치해 준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덕분에, 등산객이 많이 찾아 한국의 산하 인기 서열 147위였던, 지장산이 현재는 등산객이 찾는 게 쉽지 않은 산으로 변했다. 특히 다른 지역은 네발 달린 짐승은 문을 열 수 없으나, 두발 달린 짐승은 문을 열 수 있게 조치했는데, 이 동네는 그 문에 개인이 두세 개의 자물쇠를 채워 놨다. 정말 ASF가 보도처럼 위험했을까? 토호를 위해 과장한 게 아니고? 한국의 자칭 언론이라는 애들은 가능한 얘기다. 10시 50분 하늘이 열리는 곳에 도착해 위를 보니, 벌집으로 보이는 인공물이 보이고 사기막골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계곡의 정상도 정상임은 분명해, 그나마 완만했던 임도가 깔딱으로 변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는데, 또 철책 문이다. 역시 아래와 같이 사유의 경고문과 공유의 안내문이 매달려 있다. 그걸 다시 보니, 세금으로 토호 사유지를 위한 철책을 설치한 거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10시 54분 사기막골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다. 좌회전은 '종자산 3.2km', 우회전은 '지장봉 5.6km'다. 정확히는 지장봉 방향은 정상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거기 또한 철책 문이 막고 있고, 그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리고 철책 안에는 과거 군 검문소로 보이는 초소가 있다. 종자산은 좌회전해서 올라가면 되나, 지장산은 철책을 넘어야 한다. 해서 철책을 살펴보니, 초소에서 2m가량 떨어진 곳에 철책을 넘은 흔적이 있어, 그리로 넘었다. 결과적으로 지장봉에 가기 위해서는 철책을 두 번 넘어야 한다. 종자산은 한 번! 어쨌든 철책을 넘고 바로 앞의 둑도 넘자, 비포장 임도다! 그리고 철책이 없던 시절 등산객이 많이 찾을 때 설치한 이정표가 등산로 입구를 알려주고, 그 입구는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이다. 그 양옆으로는 흰색의 사유지 차단 금줄이 등산객이 등산로를 벗어 나지 않게 안내하고 있다. 결과적인 얘기로 그 금줄이 거의 향로봉 직전까지 이어진다. 이게 정상적인 등산로!?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기도 하며, 울창한 숲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며, 지금은 오가는 등산객이 거의 없어, 사유지 차단 금줄이 아니면 길을 찾기 힘들 정도로 희미해졌으나, 급경사 곳곳에 설치된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을 보니, 과거에는 많은 등산객이 다닌 등산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급해진 경사에 그중 하나의 계단에 서서 가쁜 숨을 고른 후, 올 들어 처음으로 얼려서 가져온 보리차로 목을 축이고 열기도 식혔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급경사에 낙엽까지 쌓여 두발로만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아니라, 주변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지게 작대기를 만들어 짚고 조금 오르자, 저 위로 암릉을 오르기 위한 밧줄이 보인다. 물론 과거에 설치한 거다. 암릉을 통과하며 보니, 낙엽이 쌓여 잘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밧줄이 없으면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 와중에 등산객이 찾지 않아, 쌓인 낙엽 덕에 더 위험했다. 밧줄과 지게 작대기에 의지해 암릉을 오르자, 등산로에서 벗어난 낭떠러지 끝에 이번 산행 처음 만나는 전망대라, 당연히 그리로 갔다.
비록 전망대이기는 하나, 아직은 고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그나마 보이는 건 작년에 올랐던 종자산의 모습이 유일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간간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도 보인다. 급경사 깔딱이고 울창한 숲 사이로 봉우리도 보이는 게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다가,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나, 동영상 촬영을 중단하고 거기서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40분경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직전에는 기둥에 ‘향로봉’ 명패가 있는 이정표가 있고, 헬기장인 정상에는 생각지도 못한 정상석도 있다. 동영상 촬영을 중단하고, 오면서 본 정상 직전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돌아가는데 오른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손가락 서너 개 굵기에 1m가 넘어 보이는 뱀이다. 그런데, 이놈이 도망가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와, 서둘러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 내려놓았던 지게 작대기를 들고, 그놈을 자세히 보기 위해 갔으나, 그사이 없어졌다.
분명 중앙으로 오던 녀석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런데,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려면 숲을 뚫고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놈이 그 방향으로 간 거 같다. 해서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지게 작대기를 앞세우고 숲을 뚫고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조심조심 정상으로 돌아와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긴 후 주변에 쌓아놓은 벽돌에 올라가, 잡목의 방해 속에도 화인봉과 지장봉, 그리고 보개지맥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외의 방향은 아래에서 이미 기록으로 남겨 잡목의 방해 속에 굳이 기록으로 남길 이유가 없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살벌한 뱀을 조우한 이후 숲으로 들어가는 게 꺼려지기는 하나, 지게 작대기를 앞세우고 눈은 좌우 바닥과 머리 위치의 나뭇가지를 살피며 정상에서 떠나자마자, 오른쪽 낭떠러지에서 튀어 나간 전망대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위로 올라가 경치를 감상하고 기록도 남겼다.
전망대를 떠나 조금 내려가자, 능선이 완만하게 변해 그게 얼마나 오래될지 궁금해 자체 지도를 보유한 앱으로 확인했다. 20m 등고선이 꽤 긴 거리로 이어진다. 고로 당분간 20m보다 작은 기복은 있으나, 그 이상의 기복은 없다는 얘기라,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건 녹음밖에 없으나, 진정 그게 볼거리라, 그걸 감상하며 유유자적 전진해, 높지 않은 언덕에 올라서다가 쉼터 의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ASF 전파 방지라 쓰고 토호 사유지 보호를 위한 철책이 모든 게 갖춰진 등산로를 등산객으로부터 앗아간 증거다. 그리고 쉼터에서 150여 미터를 가자,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다. 정상, 즉 지장봉까지 남은 거리는 4.3km, 현재 시각 11시 56분, 마누라가 할 수 있으면, 6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그러려면 3시 40분 버스를 타야 한다. 해서 처음 계획했던 관인봉까지 거치는 큰 환 중주는 진작에 포기했고, 지장봉에서 잘루맥이재를 거쳐, 중리 저수지로 하산하기로 했다. 남은 시간은 3시간 40분, 잘루맥이재에서 저수지까지는 완만한 임도 내리막이라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2시간 40분 내에 5.5km 정도를 가면 된다. 현 페이스라면 충분하다.
11시 59분 두 번째 의자가 있는 쉼터를 통과해, 12시 3분 정상 4.0km 거리에, 좌회전해 아래로 내려가라는 이정표를 만났다. 이정표에서 조금 떨어진 '위험' 경고판이 왜 직진이 아니라, 좌회전해야 하는지 사진으로 보여 주고 있다. 12시 12분 정상 3.6km, 삼형제암 0.7km 이정표를 통과해, 6분가량 가자, 급경사 내리막이고, 앞은 암봉이 가로막고 있다. 삼형제암. 또는 삼형제봉이라 불리는 암봉이다. 저기를 올라가야 한다는 것에 약간 겁을 먹고 얼마나 올라가야 하는지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지도 등고선으로는 높이를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고도가 표기된 것도 아니라,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각오를 다지고 고개로 내려가자, 생각지도 못한 개활지로 임도 종점이다. 그리고 올라가야 할 암봉 정상이 까마득한 위에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많은 산꾼, 등산객이 만든 길로 가는데, 정상으로 직진하는 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해서 직진은 절벽이라, 우회하다가 정상으로 향할 거로 생각하고 계속 갔다.
전진하면서 왼쪽의 삼형제봉 기슭을 계속 주시했으나,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완만하게 아래로 내려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임도라, 개활지에서 300여 미터를 온 후 무언가 이상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감이 맞았다. 잘못 왔다. 개활지에서 암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해서 걸음을 돌려, 개활지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임도 종점으로, 왕복 600m의 두 번째 알바다! 개활지로 돌아와 향로봉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후, 암봉으로 향하는 길이 있나 찾아봤다. 오른쪽의 명확한 길 외에 왼쪽으로 희미한 인적이 있다. 그 인적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자. 이정표다!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에 가려 이정표가 개활지에서는 안 보였던 거다. 이정표가 있는 건 좋은데, 숲속에 설치한 건 명백한 실수다! 어쨌든 그 이정표에 의하면 삼형제봉까지 남은 거리는 300m다! 이정표를 지나, 조금 위로 가자, 바로 급경사가 시작된다. 그에 맞춰 위에서 내려온 밧줄도 보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오르다가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궁금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 지도에 의하면 삼형제봉은 진작에 지나왔다!
아예 등산로가 없는 네이버 지도 베이스의 앱은 물론이고, 자체 지도를 가진 앱도 믿을 수 없으니, 순전히 과거 지장산이 잘나가던 시절 설치한 이정표와 감을 믿고 가야 한다. 하늘이 조금씩 열린다는 걸 느끼며, 너덜지대를 통과하자, 잡목이 우거진 좁은 협곡이다. 물론 위에서 내려온 밧줄이 있다. 그 밧줄의 도움을 받아 위에 올라서니, 암릉이고 이정표가 반겨준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9km, 그런데, 삼형제봉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 대신 119 산악구조대에서 세운 이정표에는 삼형제봉까지 0.72km를 더 가야 한다는 정보다. 설마, 삼형제암과 삼형제봉이 다른 건 아니겠지? 어쨌든 왼쪽으로는 전망대라 생각되는 암봉이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그리로 갔다. 예상대로 지금까지 오른 전망대 중 최고다. 물론 그 위에 서 있으면 느끼는 공포 또한 만만치 않다. 그 공포를 억누르며, 사방으로 보이는 절경을 감상하고 기록했다. 와중에 땀 냄새를 맡고 몰려든 벌레를 피해 사진을 찍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정표가 있는 정규 등산로로 돌아와 나무에 기대 놓았던 지게 작대기를 회수하고, 삼형제봉으로 향해, 12시 58분 '등산로 없음' 이정표에 도착했다. 저 '등산로 없음' 방향이 삼형제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최소 동행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안내를 무시하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을 테지만, 오늘은 사정이 여의찮아 지시대로 직진해, 1시 3분 정상 2.3km, 이정표에 도착했다. 정상 바로 아래 절벽이라 등산로는 직진하지 못해, 왼쪽으로 우회한다. 그리고 그 암벽 아래에는 위험 경고문이 서 있다. 과거 잘나가던 시절 지장산의 경고문은 단순한 '위험' 경고가 아니라, 왜 위험한지 암봉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친절함도 있었다. 그리고 이정표 왼쪽 바위 위에는 119 산악구조대 이정표가 쓰러져 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여기는 삼형제봉 중간으로 저수지까지는 1.3km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쨌든 여기가 삼형제봉 중간이면 앞으로 삼형제봉 중 봉우리가 하나나 둘이 더 있다는 얘기다.
쓰러진 이정표에서 5분가량 가, 1시 8분 봉우리에 올라섰다. 정상 표지는 어디에도 없지만, 온갖 산악회의 리본이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매달린 게 중요한 봉우리 중 하나로, 산세로 봐서 삼형제봉의 마지막 봉우리다. 해서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보개지맥의 무명봉에서 분기한 능선의 첫 번째 봉우리다. 그 마지막 봉우리를 떠나, 보개지맥 방향으로 4분가량 가자, 정상 2.4km 이정표다. 현재 시각 1시 13분, 마감까지 2시간 27분 정도 남았다. 아슬아슬하게 마감을 지킬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이라 길을 재촉해, 1시 15분 보개지맥에 합류했다. 이후 우회전해 지맥을 따라가 봉우리를 넘자,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해서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완만한 경사의 계속되는 내리막이라 느낌이 싸해, 핸드폰으로 지도를 확인했다. 감이 맞았다. 보개지맥에서 오른쪽으로 완전히 벗어나, 하산 중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아예 감도 안 온다. 분명 여기까지는 오는 중, 나뭇가지에 매달린 'J3 클럽'의 리본도 확인했다.
보개지맥은 왼쪽에 있다. 고로 좌로 길을 만들며 가면 된다. 하지만, 비록 그게 거리는 짧지만, 계곡으로 내려간 후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야 해, 체력 소모가 많아, 알바를 시작한 지점으로 돌아가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완전히 발걸음을 돌려, 알바 시작 지점으로 돌아갔다. 사실 어디서 알바를 시작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올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는 길은 계속되는 경사를 올라가는 거라, 쉽지 않다. 와중에 급경사도 꽤 된다. 이게 같은 길이라도 등산과 하산의 차이다. 어쨌든 1시 36분 알바 시작지에 도착해서 보니, 보개지맥 '북대'다! 왜 길을 혼동했는지 주변을 살펴보니, 보개지맥은 북대 직전에서 오른쪽 급경사고, 직진 방향은 완만한 능선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곳에 산악회 리본이 달려 있지만, 직직 방향도 많다! 직진 방향의 리본은 길을 안내하는 게 아니라, 북대를 인증하는 리본이나, 반바지의 '보개지맥, 북대' 명패는 보개지맥 방향에서는 보이지 않아, 그걸 알 방법이 없다. 어쨌든 그 덕에 약 1km가량의 세 번째 알바를 했다.
현재 시각 1시 36분, 남은 시간은 2시간 4분, 남은 거리는 알 수 없어, 서둘러 지장봉으로 향해, 1시 42분 절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정상까지는 2.1km! 1시 13분에 통과한 정상 2.4km 이정표에서 보개지맥으로 300m를 오는데, 29분이 걸렸다. 다 세 번째 알바 덕이다!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길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길이 왼쪽으로 내려간다. 고로 직진은 절벽이라는 얘기다. 다른 말로 전망대다! 아무리 시간이 촉발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끝까지 가, 앞에 보이는 보개지맥 화인봉과 지장봉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후 등산로로 돌아와 암벽을 우회하는 등산로로 아래로 내려가, 1시 47분 정상까지 1.9km 남은 '등산로 없음'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런데, 목표 봉우리인 지장봉이 멀지 않아 보이는데, 갈수록 등산로는 기복이 심한 암릉으로 속도 내는 게 쉽지 않다. 물론 기복이 심한 암릉이라는 건 곳곳이 전망대란 얘기라, 뒤로 돌아 지나온 능선의 모습과 앞에 보이는 가야 할 능선의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다.
등산객이 많이 찾는 정규 등산로라면 기복이 심한 암릉에는 곳곳에 잡고 오르내릴 수 있게 밧줄이 있게 마련이다. 지장산 역시 마찬가지라, 지게 작대기를 아래로 던지고 밧줄의 도움을 받아 바위를 내려간 게 한두 구간이 아니다. 1시 56분 정상 1.7km 이정표를 통과해, 암릉에 올라서자, 아래로 고개가 보인다. 저 고개에서부터 본격적인 화인봉, 지장봉 등산이 시작된다. 각오를 다지고 고개로 내려가며 보니, 오른쪽 아래 나무에 반바지가 만들어 매단 '보개지맥, 동마네미재(동마내미재), 575m' 명패가 있다. 그리고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4km다. 올려야 할 고도는 302m로 웬만한 동네 뒷산보다 높다. 현재 시각 2시 5분, 정상 방향으로 1m 정도 가다가 정신이 번뜩 들어, 다시 되돌아와 0.7km 아래 칫숲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마감까지 남은 시각 1시간 35분, 도저히 마감 시간 내 정류장 도착은 불가능하다. 물론 마감을 무시해도 되나, 앞으로 산행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마누라 말을 잘 듣는 게 중요하다.
다음에 칫숲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해 지장봉을 거쳐, 관인봉까지 달리기로 하고, 거의 너덜인 급경사 계곡 길을 따라 칫숲으로 향해, 2시 13분 '칫숲 0.2km'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급경사가 끝나고 완만한 경사가 시작되는 걸 보고, 칫숲에 들어섰다는 생각이 든 순간, 이번 산행에 많은 도움을 준 지게 작대기를 거름 진 땅에 꽂고 작별을 고했다. 녹음이 아름다운 칫숲을 지나, 2시 20분 잘루맥이재에서 출발한 지장산계곡 임도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임도로 지장산 계곡을 구경하며, 버스정류장까지 가면 된다. 칫숲 입구에서 시작하기로 한 다음 산행을 위해 위치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알탕 할 시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버스정류장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려고 핸드폰을 꺼냈으나, 통신 불량 지역이다. 해서 자체 지도를 가진 앱으로 막연히 거리를 계산하고, 빠르게 내려갔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 '향로천8교' 등으로 번호를 붙여서 명명한 걸 보면, 과거에는 지장산계곡이 아니라, 향로봉에서 이름을 딴 향로천이라 불린 듯하다. 2시 28분 폐허가 된 절터를 지나며 보니, 작지만 본존불이 있어 절터로 들어가 본존불에게 신고했다. 아쉽게도 산신각은 흔적도 없어, 산신에게는 신고를 못 했다. 그런데 계곡 옆으로 난 임도로 내려가며 보니, 물놀이하기 좋은 소 옆에는 꼭 화장실이 있는 게 계곡 물놀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듯했다. 여름 장마철에는 어떤지 몰라도, 계곡의 모양새로 봐서는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깊은 소나, 격류가 흐르는 곳도 없어, 가족이 물놀이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다만 취사 금지가 아쉬울 뿐이다. 통신 불량이라, 남은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으나, 지도로 대략 예측한 거리는 정류장까지 3km 내외라, 알탕할 시간은 충분해, 2시 44분 임도와 가까운 적당한 장소를 발견해 계곡으로 들어갔다.
전혀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물 캐는 마을 주민이 간혹 보이는 계곡이라, 알탕할 수는 없어 수영복 차림으로 물로 들어가, 풍덩할 생각이었으나, 생각보다 물이 차, 풍덩은 포기하고 그저 허리 위만 씻었다. 지장산에 흐린 땀을 지장산계곡에서 씻어내고, 계곡에서 나와 깨끗이 빤 수건을 머리에 둘러쓰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저 아래로 국가 유물에는 공통으로 사용하는 안내문이 서 있다. 국가 유물이 있다는 얘기라, 뭔지 궁금해 가까이 가서 보니, '보가산성지'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니, 계곡에는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물놀이하는 가족이 많은 게 주차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 듯하다. 3시 10분 지장산 응회암 안내문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정류장을 향하는데, 물놀이 후 주차장으로 향하던 가족 중 대여섯 먹어 보이는 어린애가 비명을 질러, 형이랑 장난치는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위치에 도착해 보니, 이쁘장한 어린 뱀이 죽은 듯 꼼짝하지 않고 있어, 겁을 줘서 숲으로 보냈다.
3시 16분 이번 산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지장산 등산 안내도'를 보며, 코스를 잘 살펴봤다. 물론 저 중 이번에 내가 달린 1코스는 철책을 두 번이나 넘어야 갈 수 있다. 오늘 오르지 못한 나머지 구간의 거리를 자세히 확인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길을 재촉해, 3시 17분 임도 차단봉을 넘어,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을 구경하며 정류장으로 가는데, 가장 눈에 띈 게 '지장산 큰골마당'이라는 식당이다. 식당 입구의 플래카드에 적힌 '계곡 배달됩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혹시 주문할 일이 있을 거도 같아, 그걸 사진 찍었다. 이후 뒤로 돌아 관인봉 능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계속 마을을 구경하며 내려가, 3시 20분 오전에 산행을 시작한 지장산계곡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미완의 환 종주 산행을 마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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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산계곡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이 3시 20분, 이미 알고 있었으나,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기사에게 포천으로 들어 가는 버스도 여기로 들어오는지 물었다. 그러자, 기사가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며, 3시 40분에 들어오는데, ±5분이라는 말을 추가했다. 고로 빠르면 3시 35분, 늦으면 3시 45분에 버스가 들어오니, 적게는 15분 많게는 25분이 남았다. 해서 세수와 세족 후 깨끗이 빨아서 머리에 쓰고 온 바짝 마른 수건을 계곡으로 내려가 다시 빨아서 머리에 썼다. 그리고 정류장 옆 주택의 석축에 주저앉아 버스가 오는지 저수지 방향 도로를 주시했다. 그런데, 3시 45분이 지났음에도 버스가 안 보여, 버스 회사로 전화하기 위해 그 방향을 주시하며 구글링하려는 데, 고개를 도는 버스가 보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방 산행 중 당연히 있을 거로 생각했던 버스를 다양한 이유로 타지 못해 택시를 불러 탄 일이 많아서 그렇다.
시간표보다 6분 늦게 도착한 버스에 타자, 기사가 등산 잘했냐고 인사를 건네더니, 몇 코스인지 묻는다. 난 몇 코스가 아니라, 가지 말라는 곳으로 가 중간에서 탈출한 경우라 뭐라고 답할지 잠깐 고민 후 ‘지장산 등산 안내’에 칫숲이 3코스였다는 게 기억나, 3코스라고 했다. 그러자, 기사가 다시 높이가 얼마인지 묻는다. 아! 처음 질문이 '몇 코스'가 아니라, '몇 고지'였다. 해서 친절하게 870m가 넘는다고 알려주자, 꽤 높네요 하고 놀란다. 버스가 지장산계곡을 빠져나와 포천으로 갈 때는 올 때와는 달리, 창밖으로 북동쪽을 바라보다가, 내가 뭘 잘못 봤나? 눈을 비비고, 매의 눈으로 다시 확인했다. 맞다! 한탄강 위로 Y자형 구름다리다[기사]. 아직 완공된 건 아니고 거의 90% 이상 지어진 듯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하늘다리'라는 이름의 구름다리가 있는데, 또 짓고 있어 놀란 거다. 지자체장의 최고 업적이 구름다리가 되면서, 가까운 곳에 하나 더 만드는 나라가 됐다. 누구를 위한 업적일까? 건설사?!
어쨌든 4시 47분경 포천시청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려, 의정부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사실 포천에서 의정부로 가는 차는 생각보다 많아 일요일임에도 6분 정도 기다렸다가, 올 때와 같은 72번 버스를 탔다. 뒤에 138번이 따라오고 있으나, 아무 생각 없이 72번을 탔는데, 이게 이번 산행의 네 번째 실수다. 불광동으로 가는 34번, 360번 버스를 타려면, 의정부 버스터미널·신도브래뉴아파트 버스정류장에 내려야 하는데, 138번과는 달리, 의정부 시내는 다 도는 듯하다. 거의 한 시간이 걸린 6시 5분경 정류장에 도착했다. 설상가상 정류장의 운행 정보는 34번, 360번 둘 다 '출발지'로 언제 올지 예측도 안 된다. 일요일이라 운행 대수도 줄어, 더 하다. 해서 의정부역으로 가 전철을 탈지도 고민했으나, 번거로워 그냥 기다려, 15분 후인 6시 21분 도착한 360번을 타고 불광동으로 향해 7시 36분에 도착했다. 그리고 집에 7시 45분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지장산계곡 버스정류장 → 사유지 입구(알바) → 철책 → 사기막재 → 철책 → 향로봉 → 임도 종점 → 임도(알바) → 로프 → 삼형제봉 전망대 → 삼형제봉 → 보개지맥 합류점 → 북대 → 알바 → 북대 → 절터 갈림길 → 동마내미재 → 칫숲 갈림길 → 칫숲 → 지장산계곡 → 절터 → 버스정류장'의 17.44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54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38분, 휴식 16분!
지난 4월 7일 가리산행[산행기]에 못지않은 오지 산행의 재미를 만끽했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미세먼지가 시야를 방해하지 않아, 조망까지 좋았다는 거!
시간에 쫓겨 중간에 내려왔지만, 세 번의 알바만 없었어도 주어진 시간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코스다. 그리고 멀리 갈 거 없이 포천도 오지 산행의 보고라는 걸 깨달은 산행이다!
몇 가지 이유로 일요산행을 계획하고 진행했으나, 교통편, 하산주 등 여러 문제로 전철로 접근할 수 있는 산이 아니면 일요산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월요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