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 신용자 홀대 심화]
은행들, 주택담보대출에 치중
중·저 신용자 심사는 깐깐하게… 저축은행·카드사 대출로 내몰려
정부는 중간 이하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중(中)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고 싶어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대출을 줄이고, 고신용자 신용 대출을 적극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밀려난 중·저 신용자들은 은행보다 3배가량 높은 대출 금리를 감내하며 저축은행, 카드사 등 은행 이외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
개인신용평가사가 제공하는 개인 신용등급은 통상 1~10등급이 있으며 숫자가 낮을수록 신용도가 좋은 고신용자로 분류된다. 보통 1~3등급이 고신용자, 4~6등급이 중신용자, 7~10등급이 저신용자이다.
◇3년 사이 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8.7% 감소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고신용자(1~3등급) 대출 비중은 2014년 말 70.1%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78.8%로 높아졌다.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8.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중신용자(4~6등급)와 저신용자(7~10등급)의 시중은행 대출 비중은 각각 6.0%포인트, 2.7%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은행은 주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고, 비은행 금융기관은 주로 중신용자, 대부업체는 주로 저신용자에게 신용을 공급해왔다"며 "최근 들어 금융회사들의 리스크(위험) 관리 강화로 이런 신용도에 따른 시장 분할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캐피탈사·카드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상호금융 제외)도 같은 기간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여나갔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고신용자 대출은 6%포인트 늘었지만, 중신용자와 저신용자는 각각 0.3%포인트, 5.4%포인트 줄었다.
◇은행에서 밀려난 중신용자
이렇게 은행에서 밀려난 중간 등급의 신용자들은 저축은행·카드사 등에서 비싼 이자를 내며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신용등급이더라도 은행보다 훨씬 비싼 이자를 치르며 비은행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올해 9월 기준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신용자 대출 금리는 13.4~22.5%로 은행(4.6~7.6%)의 3배 수준으로 높았다.
또 은행에서 돈을 빌린 중신용자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적용됐다. 한은은 "고신용자에 대한 은행권 대출 금리는 저금리 영향으로 낮게 매겨졌지만,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리는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면서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이 넘어 떼일 가능성이 큰 '고정 이하 여신'의 경우 은행권은 2015년 1분기 0.48%에서 올해 3분기 0.26%로 떨어졌다. 저축은행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도 2015년 1분기 14.6%에서 올해 3분기 5.6%까지로, 카드·캐피탈은 2.1%에서 1.5%로 각각 낮아졌다.
◇중신용자 10명 중 6명 '금융 거래 내역 없는 사람들'
중신용자 '홀대 현상'의 원인으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거래 내역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신용평가사들은 개인의 채무 상환 이력과 현재의 부채 수준, 신용거래 기간, 신용거래의 종류 등을 분석해 1년 내에 90일 이상 장기간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1~10등급으로 구분한다. 단, 신용거래 내역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 대학생 등은 대출을 갚을 여력이 있는데도 낮은 등급을 받는 맹점이 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중신용자의 62.1%는 최근 3년간 금융권 대출 실적도, 지난 2년간 신용카드 사용 실적도 없었다. 금융회사들은 이 '신 파일러'들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 '떼일 위험'이 얼마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이들에 대한 대출을 기피한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또 은행이 지난 몇 년간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자금을 운용한 점도 중신용자 신용대출이 감소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가계 대출이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로 분할되고, 1·2금융업권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완화하려면 대출자의 채무상환 이력과 부채 수준 등 비금융 거래 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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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9/2017121900043.html#csidxf8cf74eea60c59187654f06f45d7c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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