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유명절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고향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이래저래 돈쓸이 많아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예부터 섣달그믐(음력 12월 30) 날이면 객지에 나와 살던 자손들은 고향 부모님을 찾아뵙는다. 설날 아침에는 떡국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조상님 산소를 다녀오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사진: 국립묘지 이승만대통령 묘 (외국인 참배객들)
예부터 명절에 제일 중시하는 것이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돌아가신 조상에게 잘해야 효자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소옆에 움막을 짓고 3년간 시묘(侍墓) 살이를 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조상님 제사는 지내야만 했다.
차례상 사진: 민속박물관
4일 남문시장에 들러 설 차례상은 얼마나 들까 대충 가격을 살펴봤다. 아직 날짜가 남아서 그런지 고물가와 경제불황으로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지 시장이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과일가게는 사과, 배, 귤 포도, 바나나, 한라봉 등을 쌓아놓고 대목장을 기대하고 있다. 과일가게 들러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 배 등 제수용품 가격을 알아봤다. 사과(부사) 1개 5,000원, 신고배 1개 4,000원, 등 상품에 따라 가격이 각각 다르다.
과일값이 금값이라 서민들은 사 먹기가 쉽지 않다
건어물 가게에 들러 한과를 비롯한 대추, 밤, 곶감, 황태포 등 제수용품 가격을 알아보니 한과는 1봉 8000원 대추는 1되 8000~12,000원, 밤(공주, 부여) 1되 8,000~10.000원, 곶감 1봉(7개) 10,000원, 황태포 (1마리 포장) 6,000원이다.
건어물가게 제수용품 가격을 살펴보는 장꾼들
떡가게에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이 먹음적 스러 보인다. 콩고물떡, 팥고물떡 등 시루떡을 비롯해 떡국떡, 가래떡, 절편, 송편, 인절미 등 오색으로 물 드린 각종 떡들이 장꾼들 눈요기를 시키고 군침이 돌게 한다. 좌판에는 수많은 종류의 떡이 펼쳐져있지만 제사상이나 설차례상에 오르는 떡은 콩고물 시루떡뿐이다. 팥고물 시루떡은 제사상에 오르지 못한다. 붉은팥은 귀신을 내쫏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떡국떡 1봉(1Kg) 5,000원, 콩고물 제수용 시루떡은 1팩(3개)에 12,000원이다.
오색빛의 떡이 눈길을 끌지만 차례상에 오르는 떡은 노란 콩고물떡뿐이다
육전(肉廛)은 냉장진열대에 놓인 소고기, 돼지고기 등이 신선 해 보인다. 모두 제사상에 오르는 고기 들이다.
쇠고기는 탕(湯, 국)으로 제사상에 올리고 돼지고기는 삶아서 어른들 손가락 길이와 2개 넓이만큼씩 잘라 두툼하게 썰어서 대나무꽃이에 꿰어 산적으로 제사상에 올린다. 닭은 목과 발을 잘라내고 찜을 해서 제사상에 올린다.
쇠고기(국거리) 1근 1만 5,000원 돼지고기 1근 7,200원 토종닭 1마리 20,000원 육계 1마리(1Kg) 7,500원이다.
설날 국거리 쇠고기를 흥정하는 장꾼
생선가게는 조기, 병어, 명태, 고등어, 아귀, 등 수많은 생선들이 넓버려져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대표적으로 제사상에 오르는 생선은 조기, 병어, 홍어, 민어, 북어, 상어 등을 올린다. 꽁치, 멸치, 참치, 갈치 등 끝에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과 고등어, 방어, 정어리 등 등 푸른 생선은 흔하고 천박하다 하여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조기 1마리 4,000원, 병어 1마리 3,500원이다. 제수비용은 가족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 종의 생선이 넓부려져있지만 차례상에 오를 생선은 조기와 병어뿐이다
설을 3주 전쯤 앞둔 지난달 19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정보원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비용을 조사한 결과 4인가족 기준 재래시장 28만 1,500원, 대형마트 38만 580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작년 설보다 8,9%~5,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이나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르며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고물가로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로서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제사상차림 법도는 조선시대 노나라(중국 산둥성) 유학자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도입한 것이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에게 지방 쓰는 법과 제사상차림 법도를 가르쳤다.
지방(紙傍)은(예시) 할아버지는 '현조고 학생부군신위(顯祖考學生府君神位)'라고 쓰고 할머니는 '현조비 유인 전주 이 씨 신위(顯祖妣儒人全州李氏神位)'라고 쓴다. 아버지는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고 쓰고 어머니는 '현비 유인 김해 김 씨 신위(顯妣儒人金海金氏神位)'라고 쓴다.
제사상차림은 제물은 목기에 담아 1열에는 좌반우갱(左飯右羹, 좌측에 밥 우측에 국) 2열에는 어동육서(漁東肉西,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3열에는 탕류(湯類, 육탕, 소탕, 아탕) 4열에는 좌포우혜(左浦右醯 왼쪽은 생선포 오른쪽은 식혜) 5열에는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 밤 배 감)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사과)은 동쪽 흰 과일(배)은 서쪽에 놓는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공자의 어머니 제삿날이었다. 이를 알게 된 몇몇 제자들이 오늘밤 스승님 어머니 제삿날이니 구경 가보자고 했다. 옛날 선비들은 가난하게 사는 것이 미덕(美德)이었다. 공자 역시 가난한 선비라 산 밑에 외딴 초막집에 살았다. 제자들은 캄캄 한밤중에 공자가사는 초막집 불빛을 보고 찾아갔다. 제자 하나가 문종이가 찢어진 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공자는 바가지 하나에 밥이며 나물만을 담아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다음날 제자들이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제사상 차림표를 가르치실 때 제물은 목기에 담아 1열에는 좌우반갱 2열에는 어동육서, 3열에는 탕류 4열에는 좌포우혜, 5열에는 조율이시 홍동백서 순으로 놓으라고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 왈 "그렇게 가르쳤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제자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스승님께서는 바가지에 밥과 나물만 담아 놓고 제사를 지내셨습니까"
라고 했다. 그러자 공자 왈 "법 도는 그렇다는 것이고 형편대로 지내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법도를 가르치는 공자도 궁색한 산림에 제기마련도 못하고 바가지에 밥과 나물만 놓고 제사를 지냈는데 우린 들 형편 따라 성심껏 제사를 지내면 되지 공자의 법도가 무슨 대수인가.
옛날에는 영정사진이 없으니 제삿날 지방을 써 신주(神主)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지만 지금은 누구나 영정사진이 있으니 신주 대신 영정을 놓고 제사를 지내면 되지 않을까. 바쁘게 살다 보니 한동안 잊혔던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바라보며 부모님을 생각하고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으로 간결하게 상차림을 하면 일손도 덜고 경제적 부담도 더는 일거양득의 우리 식 제사를 지내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