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품격 높이기
인디포스트/ 정확한 사랑의 기록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⑩ 조용하고 정확한 글은 힘이 세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목소리 크게 내면 이기던 시절은 지나갔다. 진짜 고수는 조용히 내려서 바퀴 표시 스프레이를 뿌리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별말 없이…. 그럴 때 상대의 공포감(?)은 더해지는 것이다.
말글살이도 마찬가지. 사람이기에, 자꾸만 세게 발음하고 강하게 소리 내려는 욕심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법·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는 조용하고 정확한 말·글이 더 힘이 세고 설득력도 높아지는 법. 힘을 빼야 힘에 세어지는 아이러니다.
어디선가 본, 발색제이자 방부제인 아질산나트륨을 넣지 않은 명란젓을 판다는 광고 문구는 ‘명란젓의 화장빨을 지우다’였다. 아래는 흔히 보는 연애 기사 제목.
〈강소라, 셀카 못찍는다더니… 화장실 조명빨 셀카 공개〉
하지만 ‘화장빨, 조명빨’은 ‘화장발, 조명발’로 써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자.
-발 ① (몇몇 명사 뒤에 붙어)‘기세’ 또는 ‘힘’을 뜻을 더하는 접미사. ② (일부 명사 뒤에 붙어)‘효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이 가운데 ②가 바로 ‘화장발, 조명발’에 대한 풀이. 그러니, 접미사 ‘-발’은 비록 [빨]로 소리 나더라도 ‘발’로 써야 한다.
‘조금 더 참고 버텨야 했는데 참을성이 좀 딸려서 그만 회사에서 짤렸다.’
이 글에서는 ‘짤렸다’가 ‘잘렸다’라야 했다. ‘짤리다’를 쓰면 ‘잘리다’보다 분명한 느낌도 들겠지만, 옳은 표현은 아니다. ‘자르다’를 ‘짜르다’로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또, ‘딸려서’도 ‘달려서’라야 했다. 사전을 보자.
달리다 재물이나 기술, 힘 따위가 모자라다
그러니 ‘힘이 딸리다/머리가 딸리다’라고 쓰면 잘못이다. 아래는 한 정치인이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 낸 해명이다.
“ㄱ씨가 용역회사 중진공 대구경북연수원에 입사하는데 관여한 일은 결단코 없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속된 말로 국회의원 ‘빽’을 썼으면 소규모 외주 용역회사 직원으로 밖에 못 보내겠습니까?’
여기선 ‘빽’이라는 말이 문제다. 사전을 보자.
빽 → 백(back)
백(back) 뒤에서 받쳐 주는 세력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백’을 ‘빽’으로 잘못 쓴 것이다. 게다가, 풀이에 나와 있듯이 이 말은 ‘속되게 이르는 말’, 그러니까 ‘속된 말’이다. 해명서에도 ‘속된 말로’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알고도 썼다는 얘긴데, ‘빽을 썼으면’ 대신 ‘뒷배를 봐 줬으면’ 정도로 썼더라면 싶다. < ‘소소하지만 굉장한 우리말 맞춤법 이야기,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이진원, 산지니, 2020)’에서 옮겨 적음. (2023. 7. 6. 화룡이) >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결석 한 번 없을 뿐 아니라,
자율 과제(댓글 등)도 날마다 챙기시는 최우수 단골손님!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