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작품 - "마녀 위니"
관람일시 - 2월 19일 12시 30분
관람장소 - 대학로 <우리극장>
아이연령 - 6살
12시도 되기 전에 도착.
<우리극장>은 대기실이 넓직했던 기억이 나서 극장으로 갔습니다.
푸근한 인상의 극단 '예가'의 실장님께 티켓을 받고 기다리는데,
십 년 전 "콘트라베이스" 포스터가 붙어있어서 감회가 새로왔어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봤던 넘인데,
그때도 명계남씨 1인극으로, 한참 잘 나가실 때라서 그런지
제가 느꼈던 원작과 달리 배우 명계남의 모습이 많이 보여 실망했던.
요즘 붙어있는 재공연 포스터를 보고 여전하다 느꼈던 명계남씨도
십년전 포스터의 모습과 비교하니 정말 많이 변하셨던데,
나는 또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그리 오래 센티할 틈도 없이 들리는
"엄마, 여기 줄 서 있어. 나 맨 앞에서 볼 거야." --'
15분전부터 입장이라는데, 시간이 지나도 극장 문은 꿈쩍 안하고.
갑자기 관객 한 분이 극장 문을 쓰윽 열더니 아이를 들여보내네요.
그러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극장 안으로.
결국에 극장 밖으로 쫓겨나서 다시 줄을 서는 민망한 해프닝이.
<우리극장>은 화장실이 극장 안에 없으니 미리미리 다녀오세요.
갑자기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난감해하는 맘 계셨어요.
(화장실은 극장 밖으로 나가 옆 건물 지하 1층입니다.)
공연은 '작은세상'이라는 요정의 노래로 시작합니다.
말하자면 이 요정이 '마녀 위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지요.
개인적으로 이 첫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잘 부르려는 생각없이 편하게 부른 듯한 노랫소리가 참 좋았어요.
배우 두분이서 연기하는 인형의 움직임도 참 사랑스러웠고요.
그렇게 몰입해서 작품을 보려는데, 마녀 위니가 나오니 확 깨는.
책과는 달리 마녀 위니가 아줌마도 아니고 할머니더군요.
공연을 보는 내내 왜 저렇게 설정을 했을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책에서의 위니는 300살이지만 소녀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위니가 자기멋대로 윌버의 색깔을 바꾼다던가 하는 게 이해되요.
"맞아. 저 나이 때에는 저렇게 자기중심적일 수 있지." 식으로요.
그렇게 수긍할 수 있기 때문에 위니가 밉지 않은 거고요.
하지만 할머니가 되니 반대로 "뭐야, 저 나이 먹어서!!"가 되네요.
위니보다는 차라리 윌버에 감정이입이 되는.
그렇다보니 사랑은 자기 마음대로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기보다는 변덕에 시달린 느낌이 드는.
또 극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면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요.
예를 들면 생쥐와 윌버의 추격장면은 정말..
아동극에 참 많이 나오잖아요? 쫓고 쫓기고 몰래 따라가다 놀라고.
별 거 아닌 장면이지만, 아이들 보통 까르르 자지러지던데,
뭔가 시늉은 내는데 참 밋밋하니 재미없게 만드셨더군요.
위니가 약을 만들고 요리를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고요.
펑펑 터지고, 거품도 부글부글 끓고, 연기도 뭉게뭉게 피어올라야
뭔가 마녀의 실험실 같구나.. 마녀의 부억 같구나 할텐데..
분위기 살린 음악은 좋았지만, 무대에서는 뭘 하는 건지 모르겠는.
공연 중에 보니 가장 재미있게 보는 아이들은 대략 4-5세 정도요.
그냥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니 엄마가 "너 왜 웃어?" 묻기도.
아들넘은 저한테는 " 재미있어." 하더니만 아빠한테는 "시시했어."
위니 때문에 포기한 일요일 아침의 게으름이 정말 많이 생각났던.
착한 엄마들 많으니 저 하나쯤.. 안 착한 평을 해도 되죠?
첫댓글 ㅎㅎ시간이 좀 지나면 안정을 찾겠죠^^좋은극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후기를 보면서 마녀위니 꼭 보고싶었던 공연인데 지난번 공연도 그렇고 이번 공연도 넘 시간이 안 맞네요. 색다른 후기를 보니 느낌이 다르네요.
후기 이벤트 당첨으로 "마녀 위니" 티켓을.. ^^' 친구가 마녀 위니 좋아하는 딸내미와 다녀와서 후기 올리겠다고 해서 줬습니다. 전혀 다른 내용의 후기를 올릴지도..
저두 약 만드는 장면에서 드라이아이스 하나만이라도 통 속에 넣어두셨음 하는 바램이 생기더군요.. 근데 정말 부지런하세요..^^
나현맘님이 후기에 지적하신 내용을 극단에서 봤는지.. 제가 본 공연에서는 마녀 의자에 예쁜 쿠션도 갖다놓고 깔개도 바꾸고 하던데요? 제 후기도 다음 분들 좀더 나은 공연 볼 수 있게 도움 되었으면 싶더군요.
저는 어제 보고 왔는데 우는 얼라들 때매 정신이 없더군요..소품도 아기자기 하고 인형극도 중간중간 나오고 재미있게 봤는데...지적해주신 부분들이 쫌 아쉽긴 하네요 ^^
우리 아이들 마녀위니 책을 보고 재미나하는데. 공연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