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흥망성쇠, 종이 한 장 차이
다른 변방족들은 서로
자기네들끼리 싸워서 멸망하고 말았다.
피비린내 나는 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변방 민족은 몸을 망치고 무질서한 생활에 젖어 무위
무능한 도당으로서 목숨을 부지하다가, 마침내는
창조력이 싹트고 있던 새로운 정치 세력에 의해
멸망당하고 말았다. 후계 국가의 출현과 제국의
몰락은 종이 한 장의 앞뒤와도 같은 것으로,
제국의 몰락은 후계 국가의 몰락을 미리
예고하는 움직일 수 없는
전조였던 것이다.
-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중에서 -
* 역사의 흥망성쇠,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한 시대를 호령하던 제국의 멸망과 몰락도
종이 한 장 차이, '자기네들끼리' 싸우다 그랬습니다.
그것이 역사이고,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입니다.
각 개인의 성공과 실패도 종이 한 장 차이,
반드시 그 전조가 있습니다.
그 전조를 놓치지 않아야 살아남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u2S_4ZyoL-A
한낮
기온 쑥 오른다
여름이 낼름낼름
쌀 씻어 앉혀 놓고 병치를 손질
양파와 감자 당근도 손질해 놔두고 집사람에게 병치 지져 달라고
난 한바탕 산책하고 와야겠다
어제는 안개 자욱하던데 오늘은 맑은 하늘로 아침 해가 눈부시게 떠오른다
농부들은 벌써 나와 논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엔 농촌은 새벽이면 나와 일한다
보통 다섯시면 아침을 먹는다고들 한다
일찍 밥먹고 일해야 하루 일을 마칠 수 있다고
논에는 새들이 별로 날지 않는다
논에 소먹이는 풀이 자라 있어 먹을 걸 찾지 못하나?
조양천에만 해오라기 두세마리 놀고 있다
덕실교 옆에서 체조하고 돌아섰다
장딴지가 묵직하다
어제부터 걸어서일까?
모처럼 걸으니 근육이 긴장하나보다
마늘밭을 둘러보니 벌써 마늘쫑이 올라왔다
예년보다 빠르게 올라온 것같다
마늘쫑을 뽑아 주어야 마늘 밑이 든다
몇 개 꺾어다 집사람에게 주었더니 2-3일 지나 마늘쫑을 뽑잔다
아직은 너무 어려 뽑아 보았자 쫑으로 요리할 수 없다고
집사람이 병치 지지고 밥을 해서 차려 놓았다
병치 지져 놓은게 맛있어 한그릇
봄에는 가끔 이렇게 지져 먹으면 좋겠다
오늘은 점심때 친구 모임
오전에 일찍 병원에 다녀 오겠단다
집사람이 혼자 가겠다기에 농협프라자에 들러 사료도 사고 황룡 시장통에서 각종 모도 사와야겠다며 같이 가자고
모레 비소식 있어 호박 오이 참외모를 미리 사다 심어야겠다
황룡 프라자에 가서 닭 전기와 후기 사료를 샀다
가격을 보니 사거리농약사보다 500원 정도 싸다
아이구 이런 차이라면 차라리 사거리 농약사에서 사는게 좋겠다
황룡장터 들러 모종을 샀다
집사람이 고추모도 몇 개 더 사다 심자기에 일찍 딸 수 있는 500원 짜리 고추모를 13개 샀다
호박과 노각오이 참외모는 좀 어리지만 괜찮다기에 각 5개씩 샀다
오늘 물을 주어 놓았다가 내일 오후에나 심어야겠다
사료를 정리해 두고 사 온 모종도 발근제 탄 물에 담가 두었다
물을 흠뻑 주는게 좋겠다
집사람이 칼러버들을 휘묻이와 삽목을 해보잔다
칼러버들은 비교적 휘묻이가 잘 된다
부드러운 가지 하나를 땅에다 묻으려니 잘 안된다
가지를 땅에 대고 꽂이로 고정 시킨뒤 그 위에다 흙을 부어 주었다
이대로 고정해 놓으면 흙으로 덮힌 쪽에서 뿌리가 나올 것 같다
가지 몇 개는 잎 한두개 놔두고 잘라 버린 뒤 마사토에 꽂아 두었다
요즘엔 꺾꽂이해도 잘 살 것같다
어린이날이 곧 닥친다
며느리들 통장에 조금씩 넣어 주었다
할머니할아버지가 어린이날 축하한다며 뭐라도 사주라고 문자 넣었다
우리가 선물 사들고 가 축하해 주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다
어느새 약속시간
오늘은 사거리에서 만나니 우리가 먼저 나가보자고
5분전에 도착했더니 친구들이 이미 와 있다
그래 멀리서 오니 넉넉하게 시간 잡아 왔겠지
김가네 가서 삼겹살
만재와 길주 집사람은 삼겹살을 먹으면 알러지가 있단다
삼겹살에도 그런 반응을 하나 보다
그들은 감자탕 우린 삼겹살
모두들 술과는 남
나만 막걸리 한잔
삼겹살이 참 맛있단다
감자탕도 괜찮다고
모두들 맛있게 잘 먹었다며 음식을 깔끔하게 잘한단다
이런저런 이야기
농촌이 잘 산다기에 내가 직접 살아보니 넘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사실 죽도록 일만 할 줄 알지 아까워서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땅만 가지고 있으면 부자인가?
여러 생활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데 그들을 잘 산다고 말하면 될까?
농촌엔 복지혜택도 많다고들 하는데 그들의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리들 생각하니 더 이상 시시비비를 말해 보았자
차는 우리 집에 가서 마시자고
차한잔 마시며 집이 너무 좋단다
이곳에 있으면 세상 걱정 없겠다고
이젠 나이들어 점점 일하기 어려워 처분하고 나갔으면 한다고
모두들 그러겠단다
일 한번 해보지 않는 사람이 시골들어 와 일한다는 게 쉬운 일아니라고
오늘은 내가 키운 닭한마리씩 주기로 해서 모임도 사거리에서 했다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이런거라도 한 마리 줄 수 있음도 행복이다
닭이 작지만 둘이선 충분히 먹을 만 할거라니 넘 고맙단다
집사람은 상추와 집된장도 좀 담아 준다
우리가 좀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은 일 아닌가
만재는 화분 갈이 할 퇴비 얻으러 삼서 간다기에 집에 있는 퇴비 몇포 실어가라고
거기까지 가서 얻느니 집에 있는 걸 주어도 좋겠다
퇴비 세포를 실어 주었다
작은 애 전화
어버이날 때 쉬지 않으니 어린이날 집으로 모두 오겠단다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사가지고 와서 해드리겠다고
뭐 나야 회나 고길 좋아한다니 그럼 알아서 준비해 오겠단다
그렇게 하라 했다
어린이날이고 어버이 날이라 식당에 가더라도 복잡
차라리 집에서 온 식구 모여 함께 하는게 좋겠다
집사람이 혼자서 병원 다녀 오겠다고
운전할 수 있으니 혼자 다녀와도 괜찮겠다
난 술한잔 마신 게 취해 한숨 자야겠다
동생 전화
큰누님이 나와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궁금해 하시니 전화 한번 드리란다
그래 큰누님과 통화한지 오래
한번 찾아 뵙는다면서 이핑계 저핑계
넘 죄송하다
핸폰을 걸어보니 수신할 수 없는 전화라고
이게 무슨 소리
큰 누님 집전화로 걸어보니 큰 누님께서 바로 받으신다
왜 핸폰이 안되냐고 하니 고장났는데 누가 고쳐주지 않아 그러고 있단다
동생들 소식 궁굼해서 어떻게 집전화로 핸폰에다 걸어 보았는데 그도 참 어렵더라고
그래도 이리저리 꾀 내어 해보았더니 전화가 되더라고
그래서 동생에게 전화했었단다
그게 무슨 말
애들이 엄마 핸폰 고장 났는데도 그대로 있다니...
큰누님께서 언제 광주 나가면 고쳐야겠다기에 자식들 두어 무엇하냐고
고쳐다 주라 말하라 했더니 그들도 넘 바쁘단다
그래 어쩜 그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마음
그래도 누님이 나가시지 말고 애들에게 틈내서 고쳐다 주라 하라 했다
예전 다이얼 시대엔 그러려니 하고 살았어도 손안에 폰이 들어 온 후론 폰이 안되면 모든게 불안하다
엄마 핸폰이 안되는데 조카들이 걱정 안될까?
이해가 안된다
집사람 전화
장성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했단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수술하려면 광주 큰 병원에 가서 하게 수술하지 말라니 이미 수술실로 올라갔단다
큰 수술 아니니 걱정 말란다
간단히 손가락에다 핀만 박기로 했다고
어허 저런
왜 그걸 마음대로 혼자 결정하지
그러나 이미 수술실로 들어갔다니 수술이 잘 되길 바래야지
난 지금 갈 수가 없어
작은애에게 전화해 엄마가 수술한다니 가보라고 했다
잠시 후 전화 와서 수술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제자 전화
샘이 집을 부동산에 내 놓으셨다니 자기가 알고 있는 부동산에도 내보면 어떻겠냐고
어차피 팔려면 여기저기 부동산에도 내보는게 좋을 것같다고
그도 괜찮겠다
백사장이 공고한 내용을 보내 주었다
그걸 참고해 보라고
집사람 전화
새끼손가락 금간 곳엔 핀은 박지 못하고 끊어진 인대를 잇는 수술만 했다고
바로 입원실로 들어갔단다
여기서 며칠 입원하겠다고
그래 수술까지 받았으니 차라리 병원에 입원해 있는게 빨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작은애에게 입원실에 찾아가 필요한 것 있으면 사다 드리라 했다
난 내일이나 가 보아야겠다
그나저나 대단한 집사람이다
수술을 손쉽게 결정해 버리다니...
친구 전화
오늘 너무 좋은 것만 얻어갔다고
아이구 별 것도 아닌 것을
닭이 하도 작다길래 정말 작은 줄 알았더니 꽤 크더란다
자기들은 둘이 먹고도 남을 것같다고
이제 알 낳기 시작하니 고기가 연할 거라며 맛있게 먹으라고
집에까지 찾아와 주어 고맙다고
우리 늘 건강하게 살자며 끊었다
닭들을 가두어 두고 베란다에 앉아 막걸리 한잔
좋은일도 나쁜일도
난 막걸리 한잔으로 멍 때리며 삭인다
엄마 핸폰이 안되는데도 부모님께 잘하는 자식들이 왜 핸폰을 고쳐주지 않고 있을까?
궁금해 안되겠다
조카들에게 전화
받질 않더니 조카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전화가 안되어 외삼촌이 전화하신 것 같다고
어제사 그걸 알았는데 엄마가 핸폰을 아무렇게나 만져 앱이 많이 깔리고 마구 사용해 버려 요금 폭탄을 맞아 정지됐단다
아이구야
90이 다 된 분이 호기심도 많나보다
보통 나이드신 분은 두려워서라도 핸폰의 가능을 익히지 못하는데 큰누님은 이것저것 마구 눌러보시나 보다
그래 그런 정신력이 있으시니 아직 건강히 사시는 거겠지
어머님이 가만히 계시지 않아 조카들에겐 힘이 들지 모르지만 어쩜 그게 누님의 복이신지 모르겠다
우리가 떠나는 마지막까지 정신줄 놓지 않는게 행복이지 않을까?
니들이 고생한다며 끊었지만 그래도 내 생각엔 설사 요금 폭탄 맞고 자주 고장난다 하더라도 얼른 고쳐다 드려 하시고 싶은 걸 하게 했음 좋겠다
노인들의 시간은 천금보다 더 소중하다지 않던가?
다음에 다음에
그런 말은 필요 없다
언제 훌쩍 떠나버릴지 알 수 없는게 우리네 인생
노인들은 더더욱 그렇기에 촌음도 아껴써야한다
하고 싶은 일 다 해보고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 알 수 없다
강진 처형께 전화
군동형님 오시라 해서 같이 식사하신단다
재미있겠다
형제들이 함께 모여 식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집사람이 손가락 수술해 입원했으니 언니들이 전화 한번 하라고
그래도 자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집사람은 입원해 있다는데 홀짝 홀짝 잘도 마신다
아 이게 내 모습
구름이 짙다
낼부터 비소식 있던데 구름이 몰려오나보다
님이여!
싱그런 푸른 잎처럼
오늘도 가슴 따뜻한 말들로 행복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