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로승부를 볼 수 없는 평범한 우리 아이의 교육 로드맵
왜 이리 대학 가기가 힘들어 졌을까?
명문대를 나온 지인이 딸 아이 둘의 입시를 치르고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심 선생님, 요즘 대학 가기가 왜 이리 힘들어졌습니까? 제가 보기에 제 딸들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논술도 잘하는데 인서울도 이렇게 힘드네요.”
지인의 큰 딸은 잠실권 일반고에서 반에서 2-3등을 하다, 재수해서 Top 30 위권 서울 소재 대학을 갔고, 둘 째 딸도 비슷한 성적에다 수능 원점수 360을 받고도, 수시는 다 떨어지고, 정시로 수도권 소재 대학 간호학과에 갔습니다.
왜 이리 대학 가기가 힘들어진 것일까요? 30년 전보다 대학수도 많아졌습니다. 아이들도 훨씬 좋은 교육 인프라에서 공부를 합니다. 영어 유치원도 다니고, 수 많은 학습지를 풀고, 학원을 다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점점 대학 가기가 힘들어질까요? 겉으로 보면 이해 하기 힘든 사회 현상이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옛날 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이른바 인서울 Top 10에, 졸업하면 취업이 되는 좋은 학과라는 좁은 문에 몰려드니 병목 현상이 생기는 거지요.
지인이 대학에 들어간 1980년대 대학진학률은 27% 대 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도 33% 선이었습니다. 가난한 서민 자녀들은 대학 학비 감당이 안 되니, 정말 공부를 잘 하지 않으면 실업계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습니다. 이렇게 나름 정상적 이었던 대학 진학률이 97년에는 60%, 2003년에는 80%를 찍더니, 2008년에는 83.8%라는 미친 통계를 기록합니다. 이후 다시 70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금까지 대학진학률 70% 초반은 OECD 국가중 1위 입니다. OECD
평균이나 유럽 선진국 평균이 40-50%대임을 감안 할 때 잘 못 되어도 뭐가 한 참 잘 못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모순을 누구도 지적하지 못합니다. 그 나마 대학 졸업장은 지난 30-40년간 서민들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고, 학벌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는데, “너는 능력이 안 되니 포기해라” 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여서 아무도 대 놓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이야기이지만, 중하위권 대학에 가보면 정말 “대학 수학 능력”이 안 되는 학생들이 넘쳐 납니다. 저도 편입 영어를 근 20년간 가르쳐 보지만,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student 스펠링을 제대로 못쓰고, to 부정사를 주어로 해석해야 할지, ‘-하기 위하여’ 라고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편입 강의실에 넘칩니다. 어떻게 보면 중학교 수준 영어도 안 되는데, 대학생입니다. 한 마디로 공부가 아니라, 다른 길로 자기 진로를 찾아야 할 아이들이 인문계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고, 재수 학원에 앉아 있고, 편입 학원에 앉아 있고, 공무원 학원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너는 공부는 아니니,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할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80%여서, A나 B나 다 대학을 나왔기에 대학을 안 나오면 결혼도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학물까지 먹은 아이들이니 애들을 공장에 보낼 수도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100만 입니다. 이들이 일하고 있는 이른바 안산이나 시화 공장과 마석의 가구 공장, 종암동의 자수 공장에는 일자리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한국 경제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1/3 정도만 내 보내고, 그 일자리를 학원 떠돌이를 하고 있거나, 편의점, 커피숍 알바를 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맡아 주면 바로 해결 됩니다.
하지만 누가 공장에 가겠습니다. 대학 나온 아들 딸이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딸인데요.
“니가 가라, 공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잘 못되어도 한 참 잘 못된 대학 진학률
이러니 대학 가는데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너도 나도 대학을 가려고 하니까, 대학 가기는 힘들어 지고, 특히 상위권 학교들은 더 힘듭니다. 지금 입시 체제에서는 수시 6대학, 정시 3개 대학을 쓸 수 있습니다. 수시 6개를 쓸 때, Top 50위권 아이들은 Top 30-40 권 대학도 씁니다. Top 30-40 위권 대학 아이들은 Top 10 대학도 씁니다. 누구도 나는 Top 50위권이니까 그 수준에 맞는 1-2 대학만 지원 하지 않습니다. 이러니 이른바 인서울 Top 10 대학은 전형로 만으로도 매년 엄청난 수입을 거둡니다. 인기 학과는 기본 경쟁률이 매년 수 십대 일, 수 백대 일에 이릅니다.
2017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능 응시자수는 605,988 명이었습니다. 이해 정상적인 고3이 되는 1998년 출생아 수는 634,790명이고, 이해 재수생 인원은 13만 5천명 선이므로, 98년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74% (약 47만명)가 대학을 가겠다고 수능을 본 것입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 정원은 8만명 선입니다. 한해 수능을 보는 60만의 아이들이 궁극적으로 가려고 하는 대학은 약 10만명 선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위 16%에 들어서 적어도 원하는 대학과 비슷한 대학을 가고, 졸업 후에도 원하는 직장과 비슷한 직장을 갈 수 있는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84%의 평범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그래도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 고문 속에서, 잘 하지도 못하는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언제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사회에 나오게 됩니다.
각 가정이 학력 거품을 빼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제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우선 원론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대학 나와서 의미 있는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과감히 학력 거품을 빼고, 자기만의 스토리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살 수 있게 도와 주자는 것입니다.
2017학년도 대학 입학 전체 인원(2년제 포함)은 51만명 선입니다. 해마다 대학을 갈 의향이 있고, 대학 학비를 낼 의향이 있는 아이들은 약 52만명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1만명만 떨어지고 나머지는 다 대학을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51만명의 입학생 중에 대학 교육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직장이나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아무리 후하게 통계를 잡아도 20만 이외에는 아이와 부모가 바라는 직장을 구할 수 없습니다. 30만은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합니다. 너무나 쉬운 산수인데, 막상 내 아이의 문제 앞에서는 이런 이성적 사고가 안 됩니다. 이런 데다 정부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 이야기를 해 줄 수 없습니다. 대학을 안 나온 것이 수치가 되고, 결혼도 못하는 사유가 되는 사회에서 누가 너는 대학 가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누가 너는 실력이 안 되니, 분수를 알고 1-2 대학만 쓰고, 그 정도에 맞춰 공부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이는 깨어 있는 부모들이 제대로 판단하고, 시대 변화에 따라 아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1-2가지 역량을 찾아내서 길러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특목고 갈 실력은 안 되고, 의미 있는 대학 갈 실력은 안 되는데, 어떻게 공부 시켜야 하냐”고 묻는 부모님들께 제가 드리는 대답은 거의 같습니다.
“아이가 탁월하지 않으면, 아이 공부 동기 부여가 될 때까지 최대한 사교육비 줄이고, 실탄을 아껴 두었다가,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확실히 밀어주자”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까지는 최대한 근검 절약하며 아이들에게 경제의식도 심어주고, 부모는 최대한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아이들에게 한 방 쏴 주고도 본인들 노후는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 개혁이 힘들다면 가정이 중심을 잡아야
현재 세계 교육 제도 중 제일 부러운 나라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 전후로 선생님이 학생의 적성과 학업 능력에 따라 상급 학교 진학을 추천합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9년제 김나지움을 거쳐 대부분 대학에 진학합니다. 6년제 레알슐레 졸업생들은 사무직, 행정직으로 가고, 5년제 하웁트슐레 졸업생들은 기술직으로 직업을 구합니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40% 미만으로 대학 학비를 나라에서 지원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가고, 대학 졸업자의 반이 실업자이고, 취업자의 반은 비정규직입니다. 그리고 전공에 상관없이 다들 공무원 되겠다고 합니다. 매년 공무원 시험 시험 보는 사람들이 20-30만을 넘습니다. 2016년 9급 국가 공무원 경쟁률은 54:1이고, 2016년 서울시, 7,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87:1 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교육의 난맥상은 비단 위정자이나 교육 행정가들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온 국민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독일이 지금의 독일인 것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 땀 흘러 일하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별 노조 제도도 잘 되어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격도 크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에만 목을 매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도 말도 안되는 대학 진학률 70-80% 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쓸 데 없는 경쟁에 시간 낭비, 돈 낭비 하지 않도록 올바른 사회 개혁, 교육 개혁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사회 개혁이 쉽지 않으니, 먼저 각 가정이 지금의 상황을 냉철하게 보고, 제대로 된 교육 로드맵을 아이와 함께 찾아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 교육 이론을 따르는 지인들 가정에는 아이가 중학교 1,2 학년 때 내신 1,2 등급(명문학군이라면 3-4등급까지로도 볼 수 있겠지요)이 아니라면, 일찌감치 대학이외의 다른 길을 찾아 보라고 권합니다. 지금 같은 저성장 기조라면 앞으로 40만 세대가 대학에 가는 지금의 중학교 이하 아이들 가운데, 의미 있는 정규직 일자리를 차지할 아이들은 10만이 안 됩니다. 나머지 30만은 어차피 각자 도생해야 하는데, 이 아이들 모두 공무원 시험 준비 시킬 건가요? 아니면 편의점 알바, 커피숍 알바 시킬 건가요?
좀 더 이성적 판단을 하는 부모라면, 아이를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나오게 하고, 남자 아이들 같으면 군대에 보내고, 사회 생활 경험하게 하고,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게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필요하면 편입을 하든, 방송 통신대학에 보내 든, 유학을 보내든 필요한 공부를 더 시키면 됩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중고등 학교 6년을 멍하니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20-30만의 아이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저는 7-8년 전부터 계속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제 친척을 비롯해 수 많은 지인들이 그 의미 없는 ‘고졸 졸업장’과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대학 졸업장’에 수천만원, 수억을 투자하고 결국은 아이들은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로 만드는 모습을 봅니다. 그럼 우리 애를 공고에 보내라는 이야기냐? 공장에서 일하라고 하는거냐? 대학을 못 가더라도 청소년기를 비뚤어지지 않게 보내려면 그래도 인문계가 낫지 않냐?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학 안 나오면 시집, 장가를 어떻게 가냐? 라는 수많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막연하다면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인문계-의미 없는 대학- 취업 준비로 돈 쓰고 고생하고 – 돌고 돌아 비정규직’ 이라는 대세를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판단이 드는 부모님들은 실업계 가서도 중심 잡고, 대학은 안 가더라도 독서하고, 토론하면서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는 법 이라든지, 총각네 이영석 대표의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나 ‘멈추지마 꿈부터 다시 써봐’의 주인공 김수영 씨의 강연을 유투브로 보여주며, 인공지능, 알파고의 시대에 대학 말고 먹고 살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아이와 함께 찾아 볼 것 입니다.
알파고의 시대를 대비하는 스토리 교육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20년 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2030 년대 입니다. 이 때쯤 이면 아마 가솔린이나 디젤 자동차는 확실히 없어질 것 같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차량이 전기차나 수소차가 되고 서울 공기 문제도 많이 해결 될 것입니다 기술이 더 발전해서 중국의 공해 문제도 많이 해결 되면, 이제 공기가 안 좋아서 서울 못 살겠다는 이야기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부동산면에서 생각해 보면, 서울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가능성이 있고, 집을 산다면 왜 가능한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가까운 데 사라고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면에서도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지금 문과에서 인기있는 과는 경영, 경제, 영어 교육 등 사범 계열, 법, 행정 등 입니다. 경영, 경제 분야에서는 세무사와 회계사가 줄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지금 졸업 후 최고 연봉을 받는 직종 중 하나인 펀드 매니저나 자산 관리사 등도 20년 후에 존재 할지가 의문입니다. 지금도 인공 지능 투자 프로그램이 인간 펀드 매니저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데 과연 기계와 경쟁이 될까요? 저도 영어 선생님이지만, 앞으로 영어나 외국어 교육과도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 동시 통역 프로그램이 나오면 사교적 측면에서의 대화 이외에 외국어로의 의사 소통은 거의 기계가 해 줄 것 같습니다. 화이트 칼라 직업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은 어떨까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정부가 억지로 자리를 유지 하지 않는 한 지금 자리의 반 이상은 확실히 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그럼 어느정도 미래의 모습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가 스토리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영수를 잘 해서, 좋은 대학 가서, 안정된 일자리를 얻어서 이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집니다. 레드오션이 더 빨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내 아이가 다행히 상위 10%에 들어 그나마 남아 있는 적은 일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 보다, 나머지 90%에 들어 시간과 돈을 낭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공부가 안 되는 아이들의 경우 더더욱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는 스토리 메이킹을 빨리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 되는 아이와 안 되는 아이 구분하는 방법이 지금처럼 고비용 구조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수능 점수 하나로 줄 세우기를 해도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 쉽지 않고, 입시 제도는 점점 복잡해 지고, 좋은 대학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을 선별하기 위한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시 체제와 학생부 종합 전형 체제 덕분에 스토리 메이킹은 역설적으로 상위 10%에 들어서 전문직과 같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이 열심히 해서, 특목고에 가고 명문대 선호학과에 가고 있습니다.
중하위권 아이들의 스토리 전략
그럼 나머지 중하위권 아이들은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요, 이 부분은 제 다음 저작인 <서민자녀 교육 로드맵>(가제)에서 좀더 자세히 말씀 드릴 계획인데, 우선 기본적으로는 “자기만의 컨텐츠를 가지고, 5,000 명의 팔로워를 만들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지인의 딸은 중학교 때부터 국어는 잘 했는데, 수학, 과학 점수가 안 나와 중하위권 성적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닦달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잘 하게 라는 전략을 세워 주었습니다. “다른 과목은 보통만 해도 된다.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국어는 100점 맞아라” 그리고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소설을 읽는데 보냈고, 중학교 때부터 인터넷에 웹 연애 소설을 연재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내신은 하위 등급이었지만, 국어는 100점 이었고, 이제 인터넷 상에서 꽤 유명한 웹소설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도 수시 전형으로 모 대학 문예 창작 학과에 갔습니다. 그동안의 수상 실적과 인터넷 커뮤터니 활동 경력을 자기소개서에 주로 적었습니다. 이렇게 중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10년간 웹소설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블로그 이웃이 5,000 명이 넘는 파워 블로거이자, 소설만 쓰고도 생계가 유지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글을 쓰는 작가에만 해당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믿고 따르는 5,000 명의 고객이 있다면 레스토랑을 하던, 여행사를 하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든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강남에 살면서 자사고에 다니던 큰 아이 입시를 치른 선배님께도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큰 아이는 강남권 자사고에서 재수를 하고도 Top 30 위 권 밖의 인문대에 갔습니다. 엄마는 삼수를 권했지만 아이는 그만 하겠다고 하고, 원래 아이와 소통이 잘 되는 아빠는 당연히 아이가 원하는대로 하고, 그 전공에서 재미 있게 공부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둘째 아들입니다. 고 1 올라가서 모의고사를 보니, 영어가 70점이라고 합니다. 큰 아이 입시를 2번 이나 치뤄 보니, 이 선배 머리속에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심 선생님, 앞으로 우리 둘째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의미 있는 대학을 가는 것을 물건너 간것 같은데. 아이는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 꽂혀서, 매일 일본 만화 보고, 일본 영화에, 음악에 매일 일본어만 듣고 사는데…”
“말씀 드렸잖아요. 잘하는 것을 더 잘 하게 해 주세요. 쓸데 없는 국영수 학원 보내지 말고, 일본어 학원 더 보내고, 여행도 일본으로 가세요. 도쿄 오다이바에 가서 후지 TV 사도 견학하고, 가능하면 지금부터 블로그나 유투브도 시키세요. 일본 애니, 일본 문화 덕후(매니아)로 키우세요. 그렇게 해서 그 분야에서 5,000명의 팔로워를 만들 수 있는 아이가 되면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을 거에요.”
이 선배처럼 여행도 시켜주고, 아이와 소통 할 시간이 없는 부모들에게도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 주면 됩니다. 형편이 어려운 한 친척은 인천에 살면서 두 딸을 대학까지 공부를 시켰습니다. 둘째는 공부에 관심 없고, 매일 화장하고 머리만 만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쓸데 없이 국영수 학원 보내지 말고, 중학교 때부터 미용학원에 보내라고 했습니다. 혼자 가기 뭐하면 친한 친구 하나 꾜셔서 같이 가라고 하고요. 하지만 그래도 대학을 나와야… 지금부터 기술을 배우면… 레파토리가 나오더니, 결국 대학을 보냈고, 아이는 4년제 나와서 다시 미용학원에 가서 자격증 따고, 미용실에서 일합니다. 제 말대로 중학교 때부터 했으면 벌써 경력 10년입니다. 그런데 이제 보조 1-2 년 차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 재테크 텐인텐 에서는 실제로 한 남 학생이 이렇게 동네 미용실에서 중학생부터 알바하면서 원장님께 일을 배우더니, 고등학교 때도 틈틈히 알바를 해서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앞으로 자기가 샵을 낼 비용을 저축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게 알파고 시대에 서민 자녀들이 찾아야 할 로드맵이 아니겠습니까?
어느 아이든 천부 적인 재능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무언가 쓸모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기의 기준과 판단으로 아이를 재단하고, 자기 욕심대로 이끌려고 하면서 아이의 재능은 감춰지고, ‘우라지게 말 안 듣고, 세상 물정 모르고 공부 안하는 ‘ 아이가 되면서 매일 매일 엄마는 아이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어떤 부모님은 우리 아이는 ‘게임만 좋아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러면 계속 게임을 하게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다가 정말 실패를 겪어 보고,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 군대가서 눈 오는 날 누구는 행정반에서 타이핑 치고 있고, 누구는 영하 10도 넘는 강추위에 눈 한번 쓸어 봐야 정신 차리고 무언가 해야 겠다는 동기가 생깁니다. 단 한 가지 범죄만 한 하면 됩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 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파출소에 끌려갈 일을 하면 다른 문제가 됩니다.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가 되는 순간입니다. 당연히 거기서는 훈육을 해야 겠지요. 자기가 좋아하며 잘하는 일을 찾는 일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까요.
결국 교육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
결국 교육의 문제는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입니다.
우리 때도 그랬지만 결국 공부는 아이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모가 너무 몰아 부치 지도 않는데,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큰 복입니다. 입시 현장에 20년 있으며 아이들 대학가고, 편입하고, 이후 사회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점점 아이들 공부는 부모의 의지나 노력, 재력 보다 결국 자식복이 아닐까 라는 약간은 “우주적”인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부모는 자기들 표현으로는 방치했다고 하고, 맞벌이라 아이 돌 볼 시간이 없었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근성이 있고 공부를 잘 합니다. 어떤 부모는 어려 서부터 온갖 정성을 들이고, 갖은 노력을 다 했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의지가 없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유적적 요인과 더불어 무언가 인간의 의지를 넘어서는 또 다른 힘(?)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교육 계의 유명한 격언 입니다. 결국 부모가 얼마만큼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려고 하기보다, 기다릴 수 있는 내공을 갖춘 부모가 되는게 더욱 중요하고, 더욱 성급한 일입니다.
<칼럼니스트 소개: 심정섭>
2009년 부터 텐인텐에서 사교육비 경감, 올바른 자녀 교육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18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는 영어라는 물고기 보다, 인생 경영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자연출산 및 부모 교육, 유대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학군지도>>(진서원, 2017),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예담 프렌드, 2016), 자연교육법적인 원리에서 현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나무의 철학, 2014), 자연교육법의 실천적 모델인 안철수 가정의 교육을 분석한 <<안철수 공부법>>(황금부엉이, 2012) 와 유대인식 누적 암송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20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명진출판, 2011)가 있습니다.
진정한 부모 교육은 태교와 출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출산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스러운 탄생이야기(T-store ebook)를 쓰고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샨티, 2012)를 번역하였습니다.
현재 더나음연구소를 설립하여 뜻을 같이 하는 부모들과 더나은 육아와 교육적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식 자녀 교육의 한국적 적용과, 입시교육과 대안교육의 한계를 넘어 가정 중심의 더나은 교육을 실천하는데 관심이 있고, 유대인 자녀교육의 한국적 적용을 다룬 저서와 탈무드 관련 저서를 집필 중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학군지도 http://www.yes24.com/24/goods/34424634
강남 서울대 http://www.yes24.com/24/goods/13606873?scode=032&OzSrank=1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http://www.yes24.com/24/goods/24333069?scode=032&OzSrank=1
심정섭의 학군과 교육 블로그 http://blog.naver.com/jonathanshim
첫댓글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대단하세요... 하고 싶지만 쉽지 않군요....
고2 성적은 중위권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부는 하니
유망한 대학은 힘들더라도 조금씩 더 나아가면 지금보다
낳아지겠지 하고 보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유익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딱히 성적도 별로인데 딱히 드러나는 적성이 없는 아이들은 경험시키는 것도 고민됩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 웹툰,드라마 이런 것만 즐기는 아이들이 주변에 많아요. 미용이든, 글쓰는 취미든, 일본만화든 한가지에 집중하는 모습이 있으면 부모로서 결단 내리기도 쉬울것 같은데 하고싶은 것도 없고 뭐든지 안하려고하는 무기력한 모습의 아이는 어찌해야할지 고민됩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좋은글이네요.
구구절절 공감이 가서 교육정책하시는 분들도 이 글을 좀 보면 좋겠네요.. 전체흐름을 어느 누구도 감히 거스를 용기가 나지않아 알면서도 거대한 틀에 끌려가는 형국이니 어디서 부터 고리를 끊는 단초가 생겨나야할지..요즘 강남의 초등학생들 다수가 하루에 학원가는 횟수 보통 6-7개에서 심지어14개(예체능포함) 까지 다니는걸 보고는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물론 그렇지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맘놓고 뛰어놀 시간이 없으니..결국 16년간 죽도록 틀에박힌 공부에만 매달리다보니 자기의 꿈이나 적성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도,엄두도 안나겠지요.학부모님들중에는 수능만 없다면 우리도 이러지 않는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는 아들,딸을 각각 틀리게 교육방향을 잡았어요. 딸은 어려서부터 공부쪽으로 아들은 머리가 장사머리라서 중3때 전문계를 권했지요. 다행히 따라주어서 전문대 호텔조리과를 나왔습니다. 공부가 아닌 아이들은 기술쪽으로 밀으면 될 것 같은데.. 부모 특히 엄마들이 욕심을 버려야합니다. 독일에서 굴뚝공들이 얼마나 수입이 좋은지 몰라서 그렇고 미국의 화장실 수리공이 얼마나 수입이 좋은지... 하여튼 부모님들이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잘 보고 잘 인도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욕심을 버려야...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알파고 시대에는 어설픈 대졸자 보다 기능인이 더 대우를 받을 것 같습니다. 삶의 주관이 분명하고 독서 토론 할 수 있는 기능인으로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 시대가 될 것 같아요 ^-^
@심정섭(Jonathan) 제 아들은 목표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기술이 최고이니 특기적성으로 제과제빵을 하라고 꼬드겼지요. 1학년때 하고 2학년때는 안하더니 여름쯤에 요리사가 되겠다고 해서 얼른 학원을 보냈지요. 그리고 고3때 자기는 쓸데없는 돈을 쓰기싫다고 하면서 수도권 집에서 다닐수 있는 전문대 호텔조리과 두개만 원서를 넣었지요. 원서비는 육만원 들었습니다. 다행히 두군데 다 되어서 선택을 했어요. 아들 본인은 그 과가 떨어지면 자기는 공장으로 돈 벌러 간다고 하였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실용성을 강조하였지요.. 아무리 좋은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음 안되는 것 같아요.
@거승 훌륭한 부모님 밑에 훌륭한 자녀이네요. 전략적 선택을 잘 하신 것 같습니다. 이후 어떻게 성장하고 사회 생활 하는지 피드백 주세요 ^-^
@심정섭(Jonathan) 제 아들은 저희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대학을 다니면서 주말엔 알바와 방학땐 공장 알바를 하여서 저는 용돈을 주지 않고, 등록금도 융자를 받았답니다. 아들은 1학년 기말시험을 금욜에 보고 월욜에 바로 입대를 하였답니다. 그리하여 23살에 대학졸업하기전에 조선호텔 인턴으로 근무를 하였답니다. 지금은 정직원이 안되었지만.. 그동안 쉬지 못했다고 해서 삼개월 힐링을 하고 다음주부터 일산으로 출근을 한다고 합니다. 본인이 배우고 싶은 피자에 대해서 속속들이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누나가 미국에 있기에 제 소망은 영어를 같이 했으면 하는데 글쎄요.. 뭐라고 잔소리 하면 싫어합니다. 딱 한마디만 해야 합니다.
@거승 제가 집이 김포랍니다. 아들은 안양으로 등하교를 하였답니다. 두시간이 넘는 시간을 왕복하였으니 하루가 길었을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였기에.. 김포에서 시청으로 다니는 2년간도 무사히 힘들지 않게 넘겼답니다. 지금도 한시간 걸리는 일산은 누워서 떡먹기라고 합니다. 아이들을 너무 하우스 안으로 몰지 않았음 하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비바람이 불어서 일어설수 있는 자립심을 길러 주었으면 합니다. 딸이 대학교때 하루는 불평을 하였답니다.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이왈저왈 하면서 비교를 하였기에 저는 딱 한마디 하였지요. 나중에 엄마한테 고마워할때가 올것이라고.. 왜냐하면 자립심이란 제일 중요한것을 가지게 하였기에..
@거승 몇년있다가 딸은 저에게 그랬답니다. 이담에 아이들을 낳으면 엄마처럼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딸은 대학을 5년 다녔습니다. 4년은 과학교육을 1년은 복수로 수학교육을 다녔습니다. 딸아이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과외와 장학금과 부족한것은 융자를 받아서 5년을 보냈고.. 지금도 미국에가서 학자금을 본인이 갚고 있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게 무조건적인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로 사랑을 한다면 내가 없더라고 혼자 일어설수 있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멀찌감치 보고 있다가 아니다싶으면 한두마디만 하면 됩니다. 특히 아들은 잔소릴 하면 청개구리라서 키우기 힘들었어요.
좋은 글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려놓기가 힘들겠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시간가는지 모르고 정독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딱 제가 생각했던 방향이네요
감사합니다. 부모로서 먼저 중심을 잡아야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부모로 사는거. 참고민과 걱정이 많다는걸 요새느낍니다
사교육계 종사자로서 시간날때마다 쓰신 글들을 쭈욱 읽어봐야 할듯 하네요.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