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노모(42)씨의 전 재산은 서울 강남의 102㎡짜리 아파트다. 하지만 집값은 2년 전 노씨가 샀을 때보다 1억원 가까이 내렸다. 노씨의 한 달 평균 수입은 약 500만원으로 적지 않은 편이지만, 두 아이 교육비로만 200만원이 나간다. 은행 빚도 매달 100만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간다. 생활비까지 더하면 저축은 꿈도 못 꾼다. 노씨는 "미래를 위해 저축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현실적으로 돈 쓸 일 천지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노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30~40대가 적지 않다. 본지와 피델리티자산운용,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한국 남녀 성인 470명과 유럽 8개국 남녀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은퇴준비 인식 조사'에서도, 한국인들이 은퇴자금 준비에 차질을 빚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 교육비'가 꼽혔다. 이번 조사 대상인 유럽 8개국(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잘 몰라서 ▲관심이 없어서 ▲나이가 어려서 등의 이유로 은퇴 준비를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