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나자로 마을에 첫발을 디딘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5월 미사에 다시 찾은 나자로 마을~
새벽 5시, 벌써 동이 터오르니 제일 꼬맹이 8개월짜리 외손주 녀석이 먼저 몸을 비비더니 눈이 마주치자 천사 웃음으로 답을 한다
꼬맹이의 하루를 여는 여러 일상을 도와주고 급히 서둘러 아이들 식사 준비, 악보 챙기기, 복장 준비 등을 서두르니 윗놈들도 일어나 '할머니~'를 끊임없이 부른다.
모두를 뒤로하고 차에 오르니 시침은 벌써 숫자 8을 넘기고 부산히 출발하여 목적지를 향하는데 항상 분주하던 길들이 뻥 뚫려 있다.
두번째라는 자신감까지 합세하여 호기있게 수원을 통과하는데 단장님께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미사 후에 사도예절이 있다고 하신다. 생각없이 전화 받다가 마침 큰 사거리인데 신호를 늦게보고 정차를 하니 다른 차들이 빵빵거리며 난리다. 이렇게 익숙지 않은 도로에 나오면 초보운전임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더구나 아직도 수도권 도로망에 초보인 내게는 무리인 듯 보란듯이 길을 잘못 들었다. 마침 주변에 사람이 보여 '나자로마을~'을 외치니 바로 옆길로 가라고 알려준다. 차를 돌리니 마침 주일 예배 참여자를 돕기위한 개신교 교통도우미들의 도움으로 제 길로 들어서 조금 달리니 곧바로 나자로삼거리다.
휴우~ 안도와 함께 헤메임없이 주차장에 도착하니 반가운 단장님, 부단장님 계신다.
단장님께서 미사 후에 사도예절이 있는데 멘트가 있으면 520번만 불러주면 된다고 하신다.
다른 생각 할 겨를없이 연습장소에 도착하여 옷부터 갈아입고 정했던 대로 연습을 마치고 성당입구에 들어서니 아직 신자들의 기도가 끝나지 않았다.
준비한 퇴장성가곡 악보는 부단장님께서 나눠드리는데 '아차~' 국악미사곡집을 가져오지 않았다.
집을 나설 때 늦더라도 챙겨올 것을~ 하며 후회해봤자 때는 벌써 늦었다.
이미 준비 되어진 그대로 진행하기로 단장님과 상의를 마치고 화답송 후렴과 퇴장성가를 연습하려니 신부님께서 운구행렬을 맞으신다.
이어서 미사가 시작 되고~ 선종하신 분에 대한 소개가 있고 이어 자비송, 대영광송이 이어지는 데~
제대에 신부님 악보는 있는지? 주변 신자분들의 입모양을 보니 모두가 함구하고 같이 노래하는 사람이 없다.
말씀의 전례~ 제1독서와 화답송이 끝나고 제2독서~ 마음 속에선 복음환호송만이라도 가톨릭 성가책 곡으로 바꾸고 싶은 맘이 굴뚝 같다.
강론말씀 전에 선종하신 분의 평소 모습과 돌아가시기 전의 상황을 소개해 주시는데 신자석 여기저기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자까지 눈시울에 손이 간다.
관 위의 사진과 1월에 나자로마을 미사에 왔을 때의 기억과 신부님께서 해 주시는 소개 말씀이 오버랩 되며 오늘 이 시간 화사하게 단복까지 갖춰입은 우리 한울림 식구의 모습을 선종하신 분께서는 어떻게 받아주실 지 생각이 만갈래다.
선종하신 분에 대한 말씀이 끝나고 삼위일체 대축일에 대한 강론 말씀이 이어지니 드디어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진다
오늘은 대축일이며 선종하신 분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보이는 육신은 비록 불편하셨지만 하느님 소유인 그 분 영혼만은 세상 어느 부유하고 건강한 육신의 소유자보다 더 하느님을 사랑하신 분이셨음을 깨달으며 우리 한울림 식구들의 방문을 기뻐해 주시지 않으셨을까 자위해 본다.
그런저런 생각으로 제대 뒤의 색유리에서 처음 어수선을 느꼈던 마음에 그분들 고단했던 삶과 예수님의 아픈 가시관을 통한 구원의 감동을 초록색 한그루 식물과 노란색깔에서 느껴지며 작자의 심경과 나자로마을에서 사셨던 여러 삶들이 내가 처한 현실과 어우러져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싶은 평온으로 주어진다.
어느덧 미사가 끝나고 수녀님과 신부님께 죄송했었음을 표현하곤 다시 팔각정 연습실에 모여 임원들이 준비해준 맛있는 김밥을 두 줄씩이나 먹고 두 시 넘게 연습도 하고~
평소 연습이 두 시부터였으니 미사 참석이 어려운 단원들과 나자로마을 미사를 몰랐던 새 단원들이 북수동에서 2시에 출발하여 늦게 도착하신 분이 몇 분 계시다. 매 주 문자로 연락을 맡아주었던 소프라노 파트장님과 베이스 파트장님의 유고가 이리 큰 빈자리를 확인시켜 준 결과다,
연습도 끝나고 모두들 돌아가는 시간이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은 마음을 몇몇 식구들이 나누니 등나무꽃 진 자리를 치우고 급히 악단장님께서 새로 장만해오신 맛있는 떡이랑, 과일이랑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니 이게 바로 '정'이라는 좋은 기운이 쌓여가는 자리이다. 더구나 이명희 아녜스 님이 건강검진을 하셨는데 위궤양에서 위염 정도로, 대장은 암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깨끗한 상태가 되었다는 소식에 함께 한 모든 이가 너무 감사하다.
간식도 다 먹고 거닐기로 하며 이 꽃 저 꽃 구경하는데 우거진 개나리 울타리 사이로 14처가 보이니 우리 신부님 위한 십자가의 길을 하기로 하고 신부님께서 만들어주신 '어머니께 청하오니' 를 부르며 한 시간여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따라 걸었다. 끝나고 아드님 따라 가시네까지~~
이렇게 나자로 마을에서의 하루는 일상이 아닌 특별한 날로 다가와 국악성가와 함께하는 은총의 열매를 다시한번 누리는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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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명희 아녜스 님의 검진결과 ~ 제가 감사합니다 ~~
참석치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전합니다. 그리고 단원분들께 문자를 보내지 못했음에 미안하구요.. 잘 마치셨다니 감사합니다. 아녜스 자매님의 건강검진 소식. 참으로 다행이고 축하 할 일이군요. 내일이면 6월. 한울림 합창단 및 단원 모든분들께 좋은일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역쉬~ 울 지휘자님이셔요....ㅎㅎ 늘 손주들과 분주하게 지내시랴 악보정리 하시랴 늘 바쁘신 지휘자님께 항상 미안합니다. 저는 손주한테 시달릴 일도 업는데도 늘 바쁘니.... 저도 그날 가서 사도예절이 있단 얘기 듣고 아차 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우리들 한복색깔이 그나마 보라색이라 좀 괜찮은것 같았고 그날 국악성가로 대영광송까지 다바치는 주일이라 그분께서도 더 기쁘게 하늘나라로 가시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글구 명희언니는 정말 하느님께서 이뻐 하셔서 일을 더 잘하라고 건강을 잘 챙겨주시는것 같아요.... 하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