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간다
코스모스 꽃길을 걸으려
누렇게 익어가는 차창 밖 정경을 바라보다
어릴적 생각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진다.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처음 기차를 타던 날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기차는
왜 그리 신기하면서 무서웠던지
지금은
안계시는 어머님 대신
손주녀석들 재롱보며 가고 싶지만.....
내 마음 누가 알아주랴.
그렇게도 짐보따리와 함께 붐비던
원북, 평촌, 반성, 갈촌역도
지금은 뜸뜸이 오르는 여행객을 태우는
쓸쓸한 시골역으로 바뀌고
아스라한 추억 속의 기찻길도
철길따라 우뚝우뚝 솟아있는 철탑들
고속철에 밀려 사라지겠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상념 속에도
기차는 달린다.
누런 들판을 지나고
구불구불 산모롱이도 돌아
울긋불긋 코스모스 꽃길을 향해
기차는 달린다.
만 1년만의 기차여행, 하동 북천 코스모스 꽃길 걷기.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총 신청 51명, 이래저래 불참 5명, 46명의 코스모스 꽃길 걷기 기차여행.
평소 기차를 잘 타지 않아서 인지 기차는 뭔가 낭만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코스모스.
지금 5,60대는 어릴 때 많이 보았던 꽃이라 그런지 이 코스모스에도 애틋함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기차를 타고 가서 코스모스 꽃을 구경하면서 길을 걷는다는게........
그러나 북천 역에 내려서부터 뭔가 느낌이 달랐다. 멀리서이지만 작년에 보았던 행사장의 애드밸룬도 보이지 않고 주변의 코스모스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하나 둘 실망이....
결정적인 실망은 태풍으로 인해 망가진 조랑박 터널. 끔찍한 느낌이 들었고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자연의 무서움에 미리 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항상 밝은, 긍정적인 우리 회원들은 꽃길이 작년보다는 못하지만 즐겁게 코스모스 꽃길을 걷고, 갑작스레 일정을 바꾸어도 밝은 얼굴로 동참해주니, 이게 바로 우리 길사랑의 참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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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7시가 다 되었다.
허둥지둥 챙겨서 택시를 타고 마산역에 도착하니 7시 30분, 벌써 도착한 회원들도 있었지만 8시가 다 되어 도착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8시 8분. 기차는 어김이 없다. 버스는 기다려주기라도 하지만.
중리역에서 내서읍 회원들이 오르고 창원역에서 승차한 회원과 조우하니 총 46명. 아니 1명이 지각, 뒷 기차로 북천에서 만나고.
기차 안에서 가지고 온 간식-가장 많은게 고구마, 밤-을 나눠 먹으면서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근 2시간, 북천 역 마당에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기찻길이 있는 곳으로 가서 단체사진을 찍고. 걷기에 들어 간 시각은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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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으로 나가 북천 마을 차도를 따라 가다가 다리를 지나고, 작년에는 없었던 데크로드도 걷고 북천초, 중학교 앞으로 방향을 잡았다. 초등학교를 지나 논길을 가는데 주변의 코스모스 밭이 작년에 비해 뭔가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둑길을 가는데도 주변에 보이는 코스모스 꽃길이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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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길을 지나 진주-목포간 고속철(지금 공사중)이 지나는 다리 밑에 잠시 멈추었다가 본격적인 코스모스 꽃길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는데도 공중엔 애드밸룬 하나 눈에 띄지 않고 뭔가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는 어린 꼬마들도 많이 보였는데 겨우 한 팀만 보일 정도였다. 뭔가 조짐이 점점 더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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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실망.
조롱박과 희귀 박들이 있는 터널, 이게 뭔가? 휑하니 하늘이 다 보이고 모든 식물들이 정상이 아니었다. 열매가 있다고는 하지만 잎은 말라 비틀어졌고, 철망을 감아야 할 줄기는 사라져 하늘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었다. 뱀 수세민가 하는 것은 주렁주렁 늘어져 있었으나 반은 썪었거나 아예 익지도 않았다.
세 번에 걸쳐 불어닥친 태풍으로 박살이 난 것이다. 자연의 무서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철망 아래로 걷기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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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할 것이 별로 없어 밖으로 나오니 오히려 더 나았다. 개구리와 물고기 모형의 작은 연못에는 물아카시아와 물수세미가 피어 있고, 다시 나타난 작은 터널에는 앙상하지만 조롱박이 달려 있었다. 멀리 보이는 철제 섶다리가 예뻐보여 다가가니 다리 앞에는 피노키오 코의 소녀가 자전거를 타는 모형이 있고 다리 건너 편에는 분재원이 있고, 옛 농기구 전시장이 있었다. 그야말로 주마간산식으로 구경하고, 루피나가 시댁에서 가져 왔다는 농주 2잔을 마시고 나니 빈 속이라 그런지 뱅뱅 도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논길을 따라 걸으니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정자가 나타나고, 양덕팁들이 쉬고 있었으며 행사본부 쪽으로 방향을 트니 조산정이란 정자에 믾은 회원들이 쉬고 있었다.
이 때의 시각이 11시 30분. 본래 계획에는 12시 30분경에 점심을 먹기로 하였으나 일정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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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정에서 행사장의 시골장터로 오는 길에서 쳐다보니 유일하게 애드밸룬이 하나가 행사장 공중에 떠 있고, 길가에는 요즘 보기 드문 빨간 매드라미가 피어 있었다.
시골장터에 도착하여 몇몇은 창원식당으로, 몇몇은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려, 나머지는 마산식당-주로 마산 사람들-으로 가서 메밀국수와 소고기 국밥을, 가지고 온 양주, 오디주, 동동주 등을 반주로 하여 식사를 하였다.
점심을 먹고 12시 20분까지 행사본부석으로 모이라고 했으나 회원들의 모이는 시간리 길어지자 청송님의 "오빤 청송 스타일" 춤이 나오고, 가끔은 순간 웃음보따리를 터뜨리게 하는 장똘님의 춤이 한바탕 벌어져 식후 소화제 역할을 톡톡히 하여 기분 전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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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에 없던 이병부 문학관 길로 가기로 하였다.
첫째 본 행사장의 꽃에 실망하여 꽃이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본 행사장에서 구경거리가 적으니 자연 시간이 많이 남아 더 걷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이병주 기념관으로 가는 길에는 본 행사장보다 코스모스가 많이 피었으나 그래도 작년만은 못하였다. 꽃구경 걷기보다 가는 길목에서 밤줍기에 더 열성적인 회원들도 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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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기념관에 들러 1년만이지만 친구인 최증수 관장을 마나고 물 한 잔 마시고는 발길을 돌렸다. 북천역에서 만난 진주의 동기들은 문학강좌 행사를 한다고 강당에 앉아 있고.
돌아 나오다가 회원들에게 조롱박 터널 입장료-올해는 받지 않음-를 아이스크림으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1000원짜리를 900원에 하고, 나머지 돈은 동동주로 입을 풀었다. 참 맛이 있었으나......아쉬워라.
북천 코스모스 꽃길 걷기의 대미는 바로 철길이다.
논길가의 꽃길을 걷다가 그래도 시간이 남아 철길로 올라섰다. 철길 좌우의 코스모스도 좋지만 철길에만 올라서면 철길따라 걷고 싶다. 철길 가의 바람개비도 좋고. 뜬구름과 같이 오다가 서로 사진도 찍어 주고, 처음 나온 여 회원과 손을 잡고 철길도 걸어보고. 오늘 걷기의 최고 낭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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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 역 앞마당에 도착하니 회원들은 모두 도착하여 있었다. 모두 약간은 피곤한 기색이었다. 역의 방송에 의하면 14분 연착이라나.
피곤하고 기차의 연착이라 해도 회원들은 즐거웠다.
기차를 타고 잠시 눈을 감고 보니 중리역, 내서읍 원들이 내라고, 마산에 도착하여 창원팀과 작별을 고하고 나니 6시, 역 밖으로 나와 이별을 고하고는 뜬구름과 마지막 축배를 소주 2명으로 나누고 오늘의 걷가 여정을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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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가 어두워 회원들의 실망이 컸으리라 생각되는데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즐겁게 걸어주신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좀 더 알뜰한 걷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후기를 사진과 같이 올려야 더 맛이 날 것이데 그렇지 못한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금, 토요일은 주로 시골로 가기 때문에.....
항상 적극 동참해주시고
길사랑회 발전을 염려해주시는 회원님들께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리 멋진
길동무님들과 함께한 시간들~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기차여행도 낭만적이었구요~
울 회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 ^^::
끝까지 같이 하지 못해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동동주 맛이 아직 입가에 맴돕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요즘 참석율이 떨어집니다.
바쁘신 일들이 많은 모양이지요?
다음 걷기에는?
어마어마한 태풍을 이겨내고 그래도 예쁘게 피어 우리를 반겨준
코스모스의 군무를 한껏 즐기고 온 날이었습니다 .
자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항상 즐겁게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름 즐거운 기차여행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어째 조용한 걷기였던 것 같습니다.
나름 즐거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우리의 눈이 미치지 못한 곳까지 구석구석 다 보시는 안목이 다르십니다.
그래도 예쁜 모습이 우릴 반겨주니 참으로 고마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행복한 기차여행도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더더욱 좋습니다. 수고에 항상 감사합니다.
두분의 참여가 우리 걷기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열심히, 계속 즐겁게 참여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랫만에 기차여행 해서 너무 즐겁고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코스모스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전혀 실망 안 했어요.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아침에 일찍 챙기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늦게라도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쁜 속에 일은 이루어진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 납니다.
건강하십시오, 앞으로 오십년만--- ㅎㅎㅎ
예? 오십년이나?
난 한 백년 쯤 더 건강하려는데.......으ㅎㅎㅎㅎㅎㅎㅎㅎ
회장님, 길벗님들 수고하셨네요 전 다른건 안보이고 막걸리잔만 보이는데요
좋죠. 언제 또 오십시오.
마치고 나면 막걸리 쯤이야.
북천 다녀와서도 둘이서 소주 2병을 마시고 집에 갔는데.
수고 많으셨습니다.또 다음 주가 기다려 짐니다.
좋죠! 다음 주 기다린다는 회원이 제일 좋더라.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보구 갑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좋은데.
그러자면 참여하셔야 되겠지요?
자주 참여해주시길.
우리 서방님캉 오늘 댕기 왔구먼유 ㅎ
아, 그러세요?
참 좋았겠습니다.
후기라고 하면서 글 쓸 시간이 없어 글자 하나 없이 사진만 올렸었는데......
그래도 많이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늦게 글을 올렸으니 글도 같이 읽어 주셨으면.
예쁜꽃과 맑고고운 햇살, 그리고 시웡한 바람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예, 동행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자주 참여하여 즐거움을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