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설탕
채식주의자들 가운데 정제설탕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탕을 정제하는 과정에 골탄(骨炭) 여과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설탕을 백색으로 만드는 흡착 과정에서 활성 탄소 여과기가 필요한데, 이를 골탄으로 만드는 것이다. 주요 제당 회사들은 이런 골탄 여과기를 사용하지만, 설탕을 정제하는데 꼭 골탄 여과기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정제 설탕 원료는 크게 사탕무와 사탕수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탕수수는 주로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 하와이, 텍사스에서 생산되고 사탕무는 미국 중부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실제로는 사탕수수를 다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탕무 생산자에 의하면 사탕무와 사탕수수는 영양학적으로 별 차이가 없으며 맛도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사탕무와 사탕수수 모두 수크로오스 (자당 蔗糖)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가지 원료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판매량도 거의 비슷하다.
사탕무 정제 과정에는 골판 여과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흡착 과정을 크게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탕무는 압력 납 여과기와 이온 교환 장치를 통해 정제를 할 수 있다. 사탕무를 재배하고 있는 미 중서부 지역에는 과립 설탕(Granulated Sugar)이라는 상표를 부착한 사탕무 설탕 제품이 널리 시판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사탕무 산업을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점점 커지고 있다.
사탕수수 정제 회사는 탈색을 하고 무기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특별한 여과기를 사용한다. 이런 미백 작업은 설탕 정제 공정 중 마지막 단계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골탄 여과기를 사용할 수도 있고, 입상(粒狀) 탄소 여과기나 이온 교환 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입상 탄소 여과기는 나무나 숯을 기본 재료로 하고, 이온 교환 장치에는 동물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골탄은 소 뼈로만 만들 수 있다.
설탕 협회와 몇몇 대규모 설탕 제조업자들은 골탄을 만드는 소가 모두 “자연사”한 것으로 절대 육가공 산업에서 흘러들어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골탄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거나 구입할 수 없다.
골탄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아르헨티나, 인도, 파키스탄 소에서 나온 뼈로 만든다.
햇볕에 하얗게 말린 뼈는 스코틀랜드, 브라질, 이집트 회사들이 구입하여 먼저 젤라틴 회사에서 사용한 뒤 미국의 설탕 회사에 판다.
뼈를 고온에서 가열하면 성분에 변화가 생겨 정제 회사에서 사용하기 전에 순수한 탄소 물질이 된다.
정제 설탕에 뼈에서 나온 물질이 함유되는 것은 아니므로 순수 채식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골탄이 설탕의 불순물을 제거할 뿐이지 설탕 속에 함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립형 탄소와 같은 골탄 조각은 수년간 사용 가능하지만 설탕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계속 세척해주어야 한다. 골탄을 사용하는 회사들은 골탄이 다른 유형의 필터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탕수수 정제 회사에서 골탄을 사용한다. 가장 큰 설탕 제조 회사인 도미노(Domino)에서도 여과 과정에 골탄을 사용한다. 두 번째로 큰 사바나 푸드(Savannah Foods)도 골탄을 사용한다. 캘리포니아 앤 하와이 슈가는(California and Hawaiian Sugar) 골탄 외에 과립형 탄소와 이온 교환 필터를 사용한다. 이들은 흑설탕과 파우더 슈가(옥수수 전분이 섞인 설탕), 백설탕을 만드는 과정에 모두 골탄을 사용한다.
골탄을 사용하지 않는 정제 회사들도 있다. 잭 프로스트 슈가(Jack Frost Sugar)에서 만드는 정제설탕은 경제적인 이유로 골탄 대신 과립형 탄소를 사용한다고 한다. 플로리다 크리스탈(Florida Crystal)에서 만드는 설탕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데도 골탄을 사용하지 않아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황갈색을 띠고 있다.
어떤 회사 제품에는 조당(粗糖, raw sugar)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설탕 제품은 정제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천연 조당은 미국 FDA에서 인간이 섭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규제를 받고 있어 시중에서 판매하거나 구입할 수 없다.
털비나도(turbinado) 설탕은 원심분리기를 통해 천연 사탕수수 결정을 분리한 후 증기 세척 과정을 거쳐 만드는 것이다. 도미노 회사에 따르면 털비나도 설탕은 갈색이 적당하기 때문에 골탄 여과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설탕을 정제하는 데는 정화 과정과 설탕 시럽을 첨가하는 등 몇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된다. 정화 과정에서는 수산화 칼슘, 인산(燐酸), 폴리아크릴로마이트 등을 촉매제로 사용하고, 첨가하는 시럽은 골탄 여과기를 거치지 않은 막설탕에서 뽑은 것이다.
골탄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정제 설탕을 먹지 않는다면 골탄을 거치지 않는 설탕을 구입하면 된다. 사탕무를 정제해서 만드는 설탕은 골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통 과립 설탕이라고 되어 있다. C & H에서 골탄을 사용하지 않는 설탕을 만드는데 정제 조당(Washed Raw Sugar)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골탄 여과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사탕수수 설탕은 별도로 사탕수수 설탕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당밀(糖蜜)
당밀은 설탕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것이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당밀은 사탕수수에서 나온 것이다. 어떤 당밀은 사탕수수를 직접 가열하여 생산하기도 한다.
당밀은 맛과 제조 과정에 따라 다양한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블랙스트랩 당밀(Blackstrap molasses)은 품질이 진하고 쓰기 때문에 가장 낮은 등급의 당밀이다.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급의 당밀은 모두 유황 처리를 하지 않는다.
사탕무 당밀은 너무 써서 사람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 단 맛을 내기 위해 시럽을 첨가한 후 젖소와 같은 가축 사료로 사용한다. 또 사탕무 당밀은 효모 생산 회사에서 구입하기도 한다.
사람이 먹는 당밀 시럽은 골탄이나 탄소 여과기를 거치지 않는다. 95% 정도의 당밀은 설탕이 골탄이나 탄소 여과기를 거치기 전에 추출된다. 골탄을 거친 당밀은 동물 사료나 발효 제품에 사용한다. 당밀 회사들은 설탕 정제 회사에서 나온 당밀을 사들여 시럽으로 가공하기도 하는데, 갈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으므로 골탄 여과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흑설탕은 정제 설탕에 당밀을 첨가한 것이다. 사탕무 회사에서 생산하는 흑설탕은 사탕수수 당밀을 사용하는 것이다. 골탄을 사용하는 사탕수수 회사는 흑설탕을 정제하는데도 골탄을 사용한다.
메이플 시럽
메이플 시럽은 채식주의자들이 염려하는 감미료 가운데 하나다.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럽에 생기는 거품을 줄이기 위한 촉매제로 소량의 지방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메이플 시럽의 거품을 줄이기 위한 전통적인 방식은 라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메이플 시럽 통 위에 돼지고기 지방을 걸어두어 기름 방울이 시럽에 떨어지도록 했다. 또는 우유나 크림, 버터를 사용하기도 했다. 라드나 우유 형태로 된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만 그 양은 극히 적어서 30-40리터의 시럽에 티스푼 4분의 1 정도의 크림이나 콩알 크기의 버터가 들어가는 정도다.
거품을 제거하는 데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나무 막대 끝에 기름을 묻혀 메이플 시럽 거품에 담그는 방법이다. 요즘 대부분의 메이플 시럽 제조회사에서는 라드 대신 식물성 기름이나 합성 거품 제거제를 사용한다.
거품 제거제 가운데 앳모스300K(Atmos300K)라는 제품은 모노글리세리드와 다이글리세리드로 되어 있다. 거품제거제를 만드는 WITCO사는 자사 제품에 “식용 육류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서 이 두 가지 글리세리드를 만든다고 한다. 또 다른 거품제거제 회사인 레이놀드 매직 시럽 거품제거제(Reynolds Magic Syrup Defoamer) 회사도 아세틸 모노글리세리드를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세스 버터월스나 로그 캐빈과 같은 유명한 팬케이크 시럽에는 메이플 시럽이 보통 2-5% 정도만 함유되어 있고 옥수수 시럽(물엿)을 주 성분으로 하고 있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메이플 시럽에는 ‘100% 메이플 시럽’ 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어떤 회사 제품이 동물성 또는 식물성 거품제거제를 사용하는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소수의 제품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럽 제품에 라드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순 식물성이라고 인증받은 제품은 스프링 트리와 메이플 그로브 제품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거품 제거제에는 동물성 원료가 함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팬케이크 시럽을 만드는 홀섬 푸드 제품도 거품제거제로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데 이 회사에서 만든 시럽은 도미닉스, 수퍼밸류 앤 수퍼화인과 같은 식품 체인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카라멜 색소
카라멜 색소는 맛을 내지는 않고 색을 내는데 사용하는 첨가제다. 갈색이 나는 제품에는 대체로 카라멜 색소가 들어있다. 카라멜 색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라면 코카콜라와 펩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호밀빵, 씨리얼, 아이스티, 시럽, 애완견 사료, 팬케잌 믹스 등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카라멜 색소에는 동물성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젖당인 락토스도 카라멜 색소를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는 천연 탄수화물 물질 가운데 하나이지만, 세계 제일의 카라멜 색소 회사인 세스니스(Sethness)사에 의하면 락토스를 사용하는 카라멜 색소 생산 업체는 세계에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대부분 포도당 시럽을 사용한다. 카라멜 색소는 정부의 승인 품목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도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성분이라는 뜻이다.
기본 탄수화물 성분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산, 알칼리, 소금과 반응을 한 후 고온처리와 고압 처리를 거쳐 태우게 된다. 그 결과 색소로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갈색 액체가 생성된다. 카라멜 색소 기술자에 의하면 펩시 한 병에 카라멜 색소 한 티스푼이 들어간다고 한다.
사탕무나 사탕수수를 정제한 설탕으로 카라멜 색소를 만들 수도 있지만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유대인 율법에서 옥수수 시럽(물엿)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유월절에만 설탕을 사용한다. 정제 설탕으로 만든 카라멜 색소를 함유한 제품에는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