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원장]

공명하는 하늘처럼

하늘이 사뭇 긴 시간 푸른빛을 튕겨내고 있습니다

간질이며 안마하는 10월의 바람이

찌글대는 머릿속 상쾌하게 비워 좌우로 흩어가고

따사로운 햇빛은 시원한 바람 사이로

세상 모든 것을 황혼의 낭만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동서남북 5분 거리에 가을이 찬란하게 펼쳐졌건만

발내린 거실 소파에 너덜한 책만 붙잡고 있기엔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이렇게 사랑스런 계절에

못내 예의를 어긋거리고 있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라 세종대왕께서 주신 휴일

창문밖의 10분거리 정말 가까운 곳이지만

천혜의 곳들이라 여기며 산책을 다녀 왔습니다

자연은 깨달음을 주고

깨달음은 위안을 주고

위안 받은 마음은 다시금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화 할 수 있으니

자연으로 나아가는 건,

인생의 크기가 크거나 작거나,

인생의 길이가 길거나 짧거나를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중요한 삶의 체득이 될 것입니다

역시 가을은 황금색 논입니다

황금으로 물들어가는 논,

그러나 그 색을 뽐내지 않는 벼들은, 인간의 주식을 주렁주렁 매달고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

한 살씩 어깨에 숫자를 얹을때마다 깊이 깊이 새기려 하는 말입니다

나이가 늘어나는 만큼 주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나만 옳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달래며 인간 관계를 맺으려 해도

주장에 대한 집착은 갈수록 더해갑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주위에 겸손을 잃어가는건

특히 중년 남자들의 고질화된 병적 사고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펼쳐갔던 나의 주장들은 결국 스스로를 ‘주장’에 매몰 시키고

종래 ‘고립’을 가져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은 모릅니다

할말은 하고 산다고 자랑스러워 하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할말은 꼭 해야 하는 사람들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한결 같은 논리(?)는

“난 뒷담화는 안해 앞에서 할 말은 꼭 하는 성격이야 대신 뒷끝은 없어!!”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 그들은 뒷끝이 더 많습니다

자신의 주장이나 불편함, 서로의 감정을 대놓고 이야기 하면 그에 대한 신빙성과

그말을 인정해줄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구하기 위해 무언가 사건이 발생하면 끝없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요

뒤에서만 꿍얼거리는 저에 대한 변명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불편한 점이 생겼거나 말하고 싶은 감정이 생겨도 마음속에 담아 둘줄도 알아야

한다 여깁니다

세상은 자신의 의견이 옳다 떠들어 대는 정치인과 같은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아닙니다

진실은 정답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답없는 싸움만 하지요

진실은 흘러가는 세상 자연스러운 변화 발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요

그렇게 진실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맡은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고개를 숙여 낟알을 품고도 끝내 아낌없이 인간에게 나락을 털어주는 벼를 보며

꼬장꼬장 자기 주장밖에 모르는 추한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아야 겠다 성찰합니다

물론 아직 ‘늙음’을 이야기 할 만한 나이는 아니지만요...^^::

 돌담앞으로 작은 꽃밭이 자연인 듯 인공인 듯 일군 듯 안 일군 듯

그야말로 소담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싸리비로 쓸어냈을 깨끗한 마당엔

겨울을 채비하려 김장 버물 양념이 될 것 확실한 빨간 고추들의 모습이 눈 언저리에

공연한 눈물되어 햇빛에 널려 있습니다

할머니가 생각 나서일까요...

아니 할머니와 특별한 교감이 없었던 제게 그건 이유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추억이란 그런 것입니다

꼭 나와 들어 맞지 않아도 나에게 겹친 그림으로 나타나는 건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살아서 시골의 정취를 몰라도 시골 마당이 눈물속에 비춰지는 건

저에게 있던 무언가의 추억이 마당의 어딘가에 환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겠죠...

‘흔들려 피지 않는 꽃 어디 있으랴’는 어느 시인의 싯귀가 생각납니다

잡초같은 풀대위에 화려한 색감없이 피어났대도

그래도 코스모스가 가을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는 건

높고 가는 일년생 풀위에 어렵게 피어나지만

가을 바람에 가장 아름답게 휘이고 흔들려

가을이란,

겸손하지만 강하고 청초하지만 꺽임없는 황혼을 격려하는 계절이란걸

말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꽃들 저리가라 아름다움을 뽐내는 한 여인의 얼굴도 귀퉁이에 살짝 올려 보았습니다...^^::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얼핏 고슴도치나 동물을 조금 아신다면 귀여운 천산갑 새끼 정도로 보이실지 모르지만

이것의 정체는 생을 다해 꽃을 떨구고 씨를 남긴 해바라기입니다

‘생’이란 윤회이니

이렇게 한겁 한겁 억겁을 사는 것이 윤회하는 삶이거늘 무엇에 욕심이 있어 오늘도 다툼에 끼어 산다 말이더냐....

시골 작은 분교

항상 지나는 발길을 붙잡는 낭만 가득한 곳입니다

하지만 분교의 낭만적인 모습은 이유없이 슬픔에 닿습니다

언제나 깨어진 첫사랑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들의 아픈 사랑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베어 있을 것 같은 곳

왠지 상처입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은

즐겁고 활기어린 사람들에겐 어울리지 않을것만 같은 곳

음....TV를 너무 많이 본 탓이겠지요~?^^::

학교 현관문 앞에 서있는 이승복 동상 

이야기의 실체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이승복 할아버지 동상이 여전히 어린이의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이제 국가의 효시도 대업도 국운도 무엇도 아닌 망령어린 이데올로기의 산물들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그만 우리 교육 현장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애기들과 함께 비봉산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역시 아이들입니다

자연에 아이들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이제야 생명의 기운을 얻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원장니임~~~을 외치며 사진기를 들면 브이를 만들어 주는 우리 예쁜 아이들

아이들에게 계절은, 자연은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학습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유치원에서도 계절에 맞게 생활 주제에 맞게 환경 구성을 해주는 것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즐거이 몸으로 체득하는 아이들은 커가면서

밝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게 될것입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며 누릴 수 있는 곳이란걸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모두 주고 싶습니다

왠지 또 가슴이 울립니다....

아이들 많이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꽃개도 가을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가을색을 하고 있는 꽃개가 공원의 코스모스와 잘도 어울리네요~^^

눈앞의 슬픔에 우리는 억겁의 세월을 읊조리며

자신의 슬픔이 최고의 것이라 여기고 다른 곳을 보지 못하며 눈물재를 넘습니다

그래야 우리의 몸은 한겁만 벗어지면 속살이 들어나 모든 것이 보이지요

인간은 슬픔도 한겁만 벗어지면 교훈삼지 못하고 겁으로 쌓질 못합니다

나무는 얼마나 오랜시간 이곳에 있었을까요

태풍 홍수에도 아마 눈보라 눈사태에도 이곳에 서있었겠지요

그렇게 겁겁이 쌓은 나무는 인간을 높이서 내려 보며

자신의 억겁의 인생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를

한겁의 인간들에게 그리 쉬었다 가게나 하여 내어 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무앞에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듯 슬픔을 말하는 우리네 인생이

슬픔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아픔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나무의 억겁보다 더 아픈 인간의 고통도 있습니다....

폴리텍여대 앞의 노란 리본이 시들어 가는 나뭇잎과 함께 탈색 되어가고 있습니다

억겁의 세월을 돌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아프게 떠나간 넋을 억겁의 아픔이라 표현 할 수 있을까요

가을.......

올해의 가을이 이렇게 아름답게 오랜시간 청명함을 유지하여도

그 맑음이 왜 이렇게 자꾸만 아픔이 되어 오는지

가을길을 산책하여 돌아 오는 길 알았습니다

저 노란 리본이 가을의 바람에 아프게 흔들립니다

그리고 나뭇잎과 함께 우리의 기억 속에서 탈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가을이 가고 나면

리본은 모두 떨어질 것입니다

또 교훈 삼지 못하고 한겁으로 털어질지 모릅니다

다시 리본을 매달아야 하겠습니다

이제 나뭇가지가 아니어도 단단한 고정틀이 아니어도

가슴가슴에 리본을 다시 매달아야 하겠습니다

잊지 않는 것이 가신님의 넋을 위로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나라 행복한 나라 물려주는 길입니다

크고 작은 아픔 있어도 이제 따스한 가을에 광합성 되어 날아가면

더욱 탄탄한 행복 우리 한울 가족 여러분들게 가득 가득 했으면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