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라는 없던 말이 생겨났다. 소비를 하되 윤리적으로 하고, 환경과 사회에 기여를 하는 소비를 하자는 뜻이다. 그만큼 제품을 선택할 때 환경을 더 많이 생각하는 공공선의 개념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아닌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 역시 환경을 배려하면서 쾌적한 삶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비자가 그러한데 공생관계인 기업들은 어떤가? 친환경제품 개발과 유통, 소비와 재생에 이르기까지 이제 에코(Ecology, 인간, 사회, 자연생태학)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박은주 객원기자
유럽, 미국 등에서 출발해 국내도 상륙한 에코
이제는 친숙해진 용어가 바로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인 웰빙을 의미하는 로하스는 에코의 주요한 개념이다.
또, 로하스는 새로운 마케팅의 키워드로 등장하여 소비자와 기업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 집단의 확대와 이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에코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수립을 필수적으로 해야 할 시대가 왔음을 상징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 시장에서의 친환경상품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가지를 주테마로 하는 경향이다.
첫째는 에너지 혁신이다.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비한 대안적 마케팅이 석유, 전기 등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에너지절약형 제품과 에너지 자체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와 그 응용상품의 출시이다. 실제로 절전형 제품임을 인증하는 Energy Star 는 모니터, TV 등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확산되었으며, 하이브리드 등 미래형 친환경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 NASDAQ에는 태양력, 풍력, 지열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체들의 상장이 최근 부쩍 늘어나 전체 NASDAQ 투자총액의 2.5%를 넘어서고 있다.
두 번째는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소비자 배려형 친환경상품의 등장이다. 이를테면, 새집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나 식품의 잔류농약, 생태계의 중금속 오염 등이 가져오는 위협에 대해 소비자들이 깨닫기 시작하면서 이에 부응하는 친환경 건강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구호로서 ‘유기적 생활(organic life)’이란 말이 있다. 바로 농산물, 식품, 옷, 화장품, 세제, 가구, 건자재 등 생활환경에서 화학물질을 최대한 배제하고 천연상태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개념의 변화가 건강생활과 관련한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세 번째는 자원절약과 재활용이다. 전자제품의 경우 소형화(downsizing), 경박화(compact), 복합화(multi-functional), 네트워크기능화(ubiquitous), 업그레이드성(upgradable)이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모두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저변에 깔고 있다. 나아가 기존의 유한한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가능소재(renewable material)의 개발도 이러한 트렌드에 한몫하고 있다. 재활용이란 개념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재활용비누, 재활용화장지, 재활용종이와 같은 틈새상품의 개념에서 벗어나 회수재활용(take-back), 재이용(reuse), 재수선(refurbish), 재보충(refillable)과 같은 무형의 친환경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상품이라는 개념으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로부터 환경마크인증을 받은 제품도 이미 120개 품목, 2,500여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에코디자인 전기전자제품이 생활 속으로
그렇다면 실제로 에코와 관련된 제품은 어떻게 출시되고 있을까?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 에코제품을 따져보면 에코와 관련된 산업제품군은 3~4개 군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최근 전기전자업계에 부는 에코바람이 거세다. 실제로 전기전자제품업계는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명제로 전력소비절감을 내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력 자동조절기능(인버터)을 적용한 에어컨, 기존 백열등과 형광등을 대체하는 LED 램프, 유도가열방식의 조리기기, CRT를 대체하는 LCD 기술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한 가구당 평균 300만원에 이르는 전력소비 요금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전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전제품의 트렌드가 융합적인 소형화(downsizing), 경박화(compact), 복합화(multi-functional), 공간초월접속성(ubiquitous), 업그레이드가능성(upgradable)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이는 사용자 편리성 및 고기능성을 마케팅에 적용한 것이면서 동시에 자원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측면을 반영한다.
또, 전기전자업계에서의 최대의 환경이슈는 EU의 폐전기전자 수거재활용규제(WEEE)와 유해물질사용규제(RoHS)로 대표되는 환경유해성 저감을 위한 노력이다. 이미 국내 가전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고, 일본의 가전메이커들 역시 이러한 환경규제에 대응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 소니, 도시바, NEC 등 일본 가전업계는 제품 내 환경유해성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략상품 중심으로 할로겐계 합성수지 비사용, 무연 솔더링 기술 채택, 브롬계 난연제 비사용, 오존층파괴물질비사용, 분해조립가능설계, 스티로폼재활용 등 다양한 친환경설계기술(eco- design)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친환경특성을 에코라벨이나 ‘Halogen- Free’, ‘Lead- Free’, ‘ RoHS-Compliant’등 적극적인 문구를 사용하여 강조하고 있다.
유기농 상품은 농산물, 식품, 섬유제품에서 강세
한편 유럽, 미국 등 구미 선진국에서는 농산물, 식품, 섬유제품과 같이 섭취하거나 접촉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은 2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미1980년대부터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으며, 이제는 틈새상품에서 주류상품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있다. 거버, 네슬레, 캠벨등 주요식품업체들은 유아나 어린이가 먹는 가공식품이 유기농산물이 아닐 경우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우유, 치즈 등 낙농제품과 축산제품에도 유기농을 마케팅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옷, 침구류, 액세서리 등 신체접촉성 섬유제품에 잔류농약성분이나 유해염료성분, 알러지 유발금속, PVC 등이 포함되지 않은 소위 유기섬유제품(organic textile)이 매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유럽소비자들은 여성용품, 유아용품, 언더웨어에는 유기면(organic cotton) 제품을 선호한다. 또한 패션, 침구류 제품에 소비자들의 화학염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친환경성을 부각하기 위하여 화려한 컬러를 피하고 자연염색기법을 적용한 내츄럴 컬러가 선호되고 있다.
이러한 인체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식품 또는 섬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의 재배과정에서 화학비료, 살충제, 성장호르몬, 유전자조작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재배되어야 하며, 유통 및 제조과정에서도 엄격한 공정관리를 통해 방부제, 중금속, PVC 등 인체유해물질이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또, 제품전 과정에 걸친 친환경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섬유제품에는 에코라벨링이나 친환경섬유인증라벨인 Oeko Tex 등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농산물이나 식품에는 국제유기농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Organic Agriculture Movement)의 유기농인증, 덴마크의 Milieukeur 인증, 그리고 각국에서 시행중인 친환경유기농산물인증라벨이 활용되고 있다.
유해성 최소화 건자재 및 생활용품도 속속 등장
한편, 미국인 가운데 1,000만 명이 화학물질민감증후군을 가지고 있으며 전 국민의 70%가 각종 알레르기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실내 공기질 오염 및 피부접촉을 통한 인체유해영향을 가져오는 원인으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하는 가구, 벽지, 바닥재, 페인트, 접착제, 석유계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세제류, 알러지 유발물질을 함유한 화장품류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실내 환경유해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실내용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유럽 소비자들은 페인트칠을 하지않은 원목가구에 대한 선호가 높다. 또한 창호, 벽지, 바닥재등 건축자재도 실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소재로 제작된 것이 인기가 있다. 일본에서도 건축자재의 환경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대한 등급표시인 ‘F-Star(F ☆☆☆☆)’마크가 건자재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세균이나 박테리아 서식을 예방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우수하다는 라텍스 고무로 만든 침구류와 매트리스가 인기상품이며, 수성 천연페인트와 물감처럼 물에 타서 쓰는 분말형 페인트도 인기 있는 품목이다. 또한 소비자가 직접 설치·시공하는 DIY(Do-It-Yourself) 가구, 건축자재, 정원용구가 많이 판매되며 이들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접촉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유해물질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은 정부와 시장의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친환경상품의 확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생산·소비사회 실현의 열쇠라는 것을 깨닫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적, 문화적, 심리적 패턴의 그린화에 부응하여 새로운 시장수익을 창출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 우리도 미래지향적 친환경상품의 개발과 효과적 환경마케팅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진화하는 환경상품 기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생분해성(biodegradable) 플라스틱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유통매장인 Wild Oats Market에서 옥수수로 만든 용기가 등장하여 샐러드, 치즈, 케이크 등 식품류를 담아 팔기 시작한 사례가 유명하다. 해당 제품은 환경호르몬의 위험이 없으면서 위생적이고 견고하며 땅에 버려지면 자연적으로 분해가 된다는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현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등장하여 각종 포장재, 용기, 비닐봉투, 일회용 컵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재활용 볼펜, 파일, 노트 등도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의 최대 문구류 제조업체인 Kokuyo는 폐플라스틱, 폐목재, 폐종이 등을 재활용하여 각종 문구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유럽이나 일본의 학교, 사무실, 관공서에서는 대부분 새하얀 백상지보다는 고지가 일정비율 배합된 재활용지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