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2014.6.20. 선고 2014나13609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각공2014하,618]
【판시사항】
[1]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하자가 임대인의 수선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 임대목적물의 하자에 대한 수선이 불가능하고 그로 인하여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해제를 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3] 임대차 목적물에 임대인의 수선을 요하는 하자가 있는데도 임대인이 이를 모르고 있고 임차인 또한 임대인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4] 갑이 을로부터 임차한 다가구주택에서 거주하는 동안 심한 결로와 곰팡이 등으로 손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을을 상대로 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민법 제634조의 통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갑이 지체 없이 을에게 이를 통지하여 수선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거나 제거될 수 없었던 기발생 손해에 대하여만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임대인의 수선의무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의 파손 또는 장해(이하 ‘하자’라고 총칭한다)는 임대차기간 중에 드러난 하자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임대차기간 중에 비로소 발생한 하자에 한정되지 않고, 이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던 하자도 포함된다.
[2] 임대인이 귀책사유로 하자 있는 목적물을 인도하여 목적물 인도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거나 수선의무를 지체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390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목적물의 하자에 대한 수선이 불가능하고 그로 인하여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해지를 기다릴 것도 없이 임대차는 곧바로 종료하게 되고,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아 어느 정도 계속하여 목적물을 사용·수익한 경우가 아니라 목적물을 인도받은 직후라면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해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3] 임대차 목적물에 임대인의 수선을 요하는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모르고 있고 임차인 또한 이를 임대인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임대인이 통지를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목적물에 대한 수선을 할 수 없었던 범위 내에서는, 수선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이 지체 없이 하자를 통지하여 수선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거나 제거될 수 없었던 기발생 손해에 대하여만 책임을 부담한다.
[4] 갑이 을로부터 임차한 다가구주택에서 거주하는 동안 수시로 방과 거실의 천장에서 물방울이 고이면서 떨어지고 창문에서 물이 흘러내리며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벽지와 갑 소유의 가구, 옷, 가방 등에 곰팡이가 심하게 발생하여 손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을을 상대로 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임대차 목적물에 위와 같은 현상과 곰팡이를 유발시킨 하자가 존재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갑이 임대차의 목적인 주거를 위하여 사용·수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방해는 받았으며, 위 하자는 수선이 가능하였는데 갑이 민법 제634조의 통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을이 목적물에 대한 수선을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갑은 이사 나갔으므로, 갑은 을을 상대로 갑이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거나 을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고, 단지 갑이 지체 없이 을에게 이를 통지하여 수선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거나 제거될 수 없었던 기발생 손해에 대하여만 을을 상대로 목적물 인도의무의 불완전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내지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전 문】
【원고, 항소인】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진아) 【피고, 피항소인】피고
【제1심판결】서울중앙지법 2014. 2. 7. 선고 2013가소243895 판결
【변론종결】2014. 5. 27.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188,7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3. 관련 법리
가.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의무와 수선의무
살피건대,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규정하여,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의무와 임대인이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이하 ‘수선의무’라 한다) 두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먼저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 의무에 관하여 보건대, 비록 민법 제623조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임대차계약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민법 제618조)인 이상, 민법 제623조에서 말하는 ‘인도’는 단순한 인도가 아니라 ‘목적물을 임대차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인도할 의무’를 뜻한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일반론에 의하지 않더라도,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제2조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대차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임차인에게 인도한다”라고 약정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목적물을 이 사건 임대차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인도할 의무를 부담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음으로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관하여 보건대,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34708 판결 등 참조),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임대차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7405 판결 참조).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의무와 수선의무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에 기초할 때, 임대인의 수선의무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의 파손 또는 장해(이하 ‘하자’라고 총칭한다)는 임대차기간 중에 드러난 하자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임대차기간 중에 비로소 발생한 하자에 한정되지 않고, 이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던 하자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임대인의 위와 같은 수선의무는 수선이 가능한 경우에만 인정되고, 수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더 이상 수선의무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물의 전부 또는 일부의 멸실에 따른 이행불능의 문제가 된다.
임대인이 귀책사유로 하자 있는 목적물을 인도하여 목적물 인도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거나 수선의무를 지체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390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참조). 그리고 목적물의 하자에 대한 수선이 불가능하고 그로 인하여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해지를 기다릴 것도 없이 임대차는 곧바로 종료하게 되고(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15087 판결 참조),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아 어느 정도 계속하여 목적물을 사용·수익한 경우가 아니라 목적물을 인도받은 직후라면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해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 임대인의 하자담보책임
임대차는 유상계약으로서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민법 제567조), 임대차계약의 성립 당시 이미 목적물에 하자가 있었고 임차인이 이를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 참조),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지고, 그에 따라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목적물의 하자로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은 직후라면 해제와 해지 모두 가능하나,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아 목적물을 계속하여 사용·수익한 경우라면 해지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후단과 관련하여는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61321 판결 참조).
다. 임차인의 통지의무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이 수리를 요하거나 임차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때에는 임차인은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임대인이 이미 이를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이 방해받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하여 임대인으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게 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서, 위 규정에서 말하는 ‘수리’는 임대인의 수선의무에서 말하는 ‘수선’과 같은 의미로 봄이 타당하다주1) . 이에 이하에서는 용어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하여 ‘수리’라는 말 대신 ‘수선’이라는 말 하나만을 계속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살피건대, ①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임대차기간 동안 임차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로부터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파생되어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목적물이 인도된 이후에는 목적물은 임차인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어 임차인의 관리하에 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이루어지게 되는 점, ② 위와 같은 사정하에서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할 당시 임대인이 이미 목적물에 하자가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이후 목적물에 하자가 있음이 임차인에 의하여 발견되더라도, 임차인이 이를 임대인에게 통지하지 않는 한, 임대인 스스로 그 하자를 조사하여 수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점, ③ 임대인은 목적물의 소유자 내지 기타 권리자로서 목적물을 수선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수선이 목적물의 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면 그 수선을 할 권리 또한 가지고 있는 점(민법 제624조), ④ 목적물에 수선을 요하는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지체 없이 이를 임대인에게 통지하여 임대인의 수선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경우 그 하자로 인한 임차인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이는 매도인의 수선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매매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점이다), 임차인이 이를 임대인에게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계속하여 확대시킨 다음에 목적물의 하자를 이유로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면 이는 형평에 맞다고 보기 힘든 점, ⑤ 임차인은 임대차관계가 종료하여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민법 제374조), 목적물에 수선을 요하는 하자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이를 임대인에게 통지하지 아니하여 임대인의 수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임차인의 손해만 발생 내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물이 황폐화되는 등 임대인의 손해 또한 발생 내지 확대될 수 있는 점, ⑥ 목적물에 수선을 요하는 하자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될 경우 하자의 존재 유무와 범위, 발생 시기, 하자가 누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한 조사와 증명이 어렵게 되는 점, ⑦ 임대차의 경우, 매도인의 계약 이행 이후에는 목적물에 대한 점유와 소유권이 완전하게 매수인에게 이전되는 매매와는 달리, 임대차기간 동안 목적물에 대한 임대인의 소유권 등의 권리와 임차인의 사용·수익권이 공존하는 법률관계로서 목적물의 하자를 둘러싼 처리와 관련하여서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상호 협조의 관점에서 규율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목적물에 임대인의 수선을 요하는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모르고 있고 임차인 또한 이를 임대인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임대인이 통지를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목적물에 대한 수선을 할 수 없었던 범위 내에서는, 수선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주2) ,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이 지체 없이 하자를 통지하여 수선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거나 제거될 수 없었던 기발생 손해에 대하여만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려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박관근(재판장) 강민성 남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