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갖지 말고 그냥 밀롱가에서 췄던 대로만 해. 이번 기회에 걸음새나 맵시를 다듬는다는 생각만 하고 큰 욕심은 버려."
발표회를 준비하는 33기들에게 내가 한 말이예요. 연습에 물려 탱고가 싫어지지나 않을까 싶어 연습도 쉬엄쉬엄 하라고 했었죠. 하지만 한편으로 슬그머니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랍니다. 선배들 잔뜩 모아놓고 휘적휘적 걷기만 하고 나오면 어떡하나, 음악하고 파트너하고 아~무 상관없이 저 혼자 예술하고 들어오면 어떡하나, 잔뜩 긴장해서 좀비 테크노 추듯 하면 어떡하나, 별별 걱정이 다 되더라구요. 허나, 나는 그들에게 의연하게 말했어요. "대충해! 초보실력이 잘 해봤자 얼마나 잘 하겠어? 또 못하면 어때? 아는 사이에 설마 신발이야 던지겠냐?"
드뎌 공연이 시작됐어요.
첫번째 팀, 썬과 파스타! 썬은 원체 리듬감과 몸놀림이 타고난 터라 별 걱정이 없었지만, 파스타는 좀 지진아였거든요. 연습기간 동안 3분 연습하고 나면 10분 담배피러 나가곤 했었죠. 그.런.데.... 봤죠? 그 섹쉬하던 자태. 늘 노고산자락으로 꼴 베러 다니게 생겼던 그가.... 그런 섹쉬한 세련미를 숨기고 있을 줄이야! 츄르릅...
두번째 팀, 앙쿰과 푸른달! 이 두 사람은 오나전 홧병덩어리! 넉달 배우고 그렇게 춤추면 2,3년 춤춘 우리들은 뭐가 되요? 춤솜씨하며, 무대매너까지....내참, 기가 막혀서. 앙쿰은 당분간 밀롱가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겠어요. 푸른달은, 뭐... 땅게로니까.... 잘 추면, 뭐.. 고맙고...
세번째 팀, 빨강트램과 깔루아밀크! 욕심많은 땡깡쟁이 깔루아가 폭주하지 않게 조절하는 일이 트램에겐 젤 어려웠을 거예요. 깔루아는 33기 중에서도 변삘 땅게로라 춤에 관한한 양보가 없었을 거란 말이죠. 하지만 빨강트램이 이 깔깔한 깔루아를 밀키한 땅게로로 만들었어요. 물론 깔루아 덕분에 트램의 춤맵시는 죽여주게 근사하게 만들어졌구요. 그야말로 두사람의 합병효과는 완벽했어요. 아참, 그 환상의 살또는 오래 기억될 거 같아요.
네번째 팀, 수지와 프롤로! 실은 이 두 사람이 젤 걱정이었어요. 음악도 어렵고 고난이도의 동작도 많은데 춤은 또 젤 안되는 커플이라, 발표회 전날까지 눈물이 앞을 가렸거든요.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건지, 비틀쥬스와 넘버가 무슨 약을 먹였는지, 아님 다른 참가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자 본래 실력을 감췄던건지...., 실전에서는 깜짝 놀랄 만큼 다른 면모를 보여줬어요. 여러분들도 봤죠? 걷지도 못하던 수지가 날았어요! 소년인 줄 알았던 프롤로가 열라 터푸한 청년이었어요! 아~ 가슴떨려.
다섯번째 팀, 디바인과 단디! 33기 최고의 인기남녀 팀이라 난 솔직히 별로 신경 안썼어요. 디바인이야 여기저기 옵화들이 서로 가르쳐 주겠다고 아우성이었고, 단디 역시 온갖 눈화들과 여동생들이 연습상대를 자청하고 나섰던 터라 첨부터 잘추는 팀이었으니까요. 단디는 그저 질주본능만 진정시키면 되었고, 디바인은 맹구본능만 안나오게 하면 됐거든요. 다행히 그 본능들을 잘 이겨내서 아주 사랑스런 발스를 췄어요, 그쵸?
여섯번째 팀, 소피아와 아미고! 이런 젯밥커플 같으니... 발표회를 빙자하여 연애질에 매진한 커플이죠. 염불에 전혀 신경 안쓸까봐 안보는 척, 실눈뜨고 째려봤는데....왠걸요! 젤 열심히 했어요. 그 착한 바디라인으로 빗자루질 하듯 걷던 소피아는, 이제야 비로소 나이스 바디에 걸맞는 우아한 걸음걸이를 갖게 됐어요. 이젠 얼마나 이쁘게 걷는 줄 몰라요. 아미고야 원체 촉망받던 땅게로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구요. 젯밥커플, 너네 나중에 깨져도 밀롱가에는 나와야 해! 실컷 같이 춤추고 놀 사람 만들어 놨더니 잠수타거나 하면 안된다. 알았지?
마지막으로 디바인과 반짝이! 파트너의 출장으로 발표회가 무산되었던 반짝이가 아무래도 아쉬웠는지 디바인과 깜짝공연을 했어요. 젖소와 다람쥐로 분해서 코믹탱고를 췄죠. 둘이 어찌나 귀엽던지..ㅋㅋㅋ 디바인 귀여운 거야 익히 알았지만 반짝이도 귀여울 수가 있더라구요, 글쎄.
발표회 끝나고 나서 의기양양 동네방네 자랑질하고 다녔어요. "죽이지? 역대발표회 중 최강이지? 너 댓 달 춤추고 저렇게 이쁜 볼레오를 하는 땅게라 봤어? 저렇게 멋진 아브라소를 하는 땅게로 봤냐고?" 이러다가 모든 사람들한테 팔불출 짓거리한다며 무시, 경시, 천시, 등한시, 도외시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춤을 잘 춰서도 아니고, 알뜰하게 공연준비를 해내서도 아니예요. 연습하면서 탱고와 파트너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렇게 한단계 더 올라서는게 쉽지 않은데, 이들은 그걸 해낸 거 같거든요. 바로 내가 속으로 바라던 그걸 해낸 거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이제 34기 여러분의 공연도 기대할께요. 앞으로 발표회 때마다 역대 최강을 고쳐 가자구요!
아~~~~ 어제 저녁 과잉분비된 아드레날린 수치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나봐요. 마구 흥분하고 말았네요. 미안요! 아니꼬우시면 품앗이 하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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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으 내가 사진 올리는 새 가운데 껴버렸니? 응..........예행연습중에 계속 들리는 서진의 궁시렁소리....아니 어쩜들 저렇게 잘하니 너무 잘한다 그치 응?
노고산자락으로 꼴베러다니던ㅋㅋㅋㅋㅋㅋ
아 천왕님 발목은 괜찮으신지요
너무 잘 보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흔적이..그리고 신입기수들 같지 않은 그 자태들..
저도 동기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너무 잘했어요..ㅋㅋ
노고산 자락.. -_ㅜ
환타스틱한 공연들였습니다... 정말로... 음나낭... 그 출장간다던 땅게라는 땅을치며 부러워 어쩔줄모르고 홍대바닥을 밤새도록 배회하였다는...다들... 발표회 앞두고는 회사 옮기지 맙시다...
아이코아이코, 연유스러운 밀크님 한거 암것도 없어요. 맨날 삐지기나 하고..ㅋㅋ 춤 맵시 잡아주신 건 그 동안 저를 봐주신 싸부님들이시죠. 욕보셨어요. 히히.♡
마까, 서진 두 싸부의 자랑질에 밤새도록 귀가 좀 따갑긴 했지만... 정말 자랑할 만 하더이다. 최고의 땅게라, 땅게로들이 우수수~ 강림하셨더군요. 발표회 한번 못 해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흐흑
ㅎㅎㅎ 프롤로와 수지팀이 하루만에 달라진건 다 서진님의 채찍질 덕분이었죠..
싸부님.. 어제도 오나다 갔었다는~ ^^ 싸부님 안계시던걸요? 그리 좋게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싸부님들께감사하죠~ 지금까지온것~ 앞으로도 계속 달려봐요~
발표회를 글로써 갈음하시다니 멋져요 싸부^^. 동영상 만큼 생생한 우리 발표회 이야기. 계속 읽어도거움. 근데 이모티콘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싸부님 정말 정말 도와주셨던거 감사드려요 ♡
정말 잘한건 인정~~~!!!!!! 남칭찬에 인색한 서진언니가 그렇게 오랜시간 누군가를 칭찬하는거 첨들어봤음....결국은 자기자랑 아냐?--++
그르니까
정말 잘봤어요!! 자랑할만 하더이다...너무 멋졌어요!!
으아.. 발표회 구경 못갔어도 이거.. 눈 앞에 생생하네요 오나전 브라보! 일 발표회였을거라는건 안보고도 상상갔지만 드하하 역시!!!!! 최강 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