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업은 농업이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부들은 매일 이스라엘의 건설 현장과 서비스 산업에 투입되어 일을 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들어간다.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로 통하는 길은 이스라엘 군인들의 통제하에 있고, 자주 폐쇄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나갈 길도 없고, 일도 없고, 임금도 없는 것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이다.
원래 가자 지구에는 약 7000개의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었고, 이스라엘군이 그곳 이스라엘 정착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4년 10월 샤론 정부는 가자 지구에서 철수할 것을 결의했고, 이스라엘 의회와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 2005년 8월 커다란 소요 없이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철수가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에 요르단강 서안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면적이 5800㎢로 프랑스의 한 주와 맞먹고, 농업과 제조업, 서비스업이 발달해 있으며, 1967년 6일 전쟁(이스라엘과 아랍국 사이에 일어난 3차 중동전쟁-옮긴이)의 결과 이스라엘에 편입된 이후, 2001년 6월 현재 150개나 되는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는 곳이 바로 요르단강 서안이다.
25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23만6000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은 오슬로 평화협정(1993년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아라파트 의장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와 이스라엘의 존재 근거를 인정하여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옮긴이)에 따라 세 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그중 일부 지역은 점진적으로 팔레스타인 정부에 귀속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정에 따른 지역 분할은 실현되지 않았고, 그 대신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나누는 ‘녹색 선’을 따라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보안벽?
과연 이스라엘이 세우고 있는 이 장벽의 정체는 무엇인가? 보안벽인가, 아니면 차별과 분리의 벽인가? 그도 아니면 국가 내에 있는 국경인가? 지도를 보면서 ‘녹색 선’을 따라가 보면, 장벽의 성격에 대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가자 지구가 자살폭탄 테러의 기지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군대 차할(Tsahal)이 가자 지구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요르단강 서안에 세우는 장벽도 기본적으로 가자 지구에 있는 벽과 성격이 같다. 테러리스트가 이스라엘 본토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노동당 정부는 그를 위해서 장벽을 세우기로 했고, 2002년 7월 이스라엘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자살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본토로 들어오는 자들을 막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임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눈으로 보면, 이 장벽은 단순한 벽이 아니다. 보안벽이라는 구실로 땅에 금을 그어 장차 팔레스타인과의 국경으로 삼고,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들을 보호하기 위한 벽이다.
장벽을 세우는 것은 ㎞당 100만 유로나 드는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총비용이 10억 달러나 투입된다. 국경을 세우자는 것이 아닌 이상,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작업을 잠깐 들여다보자. 우선 팔레스타인 쪽으로 50m를 들어가서, 도랑을 파고 순찰로를 만든 다음에, 중앙에 열을 감지할 수 있는 철책을 쌓는다. 그리고 주위에 모래를 채워 드나드는 발자국이 보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곳에는 8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을 쌓아 저격수의 공격에 대비한다. 2005년 현재 전체 길이 200㎞ 가운데 8㎞에 이와 같은 콘크리트 벽이 세워진 상태다.
장벽은 군데군데 팔레스타인 영토를 깊숙이 침범하면서 2만2000개의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만들어버린다.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정착촌의 15%를 이미 감싸 안은 것이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영토 아주 깊숙한 곳에 있는 아리엘과 엠마뉴엘 정착촌 바로 뒤까지 이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다행히 미국의 반대로 이 계획은 보류되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장벽이 계획대로 완성되면, 요르단강 서안의 11.6%가 이스라엘에 넘어가고, 정착촌의 80%가 그 벽 안에 갇히게 된다.
예루살렘 근처에도 삼중 ‘보호벽’이 만들어졌다. 50㎞ 길이의 전기선과 철조망, 감시로를 갖춘 삼중 장벽이 북쪽으로 예루살렘과 라말라, 남쪽으로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동쪽으로 예루살렘과 아부 디스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장벽이 완성되면 동예루살렘에 사는 2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요르단강 서안으로 가는 길을 잃게 된다. 공식적인 이유는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동예루살렘을 요르단강 서안과 떼어내려는 술책이다. 그렇게 되면 동예루살렘을 새로운 국가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삼고자 하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테러가 장벽을 만들었고, 정치적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정치가들의 무능력이 장벽을 높인 셈이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선 이스라엘 우파들은 왜 섣불리 벽을 만들어서 팔레스타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땅까지 넘겨주느냐고 비판한다. 반면에 ‘눈앞의 평화’를 주창하는 평화주의자들은 벽을 세움으로 해서, 팔레스타인과 협상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비판한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명분은 확고하다. 테러리스트가 들어오지 못하게 장벽을 쌓아야만 하는 것이다. 평화주의자들이라고 해서 테러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분쟁의 중심에 있는 땅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보면, 가자 지구에 사는 7000명의 정착민을 철수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비록 돈이 좀 들고, 여론의 반대도 없지 않았지만, 손익계산으로 보면 남는 장사였다. 사실 이집트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가자 지구는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반면에, 팔레스타인에 내미는 협상 카드로서는 괜찮았던 것이다. 하지만 요르단강 서안은 얘기가 다르다. 유대와 사마리아의 땅으로서 상징적인 가치가 높으며,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정착민의 숫자로 보나 규모로 보나 철수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염려하는 사람들이라면, 설사 이 땅을 팔레스타인에 내주더라도 테러리스트의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것만큼은 극구 반대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지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팔레스타인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의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을 품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벽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공동체의 주민을 장벽으로 가로막는 것은 오슬로 평화협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그냥 두면 늘어나는 팔레스타인 인구 속에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파묻히는 신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20세기 초의 팔레스타인
1차 세계대전의 결과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1922년 팔레스타인 지역은 영국의 수중에 떨어진다. 그러다가 1948년 이스라엘 정부가 탄생하면서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는 사라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이다. 유대인들의 방랑이 끝나면서, 제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의 방랑이 시작된 것이다.
▣ 가자 지구
길이는 40㎞, 너비는 8㎞에서 12㎞, 총면적 360㎢인 가자 지구는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농토로 13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2005년 8월, 7000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가자 지구에서 철수했다. 가자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948년 이스라엘 정부 수립과 함께, 이스라엘 본토에서 쫓겨온 사람들이다. 인구의 반이 20세 이하이고, 국제연합 팔레스타인 난민구제 사업기관 덕에 학교에는 다니지만, 그만큼 실업률이 높다. 현재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 본토 사이에는 전기철책이 세워져 있고, 이스라엘 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 요르단강 서안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은 A, B, C 세 지구로 나뉜다. 각 지구의 성격에 따라 어떤 곳은 팔레스타인의 수중에 떨어지게 구획해 놓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비정부기구 벳셀렘에 의하면, 오슬로 평화협정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에 7만8500명의 정착민을 수용할 수 있는 집 1만1200채를 지었다고 한다. 사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땅이다. 아랍계 인력을 공급 받을 수 있고, 새로 들어오는 유대인들에게 집을 마련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평균 너비가 약 40㎞나 되는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은 이스라엘의 방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완충지 역할을 한다.
▣ 보호벽
요르단강 서안의 북쪽 끝에서 장벽이 시작된다. 장벽은 동쪽으로는 요르단을 향해서 나아가고, 남쪽으로는 예루살렘을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움알팜이라는 도시를 지나자마자, 장벽은 ‘녹색 선’을 벗어난다. 서안 쪽 땅으로 들어가 세 개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감싸 안기 위해서다. 그렇게 되면, 장벽 서쪽에 있는 열 개의 팔레스타인 마을에 사는 5200명은 완전히 갇힌 신세가 된다. 서쪽으로는 ‘녹색 선’이 앞을 가로막고, 동쪽으로는 장벽에 막히게 되는 것이다. 사정은 남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알파메나슈와 주핀이라는 정착촌을 위해서, 칼킬리아에 사는 4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북쪽과 서쪽, 남쪽에 올라선 콘크리트 장벽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 예루살렘: 두 개의 수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개의 나라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1967년에 동예루살렘을 되찾음으로써 ‘영원히 나눌 수 없는’ 수도를 확보한 셈이고, 반면에 팔레스타인인들은 알코드라고 불리는 동예루살렘을 떼어내 미래의 수도로 삼기를 원한다.
고도 예루살렘
예루살렘에는 유일신을 믿는 세 개의 다른 민족이 함께 살고 있다. 그것이 예루살렘이 처한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예루살렘은 네 개의 지구로 나누어져 있다. 통곡의 벽 주위의 유대인 지구, 아르메니아인 지구,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이 있던 성묘교회를 포함한 기독교 지구, 바위의 돔과 알아크사 사원 등이 있는 아랍 지구 등이다.
▣ 갈등의 중심
예루살렘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면 오스만 시대의 성벽에 둘러싸인 구시가지가 보인다. 예루살렘은 구시가지가 속해 있는 동예루살렘과 서예루살렘으로 나누어진다. 서예루살렘은 1980년 이스라엘의 수도가 되었고, 주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동예루살렘에는 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산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을 통해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빼앗았고, 동예루살렘을 서예루살렘에 행정적으로 편입시켜버렸다.
이와 같은 조치는 유엔결의 242(1967년 3차 중동전쟁 후에 채택된 것으로 가자 지구,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 시나이 반도 등 분쟁으로 점령한 영토에서 이스라엘 군이 철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옮긴이)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팔레스타인에 대항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이스라엘 주민들을 팔레스타인의 영토 안에 들여보내, 이른바 ‘정착촌’을 만드는 작업이 1970년대부터 진행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는 기존의 동예루살렘 옆에 하르호마 정착촌을 지었고, 요르단강 서안 깊숙이 들어가 말레아두민 정착촌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에 지은 정착촌에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온 유대인들, 혹은 에티오피아 출신 유대교 전사들을 이주시켰으며, 보조금이 지급되었다. 보조금에 대한 이자는 아주 낮거나, 아예 무이자인 경우도 있어서, 새로운 정착민들의 구미에 맞았다. 심지어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착촌 건설은 계속되었다. 집을 짓고 길을 새로 내면서,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영토확장 사업을 차곡차곡 진행한 것이다.
첫댓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권고하시는 땅이라 세초부터 세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
http://cafe.daum.net/waitingforjesus/BO4v/35
앨범 코너에 보시면 <예루살렘>에 대한 복원도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