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의 긍정적인 면은 일부 시중 오락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게임에 몰두하기보다 집에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그러나 게임기를 이용하는 사용자층이 국민학생, 중학생, 심지어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가 대부분임을 고려해볼 때, 국가의 장래가 게임기로 시작하면서 게임기로 지는 듯한 인상을 받는 것은 차라리 기우였으면 좋겠다.” (월간 [마이컴] 1월호, 1990, p. 72)
이 두 작품의 공식적인 판매 기록은 확인되지 않지만, 게임 관련 기술과 인력이 부족했던 당시의 열악한 상황에서 한글 로컬라이징(한글화)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이 두 작품이 갖는 의의는 매우 크다. 삼성전자는 국내 게임 시장 형성 초창기부터 해외 소프트웨어를 한글화하고, 국산 게임 제작을 지원하며 외국의 게임 개발 노하우를 국내에 도입하려 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통과 투자를 했는데, 이런 자세를 게임기 사업 철수 시(1997)까지 꾸준히 견지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한글화를 넘은 ‘현지화’의 신경지를 개척한 <화랑의 검>
<화랑의 검>은 초창기의 한글화 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게임 내의 메시지를 한글화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게임 내의 여러 요소나 그래픽 및 설정까지 고친 현지화(localization)를 처음으로 시도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화랑의 검>의 일본판 원작인 <켄세이덴(剣聖伝)>은 원래 유랑 무사(武士)가 일본 전역을 이동하며 각지의 요괴를 무찔러 나라를 구한다는 줄거리의 액션 게임이다. 하지만 소재가 소재인지라, 일본 문화가 엄격히 규제되던 당시의 한국에 그대로 출시할 수 없었음은 당연했다.
삼성전자는 이 게임의 그래픽과 텍스트를 상당 부분 변경하여, 한반도를 배경으로 일본 무사가 아닌 신라의 ‘화랑’이 마귀를 물리치며 경주의 마귀성을 최종 목적지로 한다는 설정으로 대폭 수정한다. 원제작사인 세가의 양해가 있었겠으나, 지금의 시점에서도 상당히 과감한 개작을 감행한 것이다.
월드 맵을 완전히 새로 구성했음은 물론 주인공 등 몇몇 캐릭터의 그래픽 패턴 및 이벤트 신까지 모두 교체하여 얼핏 국산 게임처럼 보일 만큼 과감하게 수정한 <화랑의 검>은 언론이나 세간의 과도한 주목(?) 없이 무사히 발매될 수 있었다.
![<화랑의 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scthumb.phinf.naver.net%2F3325_000_1%2F20140711111401124_HURGE1PE7.jpg%2Fbk03_39_i5.jpg%3Ftype%3Dh345_fst_n%26wm%3DY)
<화랑의 검>일반적인 한글화의 범주를 뛰어넘어 과감한 개작을 시도한 작품이다.
![켄세이덴, 한국판 화랑의 검의 월드 맵](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scthumb.phinf.naver.net%2F3325_000_1%2F20140711111417410_9LJG30KFC.jpg%2Fbk03_39_i6.jpg%3Ftype%3Dh345_fst_n%26wm%3DY)
위쪽은 원작인 <켄세이덴>, 아래쪽은 한국판 <화랑의 검>의 월드 맵이다. 당시 기술로 이 정도의 개작을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