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화시킨 새닭을 넣어 둔 닭장이 비좁아서 지난여름 복날을 앞두고 수컷을 잡았더랬다. 거의 다 잡은 것 같았는데 덩치가 더 커지니 또다시 수컷들이 제법 보였다. 오늘 아침에는 작정을 하고 먹이를 정신없이 먹고 있는 것들을 한 마리씩 잡아서 토끼와 함께 있는 수컷들 속에 넣어주었다. 맨 처음 새 닭장으로 들어간 수컷은 집중으로 공격을 받는 모양이었다. 마지막 네 번째를 넣어주고 잠시 뒤에 보니 새로 들어간 네 마리가 커다란 물통 뒤에 뒤엉켜서 머리를 서로에게 집어넣느라 야단이었다. 닭은 머리만 숨기면 다 숨은 줄 안다. 어릴 때 닭을 잡으려고 쫓아가다 보면 돌담 틈에 머리만 집어넣는다. 지금은 돌담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포개어 머리를 넣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어 저절로 웃게 된다. 수탉들은 서열 싸움을 한다. 암탉이 있으면 처절하게 싸워서 죽는 경우도 있지만 수탉끼리만 있으면 잠시 싸우다가 서열이 정해지면 조용해지기에 오늘 넣어준 닭들도 내일 가보면 별 탈 없이 잘 지내리라 믿는다. 부부가 결혼을 하면 얼른 서열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6개월 이내 남편이 주도권을 쥘 것인지 아내가 이끌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었다. 제일 좋은 것은 50:50으로 공평하고 동등하게 지내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서열이 정해지지 않아서 평생토록 싸운 부부가 있다. 러시아의 거장 톨스토이와 그의 부인 소피아가 그랬다. 48년 동안 8명의 아이를 낳았으면서도 계속 싸우다가 급기야 82세의 톨스토이가 참지 못하고 가출하여 열흘 뒤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참 대단한 부부이다. 톨스토이가 쓴 <전쟁과 평화>를 읽고 있는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제 겨우 1권을 읽은 뒤에 나머지 3권을 언제 다 읽나~ 하며 그 와중에 인문학 강연을 듣고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라고 생각한다. '이기동'이라고 하면 이제껏 코미디언 땅딸보 이기동을 연상했는데 오늘부터는 경북 청도가 고향인 51년생 이기동 교수님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가 중용에 대하여 강연한 것을 듣고 곧장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 중용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라니~ 그가 소개한 중용 1장이 놀랍다. 세상은 두 가지 패턴으로 번갈아가며 돌아가는 데 하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과 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단다. 지금은 땅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에 돈이 최고이고 자기 자신이 최고여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한다. 옛날의 우리나라는 정신을 중시하는 하늘 중심으로 살았단다. 하늘 중심으로 사는 것이 천국인데 천국은 하나~ 그래서 한국이란다. 선과 악에 대한 그의 예시가 재미있다. 선이란 인간이 타고난 '본심'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인데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먹는 것이란다. 악은 그 반대로 본심에 반하는 행동인데 예를 들어 고스톱을 치다가 돈을 잃으면 잠이 와도 잠을 안 잔단다. 이것이 두 번째 마음으로 '아'라고 표기하는데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 간다고 할 때 쓰는 그 '아'와 같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마음이 '욕심'인데 인간의 욕심이 최고가 될 때는 싸울 때이고 가장 욕심이 없는 얼굴은 잠잘 때 얼굴이란다. 욕심이 나를 다 채우면 땅이 위로 올라가니 만물이 뒤집혀서 세상을 지옥으로 보게 된단다. 그 반대로 본심이 나를 채우면 머리 위에 하늘을 두고 땅을 발아래에 두니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게 되어 천국이란다. 이러한 내용은 원래 우리나라 사상인데 우리는 정리를 하지 못했고 중국으로 건너가서 정리가 된 것이란다. 따라서 앞으로 하늘의 논리로 살아가는 시대가 되면 한국인이 세계에 우뚝 서게 된다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기동 교수는 알코올중독자는 스스로가 중독자임을 아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란다. 현대인은 돈, 욕심에 중독되어 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전체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중독자이면서도 중독이 된 줄을 모른다고 한다. 옛 선조들은 돈에 초연하고 풍류를 알며 가난해도 즐길 줄을 알았지만 지금은 부자라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이것이 땅의 논리라는데 이러한 땅의 논리가 하늘의 논리로 변하는 변곡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이다. 미래는 진짜 인간의 본심으로 살게 될 것이고 그때는 우리 한국인이 중심이라니 얼마나 좋은가~ 이른 아침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와서 대문 앞에 있는 방아 줄기를 잘랐다. 화가가 넘어져 있는 방아 줄기를 보는 것이 불편하다고 얘기를 해서 진작에 베어야지 하다가 오늘 작정하고 일을 시작한 것이다. 방아잎과 꽃을 별도로 훑어서 그늘에 말리기로 했다. 여름 내내 방아 차를 즐겨 마셨는데 말리면 겨울에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방아 줄기 정리한 사진을 화가에게 보냈더니 더 이상 일을 하지 말고 쉬란다. 쉬라는 얘기에 마음 편히 책을 읽고 휴대폰 강의도 듣고 유튜브 요약 영화도 보며 편안한 하루를 가졌다. 나른한 편안함이 참 좋다. 편안함을 즐기다가 문득 48년간이나 줄기차게 부부 싸움을 할 수 있는 열정은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진다.
첫댓글 이기동 교수님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이 행복합니다~~
요즘은 여자가 대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