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 개최
지난 3월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을 중심으로 동해안 지역에 발생한 산불은 많은 이재민을 발생시켰고, 산림 생태계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올해 산불은 시기나 규모 등에서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의 깊은 분석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하 자문단)과 한국산림과학회는 지난 26일 산불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고자 ‘기후위기 시대, 산불로부터 국민 안전 어떻게 지키나?’라는 주제로 ‘제45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온라인(유튜브 ‘국민생활과학자문단’, ‘한국과총’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포럼을 주관한 자문단 자연재해안전분과 이우균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산불의 발생이 빈번해지고 대형화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상기후 현상으로 나타난 가뭄·고온·강한 바람, 그리고 밀도 높은 산림과 수정 구성이 산불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럼을 통해 산불 발생의 원인을 기후변화·산림 관리·사람의 주의 측면에서 최대한 제거하고, 경제·사회·문화·재난 방지 등을 고려한 산림 관리를 통해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수치상 올 3월까지 발생한 산불만 44건이고 전년 대비 발생 건수가 30%가량 급증했다”며 “특히 울진 산불은 역대 산불 사례 중 가장 긴 시간은 213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고 전했다. “산불 발생은 실화나 방화 같은 사람에 의한 직접적인 요인도 있으나, 기온·습도·강수·바람 등 기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 요인이 최근 주목받으며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불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달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비가 필요한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포럼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국내외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산불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라고 지적하며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져 전 세계적으로 숲이 더 많아지고 불쏘시개 격인 나뭇잎이나 잔가지들이 숲 아래에 많이 쌓이게 된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하는 경우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최대 3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를 인용한 유 원장은 “산불 예방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하였다.
“다양한 과학기술 융합으로 산불 예방·관리해야”
첫 번째 순서로는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ICT연구센터장이 ‘산불 발생 예측, 예방과 피해경감대책’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 중 99%는 사람에 의한 것으로, 낙뢰 등에 의한 피해가 40~5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과는 환경적으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 특히 산불은 원전, LNG 생산 시설, 송전선로 등에 대한 안전 위협, 금강송 군락지 파괴, 낙산사 문화재 소실 등과 같은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문제가 있다. 원 센터장은 “산불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초미세먼지,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 등이 다량 배출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의해 대규모 산불 발화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이 또다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산불 예측·예방과 관련하여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여러 시스템이 존재한다. 국가 산불 위험예보 시스템은 기상, 산림 연료, 지형적 특성 등을 반영하여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 산불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산불 발생 후 대응과 관련해서는, 산불상황관제시스템과 고도화된 기상 모델을 통해 산불 확산을 예측하여 산불 발생 시 주민의 안전 대피 등 정책적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원 센터장은 과학 기반의 산불관리 및 저감 대책으로 산악기상망 정보의 실시간 활용, 산림 연료 습도 관리, 내화수림 조성 등을 꼽으며 진단적 예방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사람의 이동 패턴 등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산불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위성 정보와 ICT 정보를 융합하여 공간적 활동 자료를 패턴 분석하고, 산불 발생과 사람 활동 집중 빅데이터에 대한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 산불 관리는 진화 측면에 예산이 너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예방과 진화에 적절한 예산 균형 배분을 통해 산불 위험을 제어하는 것이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전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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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ICT연구센터장 주제발표, ‘산불 발생 예측, 예방과 피해경감대책’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부분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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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재난 구호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다음으로 ‘동해안 산불재난 재해구호 문제점과 과제’를 주제로 라정일 전국재해구호협회 재난안전연구소 부소장의 발제가 진행되었다. “많은 분이 산불을 자연 재난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산불이 누군가 일으키고 있는 재난이라는 점에서 현행법상 산불은 사회 재난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하며 발제를 시작한 라 부소장은 재난지원금, 임시 주거 시설 제공, 식품 지원, 복구 지원 등 재난 발생 이후 이루어지는 지원 및 구호책에 대해 소개하였다. 특히 재해구호법에 규정된 6가지 구호 중 하나인 임시 주거 시설의 경우, 조립 주택 제공이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대피소의 경우 코로나19 대응 문제도 있고, 소음, 냄새, 위생, 냉기 등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여러 가지 있다”고 지적하며 “연수시설이나 리조트 등으로 이재민 분들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장기적인 거주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조립 주택을 지원하는 것이 좋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라 부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재해 구호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행정기관과 민간기관이 협력하여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서도, “재난이 항상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재해 구호 업무에 있어 때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가지 이상의 재난에 대해서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이 잘 마련되어 있음에도, 재난 부서의 행정 조직 특성상 일어나는 잦은 인사 교체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 외에도 그는 민간단체에서 지자체에 보낸 구호 물품 사용처에 대한 정보 공유 및 피드백의 부재, 민간 모금액 규모에 따라 같은 재난임에도 재난민들에 대한 지원액의 액수가 큰 차이를 보이게 되는 폐단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2019년 속초고등학교에서 열린 ‘산불 피해 치유를 위한 주민 화합 행사’를 좋은 예시로 든 그는 “모금, 주거 환경 지원, 재난 피해자 후원 그리고 교육까지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원이 제때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사회 회복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구호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하고, 민간의 자율성이 보장되면서 유연성 있는 시민사회형 제고 활동으로 구호 지원 체계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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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정일 전국재해구호협회 재난안전연구소 부소장 주제발표, ‘동해안 산불재난 재해구호 문제점과 과제’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부분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
사회·제도·과학기술·의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산불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우수영 한국산림과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산불 재난 관리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정지범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불을 자연 재난이 아닌 사회 재난으로 분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산불 이재민의 경우 ‘보상’이 아닌 ‘지원’의 개념으로 국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산불을 단순히 발화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했다는 이유로 사회 재난으로 분류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기후변화나 포항 지진 등의 사례로부터 볼 수 있듯 사람의 행위 개입과 자연적 재해를 완전히 구분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 지원의 많은 부분이 이불, 치약 등 물품을 이재민들에게 지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지역 상권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외부 물품 지원보다도 선진국처럼 구호금 지급의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채희문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 연료 관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 과학기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책 방안으로 산불 위험 시스템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 교수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산불의 주요 인자인 산림 연료를 단계별로 분류하여 위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에는 ‘스마트 바이오 캐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접 지역 연료 관리부터 가지치기까지 손쉽게 볼 수 있는 매뉴얼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러한 인접 지역 산림 구조 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대형 산불을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연순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나무가 연소할 때 다량의 미세먼지 분진,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시안화수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다량의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면서 “이재민들 또한 급성적인 호흡기 자극, 안구 자극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건강 영향이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건강 영향 조사 등을 통해 간접 노출자에 대한 보호 법제화를 검토해야 하고, 산불의 건강 영향에 대한 감시체계 통해 국민건강 보호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산불 발생 지역의 경우 지표층 낙엽의 소실로 인해 식생의 피복도가 감소하고 표토의 밀도도 변화한다”면서, “이 때문에 산불 발생 1년 이후 산사태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국내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산사태 발생 요인이 되는 토양의 공학적 특성과 식생 변화 등에 대해 과학적 접근이나 연구가 매우 미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송 연구원은 “산불 발생 지역에서 토층 및 식생 변화를 고려한 산사태 발생 가능성 평가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일웅 강릉원주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와 산불은 쌍방향의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악순환하는 관계”라며 “기후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산불의 빈발과 대형화를 이끌고, 산불은 대기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변화를 더 급속히, 그리고 더 큰 폭으로 진행시킨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1.5도 이내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3% 줄어야 한다는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흡수량 증대라는 두 가지 목표 모두를 위해 산불 예방으로 숲을 잘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노력이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패널들은 토론을 통해 사회적 제도 개선, 지역사회 회복 공동체 활성화, 산불 발생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및 예방, 주민의 보건 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산불관리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우균 자문단 자연재해안전분과위원장은 “오늘 포럼 및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국민생활과학자문단에서 산불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날 포럼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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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널 토론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부분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