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동부 지진강타 114년 만에 규모 5.9 강진,
‘대피소동’, 12개 원전 비상사태
미국이 지진쇼크에 빠져들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발표에 따르면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남서쪽으로 148Km 가량 떨어진 버지니아 주 미네랄에서 24일 오후 1시51분 리히터 5.9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으로 백악관과 국방부 등 주요 관공서 직원들이 건물에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워싱턴 의사당 사무실의 책장과 벽이 흔들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번 지진은 캐나다에서도 그 여파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서 이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 1897년 길리스 카운티에서 5.9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이래 114년 만에 처음이다.
워싱턴 D.C.내 '프리덤 광장'에 긴급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한 입주자들. 2011.8.24 photo@yna.co.kr
한편 콜로라도 주와 뉴멕시코 주 접경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해 인근 지역의 주택이 흔들리면서 벽에 금이 가거나 부서지는 등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소규모 산사태까지 일어났다. 게다가 여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USGS에 따르면 규모 5.3의 지진이 있은 후 14차례의 여진이 발생한 상황이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미국 서부에 비해 중서부나 동부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워싱턴 D.C를 비롯한 미국 동부의 강진 발생은 대단히 이례적인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동부 지역은 지진으로부터 절대 안전하다고 믿고, 동부에 원전을 집중적으로 건설한 미국은 이번 강진으로 총 12개 원전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긴급중단 및 점검에 들어갔다. 버지니아 주의 중앙지역에 있는 ‘노스 애너’ 원전은 지진 진동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화력발전기를 가동시켜 냉각수를 돌리기 시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미시간 주의 원전도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워싱턴을 강타한 114년 만의 강진으로 부서졌다고 알려진 ‘워싱턴 대성당’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동상.
한편 미 ABC방송은 지진이 강타하기 전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물들이 보인 이상반응을 소개했다. 워싱턴 국립동물원의 붉은목도리여우원숭이는 지진 발생 15분 전부터 소리를 질러댔고, 5~10분 전에는 유인원 여러 마리가 먹이를 팽개치고 우리에 있는 나무처럼 생긴 구조물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또 검붉은코끼리땃쥐는 아예 우리 속에 숨어 먹이를 먹으러 나오지 않았고, 홍학 64마리가 무리지어 모였으며, 비버와 오리는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진앙에서 가까웠던 리치먼드 동물원과 볼티모어 국립수족관의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치먼드 동물원의 침팬지는 고함을 치며 이리저리 날뛰었고, 수족관의 돌고래는 훈련 도중 짝을 이뤄 조련사에게서 먼 쪽으로 헤엄쳐 나갔으며 지진이 끝날 때까지 헤엄치는 것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지진 발생 후 파장이 큰 S파가 오기 전 가장 빨리 감지되는 P파를 느끼는 사람들은 극소수지만, 많은 동물은 더 날카로운 감각을 이용해 P파를 감지할 수 있다”면서 “지진 발생 전 동물의 이상행동은 기원전 373년부터 보고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지진의 특이점이 화제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한 후쿠시마 앞바다 진앙지와 미국 동부 강진의 진앙지(버지니아주 미네랄)의 위도가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북위 37도 인근) 남은 문제는 여진이다. 일본 대지진도 전혀 예상치 못하다가 큰 피해를 입었듯이, 워싱턴 지진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더 큰 규모의 강진이 언제 워싱턴을 강타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