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양대조선소, 머리맞대 공생대책 적극 세워야 '거제경제부할 재도적 기반 마련'-지역경제 최대변수된 조선인력-행정과 정치권 '영향력 미미','선거때만 빤짝해서야' 현장에선, “힘든 일 할수록 임금 낮다니… 뭔가 잘못된 구조” 장기불황 때 부품업체 등 폐업, 노동력 이탈… 최근 수요 감당 못 해 앞날 예측 못한 조선소들, 저가수주에도 본사는 피해액 제로-'대기업 횡포?' 지난 10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조선업은 모처럼 호황을 맞아 국내 조선소는 3년치 수주물량이 밀려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공기단축 등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일을 치내어야 할 내국인 숙련공들이 부족한 실정인데 조선소는 신규 보충인력의 86%가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운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소 5년 정도가 지나야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수준에 이른다고 하니 이런 비효율성 사업경영이 오늘날 현재 거제시에 드러난 실상이며, 그러다 보니 지역경제 회복은 난망하고 상가 점포들은 한집 건너 한집이 임대딱가 붙어 있다. 법원경매사이트에는 경매물건이 도내에서 거제시가 제일 많은 것만 보아도 거제경기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월 미국의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부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해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확인했다. 미국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흔들림 없이 세계 최강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중국 해군이 급속도로 전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중국 해군은 세계 선박 건조 능력의 50%를 보유하고 자국 조선 역량을 활용해 현재 370척인 전투함 보유 규모를 2030년까지 440척으로 늘릴 계획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 역량은 세계 시장 점유율 0.13%에 불과해 대폭적 전력 확대는 고사하고 290여 척 현상 유지도 벅찬 실정이다. 미 해군으로서는 동맹국인 한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해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1분기 우리나라 선박 수주액이 약 136억달러를 기록해 중국을 앞질러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선박 수주액이 1위를 달성한 것은 2021년 4분기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1분기에 발주된 LNG 운반선(29척)과 암모니아선(20척) 모두를 우리가 수주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새로 발주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가 지수도 2023년 2월 183.2를 기록했는데 2008년 8월 191을 기록한 이후 180을 넘은 것은 15년 만이다.
수주 물량 확대에 선가 회복이 겹치면서 삼성중공업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협력 업체들의 폐업과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이 이어지던 조선업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훈풍을 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의 부활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마냥 미래가 밝지는 않다. 대한민국 조선업의 장점은 조선업과 관련된 각종 업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클러스터를 형성하면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화된 불황을 거치면서 부산을 중심으로 분포한 많은 조선 기자재 업체가 폐업하거나 생산 역량을 축소했고 거제에는 더 이상 공단 증설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결국 외지 또는 외국에서 제작한 부분품들을 거제서 조립완성 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늘어나는 인력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납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으며, 선박 건조의 핵심인 일부 블록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조선업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인력난이다. 불황을 거치면서 상당수 인력이 타 산업 또는 수도권으로 향했는데 이들이 조선소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임금을 올려주면 된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제 흑자로 전환하기 시작한 업체로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양호한 선가로 최근 수주한 선박의 수주 대금은 2~3년 후에나 들어온다. 이 때 정부의 정책지원과 금융이 숨통을 틔어주어야 한다. 청년층의 지방근무기피 경향이 강해지면서 최근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인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 전체 인력의 16%인 1만5500명이 외국인이다. 2023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신규로 고용한 인력이 총 1만4359명인데 이 가운데 내국인은 2020명(14%)에 불과하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 거제는 1년 사이에 외국인 근로자가 4,265명 늘어 총 6,977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95.9%가 한화오션(3,123명)과 삼성중공업(3,568명)에서 근무한다.삼호중공업은 전남 영암군인구의 18.4%에 해당하는 9,657명인데 상당수가 조선업 및 관련 업체에서 일한다.
사실 조선업 인력 문제는 우리나라만 겪는 것은 아니다. 일본도 조선업 전체적으로 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 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유효 구인 배율이 2.5에 이르고 있으며, 도장·철공 같은 직종은 4배 이상에 이르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9년부터 조선업에 대해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 체류 기간 제한 없이 가족과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하며, 동일 직종에 한해 자유로운 전직도 허용함으로써 인력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저렴한 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탈피하여 외국인 인력을 ‘육성’하고 이들과 ‘공생’하는 사회로 전환하는 분위기를 이끌어내 일본 산업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근본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본 조선업 유지와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의 외국 인력 확대에 많은 이는 우려를 표하지만 현재 조선업이 걷고 있는 길이 결국 우리나라의 다른 산업 분야도 따라가야 하는 길임은 분명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조선업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갖춰 외국인 근로자의 숙련도를 높이고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선업계의 시도는 조선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1973년 1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중화학공업화를 선언한 지 50년이 지났다. 가진 것은 없지만 노동력이 풍부했던 대한민국은 돈은 많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국가로 변했다.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기에 대한민국의 조선업은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2023년 제20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식에서는 두 외국인 근로자가 ‘우수조선해양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시상식에 참가했다. 조선소와 조선도시 거제가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 기업들은 이미 알고 있다. 국제 안보 협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조선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힘든 일 할수록 임금 낮다니… 뭔가 잘못된 구조” 조선소 여성노동자 11명의 일과 삶 이야기 담은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에서 마흔네살 김행복씨 인터뷰와 함께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기획하고 김그루·박희정·이은주·이호연·홍세미씨가 기록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코난북스 펴냄)는 배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11명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배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서는 쇠와 쇠를 이어붙이고(용접), 쇠를 깎고(밀링), 쇠가 녹슬지 않게 색을 칠하는(도장) 노동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높은 공간에서의 작업을 돕는 비계(발판)를 만들고 탱크 속 산소 농도 등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거나 불꽃이 화재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밀폐·화기 감시 노동, 노동자들의 식사와 청결, 작업복·수건 세탁을 책임지는 노동도 필수다. 이 모든 노동 영역에 여성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조선소 일을 잘 모르는 독자도 ‘직업군에서 최초라는 이유로 반짝 주목 받는 여성’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착취 당하는 노동자’라는 납작하고 양분된 이해를 벗어나도록 돕는 길잡이 구실을 한다. “조선소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주인공인 구술기록”에 충실해서다. 자기 노동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고, 자부심을 느끼며, 이런 자부심을 끊임없이 ‘후려치는’ 자본과 가부장에 일침을 날리는 멋진 언니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했다. “힘든 일을 할수록 임금이 높아야 하는데, 힘든 일을 할수록 임금이 낮아요. 뭔가 잘못된 구조”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자꾸 맴돈다고 '한겨례21 김효실 기자'가 보도했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 칼럼 및 한결레 21 김효실기자 기사 인용참조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