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가 카타르로 가게 되어 슬펐는데, 이 글을 읽고 그래도 아주 허접한
곳에서 선수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은
기뻤습니다.
원출처는 세리에 매니아구요. 저는 후추에서 발견하고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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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한 중동의 작은 소국, 카타르의 스타 선수 끌어 모으기가 심상치 않다.
카타르는 전체 인구가 불과 60만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소국이지만, 올 9월부터 시작되는 자국 프로 축구 리그에서는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최고의 축구 리그 중 하나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정상급의 선수들에 걸맞는 9개의 초현대식 구장들도 9월부터 새롭게 선보여질 예정이다.
카타르 프로축구 리그로의 첫 테이프를 끊은 최초의 스타 선수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의 브라질 우승의 주역 중 한명인 호마리우(Romario). 호마리우는 지난 2월, 유명한 '100일 계약'에 서명하며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3달간의 그의 급료는 1,500만 유로로, 그가 세계적인 선수이긴 하지만 이미 전성기가 지난 37살의 나이임을 감안한다면 분명 적지 않은 액수임에 틀림없다.
지난 3월부터 카타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호마리우는 그가 활동하고 있는 알 사드(Al Sadd) 클럽의 연고지가 이라크의 바그다드와 불과 1,000Km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전쟁 발발시 언제든 그의 자유 의지에 따라 일찌감치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기도 했다.
호마리우가 포문을 연 올드 스타 선수들의 카타르 집결은 올시즌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줄잡아 10여명의 왕년의 흘러간 스타들이 9월부터 카타르에 모여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
카타르의 축구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왕국인 카타르의 황태자, 자심 빈 하마드(Jassim bin Hamad)의 축구에 대한 열정에 기인한다. 그는 현재까지 카타르 프로 축구 1부리그 소속팀인 총 10개 클럽들에게 대략 총액 3,000만 달러의 돈을 투자해 리그의 확대화와 질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막대한 투자는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축구에 관한 한 열성적이다 못해 광적인 팬인 자심 빈 하마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국 리그의 활성화는 물론 팬들의 귀에 익은 왕년의 세계적인 올드 스타 선수들을 직접 자국리그로 불러들여 카타르의 축구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국가원수이자 국왕인 에미르 하마드 빈 칼리파(Emir Hamad bin Khalifa)의 아들로 차기 카타르의 국왕에 오를 인물이기도 하다.
카타르의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명확하다. 비록 많은 돈을 들여 스타 선수들을 끌어들이긴 하지만, 그 스타들이 자국의 젊은 유망주들에게 프로페셔널리즘을 심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프로 정신을 통해 자국 선수들의 자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은 자명하다.
그밖에도 협회는 급증하게 될 관중수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인 효과 외에도 2006년 아시안 게임의 개최국으로서 세계적인 도시 및 국가로 거듭나려는 기대감 역시 이러한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호마리우로부터 시작된 왕년의 스타 선수들의 카타르 러시에 합류하는 유명 선수들은 누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호마리우와 같은 알 사드 클럽에서 이번 9월부터 뛰게 될 프랑스 국가 대표 출신의 르뵈프(Leboeuf, 35)를 들 수 있다. 르뵈프는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할 당시 화려했던 프랑스의 스쿼드에 속했던 선수 중 한 명.,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아직 선수로서의 생명이 다할 만큼 체력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데다 본인 자신도 선수로서 더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 별다른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카타르 행에 도장을 찍었다.
그가 앞으로 뛰게 될 알 사드 클럽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호마리우가 이미 몸담고 있는 팀. 한편 호마리우는 입단 초부터 트레이닝에 참여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임은 물론 경기에서도 여전히 불성실한 플레이를 펼쳐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시간이 늘게 됐다. 그나마도 나중에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일이 더 많아졌고 결국 100일간의 계약 기간을 이행하지 못하고 현재는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상태다.
르뵈프 외에 이번 9월부터 카타르에 진출하게 되는 선수로 에펜베르크(Effenberg, 34, 볼프스부르크)와 바슬러(Basler, 34, 카이저스라우턴)를 들 수 있다. 독일이 낳은 천재적인 미드필더들을 꼽을 때 항상 거론되는 이들은 각각 소속팀들과의 계약 종료와 그에 따르는 계약 연장의 실패로 카타르를 택한 경우다.
에펜베르크는 00~01 시즌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을 맡았던 선수로 거침없는 행동과 말로 인해 자주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기량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세계적인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시즌이 시작되기 전, "더 이상 이곳에서 이룰 것이 없다."라는 발언과 함께 돌연 바이에른을 떠나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며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한 바 있다.
한편 '슈퍼 마리오'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마리오 바슬러(Mario Basler)는 분데스리가 카이저스라우턴 소속으로 에펜베르크와는 쌍벽을 이루는 독설가로도 유명하다. 경기에서 교체되어 나오면서 TV 카메라와의 라이브 인터뷰에서 심판을 ‘장님’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개자식'이라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다.
에펜베르크는 알 아라비(Al Arabi) 클럽과 1년간 150만 유로의 액수에 계약했으며, 바슬러는 알 라이안(Al Rayan) 클럽과 역시 1년간 계약에 에펜베르크와 비슷한 액수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펜베르크의 세리아 A 시절 동료인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Batistuta, 34, AS 로마) 역시 에펜베르크와 같은 알 아라비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는 몸값으로 9개월간 3,500만 유로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바티가 알 아라비와 계약을 한다면 에펜베르크와는 세리아의 피오렌티나 시절 이후 실로 오랜만의 재회를 하게 되는 셈이다.
그밖에도 얼마전까지 바레인 국가 대표팀의 감독을 역임한 독일 출신의 지트카(Sidka) 감독 역시 알 아라비 클럽로부터 감독직을 제의받은 상태이기도 하다. 지트카는 세부 조건에 대한 협의를 모두 마친 가운데 계약서에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6월부터 팀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외에도 카타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분데스리가 출신 선수들은 적지 않다.
에펜베르크, 바슬러 등과 함께 흔히 독일이 낳은 4대 미드필더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묄러(Andreas Moeller, 샬케 04)와 토마스 해슬러(Thomas Haessler, 1860 뮌헨) 역시 소속팀과의 계약 연장 실패에 따른 자유 계약 선수의 신분으로 카타르의 영입 대상 0순위에 올라있다. 이미 구체적인 액수와 조건들을 내걸고 있음은 물론이며 본인들의 결정 여부에 따라 언제든 카타르 행 비행기표만 예약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밖에도 98 프랑스 월드컵 득점왕 출신의 크로아티아의 수케르(Suker, 35, 1860 뮌헨)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공동 득점왕 출신인 마틴 막스(Martin Max, 34, 1860 뮌헨) 역시 강력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카타르의 강력한 러브콜이 분데스리가 선수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결코 아니다.
프리미어리거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덴마크의 노장 골키퍼 피터 슈마이헬(Peter Schmeichel, 39)과 프랑스 국가 대표 출신의 유리 조르카에프(Youri Djorkaeff, 35), 네덜란드의 쌍둥이 국가 대표 형제인 로날드, 프랑크 데 부르(Ronald, Frank de Boer, 33) 형제, 잉글랜드 국가 대표 출신의 테디 셰링엠(Teddy Sheringham, 37), 아르헨티나의 테크니션 아리엘 오르테가(Ariel Ortega. 29) 등이 모두 카타르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실상 은퇴를 마음먹은 노장 선수들로서는 많은 액수의 돈과 아직 접고 싶지 않은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 등이 미지의 땅인 카타르로 향하게 하는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스타 선수들의 카타르 행이 각 클럽들의 독자적인 선택에 의한 무조건적인 영입은 결코 아니다. 즉 클럽들이 많은 돈을 무조건적으로 살포해 선수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명 스타 선수들의 영입은 ‘3자 위원회’라는 조직을 통해 계획되고 또한 영입되어진다. 3자 위원회는 황태자인 자심 빈 하마드와 그의 형제이자 카타르 올림픽 위원회의 회장인 자심 빈 타밈(Jassim bin Tamim), 그리고 카타르 축구 기술위원회(QFA)의 회장인 아메드 알 술라이티(Ahmed al Sulaiti)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스타 선수들의 교섭부터 영입은 물론 리그내의 클럽에 배분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리그 내 클럽들간의 전력 불균형을 막기 위한 일종의 컨트롤인 셈.
한편 QFA의 기술 분과 위원회 임원 중에는 독일인인 만프레드 회너(Manfred Hoener)가 포함돼 있다. 그는 카타르의 젊고 유망한 선수들, 특히 카타르 국가 대표 선수들의 유럽 무대로의 진출을 적극 중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회너는 현재 2명의 카타르 선수들을 오스트리아 리그의 오스트리아 빈(Austria Wien)으로 진출시킨 바 있으며, 이 2명중 한 선수는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팀이자 한때 차범근의 소속 클럽이었기도 한 프랑크푸르트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있는 중이다.
프랑크푸르트는 다음 시즌 1부리그 잔류가 확정됐으므로, 만일 입단 테스트를 받는 선수가 합격점을 받는다면 다음 시즌 카타르 선수가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카타르 선수들의 유럽 무대 진출에 대한 비용도 QFA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카타르는 2006년 자국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은 물론 2006년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위한 아시아 지역 예선의 통과까지 내심 바라고 있다. 과연 카타르가 추억의 올드 스타들의 도움으로 이러한 꿈을 성취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